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봄
- 동탄 신도시의 여름은 식초가 익어간다.
- 김미순 _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 2014.08.17
화성시 동탄신도시 나루마을에서는 동탄후마니타스아카데미가 운영하는 <식초인문학, 식초가 익어가는 동네>가 열린다. 이 마을 주민들은 매주 평일 오후에 한 번씩 ‘식초 이야기’로 서로를 만나고 있다. 마을 근거리에 위치한 동탄농협 하나로마트 나루점을 학습 공간으로 삼아 천연 식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발효음식이 왜 좋은 것일까요? 어떻게 만들어 먹으면 좋을까요?
발효가 잘된 음식은 어떤 맛이 날까요?”
노벨 생리의학상이 입증하는 천연식초의 효능을 비롯해 효소의 특징과 역할 그리고 발효 과정을 함께 배우며 건강을 위한 자연치유법을 생활 속에서 찾고 있다. 특히 발효음식을 직접 만들어본 주민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우리에게’의 가치를 구현하는 최고의 ‘스승’이 되게 한다. 발효액을 물에 희석해 먹는 방법, 항아리와 유리 그릇에 보관하는 방법, 숙성에 좋은 기온 차이,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 등 평소에 서로 궁금한 것들을 묻는다.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함께 듣는 것 자체가 배움이 ‘익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 만들어 온 발효음료와 발효음식을 함께 시식하며 맛에 대한 품평을 나누는 즐겁고 오순도순 이야기도 즐겁다. 천연흑초, 오디, 오미자, 오가피, 누릅 발효액을 물에 희석시켜 마셔본다. 발효음료들이 몸 안에 스며들어 새로운 활기를 몸 안 곳곳에 전해주는 듯하다. 떠먹는 술, 고추발효 등의 발효음식은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깨워 건강한 삶과 좋은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실내 교육장을 벗어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주민이 사는 집 마당과 정원으로 학습의 장이 옮겨진다. 장독대도 둘러보고 온갖 좋은 음식 재료들이 있는 곳간도 구경한다. 한 통의 달달하고 시원한 수박도 먹고, 압력밥솥에 금방 쪄낸 따끈한 옥수수를 나눠먹으니 사람 사는 인정(人情)이 무르익는다. 인심이 있는 마을은 아궁이처럼 달궈지는 시․공간으로 변한다. 생각하고 맛보고 나누는 사이가 깊어질수록 동탄 주민들의 ‘발효 이야기’ 또한 더욱 무르익는다.
“여럿이 재료를 구매하고 익혀서 함께 먹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고추발효와 떠먹는 술도 함께 담가볼까요? 양파절임 같은 발효 반찬을 담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주민 각자의 생활 경험을 나누다보니 모두가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 궁리가 생겨난다. ‘공동부엌’에 대한 의견을 모으며 마을공동체의 상상력 또한 펼쳐진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과 새로 지어진 아파트숲 사이에서 원주민과 이주민 간 낯설던 관계가 어느 순간 발효되고 있다. 저마다 다양한 생활경험들이 섞이고 스며들며 하나의 마을에서 이어져 간다. 건강한 삶을 나누는 긍정적 시선이 수평적이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배양하는 공동체의 시․공간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공간의 탄생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동탄 신도시는 뜨겁게 내리쬐는 한여름의 태양만큼 서로를 살리고 함께 사는 ‘발효된 삶’으로서의 일상이 새롭게 거듭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