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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봄
  • 토요 다큐멘터리 영화학교
  • 나하나 _원남동 꿀
  • 2014.09.19

 

 

 조금 늦게 도착한 양평교육지원청 강당에 들어서니 초등학생부터 40대 어른까지 함께 모여 토론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는 매 주 토요일마다 ‘다큐멘터리 영화학교’가 열린다. 이날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모둠으로 나뉘어진 아이들이 각자의 다큐멘터리 진행 계획을 공유하는 날이었다. 각각 게임과 급식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준비중인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앞에서 계획을 발표하면 교사와 학부모들이 질문을 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계획을 보완하고 있었다. 중학생 아이들이 기획한 게임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계획을 두고 토론 중이었는데, 그 내용이 꽤나 깊이가 있고 진지했다.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묘사할건지, 부정적인 면을 묘사할건지 궁금한데요?”

“네, 긍정적인 면을 묘사할거에요.”

“그러면 긍정적인 면을 어떻게 다큐멘터리에서 표현할거에요?”

“음~ 인터뷰를 하고, 그리고 같이 어울려서 게임하는 장면을 넣고 싶어요.”

“인터뷰라는게 긍정적인 인터뷰가 많으면 그 작품은 긍정적인 영화가 되는거고, 반대면 부정적인 영화가 되거든요. 조금 더 설득력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부모자식간에 게임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일을 찾아서 그 갈등 상황을 담으면서 화해하는 과정을 충실하게 기록해서 보여주는것이 방법일수 있고요, 단순히 인터뷰를 통해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관객들이 감성적으로 설득력있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현재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중이며 동네 주민인 담당선생님의 질문과 조언 후, 자리에 함께 있던 학부모중 한명이 의견을 말한다. 

 

“요새 놀이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제가 어렸을때만해도 밖에서 놀면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놀기만 하냐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게임이 되어버렸어요. 왜 놀이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게임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느냐 하는 의문이 들거든요. 좀 전에 감독님이 말씀하신 얘기와 같은 개념인데,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어떻게 넣어야 하나 생각해봤을때 옛날에 놀이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 했던 모습과 지금 놀이문화에 대해 긍정적이고 아이들이 놀지않는다는것을 고민하는 것이 상반되거든요. 그것과 게임이 연관이 있다고 봐요. 그런 것을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요즘 게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서 저는 이 다큐가 기대가 되요.”

 

 

 이런 식으로 초등학교, 고등학교 아이들의 발표가 이어지고 그때마다 함께 있던 담당선생님과 학부모들의 질문과 응답으로 다큐멘터리 진행계획을 다듬어갔다. 아이들이 기획한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요즘 아이들의 놀이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아이들과 선생님, 학부모가 함께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보통 이런 수업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러한 풍경이 어떻게 가능한지 짐작이 되었다. 

 

“양평 서종면 안에 있는 작은도서관이 있는데 거기서 안내문을 보고 신청을 하게 됐어요. 아이가 영상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담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마음에 들었죠. 이 지역은 대중교통이 활발히 다니지 않다보니 수업때마다 아이를 데려다주느라 어쩔수 없이 참석하게 됐는데, 내 아이가 배우는 걸 보며 같이 보며 배우게 되고, 출품작들 보면 저도 감동받고 배우게 되는것 같아요. 아이들 고민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자리라서 좋아요.”

 

 

 

 발표가 끝난 후에는 모둠별로 모여서 앞으로 어떻게 계획을 보완할것인지에 대해 또다시 토론을 한다. 그 과정에서  몇몇 학부모는 직접 모둠에 들어가서 계획을 다듬기 위해 어떤 논의가 있으면 좋을지 의견을 말하고, 한쪽에서는 대략 열 명 정도 되는 학부모들이 자연스럽게 모임을 갖는다. 대부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부모들 사이에서도 열기가 대단했다.

 

 아이들은 본인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줄지, 영상을 통해 부모님이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해주실지가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정말 진지한 태도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지난 3월 부터 시작된 이 수업은 올해 말까지 아이들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하는 것과 함께 끝이 난다고 한다. 꽉 짜여진 일정의 수업은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안정적으로 진행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 아이들과 선생님, 학부모들이 함께 서로를 존중하며 참여하는 모습 때문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