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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중과 소통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공동체, 호평중학교
  • 호평중학교 _호평중학교
  • 2013.11.10

 

 

세번째 지지봄봄 현장인터뷰는 지지봄봄의 짧은 역사상 처음으로, 공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학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청명한 가을하늘을 만끽하며 경춘선을 타고 평내호평역에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천마산을 배경으로 아파트 사이에 오롯하게 위치해 있는 호평중학교를 다녀왔습니다. 

 

호평중학교는 2009년에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5년째 '배움의 공동체'라는 교육가치를 가지고 기존 공교육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계셨는데요, 학교 안팎으로 그간의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배움의 공동체' 운동은 일본 도쿄대 사토 마나부 교수가 중심이 되어 10여 년 전부터 공립학교에서 시작되었으며, 현재 일본 전역에서 1000여 개가 넘는 공립학교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혁신학교와 각종 수업연구 동아리를 중심으로 배움의 공동체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갤러리같은 학교 공간

학교에 도착해서 이승곤선생님(호평중학교 미술교사)을 만나니 제일 먼저 학교의 장독대를 소개해주셨습니다. 학교의 조리사분들이 직접 담궈서 급식에 제공되는 된장을 담아둔 장독대를 미술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꾸몄다고 합니다.
 

장독대 뿐만 아니라 학교 운동장을 감싸는 벽에도 온통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그린 그림으로 가득했습니다. 요즘은 외부 용역업체에 비용을 지원하여 학교를 관리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승곤선생님은 이럴 경우 복도도 깨끗하고 정리도 잘 되어 있어 학교가 깔끔하지만, 학교 공간에 아이들의 재취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반면, 호평중학교는 학교의 외벽을 포함하여 내부의 계단, 쉬는 공간 모두 아이들의 그림이 가득했습니다. 이것은 전부 미술과 도덕 교과를 연계하여 1~3학년이 공동으로 주제 통합수업을 진행한 결과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총과 꽃, 비둘기가 그려진 벽화는 이 시대에 가장 가치로운 것이 무엇일지에 대한 토의를 통해 ‘평화’, ‘생태’ 등의 주제를 도출하여 나왔고, 그림을 그리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홍대에 가서 벽화도 보고오는 등의 사전과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느 학교에 가면 꼭 한 점 이상씩은 있는 명화가 아이들의 그림과 어우러져 또 다른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받을수 있었습니다. 또 학교에는 각 층마다 아이들이 직접 테이블과 의자로 꾸민 공간이 있어 교실 외에도 함께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를 했던 날은 일요일이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수도 있었습니다. 프라모델을 만드는 동아리가 열심히 조립을 하는 모습을 볼수 있었는데, 이 역시 교실이 아니어도 아이들이 모일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가능한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동아리를 만들때에도 선생님이 미리 만들어놓은 동아리를 신청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활동이 동일한 아이들이 모여서 학생자치회에 신청을 하면 자유롭게 누구나 동아리를 만들수 있다고 합니다. 이 날 프라모델을 만들고 있던 1학년 윤종현군도 원래 학교에 있던 프라모델 동아리가 없어진것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친구들을 모아 직접 신청해서 동아리를 재결성했다고 합니다. 

 

 

교실의 공간배치도 좀 독특했는데요, 모든 책상이 교단을 향한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 모둠수업을 할때 책상배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책상이 마주보도록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각 교실에서도 일제식 수업을 지양하고 쌍방적 소통이 일어나는 수업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


호평중학교가 좀 독특해 보이는것은 아버지와 어머니 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약 6개 정도의 학부모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 아버지들의 모임인 “호평푸르네”는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가거나, 1년에 한번씩 여름 가족 캠프를 자체적으로 기획하여 운영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보통 아버지 모임은 일부러 구성을 하려고 해도 운영이 쉽지 않은데 어떻게 이런 활동이 가능한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입학때부터 혁신학교에서 추구하는 가치나 활동 사례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학부모 교육을 진행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에 학부모들이 동의하며 학교를 중심으로 학부모 활동이 늘어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도 좋아졌다고 합니다.

 

학교 바로 옆에는 약 450평 정도의 텃밭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주차장 부지였으나, 아이들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고민하며 부지의 소유주인 LH공사의 협력을 이끌어내 학교에서 무상임대를 받아 원하는 가족과 학생, 지역 주민에게 땅을 분양하여 텃밭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텃밭의 한 쪽에서는 도덕 교과과정 안에 농사를 넣어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무를 키우고 계셨습니다. 지금 키우고 있는 무는 수확하여 가사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깍두기를 담그는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만들어진 깍두기는 인근의 지역주민센터에 기증하여 지역의 독거노인들에게 드리는 등 계절별로 농산물을 심고 수확하여 지역과 연계하여 이웃돕기에 일조한다고 합니다.

 

 

 


존중과 소통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공동체

 

호평중학교에는 총 67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로 지정되며 각 반의 학생수가 줄어든 대신 학급수가 6개에서 18개로 늘었다고 합니다. 이는 학생 수를 줄여서 다양한 수업형식이 가능할수 있도록하기 위함인데, 모둠별 활동을 하다보니 무언가 혼자 잘해서 튀거나 못하는 아이들이 소외받는 경우가 줄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체육교과도 교과서를 중심으로 시험을 봐서 평가를 했던 반면, 지금은 그런 부분을 최대한 줄여서 아이들의 평소 활동에 대한 과정을 보고 평가를 합니다. 체육대회도 개인별 재능을 겨루는것 보다는 한 반 전체가 협력해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짠다고 합니다.
 
학교 축제를 기획할때도 학생회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위원회를 꾸려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을 직접 진행할수 있도록 합니다. 학교에서는 하드웨어적인 기술지원(음향업체 섭외 등)만 하고, 아이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은 축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여건만 제공하는것입니다.

 

 

 


이처럼 수업형태가 바뀌고 아이들의 자치활동이 늘어나며 개인별 소외가 적어지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최근 이슈가 많이 되었던 학교폭력문제도 호평중학교에서는 큰 문제거리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이 모든 일이 공교육의 공간 안에서 이루어질수 있는 열쇠가 어디에 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이상곤선생님이 해주시는 말씀 안에서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많이 바뀌어야 해요. 아이들을 가급적이면 이해해주고, 수업에 참여할수 있게 자꾸 끌어들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수 있어야 하죠. 우리 학교에서는 그러기 위해 다양한 교수법과 상담법, 대화법을 전체 교직원과 같이 연수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20시간짜리 연수를 학교에서 직접 기획해서 일주일에 한번 세시간정도씩 자체적인 연수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이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는 연례행사인 수업공개를 호평중학교에서는 선생님들도 일상적으로 하고 계셨습니다. 44명정도 되는 모든 교사가 1년에 한번 이상의 수업공개를 하기때문에 매주 한번씩 수업공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수업 공개가 끝나면 모여서 그 수업에 대한 피드백과 논의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때로는 외부에서 컨설팅그룹을 섭외하여 진행하기도 한다고 하니 선생님들의 노력이 어느정도인지 대략 짐작할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잦은 연수와 수업공개가 선생님들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이것이 교사로서 자아성찰의 기회가 되기때문에 도움이 된다는 이상곤선생님의 이야기가 묘한 여운으로 남는 현장인터뷰였습니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