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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곁봄
  • 담장 없는 지역사회 배움의공동체, 호평중학교
  • 강원재 _OO은대학연구소 1소장
  • 2013.11.14

 

 

 

 

문화예술교육도 교육이니 교수법이나 학습과정이 필요하다. 그 방법이 한 명의 교사가 30명의 학생들을 학원 수강생처럼 앉혀두고 시험에 나올만한 지식을 콕 찍어 주입하는 현 제도교육의 교과강의식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호평중학교가 채택하고 있는 ‘배움의공동체’는 그 하나의 수업방법이자 철학일 수 있다. ‘배움의공동체’는 동경대 사토마나부 교수가 세계 각 국의 좋은 수업 수 천 개를 참관한 후 일본의 공교육 개혁에 적절한 방식으로 조합해 제시하고 있는 교육개혁운동 모델이다. 먼저 수업연구회 방식으로 교사들이 협동공동체를 만들고, 각 교사는 교실에서 협동수업을 조직 운영하고, 이 수업은 동료교사들에게 개방하면서 학습자들이 언제 배움으로부터 도망가는지, 어떻게 수업 안에서 돌봐지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는지를 함께 이야기하면서 수업 운영과 학교 운영의 변화를 일으키고, 이를 학부모와 지역사회로 열어놓고 혁신회의에 함께 참여토록 하면서 학교에서 시작해 지역사회 혁신으로까지 나가게 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배움의공동체 수업은 보통 4인 1조로 그룹을 짜서 진행하고 이후 조별로 연구하고 배운 것을 전체에 발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모델의 핵심은 교사가 1대 30으로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4인1조의 학생들이 서로가 서로의 교사 되는 것인데, 배울 때는 교육효과가 30%이고 가르칠 때는 70%이기에 ‘가르침도 배움’이라는 게 사토마나부 선생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과 학생들의 협동이 필요하고, 교사와 학생들의 협동, 그리고 교사와 교사의 협동, 교사와 학교행정의 협동, 더 나아가 학교와 학부모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협동이 필요한 것이다. 배움의공동체는 이러한 필요를 점차 조직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에 ‘교육운동’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안교육 쪽에서 시작해 경기도 교육청이 2009년 진보교육감의 당선과 더불어 전개시킨 ‘공교육혁신학교’ 제도와 맞물리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호평중학교의 혁신도 바로 이 시기부터 시작했는데 올해 8월 1기 과제를 마치고 현재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먼저 시작한 혁신학교 모델로서 ‘어떻게 혁신을 지속해갈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설정하고 2기 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남양주시 호평동에 위치한 호평중학교는 지난 2,000년 도시개발 바람을 타고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들에 둘러싸인 채 설립된 학교다. 즉 지역사회라 부를만한 어떠한 관계망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곳에서 현재 부모들의 취미공동체 4개가 운영되고, 자녀가 졸업하더라도 유지되며, 이곳의 회원들이 지역사회협력과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학교혁신에 참여하고 있는 걸 보면 불과 몇 년 새 이룬 성과가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취미공동체는 학부모뿐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학교의 자율동아리활성화 정책을 통해 뜻 맞는 몇 명이 모여서 학교에 신청하는 식으로 동아리 결성이 이뤄지고, 그때부터 동아리 공간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의 축제와 입학식, 여행 등의 의례 역시 학생기획단의 주도로 기획되고 운영되고 있었다.

 

배움의공동체를 작동시키는 첫 번째 원리는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이 수업 안에서 동료성을 갖는 것이다. 좋은 수업은 교사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협력하며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수업 안에서 서로를 돌보는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두 번 째는 수업 또는 학교를 지역사회로 개방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배움이 교실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학교로 지역사회로 열리면서 상호영향관계를 갖도록 하면서 수업과 학교의 변화가 지역사회의 변화로까지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 째는 학습자들이 함께 연구하고 배운 것을 개인의 것으로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표현하고 이해를 나누면서 공유하는 반성의 과정을 갖는 것이다.

