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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예술공동체 문화바람
  • 임승관 _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 2014.02.26

 

 

 

 

 

문화예술은 유기적인 생명체다.

 

생태계(ecosystem)는 특정한 단위 공간 내에 있는 모든 생물체와 그들 간의 모든 상호관계를 밝히는 구조로 전체가 존재하는 조건이 된다. 문화예술의 창작/생산․ 매개/유통․ 수용/소비 등 구조를 이러한 생태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의미는 각 부분을 전체 안에서 연관성을 파악하여 올바른 성장방향을 찾고자 함이다. 크고 작은 순환구조의 역할과 속성의 이해는 장기적으로 지역의 문화예술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발전 시키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문화 활동은 전문작가들 뿐 아니라 문화산업 또한 양질의 다품종 소량생산으로도 소비를 이끌어내는 건실한 동력이 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군다나 시민의 자발적인 예술 활동인 동아리 조직과 운영은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적극적인 실천행위이므로 스스로 예술에 대한 친숙한 이해를 높인다. 이렇게 문화를 대하는 높은 시민의식은 문화산업의 성장도 견인 할 것이다.

 

 

 

문화바람의 실험     

 

1. 시민의 소외된 문화권

 

타 도시와 마찬가지로 인천도 주로 전문예술을 시민에게 보급하는 문화정책을 지향하면서 대형 문화공간과 관련시설의 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동네 속 작은 문화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며 그나마 있는 것은 사적으로 만들어진다. 이는 문화권이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한 환경이다. 시민의 다양한 문화적 표현은 권리이다. 이를 위해 문화적 생산수단을 공적으로 확보하고 문화적 활동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정책적 지원 근거가 되는 ‘생활예술’과 ‘문화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2. 시민의 문화욕구가 대안정책의 출발이다.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이하 센터)는 1996년부터 문화를 매개로 지역 주민과 아름다운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활동해왔다. 그 후 2005년 재창립을 맞아 낙후된 지역 문화예술 환경 개선을 예술가나 정부정책이 아닌 시민문화운동에서 그 해결에 실마리를 찾기로 결정했다.  

 

일반 시민이 적극적인 문화수용자로, 생활권내 일상영역에서 창작과 향유, 유통의 건강한 주체가 되어 지역 문화예술생태계의 토양을 만드는 시민문화공동체‘문화바람’이다. 

 

오랜 동안 인천은 인근 타 도시에 비해 양질의 문화예술 공연이 오지 않았다. 인천 시민은 공연을 잘 보지 않아 기획사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즉 인천에 열악한 문화환경은 그 책임이 시민에게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달랐다. 센터가 인천시민들에게 문화수용자운동을 설명하고 CMS회원을 모으기 시작한지 2년 만에 400여명의 회원이 모였다. 이는 센터가 96년부터 8년 동안 연평균 회원이 50명 내외였던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 곡선이다.  

 

우리가 회원이 되어 돈을 모아 양질의 공연을 유치하고 무료로 관람하자는 문화수용자 운동의 결과다. 그리고 2006년 첫 번째 공연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콘서트’ 때에 2회공연을 꽉 채운 1600명의 관객을 보면서 인천시민은 공연을 안 보는 것이 아니고 못 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인천 시민에 그간의 평가가 잘 못된 것임을 알았고, 또한 변화에 대한 요구와 참여의지가 있는 것도 조심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늘어난 문화바람 회원은 연 5회의 공연을 무료로 관람하는 회원으로 시작되었지만 이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1회 자신이 원하는 장르를 직접 배우고 연습하는 동아리회원의 증가 속도가 더욱 빨랐다. 예상하지 못 했다.

 

3. 동아리 속성

 

문화 수용자 운동을 펼치면서 많은 회원들 스스로가 듣고 싶은 강좌와 강의, 배우고 싶은 동아리를 만들었다. 특별히 전문 강사가 지도하는 동아리도 있지만 대게는 좀 더 잘하는 회원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동아리가 대부분이다.   

 

동아리 참여 동기는 2~3회 모임이 지나면 개인(나)이 아닌 ‘우리’로 바뀐다. 경쟁적 이해관계 없이 같은 취미의 공감대로 만난 사람들, 나이도 직업도 다양하지만 동등한 사람들. 서로를 위해 간식을 사오고, 바뀐 머리스타일에 감동하며, 생일과 이름을 기억한다. 불안한 고용현실과 냉정하고 고된 일상을 견디게 하는 공감적 소통이 문화를 매개로 위로가 되어 공동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 모든 회원은 처음 몇 개월은 동아리를 운영하는 매개자(문화 활동가)에게 의지한다. 그래서 처음 들어온 

  회원은 동아리 운영자와의 관계에 따라 활동 지속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운영자가 회원을 돕기 위해서는

  깊은 대화나 세심한 배려가 있는 준비된 뒤풀이가 공식일정으로 되는 것이 좋다. 

