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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봄봄 12호 _ 방담회] 문화예술교육과 생명 2
  • 박형주 _지지봄봄 편집위원, 하자센터 기획부장
  • 2014.12.13

 

 

고영직 : 개인적인 얘기를 먼저 하고 싶은데요. 제가 어렸을 때 제 방이 없었어요. 1970년대 중반이었으니까요. 셋째형님이 나를 위해 사과 궤짝을 부숴서 책상을 만들어줬어요. 그때 그 셋째형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위대해보였는지 몰라요. 그런데 30년 뒤인 지금은 거의 손을 쓸 일이 없어졌죠. 게임할 때 손가락 쓰는 정도랄까요. 그때 형이 동생에게 가구를 만들어준 그런 마음이라든가 그런 것들도 다 사라진 거 같아요. 박활민 선생님 말씀하신 것도 결국에는 몸을 쓰는 노동을 통해 우리 안에 있는 사용가치를 부활하자는 말씀으로 저는 이해를 했어요. 시장이 요구하는 교환가치가 아니라 내 안에서 사용가치의 역능(力能)을 어떻게 부활시킬 것인가. 그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형주 : 양평 두물머리는 삶의 터전에서 사람들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를 풀기 위한 에너지들이 활력을 얻으면서 모였고, 그 배경 속에서 모였던 거잖아요. 서동일 선생님께서 함께 참조할 만한 경험담을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동일 : 저도 요즘에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싹 트기 시작했는데요. 제가 처음에 할 때는 과연 애들이 얼마나 참여할까, 또 참여하면 반응이 있을까, 두려움이 많이 앞섰죠. 예상 외로 신청자가 많이 있었어요. 수업을 하면서는 지역 아이들의 니즈(needs)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요. 미디어와 같은 문화예술 창작에 대한 많은 니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실제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활동을 했어요. 영화제도 학생들이 직접 준비하고, 학부모들은 영화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또 양평은 교육열이 높아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드러나지 않은 문화예술인도 많이 있고요. 그게 제 삶의 일부가 되면서 이게 내가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한 부분이 될 수 있겠다. 그러면서 느낀 건 역시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죠. 많은 아이들이 모여서 영화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어요. 지금은 지역에 공간을 만들어볼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제 삶의 일부로서 들어오면서 올해는 씨앗을 심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조금 더 피우기 위한 고민들도 생겨났고, 고민을 열어놓고 지역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밖에서는 마포석유비축기지 재활용 사무소의 첫번째 생활기술교류 워크숍인 ‘화덕 만들기’가 한창이다

 

박형주 : 문화로놀이짱은 그런 공간을 만들어가며 시작한 거잖아요. 그간 생활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을 고민하면서 도시 안에서 삶 읽기도 분명 했을 거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문화로놀이짱의 경험도 들려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안연정 : 저희는 운 좋게도 작은 시장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했잖아요. 그때가 2006년도였는데, 한창 핸드메이드 시장이 생겨서 활발해지고 있었고, 한쪽은 재활용 가게들이 한참 생기고 있었어요. 그때 잡았던 주제가 ‘결핍’이었어요. 우리의 생활방식에서 오는 결핍은 무엇일까. 그러다보니까 이사를 매번 가야 하는 거, 경제 상태가 쪼그라드는 것, 늘 경쟁 상태에 있어야 하는 것, 쓸데없음이 허용되지 않는 것, 이런 문제의식을 발견하기 시작한 거죠. 시장을 만들면서 흥미로웠던 건 내 주변보다는 자기 상태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이에요. 저는 그게 굉장히 중요한 문화예술교육의 소재이자 방법론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관심이 있었던 건 ‘내가 연남동에 살면서 즐거운 이유는 쾌적한 동네, 거리 문화, 조금 나가면 한강 같은 자연과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읽기들이에요. 저는 이런 읽기들이 문화예술교육에서 중요한 매개라고 생각했어요.

 

