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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러스마이너스일도씨가 묻고, 코끼리들이 웃는다 연출가 ‘이진엽’이 답하다.
  • 이진엽
  • 2022.12.01

지지봄봄 36호

-저마다의 속도와 리듬으로

삶이 기획이 될 때

플러스마이너스일도씨가 묻고,
코끼리들이 웃는다 연출가 ‘이진엽’이 답하다.

"알아차리다”


 
작업을 처음 시작하면 나만의, 우리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갈고 닦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매체나 표현방식, 언어와 세계관 등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이 드러난다.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스타일은 작업을 밀고 나가는 보이지 않는 지지대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변화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나의 작품은 미로인 것 같아요. 그 미로에서 빨리 빠져나가려고 하지 않고, 막힌 골목들을 한 번씩 방문해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미로의 막막함을 온전히 즐기고 그 시간을 충분히 보낸다는 ‘이진엽’ 연출가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는 거의 10년 가까이 공연장을 찾지 않았던 나의 발걸음을 독촉하게 만든 <안녕 광명>(2019)을 기획한 ‘코끼들이 웃는다’팀의 연출가다. <안녕 광명>(2019)은 동네를 걸으며 도시가 가진 이야기와 사람들의 삶, 동네 곳곳의 풍경을 마주하는 ‘장소 특정적 공연’이었다. 무엇이 일상이고 어디까지가 공연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지나치는 사람도, 동네의 건물도, 움직임과 일상의 가벼운 소음조차도 공연의 요소로 작동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일상이 건네는 묵직한 메시지도 놓치지 않은 공연이었다.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며, 매번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이어가는 그의 에너지와 영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해졌다.
 
연출가 이진엽님과 인터뷰
연출가 이진엽님과 인터뷰 (사진. 플러스마이너스일도씨)


발아되는 순간

Q. ‘코끼리들이 웃는다’ 팀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연출가이자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작업을 기획하거나 구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지점인가요?

2000년대 무대디자인을 공부했을 때부터 공연의 소재에 관한 관심이 좀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고전이나 유사한 이야기만을 반복하는 것 같아 답답함이 들었죠. 우리가 새로운 이야기를 찾으려면 사람들이 사는 곳에 직접 가서, 사람들의 저마다 다른 이야기에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공연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죠.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은 내가 아니더라도 많은 예술가의 공연을 만날 수 있으니, 나는 찾아오지 않는 밖의 사람들을 만나야겠다 했죠.

그래서 이야기에 담긴 사람은 누구인지, 관객이 누구인지, 나의 작업을 마주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극장에서 작업할 때도 그곳에 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야 마음이 좀 편안해지더라고요. 공연을 준비하고 실제로 무대에 올릴 때도 우리의 작업을 볼 사람들이 누구인지 추상적이더라도 마음속으로 염두에 두며 작업을 해요.

<물질>(2018년 초연)이라는 공연은 해녀의 물질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한 인터뷰에서 해녀분이 ‘물에 들어갈 때는 죽으러 들어가서 살아서 돌아나온다’라는 말이 왠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는 10대부터 전 연령대의 사망 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일매일 죽음을 대면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물질’ 공연에서 수조에 물을 담아 배우들 코 밑까지 물을 채우는 모습을 표현했죠.
 
2018년 서울거리예술축제 <물질> 中
2018년 서울거리예술축제 <물질> 中 (사진. 코끼리들이 웃는다 제공)


과정이 예술기 되기 위해

Q. 공연에 올 사람들, 작업의 주제와 닿아있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구상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사람’에 관해 알아가는 과정,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그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가 시각장애인분들하고 2015년부터 작업을 해왔는데요, 작업할 때마다 계속 실패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다른 공연을 만들 때는 처음에 의도한 바가 결과물로 드러나는데 시각장애인분들과 하는 작업에서는 의도했던 것들이 계획한 대로 만들어지지 않기도 하고, 시각장애인 관객분들에게도 잘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 늘 다음을 생각하게 만들어요.

2015년 시각장애인분들의 다양한 장애를 경험하고 느낀 것은 기획의 접근부터 ‘비시각장애인’ 중심임을 알게 됐어요. 생각보다 그분들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고, 기존의 관점을 바로 바꾸기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들이 관객이라면 어떻게 공연을 만들 수 있을까’, ‘공연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를 생각하며 리서치 작업을 했는데요, 역시 실패했어요. 리서치 발표공연에서 비시각장애인분들은 우리가 예상한 감각들을 경험했는데, 시각장애인분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생각하고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그때 참여했던 한 분이 우리도 다 할 수 있는데, 다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그 시간의 속도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죠. 그들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면, 비시각장애인들의 속도를 조금 더 줄일 수 있는 행위는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24시간이 있어야겠다’ 그렇게 시작한 작품이 <세시에서 세시, 네 시에서 네 시>(2019)에요. ‘1시간이나 2시간 공연해서는 서로의 속도를 맞출 수가 없겠구나’ 싶어서 24시간 공연을 기획하게 됐어요. 시각장애인분들의 속도는 그대로 가되, 비시각장애인의 속도를 줄이려면 어둠이 필요했고 함께 24시간을 보낼 3층 건물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3층 건물 전체를 어두운 공간으로 만들었죠.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맞춰보는 공연이었죠.
 