 

 

 

혁신학교의 지정과 더불어 이 학교의 혁신부장으로 전근해온 이승곤 교사를 따라 학교를 둘러보는 동안 배움의공동체 운동이 문화예술교육의 관점에서 어떻게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학교 담장, 운동장 펜스, 실내계단,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2층과 3층의 갤러리 공간까지 수업이었을지, 공동의 작품활동이었을지 모를 예술적 결과물이 남겨져 있었는데, 그나마 잘 단장되어 있다는 다른 학교에서 ‘장식이 되어버린 예술’을 마주했을 때의 민망함이 대신, 평생을 살아도 정돈되지 않을 ‘삶으로서의 예술’ 안에서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는 인상이 들었다. 축제를 함께 만들 기획단을 모집한다는 공고포스터와 지난 행사의 기록들, 휴일인데도 동아리 활동을 위해서 모인 학생들의 모습에서는 ‘괴담’이 생산되는 빈 학교의 황량함이 아니라 활기찬 지난 시간의 기억들이 숨을 돌리며 학교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고 교사를 포함한 학급 구성원들의 바람과 보살핌의 이야기로 빼곡 메워진 학급게시판들을 둘러보면서는 여느 학교에나 만연해 있는 왕따나 학교폭력이 이 학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곤 교사는 실제로도 ‘학교폭력’ 문제가 거의 없다고 한다. 지금의 문화예술교육들이 기능교육이나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의 체험교육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가 학습자들의 일상으로 이어지도록 준비단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협의를 통해 설계되고 실행된다면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반성적 활동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겠다 싶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활동하는 과정과 결과가 학교의 모습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생활에서 알아간다면, 이는 학교 밖에서도 그러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은 주변세계와의 영향 관계에 있게 된다는 것을 호평중학교 학생들의 몸은 체득해 가고 있고 그리하여 자신의 가정을, 배움터를, 일터를 그리고 지역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일꾼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호평중학교의 이러한 혁신은 학교운영위원회를 받치는 학부모들의 동아리활동, 혁신을 주도하는 교사연구회와 공모제를 통해 선출된 교장의 마인드와 동참,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 학교의 주인으로서 배우고 활동하는 것을 지지하는 환경이 잘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협동적인 배움 이후의 평가측정이 여전히 성적향상 정도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거나 이러한 민주적 협동 학습 환경에서 두각을 드러낸 아이들이 졸업 이후 다른 경쟁적 교육환경에 처해졌을 때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문제가 그것인데, 이는 교사순환근무제로 4년마다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야하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로 겪게 되는 문제라 한다. 배움의공동체 학교혁신운동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교육제도 전반에서 이러한 성과를 끌어안으면서 동시적으로 시행해 가야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교육계 역시 보수와 진보로 나눠져 있고, 다소 진보적인 배움의공동체 운동에 대한 소위 보수적 교사들의 폄하와 자녀를 경쟁사회에서 승리해 다른 사람보다 나은 지위로 보내려는 부모들의 욕심은 이러한 교육제도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배움을 즐겁게 누려야 할 학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르치고 돌보는 어른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지금도 ‘학교’는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고통을 인내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사토마나부 선생은 “배움이란 사물(대상세계)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한 <세계만들기>와, 타자와의 만남과 대화에 의한 <친구만들기>, 그리고 자기자신과의 만남과 대화에 의한 <자기만들기>가 삼위일체되어 수행되는 ‘의미와 관계를 엮어가는’ 영속적인 과정”이라고 한다. 호평중학교의 배움의공동체 학교만들기가 보여준 사례는, 민주적이고 협동적인 환경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주변세계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와 동료, 그리고 사회와 함께 아름답게 변화 성장하는 문화예술, 그리고 교육의 방법론적 사례이자 지향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하겠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