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문화 재단
  •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이미지입니다.
  • 가봄
  • 교육은 삶에서 스스로 터득하는 것_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 김수연 _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 2016.06.03
17호 가봄 | 현장스케치
교육은 삶에서 스스로 터득하는 것_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김수연(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방문일 : 2016년 5월 24일

장   소 : 충남 홍성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방문자 : 김보성(편집장), 전지영(센터장), 박아롬(담당자), 김수연(팀원)
 
 
안녕하세요?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김수연입니다. 
이번 지지봄봄 현장 스케치는 17호의 주제인 '삶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과 맞닿아 있는 
충남 홍성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방문기입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린 5월의 어느 화요일
김보성 편집장님과 함께 충남 홍성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 방문했습니다.

 

 

 


 

오랜 역사와 짙은 교육 철학이 있는 풀무농업고등기술고등학교. 
학교 안에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갑니다.


 


 

건물에 들어가자 맨 처음 눈에 띄는 ‘더불어 사는 평민’이라는 교훈이 보입니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평민’이라는 단어의 참된 뜻은 무엇일까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그 아래 칠판에는 얼마 전 스승의 날 아이들이 적어 놓았다는 ‘선생님 고맙습니다’라는 문구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랜만에 분필로 눌러 쓴 글씨를 보니 학창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2층으로 올라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교장실인 ‘사랑방’을 찾았습니다.

 


 

학교에 방문하기 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 대한 소식을 신문기사와 글로 접하며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대안학교와는 다르게 '농업'을 소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참 독특하고 새로웠습니다. 
 
오홍섭 교장 선생님을 만나 뵙고 풀무농업기술학교의 역사와 오리 무농약 농법의 탄생 배경 
그리고 그에 엮긴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동안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 대해 생각했던 많은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더하여 1958년 개교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교육 철학과 
더불어 사는 평민의 의미를 전지영 센터장님은 조심스레 먼저 여쭤보았습니다. 
 
 
“선생님 평민의 의미성은 무엇일까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설립정신은 오산학교에서 비롯됩니다. 
오산학교는 1907년에 건립되었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선비, 평민, 노비라는 계층이 존재했던 시대였습니다. 
또한 나라의 인구 비중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평민이 나라의 근본이었으며, 
따라서 평민은 중요하며, 그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오홍섭 교장 선생님의 답변을 듣고 난 후 전지영 센터장님 또 질문을 하십니다.
 
 
“그렇다면 그런 평민에게 가르치는 교육이란 무엇일까요?”
 
 
센터장님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한 문장으로 말씀을 시작하십니다.
 
 
“‘교육은 삶이다.'라는 것입니다.
살아가기 위한 모든 것들을 총체적으로 배우는 것 자체가 교육이며 
입시 공부가 아닌 스스로 생산하고 재배하여 자기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듣고 삶 자체가 교육이며, 삶에서 스스로 터득하고 그 배움으로 생활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1994년 '교육을 삶이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기숙사 이름도 ‘생활관’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학생들은 삶으로서의 교육을 통해 주체적으로 학교생활을 일궈나가고 있었습니다. 
학교 기자재 수리부터 환경미화, 이불개기, 빨래, 설거지 등을 학생 스스로가 합니다.
 
오홍섭 교장 선생님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와 마을의 긴밀함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인간이 사회 안에 존재하는 이상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며, 그 공동체 안에서 주체적인 삶을 삽니다. 
졸업한 학생들은 지금까지도 마을과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주며 살아갑니다.”
 
 
오홍섭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삶으로서의 교육을 통해 생산하고 실천하기 때문에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마을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학교 인근 홍동면 마을에 설립된 ‘홍동밝맑도서관’과 ‘풀무학교생활협동조합’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졸업생들이 관리 운영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학생들은 주체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며 지역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수업 과정은 정규 교과 수업에 더하여 전반적으로 '농사'를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3년 동안 아이들은
1학년 학생들은 채소 농작을 
2학년은 화예 조경을 
3학년은 축산과 벼농사를 배웁니다.
 
수업 방법 역시 교사가 학습의 대주제를 제시하면 학생 스스로가 협동 학습을 통해 소주제를 정하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며 결과를 만들어 나갑니다. 
이때 교사는 주도자가 아닌 조력자로 학생들을 돕는다고 합니다.
 
 
오홍섭 교장선생님의 생생하고 자세한 설명 덕분에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학생들의 흥미진진한 학교생활이 눈앞에 훤히 그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방에서 학교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학교의 곳곳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계단 벽면 게시판에는 학생들이 직접 쓰고, 오리고, 붙인 게시글로 가득 메워져있었습니다.


