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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현대적 의미
  • 최혜자 _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초빙교수,문화디자인 자리 대표, 지지봄봄 15호 편집장
  • 2015.11.21
15호 더봄 | 좌담회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현대적 의미
신승환, 김영현, 김인규, 최혜자

 

일시 : 2015.10.31 14:00
 
장소 : 서울역 루싱
 
참여자 
 
 - 최혜자(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초빙교수,문화디자인 자리 대표, 지지봄봄 15호 편집장) _ 사회
 
 - 김영현(유알아트)
 
 - 김인규(충남 디자인예술고등학교)
  
 - 신승환(가톨릭대학교)
 
 - 박아롬(지지봄봄 담당자), 오린지(지지봄봄 코디네이터)
 
 - 이다영(녹취)
 

 

 
최혜자(사회)
 오늘 우리는 문화예술 십년을 되돌아 보면서 조금 더 본질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지지봄봄이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처음에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되어서 이야기가 한참 많이 되었을 때가 2005년 이구요 그 이후 2010년에 들어서 소강상태에 빠졌었죠. 그런 상태에서 2011년 부터 지지봄봄이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되어서 중요한 담론들을 이끌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이야기 나눠주시기를 바랍니다.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되어 철학적 이야기를 해주시고 많은 영향을 끼치신 신승환 교수님.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되어 초기부터 문제제기를 많이 해주신 김인규 선생님. 지역사회와 같은 사회 일반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위상이나 역할들 삶의 문제를 꺼내는데 큰 역할을 해주신 김영현 교수님. 이렇게 세 분 모시고 이야기 나눠 볼텐데요 굉장히 풍성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본격적인 좌담회에 들어가기 전에 주제를 크게 네 가지로 드렸습니다.
 
첫번째, 현대사회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 
 철학적 혹은 문화적 맥락 또는 우리 사회라고 하는 역사적 환경, 사람의 성장을 바라보는 우리 관점의 변화
 
두번째, 한국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어떠한 역할이 요구되는가?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에 대한 반대의 이야기, 정책의 역할
 
세번째, 문화적 삶의 생태계에서 정책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책 주도적인 한국사회에서 특히 문화예술 정책이 우선될 때 훼손되고 오판 될 가능성
 
네번째, 정책적 개입이후 문화예술교육의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가? 
 1980년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움직임과 2005년 문화예술교육 정책으로서의 변화들
 
 문화예술 지원센터들, 지역사회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2~3년 사이에 정책중심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반성이 있고요. 또 한가지는 학교로 들어간 문화예술 교육이 과연 이 본질이 맞는 것인가. 교육부에서 문화예술 교육을 소비해가는 과정에 대한 것에 대해서 성찰 등을 통해 이제는 때가 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인규
 지역사회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요
 
박아롬
 교육지원센터의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광역 센터가 지정 후 지역별로 운영에 대한 편차가 크다보니 전체적인 목소리를 모으지는 못하였고 경기의 문제의식에 대한 이야기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센터 지정 후 4~5년 정도 지나오니 지역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한목소리를 내며 지역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예술강사가 가장 이슈화 되고 있고요.
 

최혜자
 2005년 부터 예술강사 노조도 만들어지고, 각 광역 지역 지원센터들 차원에서 이 문제를 무마 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져 있죠.
 
김인규
 예술강사를 중심으로 중앙과 지역센터의 이해가 상충되는 게 있나요 ? 
 
박아롬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지역으로 이관되면서부터 권한없는 책임짐에 문제가 많긴 했어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정책적으로 쏟아져 통보되는 상황이 예전에는 센터와 진흥원 사이의 문제 였다면 지금은 그 문제들이 예술강사들까지도 피해가 가는 상황입니다. 강사분들의 처우 부터 수업의 질 문제까지, 10년 넘게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지속되어 왔는데도 불구하고 함께 해결책을 강구하거나 컨트롤 할 는 주체가 불명확한 상황입니다.
 
김인규
 예술강사 지원사업에서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서 센터가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 인가요?
 
박아롬
 네. 그렇죠.
 
신승환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정책을 만들어내는 쪽에서는 원하는 목표치, 보고해야 하는 것, 정책 방향, 예산이 등 여러가지 장애물들을 갖고 있죠. 항상 현장에서 듣는 문제는 같은 문제 입니다. 현장의 실체, 지역에서 필요한 것, 또한 하고 싶은 것들이 현장에는 있지만 위쪽으로는 잘 전달이 안되지요. 긴장관계를 갖고 중간에서 매개하시는 분들, 일하시는 분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최혜자
 2005년 대에 처음으로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기 계획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2007년도, 두 번째 중장기에 발전기에 TF로 참여했었지요. 10년도에 세 번째, 13년도에 네 번째가 만들어 졌는데요. 이 네번째는 그 이전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 일상화라는 말이 등장하는데요. 초반의 정책에서 끌었던기본적으로 이 문화예술 교육의  컬러가 굉장히 달라지죠. 
 정책이 사회적 역할의 입장을 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이에 앞서 기본적으로 왜 이 시점에 문화예술 교육이 이야기 되는지 그 본질이 뭔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신승환
 2005년에 아마 처음 시작했을 거에요. 처음 진흥원이 잠실에 있었을때는 굉장히 막연했고, 정책을 수립 했던 분들은 자기 의지가 강했고. 그래서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유는 정책방향을 안정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 되었기는 바라는데 현재 어떻게 변화해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최혜자
 네, 정책의 방향도 방향이지만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김영현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영현
 어려운 질문이네요.
 
최혜자
 다른 나라의 예로 본다면. 프랑스는 프랑스의 맥락에서 문화예술 교육 강점이 있고, 독일은 독일대로 있고, 영국은 후발 주자로서 정책적으로 밀고 나가다가 4년만에 뒤집어져 버린 경험이 있는데. 
 그러면 도대체 왜 목적이 다를지라도 계속해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이야기 되는가. 이게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든, 예술교육, 문화활동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든 간에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새롭게 창의성을 재설계하고, 삶을 기획해야 한다는 이 문제의식이 왜 계속해서 이야기 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 나눠주시죠.
 

