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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봄봄 포럼 2부 주제발표 "생명환경" _ 생명의 감각이 깨어나는 마을
  • 고영직 _문학평론가
  • 2015.02.09

 


고영직(문학평론가)

 

고영직: 평소에 시 많이 읽으십니까? 시인되기는 쉬워도 시민 되기는 어렵다는 표현이 생각이 나는데요. 사실 시인되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려는 시대가 불투명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럴 때 일수록 상징이 있는 시를 읽을 필요가 있는데요. 6편의 시를 다 하지는 못하겠고 주요한 시를 읽으면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를 같이 나눌까 합니다. 적극적인 이해심이 필요해요. 제가 하려는 이야기가 생태와 생명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지금 우리의 삶은 결코 분리 분절될 수 없는데 정책이나 제도는 상당히 분리되거나 분절된 채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생태라고 하면, 자연 생태에만 너무 치우치는 것이지요. 실제로 생태는 세 가지 차원에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생태인데요. 삶, 마음생태 그리고 자연 생태학이 어우러져서 생태와 생활과 생명의 사슬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한민국에 사는 사름들에게 가장 어려운 게 마음생태학일 거 같아요. 1번의 시를 우선 읽어보겠습니다. 리액션을 해 주시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김언희라는 시인이 ‘요즘 우울하십니까’라는 시를 썼어요. 제가 읽을 테니까 선생님들이 각각의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해 주시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요즘 우울하십니까 

                                     김언희 

 

요즘 우울하십니까?

돈 때문에 힘드십니까?

문제의 동영상을 보셨습니까? 

그림의 떡이십니까?

원수가 부모로 보이십니까?

방화범이 될까 봐 두려우십니까? 

더 많은 죄의식에 시달리고 싶으십니까?

어디서 죽은 사람의 발등을 밟게 될지 불안하십니까?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십니까?

개나 소나 당신을 우습게 봅니까?

눈 밑이 실룩 거리고 잇몸에서

고름이 흘러내리십니까?

밑구멍이나 귓구멍에서 연기가 흘러나오십니까?

말들이 상한 딸기처럼 문드러져 나오십니까?

양손에 떡이십니까, 건망증에 섬망증?

막막하고 갑갑하십니까? 답답하고

캄캄하십니까? 곧 미칠 것 

같은데, 같기만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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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십시오

 

이런 시입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생태학이 굉장히 힘드신 거 같아요. 마음이 소금밭이고 천재지변이 일어나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죠. 이런 상황에서 생태와 생활과 생명의 가치를 그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일단 가르치는 선생님 마음이 소금밭인데 아이들과 관계가 이뤄질 수 있겠어요? 그런 측면을 돌아보면서 현장을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두 번째는 고은 선생님의 시인데 사대강 사업 당시에 자연을 함부로 착취하는 정부의 정책사업에 대해 고은 선생님이 섬세한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따로 읽지는 않겠습니다. 강이 사라지고 동물이 사라진다면, 우리 마음에서 모든 것이 사라진 것과 같다고 표현한 시죠. 생명의 가치는 다양성, 관계성, 순환성, 영성이 있다고 야기하는데, 다양성이 사라진 상태에서는 무엇을 말하고 노래할 수 있을까 이야기하는 탁월한 시입니다.

 

세 번째 시는 이영광 시인의 ‘무소속’이라는 시의 부분인데요. 기본적으로 용산 참사에 관한 이야기에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사회 생태학도 썩 좋지 않잖아요. 지금 가장 핫한 뉴스가 땅콩과 회항이잖아요. 요즘 땅콩을 잘 못 먹겠어요. 땅콩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상태를 보면 우리의 사회 생태가 얼마나 파괴되고 있는지, 관계가 파괴된 상황에서 어떻게 관계의 사슬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두 번째 연만 읽겠습니다. 이 시가 어찌 보면 예술강사 혹은 지역특성화나 꿈 다락에 참여하시는 선생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이 분도 대학 강사이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강사로 가끔 만나는 시인인데요. 이렇게 표현을 합니다. 

 

무소속

                             이영광

[..]

 

졸업하면 대개 무소속이 될 안산 문창과 아이들한테 

무소속으로 와서 썰 풀고 

나는야 나 이상이야, 이건 내가 아니야 

최면 걸고 배에 힘주고 

무소속으로 가는 길

 

[...]