 


 

교실, 강당, 외부 벽에도 학생들이 직접 쓰고 꾸민 규칙 카드와 생활에 필요한 안내 글이 가득합니다.
 
강당 한쪽 벽면에 학생들이 손글씨로 빼곡히 채워진 학교생활 건의문을 읽어보니

개인보다 공동체를 위하는 참되고 바른 학생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이곳저곳 둘러보니 학교 내 새로운 문을 열 때마다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강당 옆 ‘풀무글마루(도서실)’로 이동합니다.


 


 

풀무글마루에 들어서자 보이는 독서카드 함, 
지금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 수기 작성 독서카드가 참 인상적입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는 하나부터 열까지 허투루 쓰는 것이 없고 모두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든 작품이 가득합니다.


 


 

이곳 풀무글마루에서 학생들은 동일한 책을 읽고 번갈아가면서 발표자를 정해 토론회를 한다고 합니다.

 

발표를 들은 학생들은 소감 그밖에 느낀 점을 글, 그림, 시 등으로 표현하며 무려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고 합니다.
학창시절 하기 싫은 독후감 숙제를 억지로 하며 힘들어했던 제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부끄러워집니다.  
 
창가에 붙어 있는 아이들의 개성 넘치는 소감문을 보니 감탄을 넘어 감동을 받고 더불어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지식을 담고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유하고 느끼고 풀어내는 ‘과정’을 소중히 여김을 느꼈습니다.


 


 

이제 동아리방, 목공 창작실, 음악실이 있는 건물로 이동합니다.


 


 

건물 사이를 이동하다 보니 학생들이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마음을 담아 부모님께 쓴 편지가 한가득입니다.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아이들이 직접 쓴 편지를 보고 우시는 분들도 많으셨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토론하고 이야기 꽃을 피우는 동아리방을 지나


 


 

목공 창작실에 가보니, 기존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창작실 환경에 창작의 원동력과 에너지가 샘솟습니다. 


 

 

학생들의 연구 작품으로 가득 찬 과학실 한 쪽에는 학생들이 쓰고 남은 종이를 재활용하는 정리함이 있습니다.  
마구 버려지는 자투리 종이를 재활용해서 쓰는 아이들의 마음이 참 예쁩니다. 


 


 

마음껏 노래하며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인 음악실을 들여다보니 많고 다양한 악기들이 있어 놀라며 질문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악기들은 학교에서 지원해 주신 건가요?”
 
“일부 지원은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가지고 온 악기들이고, 
음악 경연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스스로 필요한 악기를 구입합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학생들은 스스로 뭐든지 잘 하는 것 같아 대견함이 절로 느껴집니다. 


 


 

이제 점심시간인가 봅니다. 학생들은 하나둘씩 언덕길을 올라 급식소로 향합니다. 
올라가는 길에 마주친 학생들은 저희를 보며 “맑았습니다”라고 인사합니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학생들은 아침에는 "밝았습니다." 점심때는 "맑았습니다" 라고 인사를 합니다.
그러고 보니 비가 내리던 하늘이 점심시간이 되고서 정말 맑았습니다.


 


 

급식실을 지나 남학생들이 지내는 생활관으로 갑니다. 
풍경이 정말 예술입니다. 그 덕에 박아롬 선생님 사진이 마치 화보처럼 찍혔네요.


 


 

이렇게 학교를 둘러보고 나니 추상적으로 남아있던 '삶(생활)으로서의 교육'의 의미가 구체화됐습니다. 
 
또한 학교를 둘러보고 졸업생들이 운영을 한다던 ‘홍동밝맑도서관’과 ‘풀무학교생활협동조합’에 들러보니, 
학교와 마을이 참 닮았음을 느꼈습니다.
 
주체적으로 사는 삶.
억지로 채워지는 것이 아닌 자율에 맡겨 채워져 가는 삶. 
채워지는 것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으며, 
참다운 인간의 삶을 살도록 
교육으로부터 생활이 되고 
그것이 교육이라는 것.
 
삶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의 깊은 의미는 오래도록 생활 전반을 살펴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그 참된 깨달음을 얻지 못하나, 현시대는 너무나도 빠르고 무언가를 취하기 바쁜 삶이라 잠깐 들여다 보는 것조차 힘듭니다. 
 
그래도 이렇게 느긋하게 걸으며 비우고 채우는 삶의 미학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에 관한 뜻깊고 좋은 말씀 함께 나눌 수 있게 해주신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오홍섭 교장선생님과 김보성 편집장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