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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을 미리 만나는 비현실 공공꽃밭"_꽃밭사람들
  • 강원재 _00은 대학 연구소 제1소장
  • 2015.08.21
14호 곁봄 현장비평
"마을을 미리 만나는 비현실 공공 꽃밭"
강원재 / 00은 대학 연구소 제1소장

 

 

 

 

 

 여러 마을활동가들의 생각을 모아서 제정했다는 <서울특별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마을이란 “주민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경제·문화·환경 등을 공유하는 공간적·사회적 범위”를 일컫는다. 그리고 많은 마을 만들기 정책과 활동사례들이 언론을 통해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을’이라고 하면 저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나 기억이 다르고 그 뜻 또한 하나로 모아 이해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마을은 이웃집 친구 순이나 큰집 할아버지와의 추억일 테고, 또 누군가에게는 마을어른들이 불쌍해하며 거둬먹이던, 너무 많이 공부해 미쳤다는 바보 형일 테고, 어떤 이에게는 어느 여행지에서 만난 따뜻한 인심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웃 간의 정이나 상부상조의 문화를 일구느라 ‘고군분투’하는 지역일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 한 곳에 정주하면 뿌리를 내리고 미우나 고우나 그곳에서 땅을 일구며 먹고 살아야 했던 농경사회에서야 마을이라 하면 국가권력에 버금가는 자치규약과 자연에 의지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서로 도우며 공유하며 살 수밖에 없는 문화를 가진 공간적 사회적 범위였겠지만, 부동산 시세와 일터에 따라 수시로 옮겨 다니는 오늘날에도 이러한 ‘마을’의 개념이 적절히 들어맞는지는 물음이 생긴다.

 

 

 

 

  화성동탄신도시 [꽃밭사람들]의 ‘식초인문학2.0’은 지역의 시민들과 함께 개별적 삶의 행복을 넘어 이웃과 협력하여 함께 일구고 공유하는 공공꽃밭 만들기 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증진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가족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 해 “식초를 담그려 했다가 실패하고 참가자들과 상의해서 술을 빚었는데, 다들 기뻐했다”며 ‘기획자의 기획이 아닌 참가자들과 함께 만드는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동탄 후마니타스의 박희선 선생이 경기도의 시민정원사 프로그램을 이수했거나 참여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올해는 [꽃밭사람들]이라는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식초인문학2.0’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두 차례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화요일은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으로 간 사이 잠깐의 시간이 나는 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토요일에는 대개 아빠와 아이도 함께 나와 도로의 가로 길을 식용작물을 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시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은 공공 꽃밭을 가꾸고 숲 놀이 활동을 한다. 꽃밭만들기도 농사인지라 진행은 전통 절기에 맞춰서 진행하고 있으며, 시농제 때 쓸 술을 미리 빚어두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작년의 실패를 거울삼아 식초를 빚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함께 만들고 묵혀서 발효되는 시간만큼 익어가는 마을’이라는 컨셉은 그대로 유지해 된장과 간장, 그리고 효소 만드는 법을 함께 공부하고 담가 두었다 한다. 


 

 

  모임에서 가장 어린 6살 된 딸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최해숙(37)씨는 주강의장인 커뮤니티센터가 있는 시범우남퍼스트빌 입주민이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기반으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그곳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폐쇄성을 갖고 있기에, 박희진 선생에게 슬쩍 물어보니, 아파트 단지 외부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던 프로그램을 참가자로 있던 이 아파트 주민이 나서서 괜찮은 공간이 있으니 그곳에서 해보자고 제안된 터라 그런 우려는 없다고 한다. 최해숙씨는 이곳으로 이사 온 지 1년밖에 안되어 동네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는데, 자연을 벗 삼아 뛰어놀던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숲과 산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적절할 것 같아 6월부터 참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음식테라피, 꽃밭가꾸기, 허브심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한다. 자신은 아직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다른 분들과는 친분이 그다지 생기지 않았는데, 아이는 다른 또래들과 언니 오빠하면서 잘 지낸다고 한다. 동네 오빠 언니가 생긴 거 같아서 좋단다. 요즘은 스스로도 조금씩 알게 된 것을 전문적으로 더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꽃과 숲을 좋아하는 분들이 그런지 다들 좋은 분들인 거 같고 동식물에 대해서 배울게 많은 분들이라 앞으로도 계속 참가해보고 싶다고 한다. 

 

 

 

 

 

  사람마다 살고 싶은 지역이야 다를 터이고, 마음속에 그리는 마을도 다르겠지만 각자의 고민과 관심을 함께 돌볼 수 있고, 나눌 게 있으며, 계속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면 그곳은 분명 마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남편의 직장과 새 아파트 입주로 찾아왔지만 이웃 간 친분과 왕래가 없는 낯선 지역에서 아이를 혼자서 감당하고 돌봐야 하는 젊은 부모들에게 아이가 좋아하고 배울게 있을 거 같은 프로그램이 열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처럼 고마운 일이다. 꽃과 자연을 좋아하고,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만나는 게 기쁜 이들에게 [꽃밭사람들]의 <식초인문학2.0>은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하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꿔진 아기자기한 공공꽃밭의 곁을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그들이 내내 맘에 품고 있었던 어떤 아름다움을 문득 만나는 곳이 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 고민과 마음들이 나눠지고 그 마음들이 서로를 다시 궁금해 하며 모두가 낯선 이웃일 수밖에 없는 화성동탄의 신도시 주민들에게 자연의 순환처럼 흐르며 작은 공공의 장소를 함께 만들고 가꾸는 혈연가족을 넘어선 개방적 커뮤니티들로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지며 퍼져가기를 바라는 건 기획자 박희진 선생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고, 주민 최해숙씨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꽃과 자연에서 동네 친구, 언니 오빠들과 뛰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이성과 합리성이 상상력(몽상)과 이미지의 우위에 있다고 믿어온 지난 시대의 주류 철학에 연금술적 관계 역전(“위에 있는 것이 아래로 가고, 아래에 있는 것이 위로 가느니...”라는 고대 연금술사들의 비전)의 근거와 사유를 제시한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전통적으로 예술은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것이었으나, 현대의 예술은 가능할지도 모를 세계를 미리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각자의 마음에 그려둔 마을은 현대도시에서는 김용국 시인이 말하는 ‘누구나 가보았지만 가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숲’처럼 몽상의 장소일 것이고, [꽃밭사람들]이 지역에서 학원친구가 아니라 동네친구가 필요한 아이를 둔 부모와 주민들이 함께 일궈내는 공공꽃밭 역시 도시에서 현실화될 수 없는 몽상의 장소일 수 있었다. 하지만 <식초인문학2.0>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현되는 기획의 힘을 믿고 기다리며 불가능한 장소에 대한 몽상을 하고, 그 몽상이 기획된 대로는 아니라 하더라도 하나하나 현실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누려야할 삶의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 각자가 지속시키고 싶어 하는 관계로 나아가는 ‘마을’이라는 현실 불가능한 장소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늘 새롭기에 ‘낯선’ 현실과 한 편으로는 늘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익숙한’ 비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시간이 흐르고 발효가 일어나고 꽃이 피고 지고 다시 펴야 비로소 실현되었다 할 수 있는 식초나 된장, 공공꽃밭처럼 삶과 마을을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궈가야 한다. 그렇게 ‘마을만들기’가 아닌 ‘마을되기’를 해야 한다. 부디 그러한 비현실의 장소에 예술은, 인문학은, 문화예술교육은, 꽃밭사람들은 자리를 오래도록 뜨지 말고 있어주면 좋겠다. 

 

 

 

 

[현장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