- 전문예술가가 운영자로 들어가는 경우 기능의 수월성을 내세워 기존 구성원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강사가 강습진도에 쫓기어 기능습득 외에 회원의 다양하고 일상적인 논의를 금기하거나 관심이 없어서다. 

- 시민문화활동의 매개자는 장르기능과 교수능역 외에 구성원들의 관계 중요성을 인식하고 갈등을 해결 

  할 수 있는 사회적 리더십이 더 요구된다.

 

제일 오래되고 회원이 많은 동아리부터 일어나는 마지막 현상은 사회공헌 현상이다. 관계 맺고 있는 고아원 등 시설에 찾아가는 공연을 논의한다. 물론 힘들게 결정하고 시간을 더 내어 연습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사회공헌 활동을 충족하는 조건은 능숙한 기능만이 아니다. 오랜 동아리 활동 속에서 쌓인 자존감과 팀에 대한 자신감이다. 필자는 이 단계에 들어선 동아리는 나와 우리를 넘어선 사회적 단계로 가장 안정적인 높은 수준으로 본다. 건강한 문화사회 구성원으로 주인이 되어 가는 것이다.  

 

 

 

4. 생활예술 발표의 장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나서는 두 번째 난관은 발표의 장이다. 부평의 복합 문화공간 아트홀‘소풍’의 경우 2006년 회원들이 시민과 함께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 했다. 시민기금을 포함해서 회원의 출자금을 모아 작은 소극장을 만든 것이다. 당시 인천에 하나뿐인 소극장이었다. 모두가 바라던 꿈이기에 현실이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회원들의 자존감은 한층 더 높아졌다. 또한 작은 극장을 중심으로 지역의 예술가와 다른 생활예술동아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졌다. 

 

일 년에 한번 이상 동아리 정기발표를 하고 이틀에 걸쳐 동아리 축제도 한다. 특별히 신입회원에게 동아리 정기발표회는 처음으로 조명을 받으며 관객 앞에서 자기를 드러내는 자리이다. 아내와 남편, 가족이 와서 응원을 해도 떨린다. 대기실의 청심환과 소주병을 보면 알 수 있다. 공연을 마치면 가족들은 새로 발견한 자랑스러운 예술가와 멋있는 가수를 맞이하게 된다. 전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 동아리의 발표활동은 기능수준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요소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동아리)에서 얻은 자존감이다. 함께 배려하고 어울리면서 쌓아온 소종한 공동체에 대한 자신있는 공유태도다.

 

5. 제3섹터의 해방공간 시민문화공간 ‘놀이터’

 

공연장이 생기고 동아리 회원이 늘면서 안정적인 연습공간이 필요했다. 민원을 해결할 방음공간이면 더욱 좋다. 사무국 공간을 줄여 이사하고 남은 보증금에 동아리 회원 출자금을 모아 동아리 연습공간인 ‘부평 놀이터’를 회원들과 함께 만들었다. 한 겨울 두 달 동안 공사를 했다. 우리가 디자인 하고, 공사한 최고의 방음실과 모임공간을 마련했다. 

 

‘놀이터’의 모든 사업과 재정은 동아리 대표들로 구성된 운영위에서 기획하고 결정한다. 매년 진행하는 ‘끼가번쩍’ 시민동아리축제와 회원 체육대회, MT 등 회비조정과 예산사용내역도 운영위에서 결정한다. 이밖에 다른 동아리에 대한 이해와 요청, 회원들의 다양한 생활어려움도 논의하고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운영위다. 

 

- 구성원이 공간에 대한 자발성과 창조적인 활용을 가지려면 우선 그 공간에 대한 주인 의식이 생길 수 있는

  권력이 주어져야 한다. 예산 집행권한과 사업기획에 결정권이 진정한 주인의 요소다.

- 문화공간의 경우 공간에 대해 주인의식이 없으면 속성상 이용자는 공간시설의 수준과 관계없이 공간시설에 

  대해 바라고 요구하게 된다. 즉 공간을 고마워하는 민원인이다.

