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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영 _예술가
  • 2018.05.30

24호 넘봄 
질문을 하게 만드는 일
김지영 / 예술가


예술교육자/  예술              교육자

 

나는 예술교육자라기보다는 예술과 교육의 거리를 얼마나 띄워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인 것 같다. 어느 날은 예술과 교육을 딱 붙여서 사용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예술과 교육 사이에 스페이스 바를 열 번 정도 눌러 사용하기도 한다. 장난스럽지만 예술과 교육의 거리를 고무줄처럼 가지고 놀아야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현장에서 일을 해왔다.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방과 후 활동을 하기도 하고, 커뮤니티 아트라는 이름으로 성인들과 함께 바느질을 하거나, 도시 재생사업 일환으로 지역에 거점을 두고 리사이클 공방을 3년 동안 운영해보고, ‘예술가와 친구 사귀기’라는 황당한 이름으로 장애인들과 창작 워크숍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 예술 카테고리 안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였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예술교육은 표현의 다다름을 지향하지만, 결국은 다다름을 ‘예술로 하나되는 우리’로 묶는 행동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질문들이 부풀어 올랐다.

 

* 공공미술이라고 하지만 우리 안에 합의된 공공이 있는가? 

  합의하지 못한 사람들의 묶음은 공공이 될 수 없나? 

* 우린 정말 소통을 원하는가? 소통은 필수적인가?

* 지역사회에서 여성의 자리는 어디일까? 

  가족 내 구성원, 엄마, 딸의 역할 밖을 넘어서는 자리는 있는가?

* ‘함께’, ‘우리’라는 감각 밖에 밀려난 소수의 감각을 우리는 정말 환대할 수 있는가?

 

우리 동네 집값이 오르는 게 공공인 아저씨, 이웃 간에 소통보단 들키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은 1인 가구, 활동가로 불리지만 남성보다 저임금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경력단절 여성, 낯선 감각을 그리는 장애인은 될 수 있지만 불평등을 말해선 안되는 장애인 등 예술교육 현장에서 물음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 개개인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를 의심하지 않는 삶과 ‘우리’에 속해본 적 없는 삶, ‘우리’라는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삶들 사이에서 나는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예술교육이 차이를 보여주는 창으로 역할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예술과 교육의 사이를 떨어트리고 예술이라고 말하지 않는 방식은 어떨까?

예술과 교육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표현이 자유롭고 실천에 가까워지는 활동은 없을까? 그런 고민들을 하던 중 일본 오사카 지역에서 십여 년 동안 장애인과 홈리스, 일용직 노동자와 활동해온 <스윙>, <코코룸>을 방문하게 되었다. 

교토에 위치한 <스윙(swing)>은 장애인을 복지의 대상으로 가두지 않고, 한 시민으로서 세상과 더 가까워지도록 즐겁게 활동하는 비영리법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외부로 발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스윙>에는 4가지 ‘일’이 있다고 한다.

 

① 돈을 버는 일 : ‘shiki OLIOLI’ 포장박스를 접는 활동 

② 돈이 없어도 되는 일: ‘COMI CORORI’ , ‘표현족’ 

③ 스윙에 오는 것만으로도 일 

④ 살아가는 것이 제일 큰일

 

돈을 버는 일이나, 돈을 벌지 않는 일에 차등이 없고 살아서 존재하는 것이 제일 큰일이라고 말하는 태도에서, 사람의 존재를 노동의 유무로 가치 판단하지 않고 그 자체의 존중하는 태도가 느껴졌다. 그 중에서도 ‘COMI CORORI’ 활동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장애인이 쓰레기를 줍는 일을 자주 하는데 <스윙>은 ‘COMI CORORI’라는 이름으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전대물 코스튬을 하고 함께 쓰레기 줍는 유머러스한 프로젝트를 한 달에 한 번씩 10년 동안 해오고 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지나가던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거나 누군가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이 찾아오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도 ‘COMI CORORI’는 10년 전처럼 매월 첫 째주 수요일 변함없이 쓰레기퇴치를 하고 있다. ‘흔들린다’ 라는 뜻을 가진 스윙은 아슬아슬하고 유머러스하게 사회를 비집고 들어간다. ‘안전한 것은 재미없다, 그렇지만 너무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약간씩 침범하며 영역을 확장하기’ 전략으로 목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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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 corori 활동 소개(스윙 홈페이지)