 

김인규
 저는 늘 궁금한게요. 공교육에서 예술교육과 문화예술계의서의 예술교육이 정체성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 
 
최혜자
 선생님 말씀은 학교에서의 음미체 수업과 문화예술 교육 사업과 뭐가 다른지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김인규
 네 그렇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들 차이가 없어요. 학교에 들어와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보면 음미체 교육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거든요. 중학교는 전문교사들이 있기때문에 예술강사들은 초등학교에 많이 들어와 있는데요. 초등학교 공교육 교사들이 해내지 못하는 부분을 보충하고 가고 있는 듯합니다. 
 또 하나의 측면은 어쨌든 방과 후의 아이들의 돌봐주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공공 서비스로 볼 수도 있고요.
 
최혜자
 선생님은 일찌감치 학교에서 예술교육이 점점 피폐해지고 주지주의적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고 계셨고, 그래서 실험도 하셨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반향도 일어났고, 학교를 상상하는데에 굉장히 촉발적인 역할을 하셨죠. 그 당시에는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어때야 한다.’라고 생각하셨는지요
 
김인규
 그 당시는 20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때 공교육에서 예술교육은 하나의 장르교육일 뿐이었죠. 예를 들어 미술시간에는 수채화를 다루게 한다는 식의 장르를 습득시키는 상황이었습니다. 미술이나 음악이나 다 같은 상황이었고요. 
 그런데 과연 장르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것이 아이들이 예술을 향유하게 할 수나 있는가? 그렇게 보았을때 저는 예술 장르 교육이 효과가 없다고 봤던 것이고요. 
 그래서 예술 장르를 아이들에게 습득시키고 경험시킨다기 보다는 아이들의 삶과 존재에 기반하여, 그러니까 교과 경계를 넘어서 아이들의 삶과의 연계 했을때 예술은 그때 효과를 갖는다고 생각하고 접근했습니다. 
 그런데 공교육은 워낙 완고하니까 공교육 밖의 영역과 유연하게 접근하려고 했고, 공교육이 아닌 사회교육 차원에서 공교육이 밀고 들어왔을때 효과가 있지 않을까 라고 그 당시에 생각했던 것 같아요.
 


 

최혜자
 아이들의 삶과 존재에 기반한 교육과, 교과경계를 넘어서 아이들의 삶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 할 때 예술이 역할을 할 것이다. 공교육이 너무 강고하기 때문에 밖에서 새로운 바람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을 좀 흔들어 주고 새롭게 문제제기를 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이지요?
 그 지점은 김영현 선생님과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김영현 선생님은 학교 밖에서 삶과 존재에 대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셨거든요.
 
김영현
 문화예술교육이 이제 장르를 넘어서 콘텐츠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삶의 토대를 통해서 문화가 형성되고, 그 문화를 기반으로 해서 예술이 형성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계급적 문화가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 지역에 내려가 보면 장르예술을 만나게 되어 문화계급이 형성되게 되고, 그들이 좋아하는 작품들 위주로 향유하게 되고 있습니다.  
 ‘저걸 하고나면 어떤 결과를 갖게 되는 거지’ 하는 기대가 가장 중요한 게 되는 것인데요. ‘나는 이제 이걸 할 수 있게되었어!’ 이게 목적처럼 보여지는 부분들이 많이 있는데요.그런게 아니라 이것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나 다음단계에서 삶의 태도나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의 문화예술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문화예술을 만났을 때 훨씬 빠르고 쉽게 삶의 태도를 만들거나 관계를 만드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결국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삶의 태도와 예술적 감수성이 관계를 회복하는 방식인거죠.
 요새 참 많은 곳에서 문화예술의 콘텐츠들이 백화점처럼 나열되어 있는데 그것들을 섭취하고 나면 계급적 의식과 그 장르에 대한 자부심이 만들어지긴 하나, 그 안에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내는데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문화예술 교육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장르를 넘어서 확대대고 있는데, 여전히 정책의 구조에서는 장르적 교육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정책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죠.
 초창기에 문화예술교육은 목표를 가지고 가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러면서 부터 처음에는 통합에 대해서 여러가지 담론들이 만들어졌었는데 현재는 그 담론이 사라지고 다시 장르로 세팅되고 있습니다. 정책적인 논의가 초기의 수준까지도 안 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제는 학교 구조 뿐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구조로도 역할들을 하고 있다보니까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이나 가치가 굉장히 큼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학교에서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문화예술교육이 따라가고 있다보니 예상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죠.
 초창기에는 예술영역에 있던 사람들이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교육을 담당했었습니다. 지금은 예술강사들이 단체들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단체들이 사회문화예술 프로그램이나 꿈다락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으로 내려가는 구조가 되다보니까 다시 장르적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장입니다.
 그러다보니까 문화예술교육이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굉장히 더디게 가고 있다는 것이 사실 입니다. 
 

 

최혜자
 지금 김인규 선생님과 김영현 선생님 두 분이 어떻게 이렇게 딱 아귀가 맞는 이야기를 하시는지요. 김인규 선생님께서는 ‘삶과 존재에 기반한, 교과의 경계를 넘어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삶을 상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김영현 선생님은 ‘삶의 태도나 예술적 방법을 통해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문화예술 교육의 본질이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 해주셨네요.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며 기대했고, 상상했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학교의 음악, 미술, 체육 수업과 문화예술교육이 뭐가 다르냐, 그리고 장르 교육의 본질에서 여전히 못 벗어 나고 있습니다. 10년동안 무슨 변화가 있었냐, 너무 더딘거 아니냐, 또는 변화가 있긴 한거냐는 거죠.
 
