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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과 지원 안에서 문화예술교육 담론을 찾아서
  • 백령 _경희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대표
  • 2015.11.12
15호 곁봄 | 칼럼
정책과 지원 안에서 문화예술교육 담론을 찾아서
백령 / 경희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대표
 
들어가며
 최근에는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법과 제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역할, 지역 전달체계, 예술강사와 노조, 지원사업, 평가, 연구, 연수 등 문화예술교육과 연관된 단어들도 인터넷 검색창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연간 1,200억이 넘는 예산, 5,000여명의 예술강사, 셀 수도 없을 만큼 세분화된 사업, 효과와 사회적 영향, 성과와 발전 방안 연구 등 급속도로 확산, 성장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갑자기 낯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생경한 느낌, 문화예술교육의 정체성, 맥락적 의미, 사회적 가치, 근간이 되는 이론과 방법, 정책, 평가와 운영 체계 등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정책으로 출발된 문화예술교육의 근간
 “문화예술교육”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물에서였다. 1980년대부터 미래 학자들은 21세기를 정보와 서비스의 시대로 정의하고 사회, 경제, 기술, 산업 등 많은 영역에서 삶의 방식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측하였다. 미래 학자들은 미래를 보다 창의적이고 기술과 매체를 활용하는 사회, 삶과 사회 전반의 질이 향상되며 문화적으로 미적 가치와 감성적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로 발전하는 모습으로 전망했다.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 필요한 기술과 능력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전 국민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해 오고 있다. 현재 사회와 미래 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자질과 능력이 무엇인지 연구하여 제시하고 국민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이 창조경제를 준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시대를 준비하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은 각각 ‘창의 영국’(Creative Britain)과 ‘창의 미국’(Creative America)이라는 정책 문서를 통해 미래 산업으로 진로를 준비하는 인력들의 역량 계발을 위해 교육과 정보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창의 영국’과 ‘창의 미국’에 따르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미래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핵심 가치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창의 영국’과 ‘창의 미국’의 영향을 받아 출현한 것이 ‘창의 한국’과 ‘예술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창의 한국’에서 언급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은 다양한 지원사업의 로드맵과 액션 플랜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정책적 지향과 실행의 과정이 있었다면 실천 전략은 문화교육과 예술교육으로 구분되어 논의되었다. 문화교육과 관련된 대표적 논의는 관련 이슈에 대해 학자, 시민운동가, 교사, 작가 등의 생각을 선집(選集 anthology)의 형태로 발표한 ‘이제, 문화교육이다’를 들 수 있다. 이 선집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교육개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면서 문화교육을 교육개혁의 새로운 지도이념으로 소개하였다. 문해력을 기반으로 한 문화교육의 도전과 과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고 있었다. 예술교육에 관한 논의는 새로운 시도의 예술교육을 논했던 ‘예술교육이 미래를 연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예술교육의 실행에 필요한 이론과 방법을 제시하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기대와 변화를 촉구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정부 주도 하에 나온 ‘문화예술교육 정착과 활성화 방안’ 등 관련 연구물이 지속적으로 출간되었다. 
 
 이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출범과 함께 새로운 예술교육의 구현을 위해 폭넓은 시도와 모색 속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교육 사례를 비롯해 교육 철학, 이론, 방법 등이 소개되었다. 2005년 나온 ‘문화예술교육 드넓은 바다를 서핑하다’는 문화예술교육의 현장과 키워드, 교사 연구모임, 지원정책, 시범사업의 리뷰, 강사풀제, 지역 소생과 공간 등을 소개하였다.   또한 지원사업의 운영과 확산을 위해 발도르프 교육, 레지오 에밀리에, 몬테소리, 달크로즈, 오르프 슐베르크, 코다이 등을 비롯해 자크 랑시에르, 파우로 프레이리, 얼 쇼리스, 존 듀이, 맥신 그린 등과 같은 철학자들의 이론과 바흐친의 ‘카니발 페다고지’ 등이 예술교육의 새로운 접근으로 논의되었다. 이들 철학자들과 이론들은 공교육에 대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던 이들에 의해 개별 학생을 고려한 전인적 성장과 감각 교육의 일환으로써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이냐?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다룬 ‘문화예술교육의 철학적 지평’과  경기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 교안 모임집’의 발간은 문화예술교육의 철학과 현장을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외에도 사업 결과물, 심포지엄 자료집 등이 문화예술교육을 확산시키고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발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에도
 언급한 것과 같이 문화예술교육은 지속적 확산과 확장 속에서 사업의 당위성을 마련하고  국외 사례와 운영 및 사업 체계 등을 소개하는 보고서와 책 등이 제작, 보급돼 왔으나 문화예술교육의 개념과 근간에 대한 궁금증의 해소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듯하다. 문화예술교육이 지원사업의 한계를 넘어 개인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이상과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현 단계에서 한번쯤 고민하였으면 하는 이슈들을 소개하고 앞으로 이에 관한 풍성한 토론과 논의를 기대한다. 
 
