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곁봄
- 변화의 촉매제로서의 시민연극의 가치
- 김지연 _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 공동대표
- 201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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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이웃을 자신의 지역을, 사회를,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예술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다 바꿀 수는 없다. 깨어있는 의식이야말로 변화의 핵심이며, 예술은 바로 그 의식이 깨어나도록 돕는 것이다
- 토니 쿠시너(Tony Kushner)
강의를 시작할 때 처음에 많이 던지는 말이다. ‘왜 예술이라는 매개를 놓치 않고 살고자 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이고, 생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교육연극이 오늘날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이라는 교육현장에서 적용되면서 왜 다시 ‘기능교육’으로서 비춰지는가? 연극놀이는 웜업이 되고, 연극을 만드는 것은 예술을 연마한다는 단어로 재환원되고 있고, 그리고 참여자 중심의 배움과 소통이라는 과정이 참여자들에게 오락과 즐거움으로만 환원되고있는 작금의 현실이 답답하다. 그러면서 다양한 공간, 다양한 대상들과 문화예술교육으로서 연극을 적용하는 또다른 주체인 예술교육가, 연극강사, 교사들에게 모두가 하고자 했던 본연의 의미는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문화기획자로서 질문이 든다.
<영국 슈타이너 학교_교육은 예술이다 1부 중>
1990년대 연우무대 교사연극연수에서 출발하여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해마루, 어린이연극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아동청소년전문사과정등을 통해 Play Drama,. Drama in Education, Process Drama, Creative Drama, Theatre in Education 대한 다양한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교육연극에 대한 이해와 확산이 이루어진다. 한편 1998년 아우구스또 보알 워크숍은 교육연극계에서도 소통과 공유의 방식을 통한 인간 내적,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다루어야 하는 연극의 가치 추구 공감대가 확산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5년 프락시스의 ‘푸른 고래의 꿈’을 기점으로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실험하기 어려웠던 TIE, 포럼연극의 활동들은 교육연극 단체를 중심으로 문화재단. 교육청과 연계되면서 특정 이슈를 시민소통으로 풀어가는 고민들이 만들어진다.
또한, 2002년 연극강사풀제에서 출발한 지역, 학교문화예술교육은 학교, 지역아동센타를 통한 활동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되어 2007년 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 이관된 뒤부터는 학교예술강사를 넘어서 사회문화예술교육강사의 이름으로 보육원,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등의 활동으로 확대되었고, 이밖에도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 다양한 대상, 다양한 주제들의 문화예술교육활동 지원이 늘어나면서, 교육연극 활동을 핵심으로 두는 단체들의 설립과 기존 연극단체들의 교육활동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주요 화두처럼 떠오르는 것은 통합문화예술교육이다. 미술, 무용, 연극, 음악, 미디어등의 예술장르를 점차 탈장르적이고 통합된 형태로의 지향은 단순히 체험의 다양성 측면이 아닌, 지역사회와 구성원들의 이슈를 담아내기 위한 매개체로서의 예술의 활용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10년-15년사이에 문화예술교육으로서의 국내 교육연극 환경은 광범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은 줄고 문제의식은 감소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한다.
첫째, 차시별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제한성 그리고 1인 예술강사 중심의 활동 제약이 갖는 구조적 문제는 교육연극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 많아지지만, 20차시 이상의 교육과정, 연극발표, 1인 연극 강사제라는 고정된 틀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으로써 대상 중심의 문제의식을 갖기에 한계를 갖는다. 물론 이것이 예전의 연극발표를 위한 대본 설정과 연습중심의 활동까지는 아니지만, 관계맺기 - 즉흥극등 놀이 활동 - 이야기 찾기 - 대본 연습과 발표로 이어지는 구조의 틀, 그리고 참여자들을 관찰하고, 그들 스스로 배움의 동력들을 발견해 내기에 한계인 1인 강사제는 강사 중심의 프로그램을 시행하기에도 급급한 것이다.
<슈타이너 학교는 '인간 = 육체 + 정신 + 영혼' 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다.>
둘째, 연극 예술을 통해 이슈를 찾고자 하는 목적성의 부재이다.
전통적 무대연극과 다른 비전통적 연극예술의 접근에서 우리는 누구에게, 왜, 연극적 방법을 적용하려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살아있는가. 다양한 이슈들이 연극경험으로 만나는가. 혹은 만남에서 충분히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는가. 다시 되돌아 우리는 계몽적 훈계, 그리고 판타스틱한 결과만 보여주고 있지는 않은가. 이것이 과연 현실적 방향인가를 모색하고 있는가 돌아보자.