 

오사카에 위치한 <코코룸(cocoroom)>은 홈리스, 나이든 일용직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일본 사회에서 인정하지 않는 ‘사회 밖 공동체’를 표방하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코코룸>이 위치한 아이린 지구 가마가사키는 여전히 홈리스와 나이든 일용직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슬럼이지만, 2년 전 방문했을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관광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이 케리어를 끌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코코룸>이 위치한 골목 아케이드에도 여성들이 호객행위를 하는 가라오케가 대거 눈에 띄었다. 투기 자본이 들어오고 땅값이 오르면서 <코코룸>은 10여 년간 활동해오던 지역에서 언제 밀려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불안한 상황에서도 ‘가마가사키 예술대학'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은 수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가마가사키 예술대학’은 마을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생각으 홈리스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거부당하지 않는 공간, 안심하고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들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래서 같이 거리를 걷고, 요리를 하고,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참여하는 사람들의 나이가 많아져 참여자 숫자가 줄고 있다고 하였다.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과 빈곤의 문제를 지우려는 자본 때문에, 이 공간의 기억과 현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코코룸> 운영자 우에다 카나요씨는 “마을과 사회는 변화한다. 다만 우리의 활동이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가마가사키 예술대학’은 한사람, 한사람과의 만남이기에 개개인의 만남, 존중에 대해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 그 안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낙관, 혹은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이 담겨져 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사람들과 한다는 태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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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룸 입구와 정원 
 

두 공간 다 자신의 활동을 외부에 설명하기 위해 예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내부적으로 활동을 할 땐 예술이라고 말하지 않으며 표현이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무언가를 예술이라고 명명하면서 우상화하거나 일상과 거리를 두는 것 자체를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대신 표현이라 말함으로써 그것을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는 환대의 태도를 드러냈다. 또한 표현은 기술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여기 함께 있어도 된다는 인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스윙>과 <코코룸>을 다녀와서 위에 언급한 질문에 해답을 찾진 못했다. 일본과 한국은 제도적으로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고 그렇기에 사람들과 만나는 접점도 다르다. 다만 예술로만 정의 짓지 않기, 오히려 예술로부터 멀어지기, 사람에 대한 존중이 교육이라 말하는 태도에서 마음의 가벼워짐을 느꼈다. 예술교육 현장에서 나는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 무엇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있었다. 또한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부담과 압박에 스스로 힘들어했다. 조금 더 어깨에 힘을 빼보자. 나에게 질문을 가져다준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질문을 나누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자. 

 예술을 지워보기도 하고 교육을 멀찌감치 떨어트려 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예술교육 현장은 나에게 질문을 일으키는 장소이자,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미술작업 하는 작가로만 활동했다면 그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개개인의 삶의 과정에 대해 이해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이었다가 다수(개인의 합으로서 다수)를 만나는 일, 그리고 다시 개인으로 돌아가는 일, ‘우리’의 안과 밖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나의 위치를 묻게 되는 일, 그것이 환대의 어려움을 생각하게 하는 일인 것 같다.

 

 

1. <스윙> 홈페이지

http://www.swing-npo.com 

2. <코코룸>에 대한 소개글 '관계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사회문화예술교육'

http://www.arte365.kr/?p=56416

3. <코코룸> 활동을 볼 수 있는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ocoroom

4. 관련 기사 : 제주의 소리 '야쿠자와 노숙자로 쇠락한 거리에 시민 커뮤니티 만든 女시인'
http://www.jejusori.net/?mod=news&act=articleView&idxno=193165




김지영
예술가이자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실로 관계를 엮었다 풀어내듯 사소함으로 우리가 되었다가 다시 우리에서 탈주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