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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초청강연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사회, 아이들이 야생성을 어떻게 되살려줄까> _ 2부 크리스와의 대화(2)
  •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_작가
  • 2014.09.20

 

 

 

1. 지지봄봄과 함께 하는 프리토킹

 

아이들의 자치 모둠, 그리고 교사의 우정

 

강원재(사회) :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2부 사회를 맡은 OO은대학연구소의 강원재라고 합니다. 그리고 옆에는 문학평론가 고영직 선생님이십니다. 여러분들도 많이 그러시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신나게 일을 하다가도 맛있는 걸 먹다가도 즐겁게 친구들과 놀다가도 굉장히 미안해져요. 내가 이래도 되나. 이런 자리에서 희망 같은 걸 이야기 하려고 해도 그게 잘 안돼요. 그게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세월호 이전과 이후 우리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렇다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 이 자리에는 문화예술교육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테고, 부모님들도 있을 테지요. 그런 것들을 현장에서 고민하던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지봄봄의 고영직 선생님의 질문으로 먼저 열겠습니다. 

 

고영직(문학평론가) : 네, 반갑습니다. 문학평론을 하는 고영직입니다. 세 살에 텃밭을, 다섯 살 때 손수레를 하시며 큰돈을 벌었다는 자랑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눈썹 위에는 칼 장난을 하다가 남은 상처, 그리고 나무위에서 떨어져 왼쪽 다리가 부러져 너무나 신났던 경험도 있었고요. 아이들의 최고의, 최후의 장난은 흙장난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놀이터에 가면 그곳을 사각에 가둬놓고, 대장균이 있느니 하며 관리하는 것이 아이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 안에서 어떻게 교육을 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같은 문제를 반복 재생산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고민이 듭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영교육 활성화라는 기가 막힌 대안을 내놓고 그러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크리스 선생님의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이 아이들의 ‘자치 모둠’이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그래서 아이들의 자치 모둠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또 하나는 인간은 고독하지만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우정의 힘이  작동하고 있는가. 학교 안에서 선생님이 열심히 하면 오히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냐며 냉소를 받으며 굉장히 움츠려 드는 거 같아요. 선생님 책을 읽어보면 굉장히 좋은 동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동료들의 우정을 통해서 어렵지만 자신의 길을 걸어오게 된 노하우가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현장이나 그 안팎에 있는 예술교사들이 이 우정의 힘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선생님의 우정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크리스에게 질문을 하는 문학평론가 고영직(지지봄봄 필진)]

 

크리스 : 말씀 감사드립니다. 특히 제가 공감한 부분이 고립과 외로움이 굉장히 큰 문제이고, 그것이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라는 겁니다. 특히 교육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교사들이 우정을 나누고 함께 뭉쳐야 한다는 말에 공감을 합니다. 공립학교에서 진정한 배움과 교육을 하고자 하는 교사들이 저에게는 영웅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쉬웠어요. 처음부터 대안학교에서 했기 때문에 그런 환경이 이미 있는 곳에서 했던 겁니다. 그러나 그런 환경과 조건이 없는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시는 분들이 저에게는 영웅입니다. 문제는 부모들도 이런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고립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의 고립감이라는 것은 현대사회의 문제이고, 도시화의 하나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이 이런 고립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 해답은 ‘공동체와 연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모이고, 공동체를 만들고 함께 모이고 그 안에서 함께 생각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미산마을’에 대해서는 여러분들 다 들어보셨죠. 제가 말한 그 부모들의 훌륭한 공동체가 ‘성미산마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다른 부모들과 손을 잡고 함께 할 때 자동적으로 그 자녀들도 함께 하게 됩니다. 부모가 친구이면 그 부모의 자식들도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죠. 아이를 서로 맡길 수도 있고, 기르다가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서도 부모들끼리 함께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언론으로부터 나오는 메시지나 주변의 비아냥을 받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지금 심각할 지경에 이른 총체적 난국에 이른 상황에서는 이걸 깨달은 사람들이 모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깨닫고 움직이는 사람들은 당연히 손가락질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뭉쳐야겠죠. 아동기에 있어서 사회적인 측면, 즉 아동기에 사회화가 되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 아이들끼리 서로 어울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공동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일수록 공동체를 만들고 생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미산 마을이 그런 공동체의 훌륭한 예인 게 그게 얼마나 강력해졌는지 그 공동체 안에 아예 학교를 차리게 되었다는 거죠. 일반 학교에서 하는 것이 아이들을 시험을 위해 계속 가두고 스트레스에 노출되게 하는 그런 환경에 내 아이들을 보내지 않겠다며 스스로 만든 공동체가 있다는 겁니다. 사실 저는 오늘날의 이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압력이 있는 환경에서는 어떤 변화도 읽어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원재(사회) : 교사와 부모들의 공동체성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사례를 직접 경험하신 대안학교 사례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자치능력, 그 안에서 아이들이 토론해나가며 학습조직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지 그 사례도 함께 말씀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크리스 : 방금 말씀하셨던 그 자치의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해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이해해서 출발을 해야 하는데요. 우리가 오늘날 망각한 중요한 진실은 ‘배움’이라는 과정 자체가 자체조직형이라는 겁니다. 배움이라는 과정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겁니다. 우리는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다는 것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사실 타인, 누구든지 간에 가르치고, 지적해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걸 배웠을 때에 누군가 보상을 해줄 필요도 없고요. 외부에서 배우기 위해서 동기부여를 해줄 필요도 없다는 거죠. 그런 동기는 날 때부터 아이가 가지고 태어납니다. 배우려는 본능, 뭔가를 알고자 하는 지적 본능과 어떤 능력을 습득하고자 하는 본능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 중에서 가장 강력한 본능입니다. 숨 쉬려는 본능, 심장이 계속 뛰려는 본능 같이 자율적인 본능이 바로 배우려는 본능입니다. 그러니까 어른으로서 이 아이가 뭔가를 배우고자하는데서 가르치는 능력이나 힘이 어른에게는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힘은 그 배움에 방해가 되는 힘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에게 아무것도 가르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화책을 읽어줄 수도 있고, 아이가 단어 뜻을 물어보면 대답해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 필수적이 아니라는 것이죠. 아이들은 스스로 다 배워나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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