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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생학으로 본 공동체의 의미
  • 강철형 _동양의학연구가
  • 2016.10.24
19호 곁봄 | 소칼럼
발생학으로 본 공동체의 의미
 
강철형 / 동양의학연구가

 

공동체를 만들다

 
 

 

 

  정자와 난자가 합쳐져 수정란이 되면 부지런히 분열하다가 어느 정도 숫자가 되고 갑자기 모든 배아가 벽으로 붙으면서 공간을 만든다. 이렇게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것은 ‘공간의 확보’에서 시작된다.
 
*배아 : 접합체가 한번 이상 세포분열을 하기 시작한 시기부터 하나의 완전한 개체가 되기 전까지의 발생 초기 단계
 
 
 


 

 
  공간을 확보한 배아는 계속 분열하면서 한곳으로 집중하는데, 그 집중된 힘을 이용하여 자궁벽으로 밀려들어간다. 이때까지는 모두가 동일한 세포이다. 집중되어 있던 세포들은 자궁벽으로 침투하면서 최초의 변신을 시도하여 그 성질이 바뀐다. 이것이 바로 다핵영양세포이다. 
  
  이는 서로의 세포막을 없애고 하나의 세포로 변신하는 것인데, 이때 각자의 핵으로 존재하던 세포들이 합쳐져 하나의 세포가 됨으로써 거대한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배아가 배엽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영양이 필요한데 다핵영양세포는 엄마의 자궁벽에서 모세혈관과 자궁샘으로부터 흡수한 영양을 배아로 공급함으로써 비로소 배엽으로 발달할 수 있게 한다. 
 
*배엽 : 다세포 동물의 발생 초기의 배체(胚體)에 형성되는 장래 특정조직(기관)을 만들어내는 세포층
 
 
  문화예술교육을 논하는 비평 웹진에서 동양의학연구가가 생명과학에 대한 서문으로 글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지봄봄 19호의 주제인 공동체와 발생학은 아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공동체는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여덟으로 나누어지는 과정이다. 하나가 전체의 부속품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이렇게 삶을 살다 그냥 갈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그 뜻을 나누고 나누어 동지로 모이는 것이 공동체이다. 
 
  또한 공동체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중첩된 시간을 공간이라고 할 때 아무리 동지가 많아도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 시간을 장악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무력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공동체는 다중심이 되는 것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공간만 있다면 여럿이 하나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많아진다. 다핵영양세포처럼 각자가 서로의 막을 제거하고 다핵세포가 되면, 하나로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막강한 능력을 확보한다. 배아가 온전한 하나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언가 홀로 중심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하나가 되는 작업이다. 
 
  많은 사람이 공동체를 꿈꾸었지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실패 사례의 다양한 이유를 파악하고 그것을 기반 삼아 성공에 이르는 많은 대안이 있겠지만, 먼저 인간의 근원적 의미가 깃들어 있는 배아세포의 생명성로부터 배울 일이다.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고 나면 한곳으로 몰려있던 세포들이 두 층의 배아판으로 정렬을 한다. 이 때 두 번째 세포 변신이 일어난다. 즉, 위층의 배아판은 태아의 몸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아래층 배아판은 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세포들의 역할은 장차 사람이 되고 삶을 마칠 때까지 계속된다. 
 
  ‘이렇게 생명성은 지속되는 것이구나. 삶이라는 것은 이렇게 '역할을 나누는 것'이구나’ 다시한번 깨닫는다.
 
 
 
건강한 공동체
 

 

  몸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세포 간의 무선 통신이고 또 하나는 뇌로부터 온몸에 퍼져 있는 신경이다. 
 
  사람의 몸은 60조 개에서 100조 개의 세포 분열로 만들어졌으며 그들 간의 무선 신호로 소통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 결과로 밝혀졌다. 또 MRI 기술의 발달로 인체의 모든 세포를 연결하는 신경망의 존재가 알려졌다. 이 신경망은 근육과 장부의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무선 통신이 있는데 왜 또 유선 통신이 필요할까? 그것은 인체의 면역 체계 때문이다. 사람은 하늘과 땅의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살아가며, 하늘의 에너지 중 하나인 빛에너지는 눈을 통해 뇌로 흡수된다. 뇌의 중앙에는 '송과선(pineal gland)'이란 곳이 있어 이곳에서 빛을 흡수하였다가 빛이 없는 밤에 면역 체계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호르몬의 역할이다.
 
*세레토닌 : 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기능하는 화학물질 중 하나
*멜라토닌 : 송과선에서 생성,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밤과 낮의 길이나 계절에 따른 일조시간의 변화 등과 같은 광주기를 감지하여 생식활동의 일주성, 연주성 등 생체리듬에 관여. 
 
  모든 세포들이 휴식을 취하는 그 시간에 면역 세포들은 온몸을 돌아다닌다. 손상되거나 변형된 DNA를 회복시키고 독성 물질들을 중화하며, 피로 물질을 에너지 물질로 전환시키는 일을 한다. 곤히 잠들어 있는 세포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무선 통신을 끄고 유선 통신망을 가동하는 것이다.
 
  이렇듯 다중심이여야 하는 공동체 생활에서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심이 있다. 그것은 '몸과 마음이 상한' 사람이다. 사람의 인체도 성장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반드시 몸속에 상한 세포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은 어디든 ‘상한 사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다른 모든 세포가 잠들었을 때에도 상한 세포를 돌보는 면역 체계가 작동되듯, 공동체적 삶의 우선순위 역시 상한 사람을 회복시키는 일에 두어야 할 것이다. 
 
  병든 부모조차 돌볼 시간 없이 살아가는 이 시대, 부디 상한 사람이 공동체적 삶의 중심이 되는 아름다운 다중심 공동체 사회로 거듭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