- 지금 우리 만나
- 가상세계에서의 예술적 경험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 2022.01.01
지금 우리 만나
가상세계에서의 예술적 경험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플랫폼, #문화예술교육,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및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방구석 VR 끼고’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술작가이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방구석 대모험_VR 끼고’ 프로젝트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20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의 목적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상황에서 예술교육의 어려움과 그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오픈 월드인 가상세계 플랫폼에서 참여자들이 VR 기기를 이용해 함께 조형, 전시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Q.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방구석 대모험_VR 끼고’를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입체적인 공간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조형 수업을 고민하던 중 화상회의 방식의 온라인 비대면 수업보다 조금 더 동적인 환경의 플랫폼을 생각하고 찾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에 VR 기기를 이용한 3D 차원의 가상환경에서 채팅이 가능한 VR 채팅 플랫폼을 발견한 거죠. 가상세계 공간에서 참여자들이 함께 어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방구석 대모험_VR 끼고를 기획했어요.* 이미지 출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트프리즘>/방구석 대모험_VR 끼고(제공: 정지현 작가)
‘방구석 대모험_VR 끼고’는 가상세계에서 현실 불가능한 경험을 하고, 참여자들과 공유하는 교육 프로그램이에요. 참여자들은 VR 기기를 이용해 스스로 만들어낸 가상세계에서 만나, 신체를 사용한 3D 모델링으로 창작품을 만드는 경험을 하고 공유하는 거죠.
Q. VR 기기를 이용한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비대면으로만 만나야 하는 상황이라서 장비들의 원활한 작동, 프로그램 운영방식, 그리고 참여자의 흥미와 집중을 어떻게 끌어낼지 고민했어요. 또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창작활동을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가상공간에서 참여자가 자신이 만든 작품과 그 과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게 중요한데요. 단순 VR 기기를 이용해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이 아닌,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예술적 경험을 주려고 했어요.* 이미지 출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트프리즘>/방구석 대모험_VR 끼고(제공: 정지현 작가)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3D 차원의 가상세계에서 미적 경험은 제한적이지만, 가상세계에서 참여자들이 무엇을 만들고, 예술활동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고려했어요. 예를 들어 가상현실에서는 물리적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자가 상상한 작품을 크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인 거죠. 더 나아가, 참여자가 자신의 주변 공간들을 3D 스캐닝을 통해 사진을 찍고, 3D로 가상공간으로 구현해 서로 다른 환경에서 활동하는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이와 같은 활동들을 재미있게 진행하기 위해 가상공간에서 놀이와 게임을 바탕으로 한 참여를 끌어낸 뒤, 예술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이러한 활동들을 재미있게 진행하기 위해서 가상공간에서 놀이와 게임을 접목해 참여를 끌어낸 다음에 예술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했죠.
Q.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방구석 대모험_VR 끼고’ 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VR 기기를 이용한 가상세계에서의 활동과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이 함께 진행되었는데요. 일방향 교육이 아닌 워크숍 형태의 대화형 수업으로, 참여자들에게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먼저 공유했죠. 그 후, 참여자가 수업을 스스로 준비하고, 다 같이 모여 준비한 것들을 보고 듣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이 과정에서 참여자 본인이 아닌 다른 자아 즉, 부캐 아바타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게임과 같은 경험을 하게 만들었죠. 그래서 아바타로 가상공간에 입장해 그곳에서 경험하는 활동들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어요.Q. 아바타를 이용해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할 경우, 익명성이라는 부분이 참여자의 자유도를 높일 수 있었던 반면, 익명성으로 인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생각보다 어려웠던 점은 없었어요. 참여자들은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신 분들이었는데요. 1회에 4시간 정도 비교적 오랜 시간 가상공간과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 줌(Zoom)으로 참여하다 보니 저와 참여자들 그리고 참여자들 간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이미지 출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트프리즘>/방구석 대모험_VR 끼고(제공: 정지현 작가)
또 VR이라는 플랫폼 환경이 게임의 속성과 닮아 있어 현실보다 더 장난스럽고 즐거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되기도 했죠. 수업 종료 후에는 참여자들이 대면으로 만나 그들 간에 지속적인 관계가 형성됐어요.
Q. 비대면 환경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할 때, 참여자의 집중도는 어땠나요?
게임처럼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조각 작품을 만들고, 아바타를 움직이면서 VR 채팅을 하는 활동이라 집중도는 높았어요. 하지만 가상환경에서 환경의 변화가 많을수록 일부 참여자들은 멀미가 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럴 때는 잠시 VR 기기를 놓고 쉬기도 하고, 참여자 컨디션에 맞춰 수업에 참여하도록 했어요.Q.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방구석 대모험_VR 끼고’ 이후, VR 기기를 이용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 ‘내 이웃의 의자’를 진행하셨는데요. ‘방구석 대모험_VR 끼고’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방구석 대모험_VR 끼고’에서는 가상세계에서 참여자들이 만나 창작활동을 했지만, 여건상 실물로 제작할 수는 없었는데요. 공공 미술 프로젝트 ‘내 이웃의 의자’는 20대부터 60대까지의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 VR 기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참여자들이 가상세계에서 만든 창작품을 실물로 제작했어요.* 이미지 출처: 공공 미술 프로젝트 ‘내 이웃의 의자’(제공: 정지현 작가)
Q. 가상공간에서 만든 창작품을 실제로 구현한다는 게 흥미로운데요. 참여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VR 기기에 대한 사용 경험이 적은 5060대 어르신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층과 달리, 기계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하지만 20대부터 60대 참여자들 모두 가상세계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걸 즐거워했어요.* 이미지 출처: 공공 미술 프로젝트 ‘내 이웃의 의자’(제공: 정지현 작가)
또 ‘내 이웃의 의자’에서 예술가나 미술 전공자가 아닌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적은 지역 주민들이 만든 창작품이 그들이 사는 공간에 놓이고, 기술을 통해 누구나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Q. 공공 미술 프로젝트 ‘내 이웃의 의자’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5060대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VR기기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하지만, 20대부터 60대 참여자 모두 가상세계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경험을 즐거워했어요. 예술가나 미술 전공자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든 창작품을 그들이 사는 공간에 설치하고, 기술을 통해 누구나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Q. 디지털 매체, 혹은 플랫폼을 이용해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기 전, 문화예술교육가들이 어떤 부분을 생각해보면 좋을까요?
디지털 매체, 혹은 플랫폼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어야 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요즘엔 옛날과 다르게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지식을 얻고 싶을 때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데요. 이러한 변화처럼 일방향 또는 쌍방향,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 상관없이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매체, 혹은 플랫폼도 계속해서 변화할 거로 생각해요. 그래서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죠.예를 들면, 요즘 자신이 모르던 분야의 지식을 얻고 싶을 때 유튜브 영상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있죠. 이처럼 일방향적인 지식 전달이든, 쌍방향의 온라인 수업이든 상관없이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는 데 있어 디지털 매체, 혹은 플랫폼은 계속 변화할 텐데요.
각 디지털 매체, 혹은 플랫폼 환경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속성에 맞춘 수업을 진행해야 할 거 같아요. 더불어 단순히 수업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사용하기보다 진행하고자 하는 수업과 합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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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작가 / 인터뷰이 소개 - 미술작가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도시 환경에 놓인 부산물과 산업자재로 부터 조각의 기능과 움직임을 배웁니다. 현재 남서울시립미술관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기》 (11.30–2.27) 의 전시로 관련된 워크숍 내용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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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맅업(Litup) / 월간 <지금> 시리즈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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