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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곁봄
  • 문화시설 기반 체험교육에서의 돌봄과 창의성
  • 강원재 _OO은대학연구소 1소장
  • 2013.08.24

 

 

 한국철도박물관의 ‘너와 내가 만드는 우리 전시회’는 2013년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토요문화예술학교> 참여 프로그램 중 심사과정에서 가장 기대를 많이 받았던 프로그램이다. “문화소외계층의 청소년들이 박물관 학예사라는 문화생산자로서의 직업체험과 실질적인 학예업무의 경험을 통해 자긍심과 자존감을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취지와 더불어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다”는 등 기존의 문화예술교육 기획서의 유보(留保)적 언어와는 사뭇 다른 선언(宣言)적 언어로 쓰인 프로그램 구성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학예사가 하는 일의 일부가 아니라, “학예사라는 존재 자체를 경험케 하겠다”라니! 과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인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바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철도박물관은 1899년 노량진-제물포 구간이 개통된 이래 100년이 넘는 역사를 쌓아온 한국철도가 그간 변화해온 다양한 모습을 철도역사실, 철도차량실, 모형철도파노라마실, 미래철도실, 옥외철도실물전시장 등에 갖춰두고 관람객들에게 체험토록 하고 있다. 물류의 이동수단이자 사람들의 교통수단이며, 여행과 문화의 교류수단인 한국철도의 역사를 한 눈에 보고 접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이 시설은 교육적 자산일 뿐 아니라 문화적 자산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7월20일 찾은 한국철도박물관에는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관람객들이 여기 저기 다니고 있었고, 선생님과 함께 온 10여 명의 아동들 두 서너 팀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철도유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림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박물관 2층에 위치한 작은 전시실에는 이번 <토요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10여명의 청소년들이 지난 3개월간 박물관 큐레이터의 역할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큐레이터가 되어 기획하고 설치해본 <친구와 함께 여름과일축제전>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의 구성은 참가자들이 ‘창원수박축제’, ‘세종복숭아축제’ 등 여러 지역의 과일관련축제를 조사하고, 이를 판넬에 직접 그림으로 그려 설치하고, 준비한 노래공연과 더불어 관련 애니메이션도 한 편 만들어 상영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청소년들이 ‘여름’과 ‘과일’, 그리고 ‘축제’라는 자신들의 관심꺼리로부터 출발해 발전시킨 전시라는 의의와 더불어 이러한 의도를 다양한 형식을 통해 관람객들에 전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좋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미덕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의문이 생겼다. 지역공부방이든 학교든 적절한 공간이 있으면 운영 될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을 철도박물관이라는 특별한 콘텐츠가 교육적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 장소에서 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창조도시(Creative City) 담론을 주도해온 찰스랜드리가 그의 책 [The Art of City-making](한국어판 : 크리에이티브 시티 메이킹)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도서관, 박물관 등의 문화시설은 그것이 위치한 지역 주민들에게 ‘정착할 기반이 되는 곳’, ‘가능성을 주는 곳’, ‘영감을 주는 곳’, ‘배움이 있는 곳’이며, 이곳에 수집되어 전시되고 있는 ‘유물’을 만나면서 우리는 지난 역사와 이어질 수 있고, 우리가 속한 사회를 통찰할 수 있고, 다른 문화와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미래를 상상하고 실험하고 체험해볼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자신을 박물관 커뮤니케이터라고 소개하는 노재만 학예부장은 프로그램 초기 얼마간 박물관 자원과 어떻게든 연결해보려 했으나, “여기도 저기도 가고 싶지 않고,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지 않고, 쉬고만 싶어하는 참가 청소년들”의 동기를 자극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소극적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성을 보이는 참가자들”을 돌보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또한 중간중간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하던 아이들이 프로그램에서 빠지면서 흐름과 맥락이 끊기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참가자들간의 관계형성과 동기화에 주력했고 남은 한 달 간 겨우 참가자들이 그나마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도록 하고, 그것을 어떻게 전시로 연결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다보니 “학예사로서의 존재를 경험케 하겠다”던 기획의도는 사라지고 지금과 같은 모습은 전시가 나오게 되었다 한다. 


 

 “배고픈 아이처럼 영혼이 굶주린 아이는 공부하지 않으니까, 밥부터 챙겨 먹여야 한다”는 교육학자 넬나딩스의 이야기처럼 노재만 부장의 판단은 충분히 이해될만하다. 그리고 초기 기획의도를 내려놓고 참가하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새롭게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한 건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예측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간 철도박물관이 청소년 교육에 대한 관심이 없었거나 실제 경험이 없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일 뿐이란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박물관이라는 문화시설 안에서의 이미 가지고 있는 콘텐츠(유물)를 활용한 돌봄에 대한 이해도 없었던 듯 하고, 그 과정 또한 매끄럽게 풀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참가자들의 관심과 동기가 여름과일이고 축제였더라도, 조금만 더 세심하고 교사로서의 교육적 개입을 했더라면 과일과 사람이 이동되는 수단으로서의 교통, 그리고 철도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상상으로 이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축제가 열리는 지역의 근처 기차역은 있는지, 그 기차역은 현재 어떤 모습으로 운영되는지, 축제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어떤 교통수단을 통해 찾게 되는지 등등에 대해서도 말이다.

 

 

 

 

 노재만 부장은 자신이 학예사이긴 하지만 박물관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지속성을 위해 경영이 아니라 박물관 내부적 소통, 박물관을 둘러싼 재정지원 주체들과의 소통, 관람객과의 소통, 유물을 더 잘 만나게 하는 법을 개발 운영하는 것이 그의 일이라 한다. 돈벌이도 지속성을 위한 박물관 운영 행위의 일부일 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이러한 그의 논리를 빌어서 이야기해보면 박물관의 풍부한 유물을 활용한 다양한 시선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들이 늘 새롭게 쓰이는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어 가는 것도 지속가능한 운영의 일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근에 있는 교통대학과 더불어 이 지역의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살아가는 지역에 있는 특별한 문화시설로서의 철도박물관의 기획과 교육에 참여토록 하고, 그 흔적과 기억을 쌓도록 하면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하거나 기차를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토록 하는 것도 박물관 운영의 일부일 수 있겠다.


 

 미국의 IMLS(Institute of Museum and Library Services)는 오늘날의 박물관 관람객과 도서관 이용자들은 박물관과 도서관이 그 “소장품이나 콘텐츠를 다양한 관람객이 참여하면서 효과적으로 활용토록 할 것”, “지역사회 학습체계의 일부로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연결하는 유연하고 창조적인 몰입의 경험을 제공할 것”, “의미있는 사회적이고 시민적인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다양한 방식을 제공할 것”, “기관의 중심임무를 관람객 참여와 체험에 둘 것”, “관람객들이 협동적인 참여가 가능한 건축물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양건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철도박물관이 이번 사업을 계기로 IMLS가 지적하듯 지역의 청소년들과 주민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더욱 관심을 갖고 박물관의 자원들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안에서 청소년들의 삶을 돌보고 협동을 촉진하고 창의성을 움틔우는 지역의 문화시설로서 자리 잡고 운영되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