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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일상의 결을 쫓아 간 3년
  • 진현희 _마포문화재단 교육문화 팀장
  • 2016.05.26
17호 곁봄 | 칼럼
청소년 일상의 결을 쫓아 간 3년
진현희 / 마포문화재단 교육문화 팀장

 

들어가며
 
 2013년 어느 가을 날, 부천 청개구리 밥상에 다니던 마포의 한 문화예술교육 단체가 물었다. 마포에서도 거리청소년을 위한 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거리청소년을 위한 사업이 문화재단에서 다루어야 할 과제인지, 또한 실행 한다면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거리청소년 실태에 대한 각종 자료를 살폈다. 
 매년 경찰에 신고 되는 가출청소년 수는 무려 2만여 명에 달한다. 심지어 신고조차 되지 않는 청소년 또한 상당수로 추정된다. 범죄의 피해자로 또는 가해자로 드러나지 않는 한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거리청소년의 숫자보다 원인이다. 청소년들이 집을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가정폭력과 불화이고 학업중단의 원인 1위가 학교 부적응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교통사고도 아니고 질병도 아니고 자살이다. 멀쩡히 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청소년 또한 잠재적으로 위기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고, 무한경쟁, 각자도생의 시대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십대들이 많으니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는 결론을 내렸다. 
 
 2013년 겨울, <경계청소년 관심자 모임>을 시작으로 경계청소년의 오늘을 살피고 내일을 준비하는 <키다리아저씨 네트워크>를 조직했다. 그리고 2014년 5월부터 <경계청소년 문화돌봄 프로젝트 - 체인지 업(體仁智 業)>이 시작되었다.
 

 

<이미지 1 키다리아저씨 네트워크 발대식>
 
 
 
첫 해,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집과 학교에서 지친 청소년들에게 의도가 선하다는 이유만으로 ‘해야 하는 무엇’을 강요할 자신이 없었다. 청소년 '스스로 오고 싶고 속하고 싶은 무엇’을 만들고 싶었다. 어른들의 교육적 관점에서 '근사한 무엇'은 접어두고, 가능한 A부터 Z까지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출발하고자 했다. 그렇게 시작한 <체인지 업> 첫 사업은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홍익대학교의 어느 카페 한 곳을 통째로 빌려 매월 둘째 주 수요일 <10대들의 궁금한 파티>를 여는 것이었다.
 
 궁금한 파티 1부는 각자가 원하는 워크숍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내맘대로 워크숍 파티>였다. 2부는 모두 함께 모여 고민상담도 하고 예술감상도 하는 <스페셜 쇼쇼쇼>로 구성되었다. 1, 2부를 구성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흥미있어하는 것을 중심으로 최대한 다양한 경험치를 제공하고자 했고, 경계청소년들에게 애정과 책임을 느끼는 예술가를 발굴하는 것에 집중했다. 워크숍의 내용은 젬베, 디자인, 매듭, 타로 상담, 악세서리, 요리 등이 있었고, 스타일 변신 프로젝트로 메이크업, 네일 케어, 천연 화장품, 캐리커처 워크숍도 진행했다. MC프라임의 진행으로 고민상담 토크콘서트와 감독과 함께하는 만화영화 이야기, 인디밴드, 서커스, 연극놀이, 힙합과 비보잉 공연이 2부를 채웠다.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궁금한 파티를 열어 청소년들에게 제공되는 공간, 장식물, 안내문, 간식에도 정성과 애정을 담고자 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않고 파티에 있고 싶은 이들을 위해 쉴 수 있는 편안한 쇼파도 배치했다. 
 
 
<이미지 2 궁금한 파티 포스터>
 
<이미지 3. 궁금한 파티 전경>
 
 
 2014년 5월부터 12월까지 8번의 파티가 열렸고 232명의 청소년이 다녀갔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가출 청소년이나 학교 밖 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일반 청소년도 문화예술 감상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파티를 방문해 준 청소년 복지기관 관계자들은 월 단위 주기가 너무 길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청소년들과 파티 참여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를 만나느냐가 더 중요한 청소년들도 많았다. 전반적인 청소년의 문화예술 노출빈도를 높이는 것, 접근성과 관계성을 강화하는 것을 숙제로 안고 그렇게 첫 사업은 마무리되었다.
 
 
둘째 해, 청소년 일상에서 일정 시간을 확보하다.
 
 많은 청소년이 대부분의 낮 시간을 보내는 곳은 학교이다. 팀에서는 학교 자체를 홍익대학교 버스킹 거리처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물리적 여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거점 학교 한 곳을 정하고, 학교 내에서 가능한  선에서 다양한 문화향유 활동을 제공하기로 했다. 작년부터 하던 궁금한 파티는 유지한 채 2015년에는 <스쿨 체인지 업>을 추가하여 진행한 것이다.
 
 거점학교에서 제일 처음 한 일은 <체인지 업> 프로젝트를 함께 할 청소년 서포터즈를 조직하는 일이었다. 2015년 4월, 8명의 수다쟁이 친구들과 만나 일년 간 학교에서 진행될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궁금한 서포터즈> 친구들은 마지막 축제 때까지 불쑥불쑥 나타나 보조교사로, 진행자로, 호응 유도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두 번째 실행은 <궁금한 게릴라 이벤트>였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대략 1시간 동안 아프리카 타악, 인디공연, 국악, 마술쇼, 드로잉쇼, 인디밴드 공연, 브라질 쌈바, 힙합댄스를 릴레이로 선보였다. 게릴라 이벤트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예상치 못한 문화적 사건을 만들어주고 싶어 기획되었다. 아이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고, 앙케이트 조사에서도 게릴라 이벤트에 대한 호응이 가장 높았다. 
 
