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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여기 너머의 이야기에 몰입 할 수 있는 배움
  • 손채수 _초암교육예술연구소장
  • 2016.12.27
20호 곁봄 | 칼럼
지금, 여기 너머의 이야기에 몰입 할 수 있는 배움
 
손채수 / 초암교육예술연구소장
  교육예술은 예술을 통한 교육, 예술로서의 교육을 일컫는 것으로 예술적 교수학습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교육예술은 지식 습득 중심의 학습이 아니라 인간의 조화로운 발달에 목적을 둔 과정 중심의 학습이다. 교육예술로 수업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배움의 과정에서 어린이가 호기심을 자극받고 앎의 즐거움, 깨달음의 기쁨을 느끼게 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내면에 힘이 생기도록 촉진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교육예술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문화를 즐기고 예술을 사랑하며, 그 안에 깃든 정신적 힘을 깨우침으로써 습득된 지식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문화의 창조로 나아가게 하는 안받침이 되어준다. 교육예술은 교수·학습자 모두를 더 나은 존재, 더 아름다운 삶으로 안내한다.
 

 
  교육예술연구소 ‘초암’에서 십년 동안 개발한 150차시 프로그램 (문명당 15차시, 차시당 3시간 교육)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原)문명”은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춤을 통해 그 시절 그 문명을 추체험하게 하여 그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공감하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금, 여기 너머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原)문명”은 인류가 축척해온 지혜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原)문명”은 거대사(Big History)의 가운데 토막이다. 
 
  지구가 생성된 후 46억 년의 시간이 흘렀다. 생명이 이 지구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 35억 년 전이라 한다. 바다에서 시작한 지구에서의 생명 생성과 발달은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로 진화하며 이 지구별 위에 다채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별 생명은 종 다양성이 풍부하다. 인류도 예외가 아니다. 24종의 호미닌(Hominins)이 있었으며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종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매우 특별한 존재다. 스스로 여타 동물과 변별되는 문명을 지구 곳곳에 건설하였다.
 
  진화의 역사를 탐구하다 보면 지구별에서 사는 우리 모두가 공통의 기원과 공유된 운명을 가진 존재임을 알게 된다. 서로가 갖고 있는 수많은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본질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통일된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이 확장된 지구시민의 일원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초암교육예술연구소에서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原)문명”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동기와 과정을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문명교육 프로그램을 예를 들어가며 밝힌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큰 규모의 세계를 연결시키는 인식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는 것은 약 10세,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다. 이 시기에 어린이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 세계에 대해 호기심과 관심을 드러낸다. 이 시기에 접하는 선입관이나 섣부른 개념은 무의식에 자리 잡기 때문에 나중에 정정하려 해도 이미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과 관련하여 앞으로 전(全) 지구적으로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야 할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보다 자유롭고 열린, 편견 없는 시각을 갖기를 바랐다. 그래서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통한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애정 어린 눈길과 인류 문명의 공동 진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문명 프로그램 개발 과정은 각 문명에 관한 정확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기에, 우선적으로 문명 관련 자료부터 구했다. 당시의 고대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쓰였다. 
 
  수업 구상의 핵심은 눈에 보이는 것 이전에 그 문명을 이루고 있는 정신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였다. 다양한 주제들이 아이디어 스케치 방식으로 나왔다. 그것들을 수업 환경에 적용 가능한 것과 의미로 전달해야 할 것으로 구분하였다. 그 과정에서 선별된 것이 신상, 문자, 숫자, 신화, 종교, 서사시, 법전이었다. 그것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치하고, 차시별로 배분하여 어린이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예술 활동 수업을 설계하였다. 그리고 다중지능 계발에도 세심한 배려를 하였다. 각 주제는 어린이들에게 먼저 문제 던지기를 행한 후에 차시별로 예술적 교수학습법으로 녹여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수업에 쓰이는 재료는 친환경적인 소재로 한다. 어린이들의 자연 탐구 지능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은 수업에 사용되어지는 재료이다. 재료는 보이지 않는 의미 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며, 수업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수업에는 되도록 천연 재료를 사용하였다. 그 시대 사람들이 사용하던 재료로 그 당시 사람들처럼 해보는 것이다. 그 과정은 모두 손으로 하는 작업이다. 재료를 만지면서 몰입하는 동안 어린이들은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는 여러 가능성을 스스로 이끌어내게 된다. 마음을 한 주제에 모은 상태에서 시간을 잊고 집중하여 한 가지에만 몰두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거다 하는 답을 스스로 찾아내며 짜릿한 기쁨을 맛보게 된다. 
 
