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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봄봄 12호 _ 방담회] 문화예술교육과 생명 3
  • 박형주 _지지봄봄 편집위원, 하자센터 기획부장
  • 2014.12.13

 

서동일 : 저도 양평에서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해봤었어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흐지부지 됐어요. 공간도 알아보고 그랬는데……. 공간을 만들어서 뭘 할 거지? 이게 없었던 것 같아요.

 

이은실 : 저는 생태교육을 도시 숲에서 해요. 제가 있는 지역은 옛날 군대에서 썼던 막사를 개조해 숲 속 교실을 만들어놨어요. 수업을 할 때 그 공간을 활용하죠. 시에서 관리하죠. 그런데 문제는 시에서는 예산이라는 게 있으니까, 예산이 없으면 관리를 안 하게 되는 거예요. 방치를 하게 되고요. 시에서 예산이 있으면 강사를 채용해서 교육을 진행하고요. 저희가 쓰는 그 공간은 상당히 좋아요. 우리가 쓰는 데 부족함이 없고 편리하죠. 그런데 우리의 공간이라기보다는 빌려서 쓰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그 공간에 대한 소중함이라든지 그 공간에 대한 마음가짐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공간이 왜 중요하냐면, 저희가 교육을 하면 대부분 야외에서 실외에서 교육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교육을 하다보면 실내로 들어가기도 해요. 그곳을 제가 보여드렸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하자면 산 중턱의 집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하룻밤을 자고 싶어하는 공간이에요. 저는 저 나름대로 아이들과 그 공간에서 팝콘을 튀겨서 영화를 본다든지, 거기서 아이들과 부침개를 해먹는다든지, 또는 그 공간에서 아이들과 자연에서 할 수 없는, 그 안에서만 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요리 같은 걸 하기도 해요. 참 공간이라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공간이 있고 없고의 차이점을 보면, 공간이 없을 때와 있을 때를 비교해보면 공간이 있으면 저희가 피할 수 있는 공간, 아늑해질 수 있는 공간이 생기죠. 훨씬 그 공간에서 가치 있는 사람들끼리 관계도 더 좋아지고 소속감도 생기죠. 그게 공간이 주는 긍정적인 점인 것 같아요. 다만,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고 빌려 쓰는 공간이다 보니 제한점이 있어서 아쉽긴 하죠. 박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만, 공간이라는 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소통하도록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안연정(문화로놀이짱 대표)

 

안연정 :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다 비슷한 욕망일 텐데요. 문제는 공간 또한 공급받게 되면서 스스로를 향유자 혹은 수혜자로서 위치 설정을 한다는 거예요. 아까 활이 말한 것처럼 삶의 방식이 우리 삶을 만든다고 한다면, 어떤 공간에 사는가도 자기의 삶의 방식을 이루는 데 중요한 근간이 되잖아요. 어떤 집단이 어떤 공간에 대한 필요를 느꼈을 때 그 공간에 실질적으로 스스로가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과 과정 자체가 가장 문화예술교육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는 이 부분은 늘 누군가에게 맡기고 서비스 수혜자로서 공간을 차지하다 보니까 돌봄 기능이라는 게 안 생긴다는 거예요. 저는 생명, 혹은 생태 안에서 중요한 감각 중에 하나가 ‘돌봄 감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꼭 어떤 대상을 돌보는 게 아니고, 내 생활 영역 안의 어떤 것들을 우리 스스로가 계속 관리하고 핸들링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감각이죠. 그런데 이런 돌봄 감각들이 점점 더 대상화, 추상화되고 있어요.

 

공간에 대해서 상상할 때는 어떤 과정을 만들어낼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공간에 대해서 상상하고, 그 방법을 찾다 보면, 그 방법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기여할 사람들이 필요하잖아요. 그렇게 사람을 찾다보면 서로 돕고 서로 배우는 장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봐요. 지금 밖에서 열리는 워크숍처럼 말이에요. 한국에서는 특히나 시민문화예술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다 소비자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예술교육까지도 서비스를 향유하는 사람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갈 수 있는 힘을 문화예술교육이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지 않는 이상은 죽음으로 향하는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더 이상 설 곳은 없죠.

 

고영직 : 이번 주제와 관련해서 리뷰를 쓰기 위해 십수년 만에 『오래된 미래』를 다시 읽어봤어요. 예전에 주목하지 않았던 문구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스웨덴 사람이잖아요. 스웨덴의 어느 학술대회에 갔는데 스웨덴의 어느 학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는 거예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지금까지 채소를 먹은 것이 아니라 풀을 먹은 것이라고 하는 표현이 있어요. 유럽 사람들의 기준에서 보면 아프리카 사람들이 먹는 일상적인 음식이 ‘잡초’에 불과했다는 거죠. 그 이야기가 박활민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과 통하는데요. 우리가 갖고 있는 스탠더드, 다시 말해 ‘척도’를 바꾸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거죠. 생태나 생명이나 생활이 이 세 가지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게 일종의 에코소피(Ecosophy : Ecological philosophy)잖아요. 이러한 생태철학으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이 바뀌려면 새로운 기준점을 만드는 게 중요하겠다고 봐요. 어쩌면 문화예술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척도를 바꾸는 것이 아닐까. 아까 젊은 친구들이 문화로놀이짱에서 와서 보고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 또는 10대 아이들이 ‘다시 오겠다’ 말하는 것, 얼마나 좋습니까. 나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것, ‘노땡큐 사양하겠다’는 것, 그런 척도를 바꾸는 교육이 어쩌면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이나 효과로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핸드메이드 열풍이잖아요. 그런 열풍들이 전국 어디랄 것 없이 판에 박힌 듯 똑같아요. 그마저도 상상하지 못하고 판에 박힌 프레임 안에서만 생각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 생각하는 손이 아니라 ‘생각 없는 손’들이 된 것은 아닌가 싶어요.