좌. 2019 <세시에서 세시> 포스터 | 우 <세시에서 세시, 네시에서 네시> 공연 입장
좌. 2019 <세시에서 세시> 포스터 | 우 <세시에서 세시, 네시에서 네시> 공연 입장 (사진. 코끼리들이 웃는다 제공)


Q. 하나의 주제를 계속 만지고, 굴리고, 쌓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지네요. 최근에 선보인 <커뮤니티 대소동>(2022) 역시 유사한 주제를 담은 공연이었는데, 하나의 공연 혹은 워크숍을 기획하거나 구상할 때, 어떤 과정을 보내시나요?

작업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가장 공부를 많이 할 때는 공모를 지원하거나, 기금을 신청할 때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작업이 있을 때, 그것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논리를 찾는 과정은 거의 논문 쓰는 느낌이에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뒷받침해 줄 이론을 찾고, 다음은 그냥 직접 부딪혀요.

동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하면 동네에 가야 하고, 사람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커뮤니티를 만나야 하죠. <안녕 광명>(2019)을 할 때는 광명에 아지트를 만들어서 그 공간에서 지내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인터뷰도 하고, 건축하는 분을 모셔서 동네 건축물에 대한 정보도 들었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대별로 건축의 방식이 변화하는데, 양옥이 빌라가 되고 빌라가 아파트가 되는 과정에 주목하게 됐죠. <독산 여러분>(2021) 같은 경우도 아지트를 구해서 동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가게 사장님들과도 관계를 맺고, 동네 어른들을 인터뷰 하면서 예전 구로공단의 재봉을 하던 노동자의 이야기, 중국 동포분들이 정착해서 달라진 분위기에 대해 듣게 됐죠. 대체로 동네를 직접 경험하며 알아가는 동네 이야기를 바탕으로 공연의 스토리를 구성하게 돼요.

동네에서 작업할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커뮤니티를 만날 때도, 저는 제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공연을 만들어요. 책에서 얻는 것보다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몸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죠. 사람을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알게되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게 돼요. 어떤 사회 문제를 가지고 그들을 만났다기보다,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사회가 보였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장소 이동형 공연 <독산 여러분>(2021) 영상
장소 이동형 공연 <독산 여러분>(2021) 영상 https://youtu.be/KyaRCqEtaUc (출처: 금천문화재단)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는 시간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선생님이 기획한 워크숍이나 공연 자체가 배움의 과정인 것 같아요. 연출가이자 기획자인 스스로에게도,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에게도,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작품에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삶을 잠시나마 경험하게 해주는 교육 혹은 배움의 자리처럼 느껴지는데요.

‘교육’이라는 말은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해요. 교육은 아닌데 ‘알아차림’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 같아요. 공연할 때, 굳이 시각장애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지 않아요. 알려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사실 비시각장애인이 중심에 있는 생각인 듯해요. 같이 있는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시각장애인분들과 워크숍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비시각장애인 중심의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를 들면 ‘나비처럼 움직여보세요’, ‘시계 방향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이동하세요’, ‘코끼리 코처럼 해보세요’라는 말 모두 보고 경험한 사람만이 아는 언어인 거죠.

<커뮤니티 대소동>(2022)은 2015년부터 이어온 시각장애인분들의 작업 속에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만들었어요. 과반수 이상의 시각장애인이 직접 참여하여 만든 공연이었는데, 저에게 다른 고민을 던져줬어요. 시각을 차단했기 때문에 비시각장애인들은 무척 조심스러은 반면, 시각장애인분들은 전혀 다른 상황이 아니니 움직임에 거침이 없었어요. 어둠의 질감이 다른 배우들이 모두 함께 이해해야 하다보니 여러 번 설명하고 대본에도 담아내는 과정이 필요했죠. 춤을 익히는 과정도 비시각장애인분들은 춤을 눈으로 보고 따라서 추거나 어릴 적부터 본 것들의 정보들을 비유해 말하면 출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분들은 움직임 하나, 하나 다 만져보며 진행했어요. 시각장애인 관객과 비시각장애인 관객이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커뮤니티 대소동>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최대한 상세하게 음성 해설을 위한 설명을 해도 그것을 하는 사람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가진 경험에 따라 이해가 다르다는 거에요. 또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였죠. 100% 전달이라는 것은 없고, 예를 들어 60%를 전달받아 40%는 자신들의 경험으로 쌓인 상상력으로 정보를 완성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들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어요.

