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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를 가로질러 공동의 관계와 경험을 일구다
  • 박형주 _하자센터 기획부장
  • 2013.07.02

 

 

 

 공동체의 문제를 풀어가는 창조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지금 ‘정서적 지지의 역할, 공동의 경험을 만드는 역할, 창조적 해법을 시도하는 역할 등 다층적인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역사회에서 주체적으로 문화적 가능성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설계된 문화예술교육 사례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높아지는 듯하다. 문화예술교육,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은 마을 또는 동네라고 칭하는 공동체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은 때론 삶의 자취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새로운 문화적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 되기도 하고, 때론 지역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 속에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고 숨결을 불어넣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문화예술교육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되어야 할 것은 우리가 공간과 사람에게서 발견하게 될 그 무엇이어야 한다.

 

 역사와 기억을 마비시키는 ‘스펙타클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발견해 내야 하는 ‘그 무엇’이란 바로 시간과 역사다. 공간과 사람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교류하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은 옛 공간을 추억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한다. 옛 공간 속에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자신들의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연 있는 소품을 간직하고 글이나 사진으로 자신을 기록하기도 한다.

 

 

 

 

 

 시간을 발견한다는 것은 거창한 역사를 만들어나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삶의 궤적이 묻어 있는 개개인의 일상사를 써 내려간다는 의미이다. 결국 사람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과 사물, 사람을 ‘깊고 심심하게’ 바라본다는 것이고, 이는 곧 삶에 대한 성찰이자 사유의 과정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칫 소홀하게 지나치기 십상인 마을의 일상에 주목하도록 만드는 좋은 통로가 바로 문화예술교육이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해주고 마을이란 공간과 새로운 태도로 다시 만나게 해주는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체와 관련한 우리의 현실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전국을 누비며 마을 살리기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주)이장의 임경수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도시 지역의 경우 아파트라는, 익명성을 전제로 하는 주거공간이 대부분이고, 부동산과 자녀 교육 때문에 자주 이사하면서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농촌의 경우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마을이 활력을 잃으면서 공간적·정서적으로 마을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다.” 이렇듯 현실 속 공동체의 모습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정서적 기반도 부재할 뿐더러 대안적인 삶의 조건을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실마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전적으로 만족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누구나 좀 더 나은 삶터에 대한 바람을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마을에서 어떤 일을 꾀할 때 그 불만과 바람을 자연스레 드러내도록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 사이에 말길이 열려 생각이 교환되고 수렴되는 계기가 필요하다. 또 마을이란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이니 만큼 세대를 가로질러 관계를 맺고 공동의 경험을 일궈 낼 수 있는 회로를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성남과 같은 신도시 공간의 전형적인 문제 중 하나가 소비와 생활 편의시설만이 존재할 뿐 문화적 매커니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아파트들로 구획된 주거지를 벗어나면 각종 간판과 사인물로 뒤덮인 상가 건물들로 채워진, 한마디로 생활문화가 사라지고 대형 소비 시장화된 신도시 공간은 흔히 말하는 기능성 공간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생활에 있어서도 일터와 삶터가 다른 경우가 많고, 이사 등으로 인구 이동이 잦아지면서 이웃과의 교류는 물론 가족구성원간의 소통이 거의 없는 ‘외딴 섬’들이 모여 있는 섬 속 섬이 되면서 '인간관계'란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알투스 통합예술 연구소가 분당 수내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탄천풍경 2013 - 알투스와 함께하는 천변풍경 새로 쓰기>(이하 ‘탄천풍경’)는 관심을 두고 들여다 볼만한 프로그램이다. 소설 [천변풍경]에서 동네 아낙들의 집합소였던 청계천 빨래터처럼, 혹은 동네 아저씨들의 사교장이었던 이발소처럼, 작가의 작업실이 어떻게 사람들간의 접속과 교류를 촉진하는 미디어적 공간으로 변모해 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분당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 그러나 보니 아이들이 방과 후에 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돌아다닌다. 바로 우리 작업실 옆에도 학원이 있는데, 대개 할머니들이 그 아이들을 챙겨서 데려오더라. 맞벌이하는 부모를 대신해서 방과 후에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그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다 받아주면서 학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데리고 가더라. 그런 상황들을 늘상 보게 되면서 아이들과 할머니들이 학원이 아닌 우리 작업실이나 탄천 같은 곳에서 함께 뭔가를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탄천풍경’을 기획한 신을연 소장의 말이다. 

 

 

 이렇듯 신 소장의 문제의식에서도 드러나듯이, ‘탄천풍경’은 자신을 둘러싼 도시 환경을 예술의 눈으로 탐색하고, 단절된 세대 간의 소통을 복원할 수 있는 밑거름을 쌓음으로써 문화예술로 새로운 삶의 호흡을 전파하고자 기획되었다. 그래서 동네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동네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에서 한데 어울려 미술 작업도 해보고, 탄천을 거닐며 특정 장소에 스민 기억을 나누기도 하고, 그 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살피고 쉼터를 만들기도 하고, 일상적 풍경과 사물들을 글과 그림으로 깊이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공동의 경험을 차근차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 8개월여 동안 이러한 활동들을 펼쳐나갈 이들에게 우베 레비츠키(Uwe Lewitzky)의 다음 조언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핵심은 사람들이 경탄할 만한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세상을 새로운 관점과 명확한 시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 즉 상황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알투스 '탄천풍경' 스케치 영상 보기

 

 

 

 

 

알투스 '탄천풍경' 스케치 영상 보기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