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문화 재단
  •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이미지입니다.
  • 가봄
  • 10년의 여행, 어디로.......
  • 이영숙 _극단 올리브와 찐콩 대표
  • 2018.05.30

24호 가봄 
10년의 여행, 어디로.......
이영숙 / 극단 올리브와 찐콩 대표
 

 

예술가의 호기심, 사회를 탐구하다

 연극은 흔히 허구의 예술, 가상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순 되게 만일 ~라면의 가정을 통해 마법처럼 실제(reality)를 경험한다. 더 나아가 연극은 세상의 진실을 통찰하여 비추는 특별한 거울이다.  

 이 명제 때문에 나는 항상 너무 진지함 속에 연극을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연극은 세상의 이야기를 특별한 렌즈로 바라보게 하고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종교적 신념과 같은 무게감 때문이다. 

 그래서 더 한발자국 떨어져 조금 더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연습을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 한다. 진정한 통찰은 한발자국 물러섰을 때 더 잘 볼 수 있고 그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 놀이판에서 한판 놀아재끼는 광대로서, 세상에 대한 냉소가 아니라, 진지한 질문을 유쾌하게 던질 수 있기 위해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과 상황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내가 경험한 것을, 나의 이야기를 세상을 향해 던질 수도 있지만, 나의 모든 작업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내가 만나보지 못한, 겪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고 귀 기울여 들어 보는 것에서부터 ‘나’라는 인간을 투영해 보고 대비해 보는 경험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 되었다. 2009년, 버디&키디 장애인식개선 프로그램 개발 의뢰를 받고.

장애? 인식개선?

파라다이스 복지재단 장애연구소에서 이미 작업 중이던 초등학생 대상 인식개선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새로운 여정이 시작 되었다. 기존에 연구된 서경인 특수교사 연구회 선생님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인형극과 참여 연극의 형식을 접목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다. 프로그램의 개발 방향은 첫째, 놀이성 이었다. 인형 조종자이면서 교사인 2명의 배우가 아이들의 흐름(flow)을 이어간다. 둘째, 주입하듯 정답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배우와 상호작용하는 참여형식이다. 셋째, ‘장애란 무엇인가?’ ‘어떻게 장애친구와 함께 지낼 것인가?’ 에 대한 이 프로그램의 궁극의 목적에서 정보가 명확히 필요한 지점은 쉽게 해결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근본적으로 관계의 문제였다. 장애를 가지고 있든 아니든, 기본적으로 평등하게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아이들 안에서 찾아내는 것을 방향으로 하였다. 

 프로그램은 통합학급 한 학급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40분 간, 도입- 인형극- 후속활동으로 꽉 짜여져 2명의 배우가 인형을 조종하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토론연극은 인형극이 아니라, 공연으로 진행 되며 후속에서 모둠토론과 전체토론으로 이어지며 아이들이 극 속에 참여하여 장면을 바꾸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장애유형별로 제작 되어 지적장애, 지체장애, 자폐성 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상(ADHD)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우리는 친구, 뻐끔> <내가 해줄게> <정리맨 준호> <현지의 일기> 4개의 프로그램에서 시작하여 2013년 <나랑같이 놀자>가 추가 되고 2014년 <정리맨 준호>를 수정하여 <준호가 사라 졌어요>, 2012년 초등 고학년 대상 토론 연극 <유진아, 유진아>를 창작하여 총 6개의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 <유진아, 유진아>는 특별히 장애에 대한 이해 보다 학급 공동체 내의 관계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각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모습을 투영한 인물들이 있고, 특별한 이야기가 들어 있고 이야기 속의 중요한 역할로 아이들을 초대한다. 

 

