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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교육 10년, 다시 문화예술교육론을 생각한다!
  • 김보성 _성남문화재단 문화진흥국장
  • 2015.12.29
16호 곁봄 | 칼럼
문화예술교육 10년, 다시 문화예술교육론을 생각한다!
김보성 / 성남문화재단 문화진흥국장

 

1. 들어가며 
 
 2005년 12월 29일 제정·공포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을 기점으로 10년의 역사가 흘렀다. 314억원으로 시작된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은 현재 1300억원대로 늘어났고 많은 성과를 내고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청년실업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함께 문화예술교육론의 철학은 실종되고 예술강사제도가 마치 문화예술교육의 전체이듯 사업화되고 말았다는 지적이 많다.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학교 정규교과에 8개 예술강사가 파견되는 문화예술교육 사업이다.>
 

 필자 역시 초기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지역 현장의 요구를 토대로 지역 특성을 담은 문화예술교육 교과 개발연구 및 이를 잘 가르칠 강사인력을 발굴·양성하는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우선 활성화가 중요함을 강조했었다. 튼실한 사회문화예술교육 역량이 축적되어야 ‘학교문화예술교육’의 안정적인 지역공급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임을 인식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중앙에서 일방적인 인력양성계획을 수립하여 예술강사 인력을 양산하였다. 필자는 이 점에 대해서도 지역현장 수요와 무관하게 배출되는 예술강사 양성제도는 얼마안가서 예술강사 취로사업으로 문화예술교육사업이 왜곡될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려대로 예술강사들의 신분상의 불안정성과 낮은 처우 때문에 예술강사노조를 중심으로 사회적 갈등요소로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0년의 과정을 반추할 때 필자의 결론은, 지금 우리에게 적용할 문화예술교육론의 기초는 이미 10여 년 전에 충분히 연구되고 발표되었음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정책 또한 분명한 방향제시가 없지 않았다. 늘 문제는 정책과 사업을 운용하는 사람(조직)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2. 문화예술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필자는 2002년 12월 6일 문화예술계와 교육계 인사 1천295명의 일원으로 ‘21세기 문화교육운동 선언문’ 발표에 동참하였다. 이 선언문에서는 현재 ‘문화예술교육’으로 명명된 <문화교육>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오늘날은 과거와 달리 지식정보의 가뭄보다는 오히려 홍수가 문제가 되고 있어 지식과 정보의 단순한 획득과 주입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지식의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이며 창의성이다. 복합적인 인간능력을 단순화하는 현재의 관행을 극복하고, 지식교육∙인성교육∙예체능교육의 균형발달에 이바지하는 새로운 교육체계가 필요하다. 이 교육체계의 이념을 문화교육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여기에서 ‘문화’란 좁은 의미의 문화예술만이 아니라 신체적, 감성적, 윤리적, 지적 복합능력의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는 ‘삶의 방식’이자 ‘인류학적 문화다양성’ 등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필자는 당시 경기문화재단 기전문화대학장으로 경기도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사업을 총괄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바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①선조들의 오래된 지혜(old wisdom)가 농축된 전통문화를 자리삼고, ②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만들어주는 인문학을 이불삼아, ③그 속에 다양한 예술장르를 버무려서, ④생태노작의 실천과정을 덧붙여 만들어내는 통합교육과정이다."
 

<서로의 손을 잡으며 시작되는 문화예술교육> 

 
 
3. 문화예술교육이 왜 필요한가 – 다시 처음처럼!
 
 2003년 10월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가 수행한 ‘지역문화기반시설과 공교육 연계방안’ 연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의미와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다음의 내용이 여전히 울림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 인용해본다.
 ‘문화예술교육’의 개념 자체는 세 가지 수준에서 상이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최상위 범주로서 21세기 새 교육이념의 지평을 여는 차원, 둘째 발달단계에 따른 새 학제와 새 교육과정의 편성 및 교과영역들의 관계를 재조직화하는 원리의 차원, 셋째 개별 교과목의 내용의 재조직화 원칙의 차원이 그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은 곧 새 교육이념, 새 교육과정과 새 교과영역의 편성, 새 교과내용 편성의 기본 원리인 셈이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이 왜 필요한가는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1) 교육시스템의 대안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교과모델은 그동안 전교조의 개별 교과모임에서 오랫동안 추진해왔다. 개별교과 모임에서 발간한 대안교과서들은 현직 교사들이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것이고, 그 내용도 상당한 수준에 있다. 한편으로 개별 교사들 선에서 자신이 교육하고자 하는 교과내용과 교육방식에 대한 텍스트도 상당히 많이 축적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교과과정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연구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문화예술교육은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공교육에서의 예능교육과 다르다. 문화예술교육은 예능교육의 새로운 교육방향을 지시해주는 메타적인 언어이면서, 예능교육 교과가 갖고 있는 매체상의 기능적인 구분을 넘어서려는 통합교육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화예술교육은 현행 예능 교과목을 포함한 인문사회 교과목을 통합적으로 연결시킬 때 필요한 관점과 방법론들을 제시한다. 예컨대 언어를 영상미디어와 접목시키거나, 역사를 미술과 연결시키거나, 음악을 도시와 연결시키는 방식의 통합교육모델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이 그 통합적인 교육의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로, 문화예술교육이 대안적인 교과모델이 갖는 구체적인 실효성이 모두 해결할 수 없는 학교의 교육운영방식에 대한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은 통합적 관점과 방법론을 제시한다.>