 이쯤에서 예술가이며 교육가분들의 이야기에 이어서 철학가의 이야기 들어보고 싶네요.
 그렇다면 사유하는 것보다는 촉으로 세상을 이해하는게 훨씬 더 편하신 예술가 선생님 두 분, 또한 예술가 이시자 교육자 이시고 기획자이시죠. 두 분께서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경계에 대한이야기, 관계 맺는 방식, 삶에 기반한 방식, 이런 방식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상상하고 기대했다고 이야기 하셨거든요. 그러면 문화예술의 본질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신승환
 이야기 할게 굉장히 많네요. 저는 먼저 문화예술교육은 우리 지역, 한국 사회의 발판에 두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어떻게 했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요 의미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 자체가 그 지역성과 개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공교육에 대한 문제는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지금 교과서 문제도 마찬가지이지만, 교과과정 교육목표가 있다면 그렇지만 가르쳐야 할 게 있다면 그렇게 교육목표를 갖추어 가려고 하니까 당연히 지역문화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교육은 이래야 된자 예술은 이래야 된다. 문화는 이런 범위에서다.’ 라고 틀에 맞춰 가려하면 지역문화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저는 문화예술교육이나 밖에서 하는 교육들은 이런 정해진 교육과정이나 목표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문화예술이라는게 문화적 감수성이나 예술적 감수성을 가지고 자신을 실현하고 표현하는 것이 잖아요. 예술은 결국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인지하는 거고, 인지한 그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이 아름다움이 체험하고 습득해서 재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것이 문화예술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정해진 틀로 하면 안되겠죠. 어떻게 어떻게 정해진 틀로 합니까? 공교육에서는 당연히 주어진 틀로 할 수 밖에 없다면, 그걸 보완하는 것으로는 문화예술 교육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두 분 다 동일한 맥락에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저는 문화예술교육에서 ‘이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와 예술을 뭐로 보느냐’입니다. 문화와 예술을 결과물이나 실체 중심으로 보는 것은 절대로 문화예술교육 자체를 어그러트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은 실체가 아니라 사실은 미적 감수성을 가지고 표현하는 그 과정 자체잖아요. 문화는 중앙 박물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밥먹고 대화하는 것 자체죠.
 공교육을 보충하며 빠진 것을 하는게 아니고, 공교육이 전혀 하지 않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촉발 시켜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 해야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장르교육이든 교과과정 목표든 더 심하게는 주입식 교육까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혜자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문화예술교육은 아트 워크가 아니라 과정이니까요. ‘실험해야 한다. 촉발해야한다. 또 이해의 과정이다.’ 이런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문화예술이 이러한 본질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책이 이것 전부를 실현하는 것은 아니지요. 정책은 어떤 부분을 담당 하는 것이 잖아요? 그러면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이 이것이라고 한다면 정책은 최소한 이렇게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지난 몇년동안 문화예술교육 과정과 함께한 정책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김인규
 학교 상황을 좀 더 말씀 드려볼게요. 2000년 초반 제가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던때의 상황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중고등학교의 미술에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미술 장르를 습득시키고 향유하게 하는데 있었습니다. 7차 개정이후에 미술이라는 것이 단지 미술적 기능이나 향수능력이 아니라 삶의 영역에서 미술적 태도 즉, 예술적 태도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표현 - 감상’ 이렇게 되어있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체험 - 표현 - 감상’ 이렇게 되어있거든요. 체험이라는 영역은 미술이라는 장르적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것 포괄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감각에서 부터 시작해서 그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소통하고 나누는 것 까지 삶의 영역을 포괄하는 것으로 교육과정에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또한 현장 교사들이 그동안 많이 변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와 그것에 대한 담론이 2000년대에 굉장히 풍요롭게 이루어 졌기 때문에 이것이 중고등학교 예술교사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것이죠. 오히려 다양한 방식의 시도나 실험들이 교과 활동시간에 이루어 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면, 교과과정의 변화도 있었고 미술 교육계내의 이론적 변화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그 변화에 대한 요구와 관심이 크게 일어났다고 봐요.
 
 그 변화 중의 하나는 학생들 입니다. 그 전에는 전통적 방식의 미술수업을 해도 수업이 이루어 졌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안하려고 하거든요. 아이들을 어떻게 수업에 끌어들일까 하면서 수업이 바뀌게 되었고요. 교사들이 젊어지면서 어떻게 실험적인 수업을 해볼까 시도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리고 미술은 입시에 관련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심지어 부모들도 신경쓰지 않아요. 시험에 안나오니까요. 덕분에 미술 교사들이 좀 더 실험적인 활동들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예술강사가 들어와서 했을때 차이가 없어진거죠. 오히려 예술강사들이 장르적 한계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어요. 예술강사는 신분적 제약이 더 크죠, 제한된 시간에, 왔다 갔다 보따리 장사처럼 운영되다보니. 자율성이 오히려 약한 것 같아요. 미술교사는 일정하게 지위가 안정되어 있고, 자기 선택권을 실행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니까 오히려 수업의 질이 좋아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구요. 
 

 

신승환
 중요한 지점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평가를 다니면서 느낀점인데요. 오히려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자기 장르를 고집하세요. 자기가 아는 것, 배운 것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은 그 장르이기 때문에 그것을 고집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문화예술교육을 별도로 하겠다는 취지와는 반대되는 거에요. 문화예술교육 자체가 실체가 아니라 과정으로 봤다면 자신의 한계 때문에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나오고요. 여기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도 잘 못하면 교과과정식 교육이 될 수 있죠.
 하지만 분명히 예술강사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하거든요. 이번에 고양에 갔더니 거기서 이런 이야기를 해요. 선생님들도 교육을 정말 필요로 하는데 없다는 것이지요. 너무 적거나 천편일률적이죠. 그래서 꼭 좀 건의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교육이란 배우면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우는 건데 이걸 잘못해서 주입식 교육이 된다면 공교육과 같아지는 것이지요. 
 
김인규
 문화예술교육도 이제 수업 교안을 만들어서 보급하더라고요. 이해할 수는 있어요. 수업 프로그램이 정해져 있다면 오히려 편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것이 수업을 죽인다는 거죠. 왜냐하면 그런 정형화된 방법은 아이들과 유연하게 소통하는데 장애가 됩니다. 자기가 고민도 하고 상상도 하고 깨지고 망하는 과정들을 겪어야 되는데요. 안깨지고 할 수 있는 메뉴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들을 하는 거죠.
 
김영현
 문화예술교육을 하시는 분들이 처음부터 교육 관련 수업을 받은 것이 아니고요. 예술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강사로 넘어가기 때문에 자신이 받았던 수업을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죠. 
 문화예술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 상호학습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는 것이죠. 그래서 콘텐츠를 강화시킨 후 아이들과 만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게 깨지지 않으면 문화예술 교육이 그 이상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의 지향도 그렇죠. 예술강사들이 장르 예술교육을 분절화, 집단화시켜서 교육 받았던 것들 때문에 현장에 들어갔을때 학교의 변화 속도보다 문화예술 교육이 오히려 더 느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문화교육에서 지역 특성화 같은 경우가 굉장히 좋은 시장입니다. 
 오히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을 걸지 않았을때 관계적 효과가 높습니다. 강박이 없기 때문이죠.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의 변화와 공동체의 변화들이 우리가 어떻게 공동체의 과정을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하는데요. 똑똑 뿌려져 분절되어 있는 장르적 특성으로가 넘어가니까 큰 담론에서의 이야기가 지역사회의 공동체 이야기로 넘어가지 못하는 거에요.  스스로 변화에 대해서 촉발 되어야 합니다. 비전이나 지향점, 역할에 대한 이야기들이 통합적으로 될 때 현장에서 좀 더 혼란스럽지 않고 ‘아, 이렇게 가야 하는 거구나!’ 하고 각성이 되겠지요. 
 