- 공공문화공간이 이용자에 의해서 스스로 활성화된다는 것은 그들을 잘 관리하는 것을 넘어 권력을 나누어 

  자치를 하는 것이다.

 

6. 시민문화공간의 성장 단계

 

- 공간운영에 대한 구성원의 자발적인 주인의식은 그에 맞는 구조와 단계를 거친다.

- 공간 운영이나 사업 내용은 이용회원의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절차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고 변경

  (보류, 폐기) 될 수 있어야 한다.

- 3년 이상 꾸준히 자율적으로 운영된 공간의 경우 매개자의 노력에 따라 이용 구성원은 일상생활 의제를 

  나누는 공동체를 형성하며 나름의 공간운영에 대한 비전을 가지게 된다.

- 이 단계에서는 민주적 절차와 소통 등 생활민주주의가 안정화 되면서 지역에 도움이 되는 확장된 의제가

  자연스럽게 논의되는 것이다. 

 

‘문화바람’도 이러한 민주적인 소통과 결정과정이 참여 구성원들의 자존감과 책임의식을 높이고 있었다. 2011년 두 번째 동아리 연습 공간 ‘남동놀이터’와 ‘시민문화살롱’이 있는 4층 건물의 one_stop 시민문화공간 ‘문화바람’에 도전하였다. 인천문화재단의 문화공간지원사업의 도움으로 한시적이지만 보증금을 마련하고 일억 원이 넘는 공사비와 칠백만 원에 달하는 월세를 스스로 감당하는 자생력을 벌써 3년간 유지하고 있다. 모두가 주인이 되어 함께 바라는 꿈은 그 한계가 없다. 2005년 이후 지금까지 CMS문화바람 회원은 1200명이 넘었다. 그 과정에서 ‘문화바람’ 회원들은 인천에 살면서 내가 바라는 문화 환경도 우리가 바꿀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조금씩 느꼈다. 

 

내년 8월이면 문화재단에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 그래서 올 초 동아리 총회에서 회원을 중심으로 2억5천을 협동조합방식으로 모을 것을 대략 결정하고 자세한 방법과 시기는 운영위로 넘겼다.  

 

7. 공간운영에서 매개자 역할

 

공간 상근자들의 갈등해결 능력과 함께 생활예술에 대한 입장 일치가 중요하다. 생활예술공간의 의미와 역할 등이 상근활동가들의 학습과 수평적 토론을 통해 조율되고 온전하게 합의 되어야 비로소 시민과의 여러 사업 속에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업이 결정되어 실행한 후에도 다시 주민과 만나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을 실행하는 상근활동가들은 회원과의 정서적인 일치가 중요하다. 회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필요한 창조적인 사업을 제안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나가며

 

사람이 사람을 중심으로, 자연과 함께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문화사회라 할 때 정치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로 아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서구 역시 근대화과정에 나타난 새로운 제도와 장치들만으로 근대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각성된 시민주체가 만들어 지면서, 토대가 만들어져 서서히 형성되어 졌다. 

 

시민들은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관계를 만들면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한다. 이는 지역이라는 삶의 생활공간 안에서 발생하는 교육, 환경, 육아, 등의 해법을 자연스럽게 토론되어 현실로 만든다. 그 동안 그렇게 마을의 담장이 사라졌고,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이 생겼다. 잘못 집행된 세금이 마을기금으로 되돌려져 활용되었고, 없어지게 될 환경이 보존되기도 했다. 시민 스스로 즐겁게 지역정치와 지역살림을 생활인의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문화사회는 그 구성원이 누리는 문화적인 소통이 중요하다. 결국 시민과 함께 문화예술을 매개로 만나고 그 공동체를 활성화 시키는 이유는 특정 예술장르의 기능 습득과 숙련을 넘어 지금보다 나은, 아름다운 사회가치를 스스로 만들자는 것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적인 경험축적은 생활민주주의 체험으로 시민의식의 각성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문화바람 회원은 씨앗이다. 씨앗에 대한 애정과 올바른 정책은 어떤 꽃으로 피어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의 결과가 아니다. 각자의 유전자와 자양분을 믿고 존중해서 발아하는데 필요한 온도와 습도만을 제공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핀 다양한 꽃은 하나하나가 건강하다. 문화도시는 건강한 생태계 안에서 자란 그 다양한 꽃들이 만든, 어쩌면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영토다.

 

 

 

- 캐리커쳐 : 배민경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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