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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미자 _진접문화의집 관장
  • 2016.08.16
18호 곁봄 | 칼럼
동네를 바꾸는 〈나와유〉 축제와 생활문화예술활동
 
조미자 / 진접문화의집 관장

 ‘생활문화’라는 단어가 봇물 터지듯이 주변에 넘쳐 나면서 남양주시 진접문화의집의 〈나와유〉가 많이 유명해졌다. 

 
  2000년 9월, 인구수 4만여 명의 전형적인 도농 복합도시 진접읍에 ‘생활 속 문화체험 공간’이란 모토를 간판에 걸고 진접문화의집은 문을 열었다. 
 
  읍사무소가 새로운 건물로 신축 이전되고, 그곳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어진 문화의집은 현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활문화센터처럼 전국에 200여 곳이 조성되었고, 문화 공간이 전무했던 진접에 문화의집의 등장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특히, 어린 자녀에 대한 교육적 관심이 큰 부모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문화의집의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서는 3개월마다 새로이 접수를 해야 하는데, 워낙 경쟁이 치열한지라 전날 밤부터 엄마에게 내몰려 밤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빠들을 아침 출근길에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또 어떤 회원은 아침 일찍 아이와 함께 줄을 서서 대기표를 받고는 30분 뒤 있을 접수를 기다리다가, 막간에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접수가 어렵게 되는 바람에 울고불고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교육 중심의 프로그램이 운영의 주였지만, 이제 멀리 나가지 않고 가까이서 원하는 강좌를 들을 수 있게 된 부모들의 관심과 참여는 최고조에 이르렀고 과열된 참여는 자칫 극성스러워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후 진접은 5만 가구의 신도시가 조성되며 인구 10만을 바라보는 마을로 변화되었다. 늘어난 인구만큼이나 많은 대형 마트가 들어서게 되었고, 그곳에는 대부분 좋은 시설의 환경을 갖춘 문화센터가 함께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큰 대형 마트가 생겨나도 재래의 5일장을 고집하며 애정을 이어가는 주민들이 있듯이 문화의집에는 아날로그의 따뜻함이 있다면서 문화의집을 떠나지 않는 회원들이 점차 생겨났고, 점차 그들과의 관계도 두터워지기 시작했다. 
 
  공동의 장소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나는 일들이 잦아지고, 함께 모여 수다도 떨면서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이도 한데 어울리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줌마들의 즐거운 일상인 수다가 잠재된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입증이나 하듯, 자주 만나 웃고 떠드는 가운데 문화의집은 교육 강좌 중심의 운영에서 주민 참여와 주민 자발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곁들여지며 이전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주민 기획 프로그램으로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때를 맞춰 〈나와유〉는 문화의집 회원과 동네 청소년들이 함께 5년 전 진행한 “구르는 예술” 속에서 탄생되었다. 그 프로그램의 마지막 활동은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기획하여 펼치는 마을 축제였는데 그 축제를 〈나와유〉로 이름 지었던 것이다. 그 다음해 5월 5일부터는 해마다 문화의집 공간에서 펼쳐졌던 체험, 공연, 전시 등의 어린이날 행사를 이제는 마을 속으로 들어가 판을 좀 키워 보자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의견이 모아졌다. 
  어린이날이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비슷한 고민을 한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 되든 ‘의무방어’를 치러야 하는 날이지만, 이날 어딘가를 가는 것은 교통체증에 시달릴 각오와 함께 만만치 않은 비용을 각오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자원봉사를 자처하면서 주체적으로 펼친 축제가 바로 공식적인 〈나와유〉의 시초였던 것이다. 문화의집과 함께 축제를 만드는 별도의 준비 모임 이름도 〈나와유〉로 지었다. ‘나’와 ‘유’에 의해 만들어지는 〈나와유〉가 된 것이다. 축제 이름을 짓고, 로고도 만들며, 우리는 타이트하진 않았지만 공동체란 단어를 몸소 체험하고 실천하며 축제를 준비해 나갔다. 
 
  같은 색 티셔츠를 함께 맞춰 입고, 이른 아침부터 축제장으로 변한 마을 공원에 나와 마을축제를 준비하는 회원들에게 이제 마을은 단순히 주거 공간들의 집적소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함께 참여하는 동안 마을을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마음을 채우고,  이제는 낯선 이웃에게도 함께 놀자는 권유의 말도 쉽게 할 수 있는 용감함도 드러낸다. 
 
  비록 힘들긴 하지만 나의 이웃 사람들과 우리 아이들이 함께 북적거리는 그곳에서 느끼는 벅차고 즐거운 기분은, 이제껏 마을에서 살면서 느꼈던 그 어떤 기분 좋은 추억보다 값진 것이었다고 고백하는 회원이 늘어간다. 
 