 

최혜자
 한국사회에서 문화예술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긴 하는데, 현재 문화예술교육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제기 되는 실체 중심적, 장르 중심적인 문화예술교육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에 기초한 장르 중심의 평가제도가 있고요.
 
신승환
 첨가 하고 싶은건, 예술이 예술 작품으로 보는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 핵심이 뭔가하면 사실 아름다운 걸 규정할 수 없잖아요. 분명한것은 아름다운 것을 체험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기 미적본질을 촉발시키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그것을 안하고 주어진 결과물이나 틀을 덧씌우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는데 바꿀 수 없으니까 현장에서 갈등으로 나타납니다. 
 
최혜자
 선생님 그럼 왜 못바꾸는 걸까요? 
 
신승환
 그 이유엔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정치적 문제도 있을 것이고, 받은 교육을 그대로 하는 것이기도 하고, 사람 자체가 틀을 가져야 다음으로 개발 할 수 있기도 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매개자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가르치는 사람들이 이게 뭔지 알고 접근을 하면 달라 지는데 그렇지 않으면 자꾸 장르 교육이 됩니다.
 
김영현
 한 말씀 덧붙이고 싶은데요. 예술을 계속 명사화 시키니까 계속 결과에 대해서만 집중되는 것인데요. 사실 예술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입니다. 제가 요즘은 생존예술이라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요. 이 화두에서 예술이라는 것은 ‘이 세계를 이해하고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것입니다. ‘삶에 여유가 있으면 하는 것, 먹고 살 만하면 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이렇게 이야기 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우리는 초중고 하면 10년을 예술 교육을 받거든요. 그런데 이 사회에 딱 나오면 예술을 밀어내기 시작해요. 예술에 대한 호감도도 떨어지고 접근성도 배제합니다.
 저희 워크샵에 온 사람들 중에 ‘예술이 만만하다’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서당개가 풍월을 읊을 시간의 3번이나 지났는데, 예술을 접한 지 10년이나 되었는데 왜 예술을 삶에서 밀어내고 있는가? 이것이 근본적인 질문인데요. 계속 우리 삶으로부터 괴리되는 과정을 겪다보니까 ‘예술은 스스로 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팽배하게 되는 것이죠.
 
신승환
 이론적으로 보면 18세기 19세기가 되어서 소위 말하는 순수예술이 탄생하게 되지요. 예술가를 위한 예술이 되지 않습니까. 이런 틀이 예술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남아 있는거에요. 이 틀을 깨지 않으면 동사로서의 예술은 불가능 한 것이지요.
 
최혜자
 그러니까 이 패러다임이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이 정책들은 유의미 하지 않다는 것인가요? 
 
신승환
 아닙니다. 유의미는 하죠.
 

 

김영현
 기존에 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하면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예술은 동사다.’ 라는 선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왜냐하면 이건 예술가를 만들어 내는 교육의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죠. 예술이 삶에 개입하거나 만나게 되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 나는지에 대한 이야기 인것 같아요.
 제가 계속해서 생존예술이라는 이야기를 던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본래적으로 모든 생명체가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게 되어있고 ‘아름다운 것은 강하다.’라는 것은 생존 본능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 이 과정자체가 예술적 활동이라고 보여지는 거에요. 그럼 예술적 활동이라는 것이 과정이고 행위이고 동사적 개념이 되는 것이죠.
이런 개념들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삶을 자기 지향적으로 살게 한다면 ‘이것의 결과들만 이야기 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실질적으로 이 동사적 개념의 문화예술교육이 지향점이라고 얘기한다고 하면 문화예술교육의 과정이나 강사들 그리고 양성과정과 평가까지 모든 것들이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승환
 중요한 개념이 제가 볼때 우리가 지금 문화 예술 교육 이 세가지가 묶여져 있잖아요. 많은 경우 예술만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2005년 처음 시작때도 보니까 실제 현장에서 봐도 거의 다 예술하는 분들만 계시더라고요. 문화는 덧붙여 둔 것이죠. 문화를 과연 덧붙여만 놓을 것인가? 아니거든요. 
 기존의 틀을 깨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 저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예술과 문화를 나눠서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로 나눴는데 지금은 누구도 저급문화라고 하지 않거든요. 계층문화라고 합니다. 문화를 계층 문화로 본다면 그냥 밥 먹고 우리가 이야기 나누는 것도 문화거든요. 저급문화로 나누지 않고 그냥 문화 이야기를 한다면 예술이라는 것을 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혜자
 그렇죠 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 하셨는데. 이 장르적인 예술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을 문화에 방점을 찍어서, 이걸 다시 삶의 문제로 바라볼때 이야기를 바꿀때 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신승환
 그러니까 네, 문화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잖아요. 자기 삶의 이야기, 내가 겪었던 지역의 이야기, 역사의 이야기 또는 내가 갖고있는 관계의 이야기. 이것을 표현하는 것이 문화라고 인식을 하고나서, 예술도 그래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면 장르를 넘어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장르도 중요하죠 그러나 그것은 그 다음에 주어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여기 차례에 보니까 본질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셨더라고요. 제가 철학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본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본질을 공유하고 인식할 수 있으면 바뀌거든요. 사실 현장에 가 계신 강사분들도 어립니다.다. 20대 후반 20대 초반이죠. 자신들도 뭘해야 할지 잘 모르고 당황스러우니까 자신들이 아는 것만을 고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영현
 저는 문화-예술-교육 세개를 섞어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방법과 매개로 해서 만들어진 집단의 감성과 태도라는 것들을 문화라고 이해할 수 있고, 그런 문화를 다음세대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교육의 구조’라는 거죠. 이걸 막 통합해서 혼란스럽게 이야기 했는데 이게 따로 따로 분절되어 있는 것 같지만 함께 생각되어야 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이 어쨌든 장르적 교육 방법을 선택했다고 했더라도 사회적 관계망을 넘나들기 시작했다면 예술적인 것들은 방법적으로만 활용되기 시작합니다. 이런 행위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들이 공동체의 집단성입니다. 공동체의 집단성이란 문화적 태도라든지 감수성이라든지 이런것들이 형성되었을때 그걸 문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거죠. 그런 문화들이 다음세대로 상호학습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이 ‘교육의 구조다.’라고 여겨지는 거죠.
 