  둘째, 게임의 방식을 이용할 경우 어린이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며 답을 찾아가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수업에서 게임의 방식을 사용하게 되면 점수를 주고 그것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게 된다. 그러면 어린이들끼리 경쟁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이 수업에선 교사가 어린이들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어린이들이 저마다 답하게 된다. 어린이들 저마다의 생각은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생각의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다양한 생각을 접한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스스로 덧붙이거나 수정해가면서 함께 답을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 친화 지능이 향상되며, 마지막으로 정답에 도달하였을 때 어린이들은 지적 여행의 동행에서 보물을 찾은 듯 함께 답에 도달한 것에 대해 서로를 존중하며 자랑스러워하게 된다.
 
  셋째, 과정을 통해 자신과 타인과의 연관성, 지구적 연관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한다. 수업 과정을 함께 협동하며 해나가면서 어린이들은 스스로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인식하게 된다. 또한 나의 생각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각자 나름의 생각과 경험, 판단이 있음을 인식하게 되고 서로의 생각을 이어가면서 사고가 확장되는 공통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서로간의 깊은 연관성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지금, 여기 너머의 문명을 접하면서 제기되는 본질적인 질문들이 어린이들 개개인이 던지는 바로 그 문제와 유사함을 깨닫고, 함께 생각해보고 만들고 몰입하면서 지구적 연관성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넷째, 모든 활동은 스스로 하나하나 터득해가도록 교사는 힌트만 제시하고 나머지 부분은 스스로 이끌어내도록 한다. 이 수업은 협동학습이면서 자기주도적 학습이다. 어린이들 각자의 능력과 특성의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를 보완하면서 플러스알파를 끄집어내는 수업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사의 주의 깊은 배려와 인도가 매우 중요하다. 어린이들이 주제와 다른 부분으로 치우쳐갈 때 적절하게 본래의 중심으로 향할 수 있도록 교사는 수업의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한다. 또한 교사는 어린이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신 어린이들 내면의 깊은 곳에서 지식과 합쳐진 플러스알파, 즉 지혜로의 변용을 가져올 수 있도록 적절한 힌트로 이끌어주어야 한다.

 

  문명 체험 수업에서 첫째로 주안점을 둔 것은 ‘문제 던지기’ 이다. ‘문제 던지기’는 어린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촉발시키며, 수업에 대한 희미한 이미지를 형성해 준다. 이것을 시작으로 하여 질문과 답을 이어가면서 점점 주제에 접근하게 된다. 그러면서 전체 이야기와 오늘의 주제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스스로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이해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지식은 외우거나 암기할 필요 없이 저절로 축적된다.
 
  두 번째로 주안점을 둔 것은 ‘되어보기’이다. 어린이들의 체험은 매우 중요하다. 생생한 체험은 말을 넘어선 그 무엇을 경험해본 이에게 깨우쳐준다. 그것은 또한 프로그램이 의도하는 주제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과정 그 자체이기도 하다.
 
  셋째는 당시에 대한 정확한 고증을 토대로 한 ‘해보기’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책과 자료, 그리고 지도 등을 구해서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보기’에 대한 정확한 실습을 위해 사료들을 바탕으로 이런 저런 다양한 방식의 시도가 행해졌다.
 
  네 번째는 ‘연관성 찾기’이다. 우리는 어린이들이 문명의 발달과 흐름을 전체로서 이해하기를 바랐다. 분절된 한 민족의 역사, 문명이 아니라 지금은 전혀 느낄 수 없는 먼 과거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현재와 연결되며 이어져 있다는 사실, 즉 전체성과 연관성을 프로그램의 진행 중에 어린이들이 느낌으로써 자신과 주변으로 확산되는 모든 것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기를 바랐다.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原)문명” 교육 프로그램은 인류 10대 문명 발생지의 고대 문화를 예술을 매개로 하여 체득하도록 하는 수업이다. 또한 그 가운데 어린이들에게 인간이 세운 문명의 생성 과정을 보여주고, 한 단계 한 단계 인간의 정신이 발달해온 과정을 추체험을 통해 깨닫도록 해준다. 어린이들로 하여금 지금, 여기 너머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고대의 삶과 연결시키며, 그 문명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이르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는 어린이들이 확장된 큰 시야로 인류 문명에 대한 깊은 이해의 지점으로 나아가고, 미래의 지구적 문제들에 대해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인식의 밑바탕을 만들어주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