 

찔리십니까? 이런 상황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나 아이들. 아이들 졸업하면 대부분 비정규직이 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하는 게 말도 안 되는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아이들과도 그런 말을 더 이상 섞지 않는 것이지요. 이 마음 생태학, 자연생태학, 사회생태학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있고 연결고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철학자 펠릭스 카타리는 그런 이야기를 했죠. “개인들은 연대함과 동시에 점점 더 다르게 되어야 한다.”가 교육이 표방하는 가치와 만나게 되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방의학자 제프리 로즈라는 사람이 재미있는 실험을 했어요. 고위험 군에 처한 고혈압 환자들은 전문적으로 처방을 받는데요. 개별적으로 처방을 받는 것보다 인구집단전략이라고 해서 전체 인구의 평균고혈압 수치 3%를 낮추면 25%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메시지가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참고할 만한 메시지가 아닌가 합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대상 특정 교육 방식보다는 보편적인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현재 학교 현장은 어떻습니까? 4번은 ‘마을/학교’라는 주제로 이정록 시인의 ‘이웃’입니다. 마을과 학교에 제가 슬러시를 했어요. 담장이 있습니다.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죠. 저는 하이픈으로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 아닌가 합니다. 

 

이웃

                                     이정록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으니 

두부장수는 종을 흔들지 마시고

행상트럭은 앰프를 꺼주시기 바랍니다 

크게 써서 학교 담장에 붙이는 소사 아저씨 뒤통수에다가

담장 옆에 사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한마디씩 날린다

공일날 운동장 한 번 빌려준 적 있어

삼백육십오일 스물네 시간 울어대는 

학교 종 한 번 꺼달란 적 있어

학교 옆에 사는 사람은 두부도 먹지 말란 거여 

꽁치며 갈치며 비린 것 한 번 맛볼라치면

버스타고 장터까지 갔다 오란 거여

차비는 학교에서 내줄 거여 도대체

목숨이 뭔지나 알고 분필 잡는 거여

호박넝쿨 몇 개 얹었더니 애들 퇴학시키듯 다 잘라 버린 것들이 

말 못하는 담벼락 가슴팍에 못질까지 하는 거여

애들이 뭘 보고 배울 거여 이웃이 뭔지 

이따위로 가르쳐도 된다는 거여

 

 

현재 교사이기도 하고, 교육현장에 있는 분이라서 학교가 마을과 분리, 배움과 삶이 분리되어 있고 교육이 사회와 분리, 학교가 지역과 분리된 현장을 꼬집은 작품이죠. 이 시의 메시지가 표방하는 바가 문화예술교육에서도 구현되고 있는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취향과 감각기관에 의존해온 교육 방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너머를 묻지 않는 개발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성찰하지 않는 교육은 그 자체로써 삽화적인 교육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현장에서 저마다 어떻게 끈끈한 관계의 끈을 넘어서 단단한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인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경기도 교육청도 그렇고 서울시도 마을과 연계된 학교에 대한 연구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4월 이후에 시도는 나오지만, 오히려 안전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작동하면서 보이지 않는 담이 높아지지 않는지 염려가 됩니다. 그동안 하도 거버넌스에 배반당한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신뢰하지 측면이 있는데 이것을 넘어서서, 서로 손잡기의 원리가 구현될 수 있을지 공교육뿐 아니라 문화예술에서도 서로 손잡기가 작동할 수 있을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마다 마음의 불을 밝혀야 한다. TV를 끄고 마음에 불을 켜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철선생의 ‘불을 지펴야겠다’ 는 시를 인상적인 메타포로 보는데요. 이 불, 불을 피운다는 것은 무의식적이고 정열적인 어떤 것들이잖아요. 양재혁 선생님도 말씀하셨지만 아이들에게 감춰져 있는 야생성을 끌어낼 수 있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의 그늘에 불을 지펴야겠다는 박철 시인의 표현에, 연말에 한해의 교육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다시 어떤 것을 가지고 아이들과 만나야 할지 마을이 학교가 되고 학교가 마을이 되는 이상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함께 살자는 감각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함께 모여서 함께 읽고, 함께 토론하고, 함께 먹는 과정들 속에서 이 세 번째 주제인 ‘생명의 감각이 깨어난 마을’의 단서를 찾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해 보게 됩니다. 이상으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강원재(사회자) : “애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요? 이웃이 뭔지. 이따위로 가르쳐도 된다는 거요?”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시로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하니까 또 다른 감각이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해주신 말 중에 생활, 생명, 생태가 분리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에 함께 살자는 감각을 우리가 어떻게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오늘의 주제이기도 하고 중요한 물음을 던져 주신 것 같습니다. 마지막 발표입니다. 동탄 후마니타스 아카데미의 기획자 박희선 선생님이십니다. 

 

저는 글로만 이 사례를 읽었는데, 글만 봐도 재미있더라고요. 오늘은 직접 사례발표까지 해주시니 그 감각을 어떻게, 고영직 선생님이 제기해주신 문제를 선생님은 어떻게 열어가고 있는지 발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희선 선생님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