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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봄봄 12호 _ 방담회]문화예술교육과 생명 5
  • 박형주 _지지봄봄 편집위원, 하자센터 기획부장
  • 2014.12.13

박활민 : 다들 도시에 살고 있지만 사실 도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고 봐요. 임금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시의 이미지라는 건 출근할 때의 모습과 퇴근할 때의 모습이 전부에요. 그 시간 때가 아닌 도시의 모습을 모르는 거예요. 다 회사에 있기 때문에. 도시를 아주 단편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거죠. 도시가 생명체라고 하면 도시 전체가 갖은 무수히 많은 것을 연결시킬 수 있는 상상력도 있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런 점에서 보면 도시는 아주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엄청난 정보가 집적되어 있다, 그래서 정보를 엄청나게 모을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 있다, 또한 도시 안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자연들이 있다, 사실 이 정도의 생각만 하더라도 도시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거든요. 저는 최근에는 내년부터는 낮 시간 기획자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임금노동에 끼지 못하는, 그 많은 사람들이 낮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잖아요. 모든 사회 시스템이 낮 시간을 기획해주는 시스템은 없거든요. 다 개인의 영역으로 놔두는데. 만약 도시 인프라를 낮 시간에 이용한다면, 청년 실업에 있거나 임금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이 도시 인프라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이런 상상력이 있다면. 그런 점에서 도시 전체를 삶의 생태계로서 보려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박형주 : 지역에서는 오히려 낮 시간을 돌보아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지 않을까요?

 

이은실 : 아이들과 교육하는 입장이니까 그 입장에서 말씀을 드릴게요. 저도 아이들에게 물어보죠. ‘재미있었니?’라고 물으면 ‘재미있어요’라고 말해요. 아이들이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요. 사람 볼 때 자세히 안보잖아요. 자연에 가면 정말 자세히 봐야 하거든요. 유심히 봐야 하고 자세히 봐야 되요. 그런데 아이들이 스마트폰의 경우는 자세히 보지만 자연의 꽃을 보거나 곤충을 보거나 하면 사람을 볼 때도 자세히 안 봐요. 사람을 자세히 본다는 건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는데, 현실이 그렇거든요. 아이들도 그래요. 하다 보면 아이들이 한번 만나는 게 아니라 열 번을 만나거든요. 열 번을 만나다보면 ‘선생님 우리 집에 지난번에 공원에서 봤던 나무가 우리 아파트에 있더라고요’ 그래요. 아이들이 몰랐던 거예요. 5년 동안 그 아파트에 살았는데 몰랐던 거예요. 너무 신기해하는 거예요. 여기에 지난번에 봤던 나무가 있어요. 너무 신기해요. 그걸 자랑삼아 발견했다고 뿌듯해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거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어떤 걸 자꾸 깨달아야 한다고 주입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연스럽게 깨닫고 스스로 가랑비에 비 젖듯이 스스로 드러낼 수 있는, 성인들은 생계에 가장 큰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든지 생계적으로 내가 삶을 이끌어야 되는 상황에서 그런 걸 찾기가 어려워요. 마음 속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긍정적인 죽음과 부정적인 죽음, TV에서 그런 걸 봤어요. 젊은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모르잖아요. 사실 내가 눈을 감고 내 머리에 총을 대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지만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이유 우리가 항상 문화 속에 있고 소비를 하기 때문에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언제나 나는 팔십 되고 구십 돼서 가족들이 있는 상황에서 행복하게 죽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비명횡사해서 사고사하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얼마 전에 그걸 보면서 내가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겠구나 생각을 하면서 우리 아이들한테도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통장이 어디 있는지 농담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세상을 바라볼 때 바라보는 눈이 조금 달리 보이게끔 하는 게 참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박활민 : 죽음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자기 생애주기 전체를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지는 게 중요하죠. 그걸 어떻게 문화예술교육이 제공해줄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거죠.