 현재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학교와 사회로 구분되어 있으나 둘의 구분은 환경과 여건의 구분이지 철학과 이론, 방법의 구분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다.  예술의 창발적 사고, 다양한 영역과 연계되고 접목되는 전문성을 기반의 예술적 가치와 양질의 교육, 이에 대한 경제적, 물리적, 심리적 접근의 장애를 없애는 것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지향하고있다. 그러나 이 두 가치를 학교와 사회에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와 사회는 예술과 교육에 대한 서로 다른 성찰과 접근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택과 조직이 중요하다. 예술과 교육의 어떤 요소를 선택하여 맥락과 상황에 맞는 구조를 조직하느냐의 문제이다. 
 
 예술 경험은 자신의 가치와 존엄을 인식하고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의 공유, 관계 맺기 등에 참여하게 한다. 예술과 문화의 경험이 전인적 성장, 인지력 증진, 상상력과 창의적 잠재력 계발에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예술 활동은 개인의 지식 습득과 이해력 발달,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 향상, 자기 표현력 증진,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의 목표를 지향하는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예술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 계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지식’에서 ‘역량’으로 세계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지식의 획득과 활용, 기술의 개발과 활용이 중요하였으나, 21세기의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인지적 측면과 비인지적 측면을 아우르는 종합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핵심 역량을 갖추는 것이 미래 사회에서 개인의 성공적인 삶과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담론이 필요한 문화예술교육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변별력 있는 접근과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사회적 인식으로 정리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오늘날의 문화예술교육은 학교, 사회 그 어디에도 담론이나 철학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문화예술교육은 사업, 성과, 계약, 노동, 분쟁 등으로 존재한다. 자본주의적 접근의 예술의 도구화를 수용하여 21세기의 경쟁력 있는 인력 육성을 위한 예술교육으로서의 위상도 정립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예술교육은 지역과 사회의 이슈가 있어야 한다. 단지 경제적으로 빈곤하다하여 예술교육에 동원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역의 슬럼화, 도심의 낙후, 지역의 범죄율 급증 등 구체적 이슈와 문제가 있을 때 예술을 통해 이에 대한 문화적이고 인간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국외의 많은 사례 속에서 증명되고 있다. 특정 이슈나 문제가 없이 단지 문화소외지역, 노령화 지역이라는 이유에서 지원되는 예술교육의 효과나 사회적 영향을 도출하는 것의 의미에 대한 의문을 떨칠 수 없다. 
 
 학교와 사회의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의미나 효과를 과학적, 사회적으로 도출하기 어려운 이유는 학교나 사회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충분한 담론이 형성되지 않은 채 지원 사업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지원 사업의 당위성은 거시적 통계자료와 구체적이지 않고 선언적이며 때론 공허하게까지 들리는 문구들로 채워져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담론은 시대적, 지역적, 상황적 이슈에 대해 유연하면서 근거가 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근간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축척된 담론은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충돌과 문제를 해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언제부턴가 멈춰진 문화예술교육 관련 담론 의 조성을 위한 토론과 논의의 시간이 오기를 기대한다. 
 

 

나오며
 처음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설렘이 있었다. 예술을 대상화하여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 경험을 통해 인간의 삶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고 사회의 변화를 기대하는 기회로서의 예술 교육에 대한 설렘이었다. 이제는 지난 10년의 문화예술교육을 되돌아보며 설렘, 기대, 희망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주소를 확인할 때 해결해야 할 논점과 쟁점을 도출할 수 있고 논점과 쟁점을 해결할 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문화예술교육이 당면한 논점과 쟁점은 문화예술교육사, 예술강사 노조, 평가와 심의 등이며 이들은 문화예술교육의 근원적이고 원론적 쟁점 또는 논점과는 거리가 멀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문화예술교육의 실행을 담보하는 정교한 철학적, 이론적 근거가 있다면 이러한 쟁점들로 인해 누군가 마음을 다치는 일이 생기거나 혹은 이런 쟁점들이 본질에서 멀어진 것들로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이 신기루가 아니라 사회 발달의 동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해 활발한 토론과 논의가 진행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생기고  그 과정 속에서 풍성한 담론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