여정에서 만난 아이들, 선생님들

 통합학급의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좌충우돌 하면서 함께 하기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조심스레 ‘연극’이라는 소통의 도구를 가지고 등장한 팀은 다양한 삶의 현장에 직면했다. 아이들은 머리로 이해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지만, 행동과 마음이 잘 되지 않는 모순된 자신에 직면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인간에 대해 기본적인 존중 없는 날것의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장애’가 함께 지내는 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 상황도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배우들이 날것의 반응에 화가 나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감동적인 순간을 선물 받고 오기도 했다. 다양한 아이들의 삶의 모습을 함께 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어른의 역할을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우리는 그들의 삶 밖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조심스러움과 존중감이 필요했다.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배우들은 대부분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연극작업을 시작했다. 토론 중에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 분노, 억울함, 회한, 기쁨과 자긍심 등은 그 어떤 어른세계의 상황보다 중요하고 진지했다. 아이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충분히 그들의 인생의 무게를 제대로 짊어지고 가고 있고 가볍게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가면을 쓰고 어떻게 처신 할 것인지 머리 굴리지 않는다. 충분히 자기들 일상에 관심이 있고 이상적 상이 있다. 불편한 마음들이 존재해 왔고 그것을 인식하고 공론화 하는 순간 다른 차원의 관계, 변화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우리는 어느 순간 멈춰 서서 자신들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투영할 수 있도록 판을 열어줄 뿐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들어주는 일이다. 거기까지이다. 해결 방법은 그들이 찾아낸다. 아이들에게 답이 있다는 믿음은 10년이 지나도록 깨져 본 적 이 없다. 장애를 가진 같은 반 친구에 대해 전문가도 그들이며,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고통을 주고, 받는 것도 그들이다. 그렇지만, 그들 안에 다양한 시선이 그들을 스스로 정화시키고 대안을 찾게 한다. 우리가 가지고 들어간 연극이라는 예술은 도저히 바뀔 수 없을 거 같은 상황, 현실, 사람에 대해서 거꾸로 낯설게 보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킨다. “상상(imagination)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고 공감(sympathy)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궁극에 이는 같은 반 장애 친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곧 나를 위한 것,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될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해 지기 위한 내려놓음과 창의적 해법 찾기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궁극에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물질적 조건이나 환경이 아니라 ‘사람’이 어떠한 마음과 태도로 어떠한 행동과 말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의 내면의 빛을 끄집어 내 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이것이 사회 속으로 들어간 예술가의 역할이다.  

 

배우들의 성찰, 대안적 상상, 또 다른 창작으로

  그렇다면, 학교로 들어간 예술가, 자신에게 무엇이 남는가, 우리는 엄밀히 말한다면, 무언가를 가르치러 들어간 것은 아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 진지한 관찰과 탐색, 연극적 만남, 듣고 공감하기의 과정에서 우리 안에도 질문이 생긴다. 정말 장애가 세상에 함께 더불어 사는데 장애가 되는 것이 맞는가, 학급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고통과 반목과 갈등으로만 볼 것인가, 성장의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같은 반 장애 친구를 다르게 보게 만들고, 자신에게 차별과 혐오를 용인한 부분은 무엇인가, 다르고 낯선 것에 대한 불편함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아이들의 삶의 스펙트럼에서 다시보기를 해 보고 싶다. 그러한 질문에서 상상을 덧붙여 작업하게 된 것이 <짝자기 신발>이란 작품이다. 아이들이 같은 반 장애를 가진 친구를 수학여행에서 잃어버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담론으로 귀결이 아니라, 개개인의 성장 과정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내 보려고 시도한 작품이다. 

 올해도 순회는 계속 되고 있다. 2018년 올해만 155개 학교를 순회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13명의 배우들은 대부분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연극작업을 하고 있다. 1년 단위로 수업을 하고 마지막에는 발표회를 한다. 이 발표회를 엮어서 <포텐 프로젝트>라는 연극 축제를 열기도 했고 장애인 시설의 어르신들과 연극 작업을 진행하고 지역의 극장에서 공연 발표도 했다. 

 여전히 세상에 무지한 나는 또 배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만남의 기회가 되었고 이를 통해 내가 가진 편견과 갈등에 대해 성찰해 본다. 또 한발자국 세상으로의 발디딤이 이루어졌다. 깊게 몸과 맘을 다해 작업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다음 여정 길이 떠오른다. 

10년 이후, 우리는~ 

 


*​​​​​​‘짝자기 신발 : 짝이 맞지 않는 신발처럼 친구들의 관계가 어긋나있음을 상징하며 맞춤법이 맞지 않는 것은 장애를 가진 기상이를 연결하는 코드이다.

 

01    02

03    04

*프로그램 관련 토크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oYD4IJOpcqQ

 



 

이영숙

극단 올리브와 찐콩 대표.

극단 올리브와 찐콩은 ‘관객과의 만남’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특별한 관객을 위한 특별한 주제로 다양한 형식(참여 연극/ 예술교육/드라마 등)을 창작하고 시행하고 있다.

fb.me/oliveri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