 이어 7월에는 하교 길에 자리를 펴고 문화예술로 학교와 관계 맺기를 위한 <궁금한 에코캠프>를 열었다. 학교 1층 로비에서는 청소년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예술 워크숍들과 야외에는 학교에 옷을 입히고, 글씨를 새기는 에코워크숍들을 준비했다. 
 
 서포터즈부터 게릴라이벤트, 그리고 에코캠프까지, 거점학교에서의 1학기 활동은 모두 동아리 조성을 위한 발돋움이자 포석이었다. 이 과정은 첫해부터 지키고 싶었던 원칙인 청소년이 자발적인 활동을 돕기 위함이었다. 
 
 2015년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무언가를 스스로 기획하고 싶어하는 청소년’을 그려보았다. 에코캠프에는 거점학교 학생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와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함께 참여하여 총 6개의 <궁금한 동아리>가 꾸려졌다. 학교 곳곳의 틈을 이용하여 나의 메시지를 남기는 ‘틈에 말 걸다’, 일상의 사물에 바퀴를 달아 아날로그 게임을 개발하는 ‘사물 올림픽’, 다양한 매듭법을 배워 프리마켓에 나가고 싶어하는 ‘매듭공예’, 심장 소리를 닮은 젬베에 매료된 ‘꿈꾸는 소리’, 아프리카 댄스를 추며 청춘을 불사르고 싶은 ‘바투카다 댄스’ 그리고 브라질 퍼커션을 하며 퍼포먼스가 있는 공연을 하고 싶어하는 ‘바투카다’ 까지! 드디어 10월, 궁금한 동아리가 기획한 워크숍과 전시, 놀이, 공연이 펼쳐지는 궁금한 파티가 개최되었다. 
 
 
<이미지 4 게릴라 이벤트>
 
 
<이미지 5. 설치미술 동아리>
 
 
 
 거점학교의 궁금한 동아리에 참여한 청소년의 대부분이 학교 부적응, 복지대상자 또는 학교 밖 청소년이었다. 학교 안에서 프로젝트를 결합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교사의 도움이었다. 교사가 직접 발벗고 도와주니 경계청소년 발굴이 용이했다. 동시에 교사들을 위한 예술 프로젝트도 동반되어야 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체인지 업으로 이루어지는 청소년 문화예술 활동의 대부분은 기존의 정형화 된 틀을 깨거나 자신의 내면을 예술적 언어로 자유롭게 꺼내는 방식인데, 그런 예술교육을 경험해보지 못한 교사(기존 성인)들은 아이들에게 다시 정갈하고 표준적인 표현을 요구하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셋째 해, 청소년 일상에서 일정 공간과 시간을 점유하다.
 
 2015년 <체인지 업> 사업을 되돌아보며 ‘학교에서 무언가를 계속 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의 고민이 생겼다. 그래서 2016년 <스쿨 체인지업>에서는 청소년 문화아지트를 조성하는 문화디자인 동아리 운영부터 시작했다. 문화디자인 동아리가 점차 분화되고 진화, 확대되기를 바란다. 또 자신들만의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을 넘어 또래친구들에게 문화적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주체로 성장해 나가길 희망한다. 
 
 더하여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한 <키다리아저씨 네트워크> 참여기관들은 하반기에 공동사업으로 대형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 하기로 했다. 어떤 프로젝트로 구체화 될지 아직 의문이지만 서로 의기투합하는 과정 자체가 흐뭇하다. 정기적으로 만나며 자연스레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두 기관이 연계하여 한 아이를 돌보는 장면을 바라보며 <키다리아저씨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보람을 느낀다.
 
 
<이미지 6 문화디자인팀>
 
 
<이미지 7. 청소년 기획단>
 
 
 
나오며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움에서 '어떤 전시물이 관객에게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끌어내는가'에 대해 2년간 연구한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계획된 전시물’과 ‘참여자 완성형 전시물’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연구 결과, ‘계획된 전시물’보다, 발문을 하고 답을 스스로 찾는 ‘참여자 완성형 전시물’에 대한 관객의 관심도가 훨씬 높았다.  
 
 <체인지 업> 사업은 매번 여러 단체와 작가들과 함께 몇 달에 걸쳐 기획회의를 한다. 또한 참여자의 입장에서 사전 시뮬레이션을 지속한다. 그렇게 구성된 사업계획서에는 목표와 전략, 방향, 구성요소만 있고 세부적인 교안은 없다. 기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필요하면 공연도 하고, 축제도 하고, 캠프도 한다. 세부내용은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청소년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성취할 수 있도록 작가와 전문가가 조력자로 참여한다. 
 
 참여자를 한 번도 만나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세부내용을 정해놓은 답안지(교안)을 가지고 진도를 나가는 방식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의 발상이다.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대부분이 공급자 중심일 수 밖에 없는 프로세스이다. 문화예술교육이 결국 참여자를 위한 것이라면 현행 정책사업 실행방식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