 

 

박형주(지지봄봄 편집위원, 하자센터 기획부장)

 

박형주 : 문화예술교육이 생애주기 이야기를 하잖아요. 정책이 사업화되면서 한 사람이 삶의 전망으로서 생애주기를 보는 게 아니라 어린 아이는 어린 아이대로, 중학생은 중학생대로 나뉘어져 있어요. 국가 차원에서 보면 생애주기를 완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면 우리는 ‘중학생까지만 관리할게’하고 토스하는 방식이죠. 전사도 후사도 모르는 거고, 우리가 여기까지 관리하겠다는 방식의 생애주기라는 거죠. 영역과 소속에 들어오면 관리를 해주고, 전체적으로 뛰어넘는 나의 삶의 전 줄기를 보려는 훈련, 이게 삶의 자각하고도 연결이 되어 있겠죠. 생애주기라는 건 되게 멋진 발견인 것 같은데, 정책에서. 그런데 아주 이상하게 정책이 펼쳐지죠.

 

박활민 : 문화예술교육을 직업하고 연결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전문가가 되라.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아이한테 생애주기 설계할 때 확 프레임을 걸어버리는 것 같아요. 나는 이걸 잘하니까 전문가가 되어서 먹고 살아야겠구나. 그런데 사실은 이걸로 먹고 살 수 있는 전문가가 시장에 어느 정도나 있는지 이걸 구체적으로 알고 가르쳐줘야 하거든요. 정말 몇몇 사람밖에 못 들어가는 건데, 나는 이걸 잘하니까 이걸 해야 돼 삽질하고 있으면 시간 허비하는 거잖아요. 문화예술하고 직업하고 연결 짓는 것도 이야기해 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박형주 : 이제 큰 이야기는 다 나온 것 같아요. 하나하나 다 큰 주제라서 파고 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지지봄봄 읽는 어떤 분이 너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생활이 소스가 되어야 한다’ 하면 이걸 어떻게 소스로 만드냐, 방법을 모르겠다는 거죠. 하지만 누가 답을 계속 제공해줄 수 없는 거고, 찾아가야 하는 과정 속에서 지지봄봄은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으로서든 무엇이든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걸 통해서 교육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깨달은 질문을 그들한테도 다시 던져본다는 과정인 거고, 나 또한 새로운 질문을 생성해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런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것이 담당하는 역할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오늘 어떠셨나요.

 

안연정 : 저는 좀 힘을 빼고 만날 수 있는 자리, 혹은 기회의 장이 필요하겠다고 비로소 오늘 느낀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늘 잘 설정해 놓고 만나려고 했었는데 정교하게 무언가를 짜기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준비하고 열어놓고 만날 수 있는 만남? 문화예술교육이 늘 프로그램을 짜고 구상하고 만나야 한다는 것 때문에 콘텐츠가 되고 있지는 않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되고요. 그렇지만 더 끈질겨져야 될 것 같고, 스스로에게도 서로에게도 훨씬 더 파고들고 근성을 가지고 지금은 계속 질문하고 만나야 할 때가 아닐까. 그래야 만남의 지속가능성이 제가 생각하는 생태라고 인식하고 보았던 것들과도 연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영직 : 오늘 굉장히 강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제가 요즘 많이 떠드는 말 중에 하나가 ‘내가 바로 나의 메시아다’라는 말인데요. 내 밖 외부에 있지 않다는 거죠. 내가 바로 나의 메시아고, 지금 우리 사회가 강요하고 재촉하고 권장하는 특정한 감정의 문화들을 과감히 벗어나 자기의 길을 가는 게 필요하다는 거죠. 그 길은 상당히 외롭고 그런데 친구들이 옆에 있다고 생각하면 덜 외롭고 혼자 길을 갈 때 노래를 크게 부르면 덜 무섭지 않습니까.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이 쓴 어느 동화를 보니 “임금님 같은 메시아는 싫어요” 하는 대목이 나오더라구요. 스스로 설 수 있어야 우리가 함께 설 수 있다는 점을 오늘 생각해 본 자리였습니다.

