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봄
- 꽃밭과 함께한 사람들
- 김진아 _다사리 문화학교 1기 수료생
- 2015.08.21
강연은 아파트 단지 내의 도서관에서 진행되었다. 10시. 조금은 이른 시간 같지만, 가족들의 아침을 마무리한 주부님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강연이 시작되며 자연스럽게 자리가 차기 시작했고, 음식의 가치에 대한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음식이란 우리 몸이 자연과 소통하는 통로(천인상응天人相應), 하늘 기운에 대한 땅 기운의 대답. (천기지미 天氣地味)’
나를 통하고 있는 음식들이 어디서 나고, 그 쓰임새가 어떤지 신경 쓰지 못하고 음식을 먹는 것은 다반사. 내가 점심으로 무얼 먹었는지조차 까먹는 것이 내 일상이었다. 음식이 가지는 가치에 대하여 너무 소홀하게 생각했다는 성찰과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을 배우게 되었다. 이처럼 꽃밭사람들은 그간 소홀히 대해 왔던 가치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도심이라는 장소에서 자연과 균형을 맞추는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
전통 음식 중에는 차가운 성질과 따뜻한 성질의 재료의 균형을 맞춘 음식들이 많다. 고사 지낼 때, 이사할 때, 함 받을 때 등 한국인의 행사에 빠지지 않는 찹쌀 시루떡도 그중 하나이다. 음식을 먹고 너무 차지도 뜨겁지도 않게 음양의 균형을 맞추는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난 뒤 꽃밭사람들이 가꿔온 도심 속의 꽃밭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산책로에 있는 꽃밭은 도심 속에서 잠깐의 휴식과 같이 다양한 색과 각자의 모양을 뽐내는 꽃과 잎들로 가득했다.
‘자연스럽다’라는 말과는 상반되게 우리는 가득 차 있는 빌딩 사이에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도시의 이미지들이 우리의 삶 안에서 제거되어야 하는 요소도 아닐뿐더러 제거될 수도 없지만, 도심과 자연의 균형을 만들어 나가는 꽃밭사람들의 삶을 통해 ‘자연’ 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반기 작업을 위한 휴식기 돌입 이전의 마지막 이론 강의였다. 무더운 여름이 끝나고 수확의 계절에 접어드는 그때 ‘꽃밭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