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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문화예술교육“정책”에게 “현장”의 답은 어떻게 전달될 수 있는가?
  • 이원재 _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 2015.11.17
15호 곁봄 | 비평
지역문화예술교육“정책”에게 “현장”의 답은 어떻게 전달될 수 있는가?
이원재 /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정책”은 공공의 적이 된지 오래다. 

 

 공공의 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책 이야기 그만하고 현장에 대해 이야기하자”,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지겹지도 않냐?”, “문화예술교육은 정책을 바꾼다고 변하지 않는다” 등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책 테이블에서 늘 등장하는 비판의 목소리다.
 대부분 맞는 이야기다. 문화예술교육은 물론 모든 영역에서 정책은 현장의 결과에 대한 제도적 반영이자, 현장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자, 삶 속의 이론과 상상을 현실계로 옮기기 위한 이행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책은 그 자체로는 목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바라보는 “정책”에는 많은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많은 부분이 정책의 오만함, 적확하게 말하면 행정의 정책 전문성 부족과 행정 편의주의에서 발생한 오류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역문화예술교육 “정책”에 대해 새로운 문제설정과 접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책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현장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개입과 개혁을 필요로 한다. 
 정책은 스스로 현장을 이해할 능력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러한 감각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장은 늘 다양한 방식으로 정책과 대화하고 관계해야 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정책 전문가들은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행정과 정책 전문가는 거의 없다. 행정의 현장성은 높아지기는커녕 행정의 번거로움과 귀찮음을 전면적으로 대행시키고 자신들은 관리, 감독만 하는 “아웃소싱” 구조를 노골적으로 축적해 왔다. 현장에 있는 답은 저절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과 결과를 함께 경험하고 공유하기 위한 프로그래밍을 정책 구조에 포함시켜야 하는 시대에 직면했다. 현장은 스스로에 대한 교육만이 아니라 행정을 교육시켜야 하는 몫까지 떠안게 된 셈이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에서 지역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조금 과하게 말하면 아직까지 수립된 적이 없다. 
 지역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초기부터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내던져진 이후 중앙 정부에서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내부에서도 제대로 토론되거나 수립된 바가 없다. 초기 경기문화재단이나 최근 성남시 정도가 예외적인 사례일 뿐, 우리는 지역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종합계획이나 전략 계획 등을 “종이”라는 형식으로도 마주하기 힘들다. 지금까지의 지역문화예술교육은 정책적이고 전략적이며 체계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그냥 공급하는 수용자 프로그램으로, 우수 프로그램 사례의 쇼윈도로, 지역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성토장으로만 존재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해서 지역문화예술교육 현장이 토로하는 정책에 대한 피로감은 정책의 과잉이나 반복이라기보다는 정책의 부재와 왜곡으로, 무차별적인 사업 공급으로 축적된 통증에 가깝다. 정책이 지겹다기보다는 제대로 된 정책 구조를 요구해야 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 환경은 많은 부분 정책의 주도와 공급을 통해 형성되어 왔다. 
 지금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지난 10년 동안 강력하고 빠르게 추진된 정책의 시간들과 관련되어 있다. 지역문화예술교육의 생태계를 둘러 싼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정책의 시간을 현장의 시간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책과 행정 주도의 패러다임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 교육 주체와 교육의 현장에 대한 감수성에 기반하여 정책 구조와 행정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어야 문화예술교육은 실질화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행 지역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제도”에서 정작 지역문화예술교육 주체들은 정책 파트너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중앙 정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방자치단체 등을 비롯하여 그 어디에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역문화예술교육 협력 체계가 없다. 수많은 사례 발표회, 국제 워크샵 등이 난무하는 시대에도 정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이나 행정구조 내에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나 지역문화예술교육단체의 거버넌스를 구조화하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지역문화예술교육정책은 여전히 중앙 집권적이며, 하향식이고, 정책과 행정 중심이며, 공급하는 사업체계를 반복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최근 우리 사회의 정책 및 행정 구조의 혁신 방향과는 달리 문화예술교육정책은 변함없이 “올드”하고 “비민주적”이며 “형식적”인 정책 구조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문화예술교육 주체들이 소중한 정책 파트너이나 현장의 주체가 아니라 중앙 정부 사업의 대행사로 취급되는 구조 속에서 지역문화예술교육의 진화는 불가능하다.  
 
