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곁봄
- 사람과 지역을 움직이는 힘, 문화적 태도와 상호작용
- 김영현 _유알아트 대표
- 2013.06.24
-
유알아트 15년.
많은 사람들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가 자기 삶의 방향과 답을 찾아가며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사람이 예술가임을 증명하려는 <당신도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10년, 그리고 이후 5년. 여러 지역에서 진행된 다양한 과정들을 통해 참가자 각자들이 살아왔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서로 만나고 충돌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겪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태도나 관계맺음 방식에 의해 결정되거나 판단되는 수많은 상황들에 직면하였고, 그 과정을 통해 살아가는 태도와 우리 삶에 내재한 관계의 방식을 스스로 깨치는 과정으로 나아갔으며, 이러한 과정 이후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새롭게 개입하면서 다가오는 상황을 바꿔갈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수많은 문화예술교육 철학과 방법론이 던지는 원리나 프로세스와는 분명 다른 지점을 형성했고, 그 경험들은 내게 일반적이거나 보편적이지 않은 판단이 필요함을 알려주었다. <당신도 예술가>는 2007년까지 10년 동안의 강행군을 마치고 일 년을 휴식했다. 그리고 2009년부터 <제 2의 당신도 예술가>로 진화하면서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10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무수한 질문에 휩싸여 답을 찾고 있다.
‘무엇 때문에 하려는 걸까?’
‘당신도 예술가의 경험은 지역에 어떻게 접목될까?’
‘주민의 삶에는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까?’ 등.
무엇을 하려고 하던지, 그를 위한 준비와 임하는 태도가 결과의 절반은 만든다.
<당신도 예술가>참여자들은 참여자로서의 약속과 태도에 대한 ‘강요없는요청’을 받는다.
이는 대규모의 참여자들이 이 프로그램의 방향과 판을 함께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인데, 교육진의 준비나 자세 못지않게 참여자의 준비와 마음가짐, 그리고 임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당신도 예술가>는 참여자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이끌고 연결하는 자연스런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당신도 예술가>의 운영은 프로그램의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당신도 예술가>에서 ‘무엇을 창작했는가’보다 ‘얼마나 따뜻하고 머물고 싶은가’에 더 많이 집중하게 되고, 프로그램 이후에도 그것을 상기하게 된다. 그렇게 각자의 일상에서도 함께 하던 군중 속에서 시작되던 예술에 대한 태도와 친근함, 그리고 작은 발현의 순간들을 이어가게 된다. 이것이 <당신도 예술가>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예술의 사회성’이다. 다시 말해 이 프로그램은 함께 하는 일상적인 소소한 요소들에서 예술적 감성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목적이 있다.
<당신도 예술가>에서는 밥 한끼를 위한 노력이 생존의 수단만이 아니라 즐겁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과정이 된다. 이는 밥 한끼가 놓여지는 밥상에도 문화적 태도와 예술적 감수성이 덧대지기 때문이다. 요리도 창조가 되고 밥상도 작품이 된다. 밥상이 풍요롭다고 느껴지는 것은 무엇이 많이 차려져서가 아니라, 그래서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밥상을 차리고 나누는 사람의 마음 때문이다. 작은 텃밭을 길러 어느 예술품보다 근사한 먹거리를 내는 것도 예술이요, 마음을 밥상에 함께 차리는 것도 예술이요, 식탁에 놓이는 꽃도 예술이요, 맛있는 냄새처럼 맛있는 음악이 있어도 예술이요, 냅킨만 깔아도 마음이다. 그 마음을 함께 차리는 것이 예술이며, 많은 것을 먹는 것이 아니고 밥상 차린 사람의 마음을 먹고 경험하는 장이 당신도 예술가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이런 것들이 문화이고 예술이라는 단정이 무색해지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고 <당신도 예술가>가 걸어온 길이다.
<당신도 예술가>에서 일반 참여자에서 예술가로서의 변환은 모방과 창조적 진화를 통해 형성된다. 비법은 예술가보다 더 예술적 감수성과 자기 표현력을 갖춘 집단창조자들이다. 참여자들은 한 프로그램의 장에서 함께 모방과 창조로 상호작용하며 ‘경험과 공유, 진화’를 반복한다. 그 상호작용과 상호학습의 과정에 놓여진 참여자들은 서로의 예술적 감수성을 경험으로 주고받으며 빛보다 빠른 속도로 진화시킨다. 창조의 진화를 경험한 이들은 다시 자기 창조의 과정을 거쳐 진화된 창조물들을 만들어낸다. 이 현상은 <당신도 예술가>의 현장에서 발굴된 살아있는 문화원형이며, 원동력이다. <당신도 예술가>는 그저 그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예술가로 변화하는 현장이 될 뿐이다.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지역문화의 진화 역시 주민들의 상호작용과 집단지성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시작점은 자기표현으로부터 출발하기이다. 나를 표현하기는 낯설다. 새롭다. 부담스럽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과 상황이 주어진다면, 집단적 상호작용으로 표현하기의 만만함을 경험한다면, 각자의 안에 내재한 원초적 표현의 욕구가 생동하고 물꼬 트이듯 터져 나오게 된다. 이러한 집단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환경이 바로 표현의 안전지대이다. 표현의 안전지대에서는 각자의 자유로운 상상과 표현이 바람에 먼지일 듯 일어난다. 한번 일어난 표현은 거울 앞에 선 듯, 집단 안에서 순간적이고도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의 진화를 시작한다. 이것이 공기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공유되는 문화의 생성원리이다.
우리는 서로를 읽고 이해하고 가치를 공유하면서 집단의 공유지를 형성한다. 공유지가 다시 개인의 내면화의 과정을 거쳐 표현되면서, 다시 진화된 공유지를 형성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마을은 창조적 공유지가 되는 것이다. 창조적 공유지로서의 마을로의 진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 서로의 표현에 대한 개입을 허용해야 한다. 서로 간의 개입이나 다가섬이 가능할 때, 각 개인의 성장욕구와 표현욕구의 틀에 갇혀, 서로를 서로의 삶으로부터 분리시키지 않을 수 있다. 예의를 지키고 존중하면서도 각자의 표현 욕구를 가두지 않고 함께 산다는 것은 나를 드러냄과 남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되는 경험인 것이다. 그러한 일상이 있는 마을은 곧 표현의 안전지대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개입과 허용이 즐거운 일상이 되는 마을이다. 우리가 그리는 행복한 마을이 달리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발견의 시간이 매일 매일의 즐거움이 되기를 모든 이들에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