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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봄
  • 대안적 삶의 문화예술교육
  • 김경옥 _민들레 대표
  • 2014.02.26

 

 

1990년대 말 대안교육이라는 새로운 담론이 시작됐습니다. 그때 가장 큰 성찰 중 하나가 기존 교육은 삶과 유리된 교육이라는 반성이었습니다. 교과서, 교육과정, 교사의 태도 그 무엇도. 그 방향이 학습자의 삶과는 전혀 무관한 단순한 외우기에 불과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한 반성으로 대안교육 현장은 삶을 교육 안에 녹아내고 실천해 내려는 움직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 배우려는 자와 가르치는 자를 놓고 교육의 방향성을 고민했을 때, 기존 교육은 가르치는 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배우는 자의 삶과 교육이 유리되고, 동기화되지 않고, 배우는 제가 교육에서 객체로 전락해버린 것이죠. 이에 대한 반성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교육의 최종 목표를 삼성 등으로 삼고 그것을 위해 학생들을 서열화 시키고, 서열을 만들기 위한 경쟁을 시키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성이 이뤄졌었습니다. 그런데 그 반성에 대한 대안을 기존 학교에서는 만들기 힘들었죠. 정치인, 경제인, 부모, 교사. 모두 다 ‘선한’ 사람들이었지만 입장이 되는 순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반성을 할지언정 제도 안에서 제도를 깨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도 바깥에서 사람들이 ‘혁명을 해보자’고 시작한 게 바로 대안교육입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강조되었던 것은 바로 문화예술의 힘입니다. 이것이 교육현장에 들어갔을 때 발휘되었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죠. 논리적으로 알았다거나 학술적으로 누군가 제시했던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교육의 장에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발도로프 과정이나 섬머힐 교육과정을 봐도 그 안에는 문화예술교육적 장치들이 굉장히 많죠.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경계를 허물지 않기 위해, 또 경쟁적이지 않고 서열화 되지 않고, 입시를 지향하지 않게 하기 위해, 삶과 유리되지 않는 교육을 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은 훌륭한 매개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완성됐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우리는 (이상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에 참가하고 있는 공간민들레는 학교와는 무관한, 18살까지의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꼭 해야 하는 활동이 있고 선택해서 하는 활동 등도 있는데, 본인이 직접 시간표를 짜게 합니다.

 

저는 더불어 사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 교육의 지향점이라 생각했습니다. 입시를 위해 경쟁하고 서열화 되지 않는 대안 교육 현장에서, 대안적 삶을 꿈꾸는 한 인간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고민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성장과제가 ‘서로 살리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협력하니 너무 좋다는 것을 아는 사람을 말하는 거죠.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잘 되는 북유럽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경험을 100년 정도 한 곳입니다. ‘함께 한다’는 정신이 역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죠.

 

 

 

반면 우리는 근대 이후 전쟁과 극도의 경쟁을 겪었죠. 뼛속깊이 그것들이 스며 있어 ‘경쟁하고 이겨야 한다’, ‘남이 잘되면 배가 아프다’고 생각하죠. 대한민국 사람들의 유전자 속에는 협력에 저해되는 이러한 정신이 어느 정도 심어진 것이죠. 대안 교육은 그 ‘독소’같은 것을 빼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것을 위해 문화예술교육이 굉장히 큰 작용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들레의 1년 과정도 ‘더불어 사는 힘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1년 만에 그것이 된다는 것은 ‘사기’겠죠. 그럼에도 3월에 시작해서 12월에 마무리하는, 그 한 텀 동안 아이들은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있다는 점에 뿌듯합니다.

 

저희의 시간표는 말과 글, 자공시, 영화제작, 몸으로 인사하기, 미술, 연극, 인형극, 김원장과 함께하는 몸 살피기 등 모두다 문화예술교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민들레는 이 교육을 행함에 있어 일상성, 맥락성, 시간성을 중요시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정한 활동들은 일상에서 이뤄집니다. 아이들은 그것을 일주일의 시간 안에서 구조화시켜냅니다. 그것이 가능하게 그룹미팅과 자치회의라는 장치를 둡니다. 예컨대 위안부 할머니들 시위 현장에 갔다가 여기서 느꼈던 것이 내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엮어나가도록 하는 활동을 합니다. 이를 그룹미팅을 하며 일상 안에서 맥락화시켜보는 것이죠.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시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몸짱’이 되려면 보통 3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립니다. 한편 포카칩을 먹기 위해서는 3초 만에 보상이 이뤄지죠. 문화예술교육 안에서 우리들은 3초 만에 보상을 주기도 하고, 이 ‘짧은’ 보상이 누적되다 보면 결국은 몸짱까지의 결과를 보여주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보상을 지속하다 보면 또 나중에는 몸짱이라는 목적은 잊게 될 수도 있는 거죠. 이를 위해 단기 보상과 장기 보상에 대해 적절히 배치하는 것을 고민하다보면 문화예술교육이 잘 굴러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민들레는 대안적 교육을 꿈꾸는 현장에서 이런 것들을 염두하고 실천을 해왔습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 장 안에서 이런 것들이 잘 구현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성, 맥락성, 시간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죠. 아이들의 일상과 내가 하는 교육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서로 맞닿아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확인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계속, 기쁘게 기꺼이 할 수 없게 악순환에 봉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가 의미가 있는 걸까? 현장에 허탈함만을 주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이것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큰 판에서의 일상성, 시간성, 맥락성을 확보하진 않더라도 최소한의 충족이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토양을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 고생 많으시겠습니다.

 

 

- 캐리커쳐 : 배민경 作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