이제 정책과 행정의 세계에 현장의 지혜들을 전달하자.
 못 알아들으면 문화예술교육정책답게 가르쳐주는 프로세스를 정책으로 설계하자. 현장의 결과를 잘 반영할 수 있게, 현장의 활동을 잘 지원할 수 있게, 현장의 감수성과 소통할 수 있게, 현장이 정책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게 정책과 사귀어보자.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듯 정책과의 관계에서도 애정과 갈등과 대화와 협력이 필요한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잔소리를 하듯, 정책에게도 끝임 없이 잔소리가 필요하다. 사람도 그렇듯, 정책도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지역문화예술교육 정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 잔소리들을 전달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사회변동에 맞게 문화예술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사회적 배경과 필요성이 인식돼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적 취지, 최상위 목표를 다시 복원 혹은 재설정해야 한다. 일자리 정책이 아닌 문화예술교육정책의 본래 목표와 의미를 확인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좌표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에 있어 사회변화 및 대안의 핵심적 가치로 ‘지역’에 대한 접근이 활성화 돼야 한다. ‘중앙정부과 지방자치단체’, ‘중앙과 지방’ 등의 분리된 관계가 아닌 통합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영역이자 원리로서의 지역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화, 마을, 생활예술, 문화자치, 커뮤니티아트 등 지역문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정책 및 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생활권역에 기반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지역문화예술교육 협력체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중앙 집권적인 문화예술교육 정책 도입 초기의 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문화예술교육생태계의 시각에서 지역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의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정책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삶의 공간과 관계에 기반한 문화예술교육 체계로 공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을 매개로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이분화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지역을 매개로 문화예술교육과 다른 교육지원제도(평생학습 등) 사이의 연계성 확보가 필요하다.”
 
“지역문화 생태계를 준거점으로 문화예술교육 예술강사를 둘러 싼 양적 팽창이 아닌 실질적인, 지속가능한 노동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문화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권한 및 역할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문화부 사업 중심의 실행 조직화된 문화예술교육 행정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단위사업 중심의 일회성 지원제도의 개혁’, ‘자율적인 문화예술교육 추진주체로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위상과 역할 재정립’, ‘문화부 지시사업이 아닌 학교, 지역사회, 강사 등 파트너 중심의 지원사업 구조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혁신’ 등이 구체적인 과제로 설정되고 추진돼야 한다.”
 
“지역문화예술교육의 핵심적 운영주체인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운영을 기존 ‘중앙정부 지정 및 기간제 운영’ 방식에서 ‘지방정부 설립 및 중앙정부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자.”
 
“분권적, 협력적 지역문화예술교육 추진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할 경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정책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문화예술교육 정책목표와 방향제시, 정책평가 및 조정, 지역간 문화예술교육 교류와 협력 기능 중심으로 역할을 재정비하되, 기존 단위사업 중심의 진흥원 직제에서 배제되어 있는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등과의 적극적인 협력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내에 (가칭)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위원회 및 (가칭)예술강사지원위원회 신설, 광역단위 문화예술교육 정책지원 부서 신설 등을 추진하자.”
 
“지역 기반의 광역센터는 지역단위 문화예술교육정책의 기획 및 지원, 연구조사, 파트너쉽 구축 중심의 실행기능, 기초센터는 거점형 문화예술교육 실행주체로서 역할 분담을 하고 생태계를 구축하자.”
 
“중장기적 관점에서 자립적 지역문화예술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과는 별도로, 현재와 같은 단위사업별 문화예술교육 재정교부 방식을 포괄적 문화예술교육 재정교부 방식으로 전환하여 지역단위에서 통합적 사업·예산 기획이 가능하도록 개선하자.”
 
“지역문화예술교육단체 중심의 다년간 지원제도가 실행돼야 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3년 혹은 5년 단위의 (가칭)‘중기 문화예술교육재정 협약’을 근간으로 당해년도 실행예산의 다소간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하더라도 중기적 관점에서 사업 및 예산운영의 자율성과 연속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