Q. 올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 시민참여형 공연 <잠자리 연대기>(2022)를 못 봐서 무척 아쉬웠어요. 그동안 연출하신 작품들은 삶이 담긴 현장에서, 이야기를 건넬 특정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공연장에서 하니 좀 궁금했어요. 앞에서도 말씀하셨는데 극장을 오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달라진 이유가 있나요?

올해 초부터 국립극단에서 공연하게 되면서 ‘극장’으로 들어왔어요. 여전히 극장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이번 <잠자리 연대기>(2022)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그동안 무대 경험이 거의 없는 어르신들(일반인들)이 극장에 설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객을 기다리지 않고, 그동안 공연장을 가본 경험이 적은, 혹은 없는 분들을 최대한 관객으로 초대해서 관람하도록 해야겠다는 점이었죠. 그러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물질>(2018년 초연)도 극장 공연을 준비하려는데 극장을 어떻게 다시 다르게 바라볼까가 지금의 과제인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극장 공연은 허구의 이야기를 전문적인 배우가 연기하는 형식이잖아요. 무대에는 배우가 있고, 객석은 관객이 있다는 기존의 문법이 저는 크게 흥미롭지 않아요. 그래서 문법을 틀어보는 것부터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2~3년 전부터 있었어요. 어떤 연출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데, 저는 그런 고집스러운 마음이 별로 없어요. 뭔가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맴돌다보니, 최근에 뮤지컬을 준비하게 됐어요. 원래 서사 구조의 공연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물론 <안녕 광명>, <독산 여러분> 같은 경우도 대본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팩트를 기반으로 대본을 만드는 형식이었죠. 뮤지컬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니까 저에게는 너무나 새로운 시도여서 두려우면서도 재미있어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누구도 뮤지컬을 만든 경험이 없어서, 우리 각자의 상상 속에 있는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뮤지컬의 문법을 좋아하는 뮤지컬 팬들에게는 저희의 방식이 불편하거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뮤지컬을 많이 본 관객들에게는 욕도 먹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내년 3월에 금나래아트홀에서 프리뷰 공연이 올라가고 4월 중순에 LG아트센터에서 본 공연을 할 예정이에요.

변화, 다시 일상으로

Q. 예전에 하신 인터뷰 중 ‘미로에 막힌 골목들을 방문하는 중이다’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미로를 헤매는 시간, 영감을 주는 책이나 전시, 공연, 혹은 취미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A. 사실 책이나 전시를 찾아보는 편은 아니에요. 그냥 혼자 생각을 많이 해요. 지나가는 사람,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어른 등 사람들에 대한 질문이 많아요. <몸의 윤리>(2015)라는 작품도 퀴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건데, ‘왜 나는 퀴어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사회가 나를 선입겹을 갖게했고 교육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왜 사회가, 교육이 하라는 대로만 살았지? 왜 한 번도 질문을 반대로 던져보지 않았을까 하고 좀 화가 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소소하게 ‘왜’라는 질문을 자주 떠올려요.

그리고 저는 운동을 좋아해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하는 것을 좋아하고 취미가 취미 찾기라서 (웃음) 미팅이나 연습 스케줄은 되도록 오전에 잡지 않고 무조건 운동을 해요. 코로나 이후 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야외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움직임이 많고 힘들어요. 그래서 체력을 더 길러야겠다 생각하게 됐죠. 요즘은 실내 암벽을 하거든요. 제가 암벽을 좋아하는 이유가 시작이 있고 끝이 있어요. 끝을 찍었다고 행복하다기보다, 그걸 찍기 위해 계속 답을 찾는 것이 재밌어요. 벽에서 몸의 균형을 맞추는 자세를 찾고, 끝을 가기 위한 움직임을 찾는 과정이 좋아요. 예술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것 같아요. 공연은 추상적인 행위이고 공연을 마치고 나면 정답이 없으니 평가를 하는 것도 어려운데, 암벽은 시작과 끝이 있어요. 그 끝을 가는 방법은 다양하구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교육이라는 말보다 ‘알아차리는’ 감각을 공유하는 과정을 보낸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아 헤어진 후 사전을 찾아보았다. ‘낌새를 미리 알다, 짐작하다, 이해하다, 눈치채다’ 등 알아차린다는 말은 단순히 ‘아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누군가에게 듣거나, 책을 읽어서 아는 것이 아닌 관심을 기울이고 천천히 살펴 가며, 그들 속에서 경험해야, 진정으로 ‘아는 것’이 된다는 말이다. 어쩌면 ‘새로움’은 다른 곳에 가서 특별한 것을 보고 읽는 것을 넘어, 지금 나를 둘러싼 것을 방어하거나 피하지 않고, 한 발 더 다가가 살피고, 말을 건네는 ‘깨어서 접촉’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