존듀이는 ‘경험으로서의 예술’에서 ‘예술의 성취는 평범한 일상생활, 살아있는 생명체와 공유하는 삶의 연계에서 나온다; 고 하였다. 이것은 교육연극의 매우 중요한 근간이 되었고, 이후 교육계, 연극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은 교과뿐 아닌 사회적 이슈들을 무대 배우가 아닌 참여자 중심에서 좀더 연극이라는 극적상황으로 직면하고 모색해가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활동들은 최근 들어 이 모두를 아우르는 시민연극(Applied Theatre)으로 명명되기도 한다.
시민연극의 용어를 정의 하면 “일반인들,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함께 배움과 성장을 얻어내고 결국은 나 개인의,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수 있는 연극” 이다.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시민연극 용어가 부상하는 그 안에 많은 교육자와 연구자들은 이 연극작업을 통해 ‘보다 건강한 지역사회 형성을 위해 연극이 다양한 공간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우구스또 보알이 이야기하는 “시민이 된다는 것은 그 사회 속에서 그냥 산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는 시민 연극 가치인 것이다.
셋째, 놀이성과 예술에 대한 오해, 과연 배움은 무엇인가?
연극에서 ‘놀이’란 단순 유희, 레크레이션이 아닌 극적체험이라는 과정으로써, 읽기와 듣기위주의 과거 교육에서 행동과 경험을 통해 학습 목적과 동기를 찾는 과정이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으로서의 ‘예술’이란 전문적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아닌, 앞에서 언급되었든 시민들이 자신의 일상 속 삶을 인식하고 그것을 표출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이 활발해지고 교육연극 활동가들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금의 교육연극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은 본질적 놀이와 예술이 살아나고 있지 않다.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만들어가는 연극활동은 TV매체의 개그와 신파에 묻히고, 무대 발표라는 결과에 묻히어 다양성과 동기를 상실하고 있다.
<교육은 최고 수준의 예술이다.>
진정한 ‘배움’이란 체험과 토론을 통해 문제를 보다 깊이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어야 하며, 배움의 과정은 이 능력을 키우는 것이며, 문화예술교육으로서의 교육연극 가치는 이 ‘배움’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극이 문화예술교육으로 사유되어야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이것은 위에서 잠시 언급되었든 다양한 세대, 대상, 공간을 만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으로서의 교육연극이 가져야 할 중요한 것은 시민연극으로서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첫째 ‘공동체의 이슈’를 찾는 일이다.
우리의 연극 활동이 벌어지는 공간(아동센터, 복지관, 지역공간, 교정시설등) 과 참여자들로 하여금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이슈와 사건등을 찾고 고민해야 한다. 예술이 촉매자가 되어 참여자들이 상황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목격하고, 직면하고, 해체 해보는 기회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공동체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둘째 변화하고자하는 욕구이며, 이를 통한 인식의 제고를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자신이 속한 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참여자들이 깊이 보고, 대안을 제시해 나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는 심리적 상처나 장벽들을 치유하는 것, 그리고 시사적인 담론들을 바판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 그리고 침묵하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이것이 연극으로 만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교육연극이, 교육매뉴얼이라는 틀에 묶여있을 때, 학교/기관의 발표성 연극에 묶여있을 때, 가르쳐야만 하는 교육에 메일 때, 교육연극이 지향하는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배움과 소통, 그리고 삶과 예술의 연계로서의 교육 가치 , 그리고 문화예술교육가치와 멀어질 것이다.
시민연극(Applied Theatre) : 국내에서 김병주(서울교육대학교 교수)가 필립테일러의 Applied Theatre를 '시민연극'의 용어로 번역하면서, 이때 '시민'이란 행정구역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서 나의 존재나 역할을 고민하는 개인'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가지는 주체로서의 시민을 이야기한다.
“일반인들,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함께 배움과 성장을 얻어내고 결국은 나 개인의,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수 있는 연극” : <시민연극을 이야기하다> 필립테일러 초청 심포지움 자료집, 프락시스, 2010, p64
<참고문헌>「시민연극」필립테일러 지음, 김병주 옮김. 청동거울, 2009
「시민연극을 이야기하다」 필립테일러 초청 심포지움 자료집, 프락시스, 2010
일러스트_프롬로즈 윤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