 

 

서동일(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

 

서동일 : 저는 올해 하면서 느꼈던 것은 ‘문화예술교육이 가치 있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가장 큰 가치는 자극인 것 같아요. 제가 가졌던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있었고, 학생들이 그 자극을 받아 주말에 이 일정만은 취소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참여를 하고. 그런 아이들을 보는 엄마가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도 내가 그래도 지역에서 쓸모있는 존재인가? 스스로 자존감도 생기고. 그러면서 각자가 꿈을 꾸는 거죠. 그래서 저도 이걸 통해서 새로운 꿈이 생긴 거죠. 이 아이들과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그러기 위한, 그런 니즈가 생겨나는 거죠. 전에는 공간만 찾고 말았는데, 포기했던 공간에 대한 니즈가 다시 생겨나고 이번엔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문화예술교육은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실제 예술가가 자기 삶의 영역으로서 하면 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활민 : 제가 느낀 건 사람은 쉽게 안 바뀐다는 거예요. 특히 먹고사는 문제로 가면 다 원점으로 생각이 회귀된다고 그럴까. 결국에는 어떻게 하면 생각을 좀 더 깊게 해서 먹고사는 문제까지도 여기까지 가지 않으면 잘 쉽게 안 바뀌는 것 같아요.

 

 

이은실(환경보전교육센터)

 

이은실 : 사람은 성격이 안 바뀌고, 인격이 바뀐다고 하더라고요. 인격이 바뀐다고 말을 해야 더 맞는 말인 것 같고. 저는 수첩이 이렇게 있는데 제일 맨 앞 장에 나의 삶을 타인에 의해서 하지 않고 나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자 써놓고 제가 매일 하는 게 메모에요. 무슨 메모냐면, 아주 사소한 것 있잖아요. 쌀 씻기, 밥 짓기, 아이들 학교 보내기, 그런 걸 쭉 써요. 그리고 할 때마다 하나씩 지워나가요. 그렇게 하루 일과를 쓰는데 그걸 통해서 내가 스스로 살아 있다는 걸 느껴요. 내가 이런 많은 일들을 하는구나. 우리가 일상적인 것, 밥 먹는 것, 학교에 가는 것, 늘 일상적인 일이지만 그런 일상적인 일에서 나의 존재적 가치를 어떻게 찾아내느냐는 문제는 일상에서 찾기가 힘들잖아요. 그런 걸 써보면서 나는 이런 일들을 했어, 나는 이런 존재야, 이러면서 내 존재가 너무나 소중하고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데 작은 녀석이 중학생인데 얘가 학교생활 너무 지루해서 다니기 싫다는 거예요. 똑같고 재미가 없다고 해서 제가 그걸 권했어요. 아침에 일어나기, 친구하고 뭐하기 같은 걸 쓰다 보면 중간중간에 네가 찾지 못한 재미가 있을 거라고 했거든요. 내 삶 속에서 무언가 큰 거를 발견하기는 어려워요. 아침에 별 보고 출근했다가 별 보고 퇴근하는 그런 일상생활이 뭐가 재미있겠어요. 그래도 우리가 내가 살아 있는 삶의 가치를 느끼고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걸 그런 걸 함으로써 내가 살만한 세상에 살고 있고, 나는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작업을 저는 몇 년째 하고 있거든요. 오늘도 회의를 가고 어디를 가고 이런 걸 써요. 물론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먹고사는 것이긴 하지만, 먹고사는 게 해결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그 행복은 나 스스로 찾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깨닫고 갑니다.

 

박형주 : 오늘 주제가 ‘문화예술교육과 생명’인데요. 생명은 결국 마음의 문제인 거 같아요. 우리가 우울하고 이런 게 내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우리 사회가 완전히 거세시켜버렸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그러면서 이게 마음의 병이 오는 건데, 이걸 해결하는 방식이 늘 마음을 치유하는 것으로 해결하려 하죠. 그런데 내 삶에 하나하나 개입해보면서 내 삶을 다시 재구성해보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의지로 바뀌는 것이고 치유가 될 거라는 거죠. 노작이니 뭐니 하는 것도 다 그런 맥락일 것 같고요. 두 시간 가까이 긴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은실(환경보전교육센터)

 

 

[지지봄봄 12호 방담회 _ 문화예술교육과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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