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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들의 ‘제3의 장소’이기를 희망하는 미술관, 문화공장 오산
  • 박형주 _하자센터 기획부장
  • 2013.08.24

 

 

 

1.

 

 인간은 집과 회사를 쳇바퀴 돌 듯 살다가 호젓한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거나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재미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 항상은 아니지만 거의 규칙적으로 찾아가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자신의 여유를 찾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는 그러한 공간을 가정(제1의 장소), 학교나 직장(제2의 장소)에서 떨어진 사회적 환경이라는 의미에서 ‘제3의 장소(the third place)’라고 부른다. 제3의 장소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정기적으로 만나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커뮤니티에 대한 의미와 감각을 제공한다. 그리고 위험사회, 무연사회 등 사회 해체와 문화적 관계의 소멸이 가속화되는 삶의 조건에서 중대한 문화적 역할을 수행한다.

 

 스타벅스의 ‘제3의 장소 마케팅’ 사례처럼 제3의 장소마저 소비적 장소로 전락해 버린 듯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삶의 조건을 바꾸는 ‘커뮤니티 솔루션’에 있어서 생산적 장소로서의 그 필요성이 높다. 최근 생활권 단위에서 공방, 카페, 책방 등 다양한 형태의 자생적 시민문화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는 현상이 그 방증이다. 커뮤니티 솔루션이란 관심과 열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지혜와 힘을 모아내는 방법이다. 여기서 제3의 장소는 일종의 창조적 공유지(creative commons)라고 할 수 있다. 즉, 아이디어나 관심,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곳이기도 하고, 공통 관심사를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대어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신뢰와 경험을 공동 자산으로 쌓아가는 곳이기도 하며, 사람들 각자가 그 공동 자산을 이용해서 구체적인 성과를 얻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소를 생산적이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 ‘관계성’이다. 그리고 그 관계의 가치를 높여주는 활동 중의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2.

 

 오산 시민들에게 제3의 장소이기를 희망하는 문화공장 오산(이사장 곽상욱)은 지난 해 9월 오산시 은계동에 문을 연 오산시립미술관이다. 일반적으로 지자체나 지역재단이 이 같은 시설을 세우면 으레 미술관이나 갤러리라는 명칭을 붙일 법 한데 운영주체인 오산문화재단은 그리 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오산시의 시민 평균 연령이 31세로 대단히 젊은 도시이다. 그만큼 교육 환경과 서울과의 근접성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산다. 그런데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 전문인력은 많지 않은 편이다.” 오산문화재단의 목홍균 문화사업팀장은 그 이유에 대해서 지역의 특성에서부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서 오산 시민들이 단순히 관객으로만 머물다 가는 장소가 아니라 시민과 작가를 하나로 이어주고 서로 교류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문화공장 오산’이라는 명칭을 지었다.”

 

 생산하는 예술가와 소비(감상)하는 관람객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깨고, 시민들의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참여활동에 초점을 두고 미술관을 참여를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문화공장 오산의 속마음이 엿보인다. 본래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예술은 생활 세계 안에 풍부하게 내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근대사회는 예술을 삶에서 분리시켜 전시장이나 공연장 등 특정한 공간에 가두어 버렸다. 자연스레 예술은 특정 예술가의 행위나 결과물로 국한되었고, 대중들은 관람객이 되어 예술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큰마음을 먹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그런 곳들을 찾아가야 했다. 그러나 차츰 뉴장르 공공미술(new genre public art)이나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 등 문화민주주의에 초점을 둔 정책들이 강조되면서 이제는 예술 활동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참여적 주체로서의 관람객의 역할이 요구되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공공문화기반시설인 미술관도 공동체의 감성과 의미를 생산하고 교류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창조적 공유지로 재의미화 되기에 충분하다 할 수 있다. ‘창조적’이라는 것이 예술만으로 한정된 의미는 아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가 생산되고 교류되는 모습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관을 창조적 공유지로 설정한다면 그 공유지에 모이는 구성원인 예술가나 시민들의 자치적 역량을 키우고, 누구나 생산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권리적 측면의 접근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3.

 

 개인적으로 문화공장 오산은 그러한 필요들에 대한 감(感)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 듯하다. 공간 배치에 있어서 어린이와 예술가가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별도의 체험 공간(1층), 다소 딱딱하긴 하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 라운지 공간(4층) 등은 그러한 감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전시가 이루어질 때도 가급적이면 참여 작가들이 단순히 전시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들과 다양한 형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또 시민들을 모아 스터디 방식으로 매주 전시해설 교육을 실시해서 그들이 직접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전시를 설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문화공장 오산은 참여와 개입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지향해 가고 있었다.

 

 우리가 예술을 의미 있는 것을 만들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을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터득한 기술을 일상의 삶에 적극 활용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때, 문화공장 오산의 그러한 시도들은 취미 활동 혹은 여가 활동을 넘어 각성된 주체로서 시민들이 일상적 삶에 기초한 사회적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기술, 교육, 모임 등의 창조적 활동들을 형성하는 잠재태일 수 있다. ‘감응적 개념’이라는 사회학적 용어가 있다. 규정적 개념과 달리 어떤 단어를 쓰는 사람들이 감으로는 알고 있으나 아직 명확한 개념 규정은 이루어지지 않은 개념을 뜻한다. 개인적으로 전에는 이런 불명확하고 모호한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못내 불안하여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세상의 일들을 이해해가는 데 있어서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특정한 일을 펼쳐가는 데 있어서 규정적 개념으로 사유하기 보다는 감응적 개념을 통해 감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개관한지 채 1년이 안 된 문화공장 오산은 어쩌면 아직은 부단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감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지 않을까!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