시장을 할 당시 흥미로웠던 건, 한 친구가 쓸데없이 살아도 된다는 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시장에 10년 동안 썼던 일기(日記)를 복사해서 시장에 들고나간 거예요. 지나가던 책 만들던 아저씨가 너무 감동 받아 그 일기를 사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둘 사이에서 이 일기의 가격을 책정하는 게 초미의 관심사가 된 거죠. 그래서 결국에는 이 가격을 책정할 수가 없어서 그냥 드렸어요. 우리도 왜 그냥 드렸냐고 아쉬워했죠.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다음 주에 그 아저씨가 자기가 10년 동안 기록한 일기를 복사해서 이 친구한테 선물을 한 거예요. 그때 그 장면이 저한테 중요했었어요. 기록한다는 거라든지, 누군가가 촉발한다는 것, 그리고 촉발한 것을 다시 발견해주는 일, 그렇게 관계가 생기고 지속된다는 것. 그 둘은 아직까지도 서로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되었고, 우리 모두의 친구가 되어 아직까지도 만나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다가 거점이 중요하다는 걸 저도 생각하게 됐어요. 그게 이곳으로 오게 만든 생각의 계기가 되기도 했죠. 저희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공간에 입주한 게 아니라 스스로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가면서 시작을 했잖아요. 그래서 더 저희한테는 공간은 확실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간도 만나는 사람이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결이 달라져요. 그래서 일시적으로 접속해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그 달라짐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읽어내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놀이짱은 일터이면서도 언제든지 사람들과 만나는 공간인데요. 오시는 분들이 많은 자극을 받는 거 같아요. 여기 와서 몸 노동을 하는 걸 보면 저렇게 노동하고 돈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찾아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줘요. 10대도, 20대도, 30대도 그렇고, 어느 10대 아이가 ‘언젠가는 오리라’고 이야기하는 놀라운 일도 있었어요. 10대들이 그러더라고요. ‘너네 일하는 방식 되게 멋있어. 그냥 무조건 해보라고 말해주는 것도 좋았고. 그냥 뭐든 하면 잘했다고 서로 격려해주는 것도 보기 좋았어. 내가 나중에 다시 올게.’ 그리고 그 십대들이 진짜 다시 오는 거예요. 그때 다시 온 건 그들이 우리를 격려해주러 온 거였어요. 먹을 것도 싸가지고 오고요.

 

그렇게 문화로놀이짱은 실제 거점 공간에서 여럿이 일하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온 거예요. 그러면서 그동안 손작업을 하는 친구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이것에 대한 진단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문제는 이 친구들이 다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있는가 생각하면 별로 없는 거예요. 소위 말하듯이 너네는 먼저 시작했고, 공간도 있으니까 괜찮고 아니고 할 문제가 아니라 엄밀히 보면 누구나가 다 위태위태한 거예요. 이런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어디서 모색해야 할까. 그리고 우리의 관계들이 지속되는 것이 활력이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죽음에 대한 불안 때문에 사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 느껴요. 죽음에 대한 불안으로 사는 거 말고, 진짜로 살고 싶다는 기쁨을 느끼면서 살게 하는 관계의 지속가능성이 우리 주변에 어디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더 많은 친구들이 이런 활동을 하며 살게 하는 토대를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게 공간 다음으로 넘어간 저희들의 과제에요. 14명이 운영하는 게 아니라, 그 14명도 훨씬 더 개별자로서 활동할 토대가 생기는 것. 각각이 아니라 공동의 토대를 만든다는 상도 생겼으면 좋겠고요. 어떨 때는 전체가 협력하고, 어떨 땐 흩어지고 이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실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들을 봐요. 작업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대안적인 사회의 상을 먼저 실행할 수 있는 자존과 삶의 기술과 협력에 대한 욕구를 다 가지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제 이걸 어떻게 만들지.

 

 

 

생활기술교류 워크숍, 화덕을 만드는 손

 

 

박활민 : 생각하는 손이나 몸 이야기를 하는데요. 노작이나 몸 쓴다는 표현이 약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집에서 여러 가지를 만들고 고치고 할 때 핵심은 ‘머리를 쓴다’는 거예요. 이걸 하면서 내가 내 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와 거리를 제공받는다는 느낌인 거죠. 이 느낌 때문에 내가 내 생활을 컨트롤한다는 생활 주체적인 느낌이 온다는 거예요. 핸드메이드를 예를 들면 나는 만들기를 좋아하니까 이걸로 먹고 살아야 한다고 자꾸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면 또 이걸 시장에 내다 팔아서 먹고 살려고 해요. 당연히 안 되죠. 자꾸 그 프레임 안에서 빙빙 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몸 노동이나 핸드메이드를 통해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확대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느끼는 것 하나는 내 생각보다 ‘아직은 사람들이 살만 하구나’는 거예요. 내 생각보다는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풍요롭구나.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굉장히 풍요롭다. 하지만 결국 삶에 대한 자발성을 가진 사람들, 다시 말해 살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 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몇 명이나 있겠어요. 그러니까 간신히 살아지긴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근원적 삶의 방식을 바꾸자’ 혹은 ‘위험하다’ 이런 생각까지 가기는 사실 어려운 거 같아요.

 

문화예술교육이 어떻게 삶에 대해 근원적으로 사고하게 만들 것인가 질문을 해보면, 완전히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시작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요. 인프라를 갖춰 놓은 상태에서 자꾸 콘텐츠를 넣어주면 인프라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히려 이런 제로베이스에서 삶을 스스로 생산해나가는 시․공간이나 거점이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실험의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지봄봄 12호 방담회 _ 문화예술교육과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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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왜 '손과 노작'에 관심을 갖는가  ->  [바로가기]

2. 삶의 결핍을 스스로 채우는 '손노동' 

3. 생명감각을 깨우는 거점공간 만들기  ->  [바로가기]

4. 생의 의지를 '활(活)'하게 하는 집중과 몰입  ->  [바로가기]

5. 삶의 전 줄기와 호흡하는 문화예술교육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