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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뻐서 기꺼이 하는 문화예술교육
  • 민경은 _여러가지연구소 대표
  • 2014.02.26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놓쳐버린 것들을 찾아서

 

13월, 지난해의 작업도 마무리 되지 않은/마무리 될 리 없는 상태에서 지원금 신청의 계절을 맞이하고 지나보냈다. <땀땀 공작소> 오픈 스튜디오*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마땅히 춤추고 노래해야 할 몸과 마음은 몇 개의 지원 신청서를 열어 놓은 컴퓨터 앞에서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착취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신청 마감시간을 두고 지난 프로젝트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해보는 시간을 원치 않는 순간에 가지고 나니, 피로감이 밀려왔다. 

 

 * 땀땀 공작소는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지역에 잠재되어 있는 60년여 봉제경력의 옷 수선 집 장인을 만나 학습의 장을 만들어가며 비정형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땀땀 공작소 오픈스튜디오는 학습의 장에서 얻은 것들을 시민 참여 워크숍으로 재구성하여, 2014년 1월 중에 10일간 진행되었다.   

 

마치 자율적인 것처럼 이루어지는 자기 착취적 작업을 하며 삶은 피로해지고, 말 통하는 친구는 점점 줄어들고, 가족 안으로 들어가면 히스테릭한 채로 남아있던 나의 모습, 어쩌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무난히 대화다운 대화가 이뤄진다 싶으면 삶에 대한 애정을 노래하기보단 어느새 각자의 경험을 자랑하고, 피해의식을 공유하는 대화로 흘러갔던 공허한 시간들이 떠올랐다. 2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두드러기가 일어나 찾은 병원으로부터 받은 ‘면역력 결핍’이라는 진단은 내 몸에만 국한 된 문제가 아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미쳤다.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신념을 가지고, 예술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 즐거운 끈기, 표준화된 평가와 정답을 요구하는 제도권 교육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의미들을 통합해나는 유연함과 집중력, 목표를 설정하고 난 후에는 과정을 즐기며 성과를 공유하는 협력의 에너지를 잊고, 잃고, 놓치면 교육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의 면역력은 저하되기 마련이다. 이런 말들은 혀끝에 매달린 채 입 안에서만 맴돌아 작년 이 맘 때의 포럼에서 ‘자발적 고립’을 하는 게 낫겠다는 엄살 까지 부렸던 기억도 되살아났다. 

 

2013년 한해는 여러가지연구소가 지역에서 활동한지 햇수로 4년째였는데, 지역 내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전보다 많아진 해이다. 순간, 기쁨의 샘을 팔만큼의 저항력과 면역력이 몸 안에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저항력과 면역력은 서로에게서 발견한 새로움이 아닌 다름에서 나온다는 것을 여러가지연구소 내의 움직임과 관계가 일부분 사라져가면서 곧 느끼게 되었다. 작은 커뮤니티 안에 새로움이 사라지고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과 충돌이 남았다. 구체적인 삶의 조건들을 만들어주지 못한 활동이 주는 공허함과 무력감은 자괴감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럴 때, 난 누구랑 이야기해야하지? 막막하기도 했다. 

 

한편, 다름이 소통될 때 삶의 구체성들이 드러나고 개별의 특이성이 드러나는 경험을 했는데, 이 경험의 과정은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놓쳐버린 것들 즉, 변화가 주는 기쁨과 기다리는 시간, 여유로운 마음을 조금씩 찾아가는 현재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삶을 가꾸어가는 문화예술교육

 

문화와 예술이 공유하는 것은 인간의 삶이다. 교육의 과정을 통해 인간을 그러한 존재로 형성시켜 나가는 실제로서의 교육이 문화예술교육 아닌가.

 

삶의 문제란 혼자 해결할 수 없으며,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바라본다면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 자연스러워지며, 이것이 내 삶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운동의 진정성,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의 당위성을 가질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여러가지연구소가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Don't Do It Yourself(이하 D.D.I.Y) 프로젝트**는 혼자 만들기 어려운 삶의 조건을 함께 가꾸어가고자 하는 과정이고, 움직임이고자 한다. 

 

** D.D.I.Y(Don’t Do It Yourself)프로젝트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함께 하는 것의 가치를 지향하며, 함께하는 과정 안에서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길 바란다. 자유를 기반으로 한 자발성, 실패를 즐기는 실험, 지역을 통한 지구와의 교감, 서로간의 자원 공유를 즐긴다. 

 

 

청소년들과는 함께 카페를 만들어보며 프로젝트 안에만 존재하는 카페가 아닌 지역사회 안에서 확장되는 카페를 꿈꾸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에 관심 있는 학교교사, 기관 실무자들과 함께 한 D.D.I.Y CITIZEN 매개자 워크숍에서는 제도적 교육이 비제도적 감성의 자유로움과 연계될 때 일어나는 즐거움과 가능성을 만나고 있다. 

 

같이 협력하고 연대하는 과정은 지난하고 힘들지만 매력적인 것은 어쩌다가 마주치는 서로의 발견과 가능성을 공감하고 구체적인 과제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이 허용하는 감성과 공감, 나아가 영성, 의미 만들기의 다양성과 차이의 존중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예술 그 자체로 예술을 가르칠 필요가 있음을 학교 교사와 소통하고 나니, 공유는 하면 할수록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것임을 느낀다. 그리고 제도적인 혁신이 중요한 만큼 교육구성체들 내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공감대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껴 공감과 상상이 펼쳐지는 공유지와 안팎으로 순환하는 것을 꿈꾸게 한다.

 

 

 

기뻐서 기꺼이 하는 문화예술교육

 

점점 작은 변화에 감동하게 된다. 성과를 수확하고자 하는 호들갑이 아닌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발견하는 인연과 사물들에게 가능성을 백분 실어 뻥튀기한 호들갑이 아니라면, 감동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마땅하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정확한 의미를 담아 몸에서 나온 말이 담기고 소통되는 장이 기쁘게 열리고, 그 장에서 감동을 나누면 좋겠다. 

 

전문적이고 세심한 안목이 꾸준하게 유지되어서 모니터링을 통해 예술가,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켜켜이 쌓아 꾸준히 감동의 지층들을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현장에서의 문화예술교육도 지원도 서로 기뻐서 기꺼이 하는 자기 몫으로의 움직임과 자기 목소리들이 많아지면 참 좋겠다.(그런 일들만 남으면 참 좋겠다) 

 

 

 

기뻐서 기꺼이 하는데, 토양 탓 하지 말라고?

 

일상에서 갈고 뿌리고 세우고 기다리고의 반복하는 움직임에 함께 춤추며, 제각각 시간을 달리 틔우는 싹을 기다리고 자라나는 것들에 대한 기쁨을 함께 노래하는 토양으로 우정을 쌓아나가면 참 좋겠다. 들판에 들꽃들이 어우렁더우렁 피어있듯이.

 

서로에게 지지자가 되어주어 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활동가들의 삶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지층을 두텁게 하며 온갖 장애물들을 즐겁게 넘는 친구가 많아지면 참 좋겠다. 새싹이 얼은 땅을 뚫듯이.

 

 

- 캐리커쳐 : 배민경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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