신승환
 네 여기 아주 중요한 고리를 말씀하셨는데요. 아까 예술이 동사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이 뭐냐는 책을 쓰면서 포인트를 잡았던게 거기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교육을 전수, 가르친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공부는 가르치는게 아니라 자기가 되도록 촉발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면 교육도 동사로 볼 수 있거든요. 그러면 문화도 동사로 볼 수 있거든요.
 결국 동사는 실체가 아니라 생성되는 거고 움직여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보면 문화와 예술과 교육을 동등한 관계로 놓고 그 모든 관계를 동사라는 관계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육도 전수하 는 것이 아니죠. 자기가 그렇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김인규
 학교의 문제도 많이 있을 거에요. 왜냐하면 학교에서는 여전히 아까 말씀하신 결과물, 예술적 생산물을 원하거든요. 교장선생님들이 원하는 발표회처럼. 거기에 얽매이는 측면도 있어요. 결국은 그런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학교가 또 교장선생님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최근에 좀 다행스러운 것은 학교도 바뀌고 있어요. 특히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혁신학교라는 새로운 개념들이 들어오고, 배움중심이니, 거꾸로 수업이니 마을 학교니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이 물밀듯이 학교에 들어오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변화가 얼어나게 된 핵심적인 이유는 아이들이 더이상 교사의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거에요. 저는 학교를 바꾸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최혜자
 오, 그것 정말 훌륭하네요.
 
 
김인규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배우게 하는 거다.’라는 말이 요즘 떠오르는 학교현장의 슬로건입니다.
 
 
신승환
 농담인데요 제 강의의 문제가 거기 있었네요. 하하하
 
김인규
 그래서 가르침을 내려놔라. 아이들이 움직이게 해라. 아이들이 배우게 해라. 이런 식으로 상당히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요. 적극적인 교사들 중심으로
 
최혜자
 아 재미있네요. 아이들이 조직을 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을 파업하는 것이잖아요.
 
신승환
 문화적 변화죠.
 
김인규
 네, 아이들이 기존의 방식을 거부하는 것이니까. 현재 예술강사선생님들도 그런 상황에 직면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혜자
 본질적으로 68 혁명이랑 비슷하네요.
 
김인규
 네, 요즘 초중딩들이 그걸 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이것에 적극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교육부의 행동을 보면, 이 아이들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읽지 않아요. 아직도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서 싸우잖아요. 하지만 사실 이제 아이들은 이걸 가르치려고 하든 저걸 가르치려고 하든 배우려고 하지 않거든요.
 
신승환
 그래서 수능에 넣잖아요.
 
김인규
 그렇죠. 그래서 이제 아이들이 수능도 보지 않잖아요. 수능을 보는 것이 상위 30퍼센트에 해당되는 아이들 뿐이에요 나머지 60퍼센트는 수능에 관련없는 아이들이라는 말이에요. 
 
최혜자
 아 그래요? 우리는 계속 70퍼센트의 아이들을 배제하고 이야기하고 있었네요
 
신승환
 지금 대학 진학률이 80퍼센트가 넘지 않습니까
 
김인규
 수능 가지고 대학을 가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요. 수시로 많이 갑니다. 최저등급도 수도권 대학에나 해당되고요. 지방대 가는 많은 아이들은 특히 수능과 관계가 없어요. 수능에 관계없는 70퍼센트 애들은 공부에 그리 매달리지 않아요. 
그런데 이것은 분명 새로운 상황이 거든요. 이런 학교 새로운 상황의 교사들은 이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어요. 그런데 이 상황을 보는 선생님들은 두가지로 반응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아이들이 나쁘다.’ 요즘 아이들이 엉망이어서 내가 선생을 못해 먹겠다. 나머지 하나는 ‘내가 너무 무능하다.’ 내가 너무 능력이 없어서 못해먹겠다. 이렇게 두가지로 나뉘어요. 그 두 사이에서 현장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막 나오는 거거든요.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더이상 가르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만나야 한다. 중요한 문제는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굉장히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문화예술교육도 마찬가지로 맞물려 가는 중요한 지점인 것이죠.
 
최혜자
 아이들의 변화를 느끼고는 있었지만, 아이들의 변화가 학교생활을 바꾸고 있다고 딱 규정하니까 조금 더 분명해지네요. 
 

 

김인규
 ‘1인 1책’이라는 말이 있어요. ‘모든 학생들이 수업할때 한 사람 앞에 한 권씩 모두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라는 겁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나눠줘봐야 중하위권 아이들은 다 내버리고 맨손으로 학교에 다니는 거죠.
 서천은 공부를 못하는 아이와 잘하는 아이가 한 학교에 모여 있거든요. 하지만 대도시에서 비평준화 등으로 인해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모여있는 학교 같은 경우는 수업이 제대로 되지를 않아요. 거의 엎드려 자죠. 아주 보편적인 상황이에요.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아이들에게 ‘이것을 가르쳐야 하는지, 저것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싸우고만 있지요.
 
최혜자
 그러면 아이들이 이렇게 변화를 끌어가는 상황에서요.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양극화, 고령화가 심화되고, 여전히 전세계 1위인 자살률. 이제는 아이들도 자살률 1위가 되었고요. 여러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갖고있는 수많은 모습들이 있죠. 이런 한국사회의 삶의 생태계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이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김인규
 아이들이 공부를 안하고 저항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만약 교사들이 이 아이들을 포기한다면? 물론, 소수의 포기를 하지 않으려는 선생님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다수의 교사들은 그 아이들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이것에 대해서  교육부도 이야기 하고 있지 않죠. 이것은 양극화를 고착화시키는 상황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들이 학교를 바꿀 수도 있지만 우리가 여기서 잘 대처하지 못하면 학교가 바뀌는게 아니라, 양극의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게 될 수도 있죠. 그런데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이런 상황에서 공부 안하는 아이들의 값싼 여가시간이 되는 측면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것들을 기반으로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으면 좋겠군요.
 
