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어들
- 생애주기 문화예술교육, 다양한 삶의 서사를 담은
- 백령
- 2023.07.28
지지봄봄 37호
-조난의 계절에 필요한 힘
언어들 #생애주기
생애주기 문화예술교육,
생애주기 문화예술교육,
다양한 삶의 서사를 담은
백령
들어가며
문화예술교육은 문화, 예술의 접근성과 고유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주체를 발굴하고 통합적 경험과 참여를 독려하는 교육으로 출발하였다. 스스로와 주변을 관찰하고 개인적 혹은 사회적 이슈를 탐구하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 공감하는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예술의 경험을 통해 감수성,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고 공감을 향상하는 예술과 교육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변화를 기대하였다. 학교 교육과정의 장르별 구분과 기량 중심 예술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예술의 근본적 가치에 다가가기 위해, 교과뿐 아니라 예술가가 학교와 연계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변화를 시작으로 출발하였다. 더불어 사회 영역에서 취약 계층(노인, 장애인, 군대, 보호관찰소 수형자와 교도소 재소자, 다문화 여성 및 가족, 지역아동센터 등)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이후 문화예술교육은 교육과정과의 연계를 비롯해 주 5일제에 따른 토요문화학교, 예술꽃 씨앗학교, 예술 정거장, 꿈의 오케스트라, 예술 치유, 꿈의 무용 등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내용과 방법으로 대상자를 확장하였다. 프로그램 지원 역시 인력과 공간 지원으로, 다시 프로그램 지원으로의 변화를 거쳐 4차 산업사회와 이후 과학 및 기술과 연계하는 콘텐츠 개발과 기존 우수 프로그램 확산으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COVID-19 이후 몸과 마음, 사회성의 회복, 과학 기술과의 융·복합, 생애주기별 등의 주제로 대상과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새로운 목적과 방향이 출현하거나 사업이 확장될 때마다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개념, 전략과 세부적인 구현 방법은 물론 인력 개발 등에 대한 논의가 함께 진행되어 왔다. 2023년의 방향과 주제어는 무엇이고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처음부터 문화예술교육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 (2004)을 시작으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중장기 전략’ (2007),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한 초중등 예술교육 활성화 기본 방안’ (2010),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 계획’ (2014),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2018∼2022’ (2018)와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2023∼2027’ (2023)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은 “누구나, 더 가까이, 더 깊게 누리는 K-문화예술교육”을 비전으로 차별 없이 자유롭게 누리는 문화예술교육, 공정한 문화예술교육 접근 기회 보장, 짜임새 있는 문화예술교육지원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에 누구나, 더 가까이, 더 깊게 라는 추진 전략으로 하고 있다. 까지 6차례의 전환 시기를 거치고 있다. 각 정책은 주체,비전, 목표, 중점 과제(추진 전략)를 제시하였다. 1999년 예술 강사 도입을 시작으로 본다면 지난 20여 년 문화예술교육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논의는 총체적으로 정량적 자료를 조사, 분류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과 함께 이들 계획 출발의 근거(왜)와 궁극적 지향점(무엇), 이를 위한 추진의 변화(어떻게)를 검토하는 것도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관점에서의 담론을 통해 정책의 의의와 가치를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문화예술 빈곤의 대물림을 멈추겠다’는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선언적 출발을 알린 문화예술교육은 하향식 문화 민주화에서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가 되는 21세기의 상향식 문화 민주주의로 가는 역량을 기르는 변화를 근간으로 하였다. 삶의 질,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개선과 양적 확대, 사회문화예술교육의 다양화 및 기회 확대, 문화예술교육 가치 및 방향, 공감대 형성,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반 여건 마련 등의 2004년 목표는 20여 년이 지난 오늘도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이 중 ‘사회문화예술교육의 다양화 및 기회 확대’는 주제인 ‘생애주기’와 연계하여 논의될 수 있다. 처음부터 문화예술교육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예술의 장르나 사회문화적 담론, 과학과 기술, 미디어 등의 이슈나 매체가 아닌 사람의 기본권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살아가기 위한 역량으로 문화예술의 접근(권), 양질의 경험 제공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적 신념은 예술의 근본적인 가치와 더불어 문화예술교육이 추구하는 가치라 할 수 있다. 문화, 예술, 교육을 바라보는 것보다 사람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은 초기에 국민복권기금으로 지원되었기에 사회문화예술교육의 경우 사업 대상이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집중되었다. 군대, 노인, 장애인, 보호관찰소 수형자, 다문화 가족, 지역아동센터 아동 등 일반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접근이 쉽지 않은 소외 계층 혹은 취약계층을 특정하여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였고, 양질의 문화예술 접근과 경험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예술의 접근권, 예술가와 함께하는 예술 경험이었다. 사회적 취약계층 대상 문화예술교육이 대표 사업으로 고착되는 것을 우려하여 일반 시민으로의 확장을 위한 예산과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이와 더불어 일반 시민으로의 확장 관련 연구와 시범 사업이 진행되었다. 일반 시민으로 확장을 논의하는 시점에서 평생교육과의 협업 혹은 변별력을 위한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자 노력하였다. 그 과정에서 생애주기별 교육의 필요성과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이들의 삶과 예술을 접목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새로운 참여자 발굴과 생애주기별, 생애 전환, 세대별 등에 대한 통합적 관점과 맥락에서의 논의가 진행되었다.
