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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지,김두경, 최나윤
  • 2024.12.05

지지봄봄 42호

-만남의 문법들

지금우리는

‘학교 밖’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김미지(남양주시 꿈드림센터), 김두경, 최나윤(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사업 담당자는 교육대상자에 관한 이해가 충분한가? 담당자들은 끊임없이 곱씹는다. 지금 말하는 담당자는 문화재단에 국한하지 않는다. 여기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나는 방법을 고민하는 세 명의 어른이 있다.

김미지 남양주시 꿈드림센터 선생님의 글은 박스표기됩니다.
김두경 아동·청소년 사업 담당자의 글은 청록색으로 표기됩니다.
최나윤 비평웹진 지지봄봄 담당자의 글은 기울임체로 표기됩니다.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새로운 사업에서 새로운 담당자가 새로운 대상을 만났다. 아동·청소년 사업 담당자인 나는 영화, 책, 논문 따위를 찾아보며 ‘학교 밖’ 사업을 공부하고 있다. 담당자로서 학교 밖 친구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자기진단 아래 더 많은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11월 중순, 어느 학교 밖 센터의 성장발표회 행사에 간 적 있다. 담당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울고 웃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검정고시, 자격증 등 참고서가 쌓인 센터들도 있었다. 여행책, 소설, 비소설을 막론하고 아이들의 자아 형성을 북돋을만한 서적들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 사례들은 고무적이었다. 나에게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현실적인 필드 리서치였다. 다양한 경험을 선택한 친구들. 그들만의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 나는 그 친구들을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꿈드림센터로 모이게 될까? 어떤 방법과 과정을 통해서 꿈드림 센터에 적응할까? 그리고 어떻게 꿈드림센터 선생님들과 관계를 형성할까? 나는 친구들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모든 게 막막했다. ‘정규 교육 과정’이 당연했던 세대에서 학교 밖 청소년이라 함은 부적응에 관한 내용이 먼저 거론된다. 그러나 직접 만나본 아이들은 순수했다. 되려 그들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학교를 벗어난 후 느끼는 막막함과 불안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우리는 미래의 불안에 짓눌린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할 방법, 어떻게 하면 이 친구들을 잘 지원해서 사회인으로 성장시킬지 고민했다.
아이들은 센터를 자발적으로 찾지 않는 이상 센터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그래서 처음엔 관심 분야부터 조금씩 파악한다.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여기 낯설지? 여기는 학교랑은 다른 곳이고 한 번씩 어딘가 가고 싶을 때 놀러 오는 곳이야. 아무것도 안 해도 좋아. 여기서 맛있는 것도 먹고 얼굴도 보러 오면 좋겠어.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곳이야. 그냥 와도 돼. 너의 마음을 다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난 너에게 관심이 있어.” 이따금 따로 연락도 한다. “어떻게 지내? 오늘은 늦게 일어났어? 그렇구나. 그날 어땠어? 요새 친구들이 이런 걸 하더라고. 기회가 되면 나중에 같이 하자.” 그렇게 관심을 보이다 보면 “안 나갈 거예요, 못해요, 힘들어요.” 하다가 “저 이런 거 관심 있어요”라며 툭 꺼낼 때가 있다. 그럼 슬쩍 말해본다. “우리 그런 거 하는데 어때? 다른 친구들하고 꼭 얘기할 필요도 없고 남들하고 친해질 필요도 없어. 그냥 와서 편하게 하고 싶은 거 하면 돼. 중간에 가도 돼.” 그렇게 부담 없이 접근하다 보면 아이들이 점차 센터로 모인다.

2. 각자의 책임 혹은 욕심

‘지지봄봄’에서 학교 밖 친구들에 대한 글을 싣는다고 했을 때 걱정했다. 학교 밖 청소년 친구들에 대한 선입견이 많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조차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친구들에 대한 정보나 이야기를 공유하며 외부 사람들이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친구들을 바라볼 기회라는 개인적인 욕심도 들었다.
 