김영현
 저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이 본질적인 교육들이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 나가야 할까’에 대해 생각을 해 봅니다. 실제 문화예술교육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넓게 담당하고 있는데. 여기서 좀 더 자유로운 상상력과 자유로운 문화예술 교육의 구조들을 좀 바라볼 필요가 있는 거죠. 이 것을 너무 시스템화 하기 보다는 좀 더 해체하는 것은 어떨 까요? 이렇게 틀에 박혀있는 구조가 더 발전된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 없게 하는 건 아닐 까요
 
최혜자
 문화예술교육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느냐, 무엇을 하느냐 보다는 누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문화예술 양성과정에 대한 이야기들 했고요. 이것을 뒷받침 하는 평가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나왔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문화예술 교육 발전 혹은 우리 사회 발전에 어떻게 기여 했는지 또는 어떤 과제가 있는지 이야기 해보고 그 이후에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을 상상해 보는 것으로 해보겠습니다. 
선생님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의미가 그래도 초기에는 있었죠.
 
김인규
 네 지금도 있다면 많이 있죠. 지금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제공 하고 있고요. 다만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측면에만 머무는 듯해서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제도를 너무 경직되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을 싼 가격에 빠르게 공급하고 빠르게 소비시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최혜자
 그래도 아이들에게 문화예술 교육을 많이 접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기도 하구요.
 
김인규
 네 그렇죠.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놀이가 없는 상황에서 그것들을 함께 해주고 아이들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는 측면으로만 보아도 큰 의미가 있죠.
 
최혜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성화 된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고, 사회 현장속에서는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모습들이 현장에서 많이 목격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영현 
 문화예술교육자체가 아이들을 만나면 기본적인 효과들은 있다고 봐요. 하지만 그 효과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재밌었어. 좋았어.’ 여기 까지는 되는데 이것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요. 어떤 목표와 지향성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는 거죠.
여기 오기전에 대학로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평가를 하고 왔는데요. 유네스코 무형문화제를 가지고 한 학기를 가는 프로그램이에요. 오늘은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택견이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벌써 한참을 왔는데도 엄마들은 이게 뭔지 잘 몰라요. 
 그리고 정보 전달 체계도 잘 안되있는거에요. 정보 전달 습득 하는 기회가 독점되면서 계속해서 일부만 기획를 독점하게 되죠. 때문에 지역사회 전반적으로 확장되거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장되지 못하고 있죠. 때문에 다수들의 삶의 질에 대한 변화라던지, 공동체성를 만드는데는 굉장히 한계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이 교육을 소비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거죠. 
 문화예술 교육이 지향하는 바나 목적성은 보이지 않아요. 작년에 예술 꽃 씨알 학교 컨설팅 교육 하러 다녔었는데요. 문화예술교육에서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 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본적이 없어요. 
 

 

최혜자
 심사과정 에서요
 
김영현 
 심사와 현장 모두에서요. 그저 보완재의 역할을 하는 거지 어떤 목적과 지향을 갖고 있는지 말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떤 목적과 지향을 갖고 있는지 쭉 이야기 하고 왔었는데. 이번에는 심사를 갔더니 모든 사람이 지향점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학교는 전달 속도가 정말 빠르구나.’를 체감했죠. 이게 표면적인 수용이라고 하더라도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듯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오히려 정책이 잘 짚어주고 제시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길을 잘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는 문화예술을 학교의 입장대로만 받아들이고 말았다는 것이죠.
 
최혜자
 그러니까 불과 일 년 만에 정책용어와 그 가치를 심사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말씀이시죠. 이것을 정말 이해했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학교 입장에 따라 소비해 버렸다는 건가요? 
 
김영현 
 여전히 학교의 구조에 맞춰가기는 하겠지만 인식하는 과정이 되었다는 거에요. 언어를 담게되면 내용도 그렇게 담게 되잖아요. 문화예술교육이 10년이 되었고, 이런 과정이 꽤 길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현장을 견인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사라고 해도 그냥 현장을 한 번 죽 보고 마는 것이죠. 정책을 만들어 낼 때도 현장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만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요, 정책을 만들어 낼때 도 보면 현장에 대해 이야기 하기 보다는 강사들에게 일임해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되면 강사들은 다시 콘텐츠 적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어요.
 정책을 실현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실현되기 전에 내용적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력양성부터 시작한 다양한 교육구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결국에는 무수한 정책사업들이 다 비슷해 집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정책사업의 목적과 정체성에 대해 다 같이 공유하고, 그 후에는  컨텐츠를 어떻게 개발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합니다.
 
최혜자
 아이들에게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좋지만, 그저 시간을 때우고 소비되는 측면으로 사용된다면 문화예술본질에 다가갈 수 없는 이야기 하셨습니다. 반대로 측면에서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다가가려고 하지만 정확하게 이것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 하고 있지 않다.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아서 삶을 흔들어 내거나, 기획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해주셨어요.
 그렇다면 문화예술의 본질이 하나도 실현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면 과연 왜 그런가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한 가지 제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히면서 창의성과 기획성을 이야기 하게되는데요. 과연 이게 시민성이 배제 된 속에서 가능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시민성은 관계성이고 공동체성이죠. 
 이런 상황에서 ‘정책설정이 지나치게 가볍게 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걸 포함해서 조금 더 이야기 부탁드릴게요 
 
신승환
 정책은 사실 제가 잘 모릅니다. 초기에 진흥원이 처음 시작될 때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고민할때 잠시 함께 했었는데요. 사실 저의 역할은 별로 없었습니다. 정책에 대해서 잘 몰라서 정책적인 이야기는 이야기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두분 이야기를 잘 들으면서 전적으로 동의를 했습니다. 제가 꼭 드릴 말씀은 문화예술의 본질은 자기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래고 공동체 안에서 그 이야기를 자기의 언어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도 이것에 맞춰줄 수 있어야죠. 
 고급 담론을 하는사람들은 언제나 현장의 이야기를 빼놓고 이야기 해요. 사회적 불평등이나 양극화나 모순이 굉장히 심한데, 그 문제를 안 보려고 합니다. 진흥원도 비정규직이 반이 넘지요. 문화재단도 조금 지나면 함께 이야기 하던 사람이 없어요. 어디갔냐 물어보면 2년 계약이 끝나서 갔다고 해요. 그러면 지금 이사람도 2년 지나면 없을 것 아닙니까. 
 그러면 그 문제를 침범하면서 문화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사회적인 이야기, 지역에 대한 이야기, 역사성에 대한 이야기, 공동체적인 이야기들이 문화든 예술이든 드러나야 하는데. 정책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혜자
 기회가 확대되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삶의 문제와 연결되지 않았다는 말씀이시죠.
 