  그리고 그해 깊어가는 가을, 또다시 우리는 마을에서 〈나와유〉를 펼쳤다. 그동안 문화의집에서는 처음 문을 열었던 때를 기념하며 일 년에 한번 평소 배운 다양한 장르의 일상 속 생활문화 프로그램을 가지고 모든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뽐내며 즐기던 지속적인 행사가 있었는데, 그것 또한 마을 속으로 들어가서 펼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일 년에 한 번도 힘든데 두 번씩이나? 그러나 이미 어린이날 축제에서 많은 이웃들과의 교감으로 즐거웠던 우리들은 더 이상의 어떤 겁도 내지 않는다. 축제의 장소 역시 문화의집 앞마당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가을 〈나와유〉는 “부침개 축제”라 이름을 붙여 주었다. 오래전부터 부침개는 우리 서민들의 흔하디흔한 대표적인 공동체 음식이다. 좋은 일이 있을 때나 궂은 일이 있을 때나 빠지지 않고 우리 상에 자리 잡고 있는 부침개는, 특히나 ‘나누는 음식’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어 축제의 소재로 매우 적절하였다. 저마다 준비해온 부침개 재료를 열심히 부쳐 내면서 축제장을 찾아온 마을 주민들에게 호기롭게 “한턱 쏘는” 것이다. 이날 축제장을 찾아와 부침개를 시식하는 주민들에게는 맛상과 멋상을 뽑아 달라는 투표 용지가 들려진다. 마을 상가와 단체에서 축제를 위해 흔쾌히 내어준 상품들의 일부를, 부침개를 마련해 나온 이들을 위한 작은 재미로 제공하고 지속적인 참여의 즐거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만든 이벤트이다. 그러나 준비해 온 부침개 재료들을 보면 단지 상품에 마음을 뺏겨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만큼의 수고가 엿보인다. 첫해 ○○초등학교 자모회는 무려 20킬로그램의 재료를 준비해와 통 큰 인심을 자랑하더니 역시나 1등 맛상을 받았고, 그 받은 전기밥솥은 학교에 기증하며 다시 한 번 모두를 즐겁게 해주다. 
 

 

 

  마을이 있고 당신이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로 모두가 함께 만드는 우리의 〈나와유〉 부침개 축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침개를 나누는 더 많은 이유들을 자꾸만 찾아내고 싶어 한다. 아이가 대학에 진학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남편이 승진했다는 축하 받을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 주민들이 마을 주민들에게 한턱 쏘고 기분 좋은 축하를 받자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 낙방한 자녀를 둔 부모, 명퇴한 실직 남편이 있는 마을의 어느 가족은 이 축제를 보며 더욱 슬퍼지지 않겠느냐는 또 다른 설득력 있는 의견도 나왔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어느 광고의 문구처럼 행복한 마을에서 이웃과 함께 즐거운 마을살이 하고 싶다고 하는 마음의 중심만 기억하자는 쪽으로 정리되어졌다.
 
  부침개를 부치는 이들은 주로 문화의집 동아리, 마을의 단체, 온라인 카페, 개인 그리고 상가 등 마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다. 부침개를 부치는 자리 한편에는 자신들을 홍보하는 공간을 마련하여 소개하기도 하고 새로운 회원을 모집하기도 하는 기회로 삼기도 하는데 아직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아 온 일반 주민들의 관심이 마트의 무료 시식 코너인 양 펼쳐 놓은 각양각색의 부침개들에게만 온통 쏟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침개로 축제에 참가하는 이들은 그것을 불평하지 않는다. 어떤 부침개로 마을에 한턱 쏠까를 고민하며 함께 준비하던 시간이 즐겁고, 앞 다퉈가며 준비해온 부침개를 먹는 주민들을 보며 갖게 되는 흥겨움만으로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족한 모두의 축제이다. 그것으로 족한 〈나와유〉니까. 
 

 
  〈나와유〉는 말 그대로 ‘I & YOU’(나와 너)이고, ‘나와서 함께 놀자’는 의미 또한 담고 있다. 이 〈나와유〉가 있어 이사 가기가 주저된다는 회원들도 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사를 계획하다가도 다른 어느 마을에 가서 이렇게 이웃들과 즐겁게 놀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대단히 거창한 신념과 목표를 가진 견고한 공동체는 아니지만 적어도 외롭지 않은 노후의 삶이 〈나와유〉를 통해서 다져지리라는 것에 동감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편리한 도시적 환경을 가진 곳만이 좋은 마을이라는 등식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파트 평당 가격에 따라 ‘좋은 동네’ ‘나쁜 동네’로 구분된다는 몹쓸 이야기도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멀어지고 있다. 자신이 사는 바로 그곳에서 즐겁고 따뜻하고 외롭지 않다면 그곳이야말로 삶의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동네라고 믿는 우리 〈나와유〉들. 
 
  축제를 통해 즐거움을 나누고 일상에서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남’에서 ‘우리’로 변모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기쁨으로 누리는 우리의 〈나와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이들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축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우리들의 축제. 
 
  〈나와유〉는 많은 예산을 들여가며 축제 전문가들이 머리 싸매고 만든 탁상 축제가 아니다. 일상의 기쁨과 즐거움, 먹거리와 공연으로 함께하며 ‘우리’를 만들어가는 소박한 축제이다. 하지만 그 축제가 개개인의 삶을 바꾸며 그동안 조금은 멀고 낯설게만 느껴지던 ‘공동체’와 ‘마을’이라는 삶의 중심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 주고 있다.
 
  문화의집에서는 지속적인 공동체성을 다지고 나누는 프로그램이 항상 끊이지 않는다. 서로를 알기 위한 만남의 시간도 정기적으로 만들고 함께 모여 밥상도 나누며, 각자의 현실 속에서 모두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오늘 당신은 행복한가? 현재는 지금 나의 선택과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지금 이 순간 조금 더 행복하고 싶다면 우리 마을 〈나와유〉에서 따뜻하고 진한 오늘의 행복을 한번 맛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