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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곁봄
  • 다른 나라의 문화예술교육 들여다보기
  • 최혜자 _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초빙교수,문화디자인 자리 대표, 지지봄봄 15호 편집장
  • 2015.11.13
15호 곁봄ㅣ 비평
다른 나라의 문화예술교육 들여다보기
최혜자 /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초빙교수,문화디자인 자리 대표, 지지봄봄 15호 편집장
 

다른 나라의 문화예술교육 들여다보기[이 글은 <국가별 사회문화예술교육 정책 사례 연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5.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다른 나라의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읽을까? 
모든 사회는 각각의 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문화 다양성의 원천이다. 이 당연한 소리를 하는 이유는 가치, 법규 역시 문화를 이루는 요소이기에 문화예술교육[그것이 문화교육이나 예술교육, 예술 활동이든 문화적인 요소이며, 사회적 행위이거나 법제도로 규정된 정책이라도 마찬가지이다.]은 그 사회의 문화적 소산이라는 말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글의 주제인 다른 나라의 문화예술교육을 들여다보기는 그리 생산적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글의 소명은 따로 있다. 일정한 현상이 각 사회마다 비슷하게 일어나는 것은 맥락이 다르더라도 각 맥락 속에는 일정한 본질이 있기 마련이다. 이 글의 목적은 각 사회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함으로서 문화예술교육을 좀 더 이해하는데 있다. 

 

 

 


[몽트뢰이 민중의집 2015edouard sufrin - artworks 104 paris milllka]

 

문화적 맥락으로 프랑스의 문화예술교육 읽기 

 우리나라 예술 강사 제도의 모델이 된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우리 사회와 사뭇 다른 문화적 환경이 있다. 1937년 집권한 인민전선정부는 여가사회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국민의 문화적 권리를 선언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결실은 1968년 68혁명 이후에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권위와 형식을 거부한 젊은 층들이 문화 주체를 선언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문화 공간[2014년 12월 현재 청소년문화의집 등 전국에 1383개.]이 만들어졌다. 여가-문화주체-문화공간은 당연히 일상적 문화 활동과 관계를 만들어내었고, 형식, 비형식 혹은 무형식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되었다. 다시 말해서 교육과 활동의 경계가 모호한 활동 즉, 우리 식대로 표현하자면, 사회문화예술교육이 활발해졌다. 

 이러한 문화적 맥락 속에 1983년 문화자본의 평등을 목적[1966년 피에르 부르디외는 정부용역으로 <예술에 대한 사랑>을 연구하여 문화예술교육의 토대를 제공하였다.]으로 학교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이 시작되었고, 2000년대 보다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이 강화되었다. 프랑스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사회적 성숙과 개인의 문화권에 대한 기본 인식 위에 서 있는 시민들의 문화 활동이며, 이는 지역과 마을, 일상의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아는 학교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은 변화하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미래 세대가 예술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익히는 삶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 http://www.artscouncil.org.uk 아트비트 http://www.turnercontemporary.org]

 

 

문화생태계 속에서 영국의 문화예술교육 읽기

 지역의 문화기관과 학교의 창조적인 파트너십(creative partner ship)을 통한 문화예술을 핵심적으로 추진한 영국의 문화예술교육 역시 우리 사회에서 참으로 많이 회자되었다. 영국은 1998년 창의영국(Creative Britain) 정책을 선언하며, 학교와 지역 사회가 연계한 파트너십 정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였다. 그러나 이 정책은 정권 교체로 인해 2011년 폐기되었다가, 이후 일정한 형식으로 재구성되었다. 비록 정권의 색채에 따라 정책적 변화를 겪었지만, 영국 사회가 미래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고 영국 공동체의 질을 높이는 데에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지역사회와 학교 간의 파트너십을 정책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1970년대 영국의 문화운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68혁명이 추동한 영국의 커뮤니티 아트는 다양한 공동체 문화 활동을 전개하게 하였는데[footnote]<커뮤니티아트진흥방안연구>, 전병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7[/footnote], 이러한 기반에 힘입어 청소년 교육연극운동이 전 영국에 걸쳐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물론 1980년 대처수상의 집권이후 이러한 공동체 문화운동은 급격히 쇠락하지만, 지역사회 및 문화전반에 자리 잡은 공동체문화의 새로운 전통은 이후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파트너십 정책의 토대가 되었다. 

 

 

 


[클라이스트박물관 http://www.heinrich-von-kleist.org 크로코세움 어린이창조센터 http://www.francke-halle.de/]

 

 

 

역사성으로 독일의 문화예술교육 읽기

 독일의 경우는 프랑스나 영국과는 다른 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 다른 유럽국에 뒤진 채 허겁지겁 근대화를 이룬 독일은 두 차례의 전쟁을 통해 동서독이 분단된 나라로 20세기 후반을 맞았다. 독일의 68혁명 역시 권위적인 근대와 결별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시민을 문화적 활동에 등장하게 한다. 1970년대 독일은 민주시민교육이나 주민활동 등이 매우 활성화되었는데, 이때 주민들의 활동 공간으로 등장한 것이 사회문화센터로서 전 독일에 거쳐 민간, 공공의 힘으로 만들어지게 된다.[2015년 1월 현재 13개 지역사회문화센터 협회가 있으며 전국에 450개 이상의 시설이 있음.] 대개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면서 일상 공동체 구축의 중심 주체가 된 사회문화센터는 다양한 주민 교육과 커뮤니티 활동의 토대가 되는데, 독일의 문화예술교육이 보다 관계적이고 시민성을 중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 기초한다.

 독일의 문화예술교육은 정책으로서 다른 나라에 비해 화려한 감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모두로부터의 문화(kultur von allen) - 모두를 위한 문화(kultur fuer alle)를 실천하고 있는 독일의 문화예술교육은 지역적 일상적 관계 속에서 소위 사회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의 예술교육은 분절된 근대교육체계 속에서도 건실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독일적 맥락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예술교육에서 배운다.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에 대한 성찰과 관련이 있다. 사람이 자신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 <근대>라면, 그 주체가 식자층에서 모든 사람에게로 확대 된 것은 현대의 과업이었다. 이때 예술적 접근 즉, 상상력, 현실을 비틀어보는 시각 그리고 방법을 모색하는 창의성은 중요한 자원이자, 그 자체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바로 현실의 자리에서 상상하고, 비틀어보고, 모색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는 바로 그러한 실천 드라마이다. 문화적 생태계 안에서 힘을 모으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기 주도적 실천의 태도를 읽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