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봄
- 지지봄봄포럼 2부 주제발표 자유 _ App-E, App=me와 야생적 아이들
- 양재혁 _작가, 컬쳐커뮤니티동네
-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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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재(사회자): 두 번째 발제는요. 양재혁 선생님이 해주시겠는데, 양재혁 선생님은 작가시기도 하고 대안학교에서 교사생활도 하셨고, 요즘은 작가이자 교사로 활동하고 계시고요. 그리고 요트를 가진 이 업계에서는 볼 수 없는 캐릭터를 가진 선생님이십니다.
양재혁 : 양재혁입니다. 왜 일어나셔서 부담을 주시는지, 저는 앉아서 해보겠습니다.
저는 시스템과 불편함으로 발표를 할 것 같고요. 아이들의 야생성을 어떻게 되찾아줄까?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강연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제목을 보죠. 제가 교육을 하면서 봐왔던 아이들은 야생성이었어요. 문제는 누구나 다 인정하는 이중성이죠. 부모일 때 그들은 자연과 타자, 다름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학부모일 때 그들은 사회라는 시스템에서의 성공을 중시하는 태도 차이를 보여요.
양재혁(작가, 컬쳐커뮤니티 동네)
마치 이 그림과 같죠. 오른쪽 보신 분들 굉장히 많을 거예요. 그렇다면 부모로서 자신의 훌륭한 요구를 무시해버리는 시스템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보편적이고 타당한 시스템의 편리함 때문입니다. 이걸 조금 더 유쾌하게 풀어보자면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나왔을 때를 기억하시면 돼요. 아이폰이 없었을 때 앱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적용하고 응용하면서 살아왔어요. 고스톱만 봐도 전라도와 경상도의 룰이 다르죠.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 때가 달라요. 이렇게 끊임없이 응용하면서 살아왔죠.
다시 말하자면 경험을 가진 개별적 개체들이 룰과 동격을 이루면서 응용의 주체가 되면서 살아왔던 거예요. 모두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룰을 생산하면서 살아왔던 거죠. 다만 여기에는 서로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크고 작은 분쟁들이 생겨요. 이런 분쟁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요? 저기에 보이는 저런 과정을 통해서 해소하죠. 그 과정의 결과로 보이는 대로 사고의 확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고의 확장은 좋지만, 우리의 경험상 이 과정은 오래 걸리는 지난함이 보여요. 보이기 때문에 외면하고 싶은 불편함이죠.
그런데 아이폰 앱은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여 버렸어요. 룰이 이미 많은 경우의 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만 하면 되는 거죠. 우리는 이 지점에서 잡스에게 환호를 보내는 거예요. 편리한 거죠. 그래서 기꺼이 앱의 요소가 되어서 피드백을 주고 앱과 나를 동일 시 해서 내가 사는 앱을 광고도 해주지요.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이 편리함에는 함정이 있어요. 우리는 선택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적응, 부적응, 또는 동의, 불만과 같은 선택의 있어서 필요한 사고만 있으면 돼요. 사고가 단순하고 편협해 지는 거죠. 그저 단순하게 이리저리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앱은 이 옮겨 다니는 자유조차도 막아버리기 위해서 판단의 시간을 뺏어버립니다. 바로 중독 지점을 생산하는 거죠.
우리가 트위터를 할 때 팔로워 수가 늘어나면 뿌듯하잖아요. 팔로워 수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트위터에 쏟는 물리적 시간을 계속 할애하면 돼요. 이건 트위터의 요구에 부흥하는 것이죠. 이게 개인의 성취라고 착각하게 하는 것이 중독 지점입니다. 게다가 이것은 아이폰이라는 시스템이 이미 편협화 시킨 사고에 사고할 시간마저 빼앗아 버리는 이중의 학살을 보이는 거죠. 이 지점을 게임 앱으로 설명하면 더 쉬워져요.
제가 요즘 하는 게임입니다. 아시는 분도 계신 거 같아요. 웃으시는 거 보니까. 전 대체 왜 돼지가 콩과 당근만을 먹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돼지가 자라야 제 게임 레벨이 올라가죠.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콩과 당근을 밭에다 심고 사료를 만들어서 먹여요. 콩은 다 자라는 데 10분 걸리고, 당근은 6분 걸립니다. 저는 매시간 전전긍긍하면서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안 그러면 내 레벨이 올라가지 않으니까요. 이 두 모습이 무엇인가 굉장히 닮지 않았나요?
학교라는 앱에 아이들을 보내놓고, 아이들은 왜 그 수많은 커리큘럼을 배워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학교 성적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사교육이 필요한가?’라고 생각 하시는 우리 시대 아빠 엄마의 모습과 닮은 것이지요. 이렇게 보자면 보편적으로 타당하고 편리하다는 시스템은 과연 우리에게 문제의 해답을 주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우리를 중독 시키고 있는 것입니까?
불편함에서 비롯되는 것들을 보시죠. 과정을 통해 경험과 관계가 축적되고 축적된 것들이 사고의 확장을 가져와요. 물론 이 과정들은 지난하고 불편해요. 예를 들어 보자면, 참돔회입니다. 제가 낚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아까도 보트가 있다고 말씀을 하셔서. 참돔회를 잡기 위해서는 생미끼도 사용하지만 가짜 미끼도 사용해요. 그리고 참돔회는 한판 뜨기로 살점을 발라내고, 그냥 회도 맛있지만 비닐만 벗겨내고 껍질을 살짝 벗겨 익혀 먹는 숙회도 굉장히 맛있습니다.
제가 이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불편하지만 꽤 긴 시간을 투자해서 낚시를 다니고, 어부들 또는 요리사가 직업인 친구들에게 조공하면서 알게 되는 거죠. 바로 경험과 집단 기억을 찾아가는 단계적 관계요. 하지만 시스템은 그 단계를 생략시키고 바로 횟집의 요리로 연결해 버리죠. 신용 카드만 있으면. 하지만 저에게는 저런 복잡한 단계들이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유쾌한 사진들. 여러분보다 저런 경험이 있어서 재미를 저 사진에서 찾을 수 있는 거죠. 문화예술교육이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게 이런 지점이 아닌가 싶어요. 사고 할 수 있는 잉여로운 시간을 시스템에 빼앗기지 않게 하는 것, 보편적 타당함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해 보는 것. 그리고 우리라는 관계를 통해 나에 대한 개별성을 획득하게 하는 것 말이지요. 다시 말하자면, 관계와 사고의 화장을 지니고 있는 불편함이라는 가능성을 믿어 보자는 거예요.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과 뒹군 것 같은데요. 아까 강원재 선생님이 발표하신 ‘생동하는 수업’이 뭔지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시스템이 아이들에게 빼앗는 것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관계나 경험이라는, 불편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축적된 중요한 과정을 그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염치없는 세월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치없는 우리가 좋은 교육을 논해보자고 하는 것은 아직까지도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만들어야 할 미래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강원재 : 앱이 엄마 아빠였군요? (웃음) 시스템에 우리의 사고 능력을 뺏기지 않는, 감각할 능력을 뺏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다음 발제는 김경옥 선생님께서 해주시겠습니다. 원래 박형주 선생님과 김경옥 선생님이 토론 방식으로 이 주제를 끌고 가시기로 했는데요. 2014년 저를 가장 괴롭게 하신 분이 박형주 선생님이십니다. 원고도 제때 안 주고 발제도 펑크내고 2014년을 기억하겠다고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오늘 김경옥 선생님이 이 어려운 시간을 맡아주실 것 같은데요. 저도 처음 여러분도 처음인데 잘 들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