신승환
 지역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면 소비 유지가 되는 것이 극복되지 않을까하고요. 절대로 문화예술은 개인의 실존적, 미학적 차원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현 
 그 이야기를 받으면, 문화예술교육과 예술은표현의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거든요. 표현의 기회가 만들어져서 표현된 그 합을 공유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 공유지가 그 집단의 문화, 공동체 문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럼 공동체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문화예술이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거죠.
 이 진화 방법중에 하나, 문학과 이론중에 하나이지만. 그러면 개인 개인들이 다양한 표현의 기회를 갖게 되죠. 문화 예술 교육으로 부터 굉장히 많이 확대되었고 이렇게  등장하게 된 표현의 합들이 결국엔 공동체의 이 집단이 문화로 자리잡게 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거고요. 그 문화가 공동체에서 삶의 태도나 질을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것들이 제한적으로 활용되거나, 부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확장해 나가는 방법에서 정책적인 구조가 필요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요.
 이제 마을학교와 자유학기제 등을 통해 학교와 마을들이 만나는 과정에 있잖아요. 이러한 지점에 문화예술교육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 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을과 만날때는 내용적 변화와 태도의 변화가 가장 중요한데, 이런것들을 설비하는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내년부터 아이들이 마을로 쏟아져 나올 텐데 마을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게 너무 많아요. 그렇다면 이미 마을에서도 학교에서도 훈련되어 있는 문화예술교육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면 어떨까요? 이것을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정책적으로도 담아내면 좋겠지요.
 
최혜자
 조금 아까 신승환 교수님 말씀 속에서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표현되어야지만 문화예술교육이 의미가 있는 거고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지적을 하셨어요. 김영현 선생님은 사람들이 표현해 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공유지의 역할을 하는게 아니냐. 그렇다고 한다면 지난 10년 동안 문화예숙교육이 이 부분이 달성되지 못하거나 접근되어지지 못한 문제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죠. 특히나 계층적으로 분절되어 있고, 갈등도 심하고, 갈등 조정에 대한 역량이 전반이 우리 사회에 떨져 있는 우리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역할이 좀 더 다르게 재 설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시간 마무리 되어도 될 것 같습니다. 
 
김인규
 저는 문화예술의 역할이 무엇인가 이걸 정책적으로 설계하는게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고요. 그렇다 하더라고 그것이 과연 현장에서 힘을 가질까요? 결국 현장의 문제인데, 어쨌든 지금 현재 상황은 이미 제도적으로 정착이 되었어요. 돈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지원금 받아서 일년 실현하고 정산하고 끝. 이렇게 돌아가잖아요. 이게 아주 익숙하게. 하나의 시스템이 되어버리는 거죠. 여기서 어떠한 생각이나 고민이나 어떠한 과제에 대해서 서로 논의 하거나, 그걸 생각해 보거나, 반성해 보거나 하는 영역은 거의 없어 보여요. 제가 피상적으로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예전에는 학교, 교육청에서 컨설팅, 코칭이라는 용어가 떠돌았었는데 요즘은 이런 용어를 오히려 가급적이면 안써요. 코칭이 중요한게 아니라 스스로 모여서 스스로 대화를 나누고 공부하라는 거죠. 그래서 교사학습 공동체라는 용어가 생겼어요. 연구하고 토론하고 거기서 너희들끼리 답을 내라는 것이 잖아요. 누가 컨설팅을 해준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서로 자기 과제를 탐구하고 이야기 나누고 정보공유하고. 이런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안타까울 때는 지원금으로 와서, 정해진 소비재처럼 프로그램을 팔고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에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비하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
 그걸 못하게 한다고 해서 막을 수는 없죠. 할 사람들은 하게 될거고요. 제 생각은 그 이상으로 서로 주고 받고, 생각할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영역을 어떻게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하는 것이에요
 
신승환
 저는 이제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에서 새는 돈은 당연히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그 돈을 버리는 것 같지만 그게 또 쌓여서 효과를 내기도 하고요. 옛날에는 그런 일에 굉장히 분노를 했었거든요. 하지만 요즘에는 더 썩은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요. 말씀에 동의 하면서도 그나마 지원금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죠.
 오히려 저는 현장의 매개자,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지역에서 제대로 하는 사람들도 있고, 통제 때문에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런 사람들 어디나 있는데 그 가운데 옥석을 어떻게 가르겠어요.
 

 

김인규
 옥석을 가르자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겨를이 없이 미끌어져서 돌아간다는 거죠. 상품이 간단히 소비되는 것처럼요. 돌아가는 도중에 쉬는 지점이랄까. 모이는 지점이랄까. 멈추는 지점이 좀 있어서 서로간의 대화를 나눠야 된다는 것이죠. 그것이 있어야 서로 자극도 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볼수도 있고, 정해진 정책을 넘어서는 효과가 있지 않지는 않을까요.
 
최혜자
 이런 관심공동체들이 스스로 해결에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김인규
 네 그렇습니다.
 