 
 
3-2) 다중적 기능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의 교과모델은 막연하고 실효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먼저, 문화예술교육은 기존 교과목에 포함되지 않은 대중문화와 매체에 대한 교육을 구체화하고 강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물론 문화예술교육이 대중문화예술교육으로만 환원되어서는 안되지만,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장시간 접해 있는 청소년들의 수용에 적절한 교육적 기능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은 미디어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방향과 방법들을 기술할 수 있다. 
 
 둘째로, 문화예술교육 교과모델은 정규교과목을 학습하려는 교사들에게 자신의 영역에서 수업할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고, 문제의식들을 연결시키고 응용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정규교과목이 아닌 특별활동수업이나, 방과 후 수업활동에 적절한 교육 교재로 활용될 수 있다. 학교 동아리활동, 현장학습활동, 문화체험활동을 실시하는 데 있어 현직교사들에게 적절한 교육 지침서로 사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은 장기적으로는 윤리나 도덕교과목을 대체하는 대안교과목으로 제시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은 사실 특별하게 대상화되거나 제한적이지 않고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정규교과목으로 선정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러나 ‘영상과 미디어’, ‘미학과 예술’ 등의 포괄적인 정규 교과목의 신설은 문화예술교육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3-3) 통합교육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은 기본적으로 분절되어 있는 교과목들을 서로 교차시키고 통합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영역은 크게 보아 세 가지 층위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는, 감각교육이다. 가령 문자(언어), 소리, 이미지, 몸과 같은 감각을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교육이다. 기존의 교과목 중심의 예술교육이 문학, 미술, 음악, 체육, 공연예술과 같은 교과목을 개별적으로 학습하는 것에 그쳤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문화예술교육은 문학과 미술, 음악과 문학, 미술과 음악, 체육과 공연예술 교육을 서로 통합하여 다양한 실험들을 실시할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둘째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지식교육에 문화예술교육의 방법을 적용하여 통합적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가령 역사수업 시간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참관을 통해 특정시대의 예술과 생활사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고, 과학시간에 악기를 제작하게 하거나, 문학 시간에 연극공연을 위한 희곡창작 시간을 도입하여 문화예술교육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셋째로, 넓은 의미로 볼 때 미디어교육을 통해 매체와 사회, 매체와 주체 사이의 소통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영역을 갖는다. 가령 문학작품이나, 미술작품, 공연예술작품 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텔레비전, 비디오, 게임, 컴퓨터, 휴대폰 등 대중 정보통신 매체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용자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일상생활 속에서의 미디어 수용자 교육을 실용적으로 담당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다양한 매체들을 통합하는 교육사례들을 개발하면서 청소년들의 감수성의 변화를 실험해보는 의의를 갖는다. 문화예술교육은 교과목 간의 통합만이 아니라 교과목과 특별활동, 학교교육과 학교 밖의 교육을 통합하려는 기획을 가지고 있다. 
 
 
3-4) 감성교육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의 중요한 목적은 청소년들의 감성교육이다. 문화예술교육은 학교에서의 음악, 미술, 체육 교육 강화와 학교에서의 대중문화예술교육의 도입을 목적으로 하는 협의의 개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감각과 감성을 활성화하는 광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적 도구에 대한 연마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그 도구의 활용을 통한 개인의 자율적인 표현과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교육이다. 
 
 
4. 마무리
 
 문화예술교육론의 실천적 연구는 10여 년 전부터 여전히 유효하다. 법과 제도의 정비도 상당히 진전되었다. 다만 정책의 실천과정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이 실천되는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관련 교과개발과 인력발굴 및 양성 사업이 시작되어야 한다. 중앙과 광역단위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역할이어야 한다. 1997~1999년까지 시범사업 이후 일몰된 ‘기초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실험을 다시 장기적 관점에 기초해 실시되어야만 한다.
 

일러스트_프롬로즈 윤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