 

박활민 : 손에는 원래 뇌가 없어요. (웃음)

 

고영직 : 2-3년 전에 백문산 시인과 긴 대담을 한 적이 있어요. IMF 이후 한국 사람들의 내면에 고유한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거예요. 하나는 공포의 문화, 다른 하나는 선망의 문화죠.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시인의 후배가 차를 운전하다 타이어가 고장이 나서 전화를 했는데 고칠 줄 모른다는 거예요. 20년 동안 근무한 사람이 차를 고칠 줄 모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뭐했냐고 물으니까 10년은 앞바퀴만 만들었고, 10년은 뒷바퀴만 만들었다는 거죠. 분절된 노동을 한 거죠. 노동 행위를 온전히 장악하는 노동이 아니라 분절된 노동을 하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IMF 때 공장 바깥으로 나가서 창업해 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실패을 겪은 거예요. 그래서 “공장 밖이 절벽입니다”라고 한 말이 퍽 인상적이었어요. 지금의 이런 구조를 어떻게 깨주며 ‘삶의 전환’을 모색할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박활민 : 문화예술교육이 이 전환을 어떻게 사람들이 깨닫게 하거나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 건 분절적인 전환이 아니라 종합적인 전환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단순히 생활에서 손을 쓰자, 발을 쓰자 이런 전환이 아니라는 거죠. 종합적인 전환이라는 것은 사는 것 전체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방향성과 생활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로직을 가질 때 가능하죠. 그러려면 그 공간을 운영하는 것도 이 공간 자체에서 가능하면 아주 종합적인 어떤 것들이 운영이 되어야 전체적인 삶과 연결시키는 상상력이 나오는데 이걸 가로막고 있는 게 있어요. 그게 뭐냐면 행정에서 지원하는 ‘공간지원사업’을 보면 목적성이 딱 있는 거예요. ‘여기서는 뭐만 해라’ 이게 정확하게 나와 있어요. 딴짓거리 절대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공간을 종합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분절시켜 놓죠. 전환적인 삶의 핵심은 사는 것 자체인데, 사는 것의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거거든요. 그런데 공간지원사업 이런 걸 보면 ‘불’을 못 쓰게 해요. 먹는 것은 집에 가서 하라는 거예요. 되게 이상한 논리에요. 공원에서도 불을 못 쓰게 해요.

 

제가 유휴공간 활성화 회의에 들어갈 때가 있었는데, 거기서 누가 살아도 되냐고 물으면 안 된다고 그래요. 그렇게 사는 것은 금지시켜 놓고 거기를 활성화시키기를 원해요. 활성화된다는 건 누군가가 거기서 먹고 자고 기초적인 생활을 하면서 에너지가 살아나는 거거든요. 이 지점은 행정지원사업에서 상상력이 필요한 영역인 것 같아요. 불을 쓰는 게 앞으로는 중요해요. 불을 쓴다는 것이 먹는 것을 스스로 생산한다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면 옆 사람과 같이 먹게 되고, 이게 다 연결되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이런 종합적인 시․공간을 운영하는 것이나 서포터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은실 : 말씀하시는 데 찔리네요. 원래는 그 공간에서 취사를 하면 안 되는데 제 욕심에 아이들이랑 이런 것 하면 좋겠다 싶어서 불러다 놓고 문 잠가 놓고 떡볶이도 해먹고 부침개도 부쳐 먹고 그래요. 냄새가 막 나면 공원에 온 사람들이 파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나중에 교육이 끝나고 보면 아이들이 소감을 이야기해요. 아이들이 하나같이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먹는 것이잖아요. 아이들은 예를 들어 활동을 열 가지 하면 먹는 걸 가장 먼저 이야기를 해요. 선생님 우리 그때 먹은 거 참 맛있었어요. 그거 어떻게 만드는지 좀 이야기해주세요. 먹는다는 건 모여서 먹어야 맛이 나는 거잖아요. 그런 교육이 같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니 아쉽긴 해요. 제가 작년부터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됐는데 요리치료사예요. 생태교육을 하다보니까 먹는 걸 같이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먹는 거를 통해서 불안하거나 외로움 그런 것을 해소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먹는 게 아니라 공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공간에서 먹느냐, 누구랑 먹느냐, 무엇을 하고 먹느냐, 이것을 찾다보니까 교육을 한 다음에 먹거리로 같이 할 수 있는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해서 제가 사실은 몰래몰래 해요.

 

안연정 : 그런 상황이라면 몰래하기보다는 아이들과도 고민을 함께 나누면 좋을 거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왜 이건 안 될까?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하는 질문으로 확장시켜 나가면 좋을 거 같아요.

 

 

 

 

 

[지지봄봄 12호 방담회 _ 문화예술교육과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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