김영현 
 문화예술교육 초창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왔던 이야기 중에 ‘내가 교육가인가. 예술가인가.’를 정리하려고 했던 시선들이 있었습니다. 10년 지나고 나니까 이것도 전문가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사실 자기 삶에서는 자기가 가장 전문가인데, 삶을 다루는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장르적 전문가들에 의해서 재단되고 편성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정책의 어디를 바라보고 응원해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경상북도 칠복에서 3년 동안 문예교실을 했던 마을이 있어요. 단감농사를 잘 짓는 마을이에요. 문예교실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시를 지었어요. 그런데 더 이상 이게 확장되지 않는 거에요. 한글교실에 참여하신 분들만. 시를 쓰시는 거죠. 마을의 문화가 아니라 할머니들 몇명의 문화인 거에요. 
 ‘할머니들끼리만 하지말고 같이 할 수 없을까’하고 마을 분들과 계속 이야기 나눴는데 할아버지들은 ‘남자들이 그걸 어떻게해. 할머니들이랑 해.’ 하시는 거죠. 그래도 ‘이 마을에서 이걸 동네사람 전체가 공유 하고 확장할 수 없을 까’ 하다가. 그래도 뭔가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마침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마을 이장님이 방송을 하시는 거에요. 이 앰프는 동네 전체에 들리는 거 잖아요. 그래서 할머니들께 아침마다 이 마이크에 낭송을 하시라고 이야기 했어요. 아침마다 시를 낭송해주면 그 동네 단감들은 아침마다 시를 먹고 자란 단감이 되는 거죠. 그러면서 ‘시를 먹고 자란 단감마을’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동네 분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에요. 
 그 이후로 할아버지들도 ‘우리집 단감은 우리가 할게요.’ 그렇게 가다보니까 ‘야 양심에 좀 찔린다. 아침에만 해주면 안 되잖아. 점심때도 주고 저녁에도 줘야 되는 거 아니야’, ‘맨날 하면 힘드니까. 녹음해서 틀어주자.’ 이런 얘기를 하시는 거에요. 그런 자신없는 할아버지들은 ‘나는 해도해도 잘 안된다. 대신 서울에 나가 있는 손주 며느리에게 써서 보내라고 할게요.’ 그러면서 가족들이 써서 보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마을 백일장이 시작 됐지요. 다른 동네와 다르게 이 동네는 이 백일장이 마을 잔치에요. 
 그러면서 이런 ‘시를 먹고 자란 단감마을’이 쭉 만들어 졌죠. 한글 공부로 시작했는데 이게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된 거지요. 삶에 연결이 된거죠. 이제는 이 마을에서 시쓰고 글쓰는게 낯설지 않은 거에요. 백일장하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종이를 들고 저 구석에 가서 시를 쓰시는 거죠.
 
최혜자
 계속해서 이야기 했듯이 삶과 존재에 기반하는 문화예술이라는 말씀이시죠.
 
김영현 
 문화예술 교육이라는 게 전문가 영역들의 아니더라도 가치가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것들을 바라봐 주지 않고 있다는 거에요. 이런 것들을 자꾸 주목해줘야 넓은 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하죠.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셋팅하다 보면 일상의 문화로 받아들여주기 힘들게 되요. 이제는 삶의 영역, 일상에서 등장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죠. 
 또 하나의 장르적 구조와 삶의 구조에서 받아들이고 또 하나의 지향점이 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고 장르 예술가들이 들어와서 ‘뭔가를 해야지만 돼.’라는 강박은 오히려 어렵게 해요. 일상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잘 들여다 보고 ‘이것도 문화예술이야.’하고 방점을 찍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1999년도 부터 개념없이 쭉 활동을 해왔는데 2004년 부터 지나니까 ‘그게 문화예술 교육이야.’ 조금 더 지나니까 ‘그게 커뮤니티 아트야.’ 이렇게 얘기해주신 것처럼요.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문화예술에서 응원받을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이런 것들까지 정책으로 넘어가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최혜자
 문화예술교육이 여전히 장르에 묶여있는 동안에도 현장에서는 누군가 촉매자들이 필요했던 거죠. 이제는 그 촉매자들의 역할을 마을 스스로 하기도 하고, 기획자들이 하기도 해요. 지금은 전국적으로 온갖 마을마다 주민 예술가들이 주민 기획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그들이 퍼실리테이터 역할도 하고 있잖아요.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스스로 성찰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동안 지역과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삶의 노래들을 끌어낼 수 있었는 가를 들여다 보며 문화예술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본질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는데요. 쭉 하다 보니까 다시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정책을 떠나서 문화예술교육이 해야하는 본질이 있고. 그것이 문화예술이 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즉 본질에 다시 접근하고 다시 본질로부터 고민을 시작했을때 정책도 재구성이 되겠지요.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조금 낭만적일 수도 있죠. 이미 7000명의 문화예술 전문사가 일자리로 되어있고 이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법으로도 명시 되어 있어요. 이런 가운데서 정책적 과제이기도 하지만 본질은 결국 해답을 가지고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마무리 발언 해주실 분 계신가요
 
김인규
 충남교육청 같은 경우는. 공모를 해요. 커뮤니티 공모를 해서 일년에 200만원이고 줘요. 그런데 나중에 정산할 때 간식, 밥값은 5퍼센트 밖에 못하게 합니다.
 200만원에서 5퍼센트를 하니까 딱 10만원 밖에 못쓰잖아요.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 라는 이야기가 있었죠. 그런데 지금 1년 지나고 나니까 괜찮은 것도 같아요. 어쨌든 돈을 써야 하니까. 어쨌든 책이라도 사야하고, 강사를 초청하면서 돈을 쓰는 거에요.
 
최혜자
 여러가지 고여있는 것들을 스스로 만나서 스스로 풀게 하는 거군요. 감각을 깨우는.
 
김인규
 네, 일방적으로 불러서 연수를 하는게 아니죠. 스스로 ‘하고 싶은 연수를 해라 이거에요.’ 
 
최혜자
 네,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해결 할 수 있게끔이요. 
 
신승환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정책에서 그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한 자체적인 지원은 필요한 것 같아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해요. 예를들어 우리가 100을 갖고 있는 이것을 사업에 전체를 쓰고 있는 상황이라면, 여기서 얼만큼은 떼어내서 피드백을 하고,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 강사 교육을 하는 자체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프로그램이 살아있고 계속 움직일 수 있거든요. 고위 정책자들이 책상에 앉아서 머리속에서 프로그램을 짜면 현장에서는 겉돌 수 밖에 없지요. 자체 순환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아요. 
 

 

최혜자
 방식을 자가로 찾을 수 있게 길을 열어주자. 정책이라는 것이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설계를 하면 좋겠다는 말씀 해주셨어요. 김인규 선생님 길게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 이야기는 결국은 삶의 이야기가 녹아나올 수 있게 해야겠다는 것 같고요. 
 굉장히 굉장히 중요하고 무거운 주제라서 입을 떼기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 오늘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들을 나눠 주셨네요. 잘 정리하여 독자들과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