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문화 재단
  •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이미지입니다.
  • 더봄
  • 마석이야기,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의 풍부함
  • 양철모 _작가, 믹스라이스
  • 2014.02.26

 

 

 

만남의 시작 

 

2004년 이주노동자 활동가와 마석가구단지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늦은 저녁 마석가구단지 풍경은 충격적이었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마치 낮이 없는 곳 같았다. 미래소년 코난에 나오는 인더스트리아 지하 같은 빛이 없는 장소랄까? 마석가구단지를 오고간 시간이 10년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마석가구단지에 살아보기도 했고, 식물을 키우기도 했으며, 락 페스티벌을 열기도 하고, 연극, 패션쇼, 축제 등 많은 것들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일상, 삶을 나누는 시간 안에 많은 대화들이 오고 갔다. 그 대화에서 흘러나온 것, 그래서 아쉬워했던 것이 어떤 움직임들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되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꿈을 꾸고 상상했다. 그리고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감동의 순간들을 만났다. 어느 자리에선가 우리는 이런 상황을 피부가 기억하는 수많은 순간들이라 말했다. 협업자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알럼*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의 즐거움”이라 표현했다.

 

* 마석이주극장에서 연극 시나리오 및 기타 연출로 활동 하고 있다. 마석 거주.

 

 

 

적극적 만남과 제안

 

2008년 믹스라이스의 활동이 정체되어 있을 때쯤, 알럼이 자신이 연출한 연극에 출연을 요청했다. 연극 제목은 <불법 인생>,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에 얽힌 상황을 담아낸 연극이다. 우리는 토요일 마다 마석가구단지 샬롬의 집 강당에 모였다. 주말에도 일이 있어 연습에 나오지 못하는 배우들을 서로가 대체하며 아슬아슬한 연습의 시간이 진행됐다. 이 시나리오는 마석가구단지의 사실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다. 연극 연습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은 연출가 알럼과 함께 연습 때마다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수정했으며, 자신의 단속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서로가 지도, 학습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또한 우리를 통해 한국어의 억양과 발음을 지도받았고, 움직임의 흐름과 제안을 통해 매주 새로운 상황과 변화가 연습으로 진행됐다. 연극 대사를 애드리브로 채우며 은근슬쩍 넘어가기도 했고, 엉뚱한 대사를 통해 한참이나 웃을 수 있었다. 이 연극 연습의 시간은 ①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였다. ② 그 삶에 대해 주관적, 객관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③ 그 이야기를 연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 할 수 있었다. ④ 그 표현의 다양성과 개입은 서로에게 학습을 통해 나눠가졌다. 이렇듯 함께 했던 연극 연습은 연극을 무대로 올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적극적이게 말하고 나누고 이해하는 공동의 삶에 개입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만남, 그 관계의 두터움

 

연극을 계기로 우리는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후 알럼은 패션쇼를 기획했다. 패션쇼는 마석가구단지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다양한 작업복을 입고 패션쇼를 하는 것이다. 누구는 페인트복장을, 누구는 절단 작업을 하는 복장을 하고 나와 무대에서 힘차게 걷는다. 이 또한 참여자들의 개인적 상황과 삶이 결합되어 신나는 무대를 만들었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질문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정권이 바뀌고 개발붐이 낙후된 마석가구단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알럼과 우리는 개발로 인해 마석가구단지가 사라졌을 때, 그곳에 살았던, 혹은 현재 살고 있는 것의 의미는 우리에게 무엇인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 때 경기문화재단 다문화커뮤니티 사업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마석가구단지에서 커뮤니티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작은 움직임을 펼치는데 함께 했으면 한다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으로 우리의 고민을 적극적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발은 기억에 반한다. 개발 후의 풍경은 마석가구단지의 기억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마석가구단지를 기억할 수 있는 문예집을 만들기로 했다. 문예집 이름은 알럼이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 <바다에 갔다 온 계곡 개구리>라고 붙였다. 미얀마 노동자 투는 마석가구단지에 대한 시를 썼다. 모누는 마석가구단지에서의 삶의 에세이를 실었다. 마석가구단지를 떠나 돌아간 이주노동자에게도 편지를 받아 실었다. 함께 일하고 지내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터뷰도 진행했고, 곳곳에 들어간 사진을 알럼과 로톤이 촬영했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학습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진행됐다. 

 

우리는 인터뷰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어려운 질문을 솔직하게 던지기도 했다. 예술가 그룹인 믹스라이스가 마석가구단지에 와서 촬영을 하고 책을 만들고 작업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는가? 우리는 예술가이고 너희는 노동자인데 그 관계와 만남이 불편하지 않은가?(과거에 연극 연습을 했던 사진을 한국인 사진가가 촬영했는데, 단속반의 형사의 손에 그 사진이 들려있는 상황을 안 이후에 알럼의 연극 연출은 한동안 중단되었다.) 알럼은 우리에게 이렇게 답했다. “사진에 나오고 인쇄물에 나온다고 단속에 더 노출되는 상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더 신뢰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렇듯 만남과 관계, 함께 모색하려는 것, 사려 깊고 필요한 질문들 그 사이사이에 연극이 있었고, 패션쇼가 있었고, 책이 있었다. 

 

 

 

일과 삶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삶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무엇일까? 삶을 적극적으로 함께 나누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알럼의 표현대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의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이 모든 것들은 삶을 기반으로 공유와 공감을 통해 함께 나누려는 의지를 통해 가능하지 않은가? 그 의지를 사용하기 위한 언어가 문화예술교육이다. 문화예술교육은 도구나 방법론이 아닌, 삶의 의지를 가능하게 하는 과정과 이해의 총체적인 움직임이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은 의지를 통해 모아진 것들의 지혜이다. 그 지혜는 자발적 움직임을 요구하기도 하고, 함께할 사람의 관계를 만들기도 하며,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는 모험이기도 하다. 

 

현재 알럼과 우리는 마석가구단지에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이주노동자와+예술가가 협업하여 일과 문화예술적 삶이 펼쳐지는 공간을 만드는 새로운 모험에 뛰어 들었다. 이 모험이 어떤 지도를 그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과 삶이 분리되어 있는 괴리된 삶의 지형을 바꾸려는 끈질긴 노력과 문화적 삶이 풍부한 세계를 만든다는 설렘이면 충분하다. 삶의 기반을 둔 움직임이 문화예술교육에 자극을 주고 그 자극이 다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순조로운 순환을 꿈꾸는 것 해볼 만하지 않은가! 

 

 

- 캐리커쳐 : 배민경 作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