흩어진 아이들을 어떻게 모았는가? 가장 큰 계기는 아이들의 내적 동기에 있다. 선생님도 주기적으로 연락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지금은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 센터에 가서 뭔가를 할 때야.’라고 생각할 때 센터에 나온다. 아이들의 욕구가 센터의 프로그램과 잘 맞물리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학습 멘토링을 할 때도 공동의 목표 외에 개인 목표를 따로 정해준다. 사소할지라도 선생님의 관심, 칭찬, 지지가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 ‘나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네.’, ‘누군가에게 호의적인 말을 들었네.’에서 시작한 마음은 ‘못해도 뭐라고 하지 않네.’, ‘센터라는 곳에 한 번 나와도 괜찮네.’로 이어진다.
센터 안에서도 흐름이 변한다. 예전에는 비슷한 방향으로 가려는 혹은 진로를 거의 생각해 보지 않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먼저 제시하면 아이들이 따라오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에게도 명확한 목표가 있다. 센터도 아이들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다만 예산이나 인력 등 부족한 점이 많다. 문화예술 활동도 마찬가지다. 문화예술은 학교 밖 청소년에게 치유와 성장의 도구가 된다. 그러나 문화적 인프라가 적어 서울로 나가서 체험하는 게 부지기수이다. 아이들의 욕구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도 센터 안, 관내에서의 자원 연계가 쉽지 않다. 센터의 제한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3. 말이라는 혼란 속에서

학교 밖 센터에서는 진학 대신 진로를, 과목 대신 지원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앞서 언급한 어느 꿈드림센터의 성장발표회 행사에 방문했을 때, 담당 선생님의 졸업식 기념사가 생각난다. “‘학교 밖’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그날, 퇴근길에 수많은 잡념과 책임의 무게가 느껴졌다. 청소년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그들을 되레 나눈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날 이후, 학교 밖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마음 한편에 제안하고 싶은 시도로 남아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친구들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한 고민이었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과 글로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항상 조심스럽다. 실무자로서 한 번씩 혼란스럽다. 센터에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오면 나도 모르게 이야기하곤 한다. “저희 청소년들이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기도 해서….” 센터의 분위기를 이해시키기 위한 말들 사이로 편견을 심은 건 아닐까? ‘우리 친구들도 같은 똑같은 청소년’이라고 외치면서 막상 외부의 누군가에게는 설명하게 된다. 아이러니하다.
‘학교 밖 청소년’. 같은 청소년인데 왜 경계를 나누어 얘기할까? 법률적 명칭이 그러하니 어긋난 편견을 준다. 사람들은 학교를 꼭 다녀야 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곳을 나오면 ‘밖’의 존재가 된다. 테두리는 누가 정했을 거며,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안과 밖을 나눈 건지, 씁쓸하다. 아무리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다지만 결국 용어에는 기존의 보수적인 시선이 들어있다.


4. 더 따뜻한 곳으로

내가 만난 꿈드림센터 청소년은 말솜씨가 뛰어났다. 수줍지만 내면이 단단했다. 아침잠은 많지만, 새벽까지 글을 썼다. 스스로 할 일을 잘 찾아서 했다. 센터 친구들이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불리게 된 데에는 성인이자 사업 담당자인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지닌 에너지를 다듬거나, 표현하거나 혹은 확장할 수 있는 사업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담당자로서의 주요한 일이지 않을까. 나아가 학교 밖 용어를 대체할 수 있는 멋진 단어 제안해 보기! 아마 남은 12월도 분주한 일정이 될 것이다.
 
‘왜’라는 물음표를 달고 일했다. 지금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지만, 무뎌지고 지나친 부분들이 있다.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 이 친구들을 만나고 지원하고 ‘비평 웹진’에 우리의 이야기를 싣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도록 기다리고 지켜보는 게 꿈드림센터의 존재 이유다. 다행히 남양주시의 변함없는 지원으로 아이들 각자의 필요에 맞는 도움을 주며 함께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학교 밖 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은 여전히 높다. ‘중도탈락자’, ‘문제아’라는 꼬리표가 아직도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예산도 공간도 더 필요하다. 올해는 경기문화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힙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평소라면 아이들이 이런 걸 좋아하지, 생각만 했을 것이다.
문화재단에서 아동·청소년 예술교육 프로그램 지원이 많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앞으로 비용과 접근성 측면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재단과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당사자성이 중요한 이슈에 당사자를 제외한 세 명의 어른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실어야 할까? 놓친 부분은 없을까? 성찰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꺼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성찰하게 된 계기, 무엇을 반성하는지의 그 ‘무엇’이다.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이는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사용하는 어른들이 견뎌야 할 무게다. 앞으로도 이 비평 웹진이 지금처럼 고민하고, 반성하고, 엎고, 머뭇대나, 거침없길 소망한다.

김미지
남양주시꿈드림센터에서 청소년이 건강하게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동행하는 김미지입니다.
김두경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사회 구조 내에서 Re-디자인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나윤
안에서는 문화예술 행정을 하고, 밖에서는 문화예술을 즐기러 다닙니다. 문화예술에 둘러싸인 삶이 꿈이었는데 얼추 비슷해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