문화예술교육과 생애주기, 사람의 이야기와 서사가 필요하다.
표현 및 소통과 공감, 감각, 놀이, 감수성, 다양성, 상상력과 창의력, 공동체, 회복과 치유 등의 목표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와 활동이 결합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유기적 모습과 지향하는 가치를 새롭게 생각하는 시점이다. 생애주기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으로부터 생각되어야 하는가, 그 실마리를 찾는 것은 예술가 혹은 단체 고유의 변별력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만드는 첫 단추가 된다. 어느 때보다 삶의 방식과 사고, 표현,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기록하고 소통하는 모든 것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매체와의 결합으로 언어와 표현의 변화는 모두를 놀라게 한다. 개개인의 생각과 표현, 감성뿐 아니라 예술가들의 작업 역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양하게 전이하고 있다.이제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이슈를 발굴하고 예술과 만나는 경험을 기획·실행하는 이들이 ‘생애주기’를 부각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예술교육은 사람과 예술이 만나는 기회로 예술만큼, 그 이상으로 사람의 이야기와 서사가 필요하다. 생애주기를 마치 교육과정 내에서 연령을 기준으로 학년을 나누듯, 혹은 20세기 초부터 활용되고 있는 단계적 생애주기 분류체계(영유아-아동 청소년-청년-중장년-노인)로 구분하고 있다면 이제까지와 변별력 없는 또 다른 표준화된 기성품의 문화예술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신체, 인지와 심리 발달을 근거로 한 분류로는 더는 변별력 있는 맞춤형 문화예술교육이 될 수 없다. 또한 문화예술의 보편적 효과성을 기반으로 개인별 과정과 결과의 차이점에 의지하여 유사한 프로그램을 생애 전반에 제공하는 것도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제고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프로그램은 생애 전반에 걸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하고 다소 낭만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것도 위험하다.
생애주기와 만나는 예술교육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지 않으면, 문화예술교육의 핵심인 사람의 서사와 이야기가 상실될 것이다. 주도적이고 자신감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이 아니라 오히려 ‘영구적 학생(perpetual student)’, 교육의 대상으로 남게 된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고 연구하는 것이 숙제로 남게 된다. 이 사안은 정책, 사업 주관 기관이 정책과 사업 구성의 유연성과 순환구조를 제공하고 기획자와 예술가의 창의적 사고와 결합하여 다양한 해결책을 기대할 수 있다. 켄 로빈슨을 비롯한 미래지향적 교육의 변화를 옹호하던 이들은 오래전부터 공교육 안에서의 단계별 발달론적 접근의 한계와 대안적 방안을 이야기하였다. 사회 진입에 필요한 역량 계발과 연령에 적절한 발달을 위한 교육과정과는 조금 다르게 주제를 찾는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언어적으로 단순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보단 관점을 바꿔 사람과 사람, 삶의 방식과 양식 안에서 새로운 주제를 찾고 예술과 결합하는 과정과 결과에 관한 접근을 찾아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고유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고유성이 문화예술교육을 ‘누구나’와 만나게 하는 새로운 힘이 될 것이다.
장르의 선택이나 과정 혹은 지향하는 목표, 차시별 학습안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으로 도약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 출발의 근거가 되는 동시대적 담론이 필요하다. 사람에 관한 관심의 중요성을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사람에 관한 관심과 이해가 부재한 경우, 문화예술교육은 그 중심을 잃는다. 문화예술교육이 연령만큼이나 경험과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다면 기획자나 예술가는 참여자에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참여자에 집중하고 사회 속 문화예술과의 접점을 찾아 교육으로 기획하는 것을 강조하지 않으면 문화예술교육은 장르 예술과 일련의 행위인 프로그램만 남게 된다. 사람과 참여자의 서사를 성실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특히 COVID-19로 인한 거리두기와 격리로부터의 회복, 생태와 기후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 거버넌스, 환경 등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담론이 추상화하고 거시적 이야기에서 맴돌지 않았으면 한다. 현장과 사람의 서사가 지난 3년간 사회 전반에 걸친 빠른 속도의 변화 속에서 놓쳐져선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한 문화, 예술, 교육이 연계되는 현안을 찾고 이를 사람의 관점에서 결합하는 전략적 기획이 요구된다.
나가며
문화예술교육이 정책이기에 운영의 효율성과 성과는 중요하다. 정부마다 문화예술교육의 중심에 두고자 하는 가치는 다양하다.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어는 “누구나”일 것이다. ‘누구나’는 더 많은 이들이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의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제한된 공급 속에서 더 많은 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기획에는 문화예술교육 구성 요소들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생애주기’는 발달론적 접근이 아니라 삶을 다양한 맥락과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보다 좀 더 깊이 있게 머리, 가슴, 몸이 스스로 존재와 삶을 표현하는 힘을 얻게 되는 문화예술교육을 기대한다.- 백령
-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문화예술교육 관련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대학원에서 강의하며 교육 관련 글을 쓰고 있다.
youngbai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