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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교육, '성과가 아닌 성찰의 시간'을 요구하다
  • 이원재 _문화연대 사무처장
  • 2014.02.26

 

 


문화예술교육정책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사회의 문화제도 내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양적 팽창을 달성한 영역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가 제도 내에 존재하지 않았던 문화예술교육정책은, 2013년 기준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연간 지출액만 1,000억원이 넘는 규모에 도달했다.*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경영고시(http://intro.arte.or.kr/introduction/publicAnnounce02_03.jsp)에 의하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연도별 지출액은 64,649,000원(2011년 결산), 79,011,000원(2012년 결산), 108,740,000원(2013년 예산)의 증가폭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과 관련된 정부 예산의 경우 지난 5년 사이(2009년부터 2013년 기준) 2.3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교육 시수는 79시간(2005년)에서 1,925시간(2012년)으로 약 24배 증가하였고, 문화예술교육 인원은 323명(2005년)에서 6,774명(2012년)으로 약 21배 증가하였다.    

 

박근혜정부 역시 집권 이후 문화예술교육정책을 둘러 싼 양적 팽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인수위원회**는 문화예술교육정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책으로 ‘(78)문화향유 기회 확대와 문화격차 해소’라는 추진과제를 통해 ‘②생애주기별 문화향유 지원체계 구축 및 여가모델 개발․보급’이라는 세부 과제 안에 ‘어린이집·유치원에 문화예술교육사 파견(2014, 1,300개)’, ‘전국 모든 학교(11,532개교)에 문화예술교육사 배치, 직장 동호회 문화예술교육사 파견’이라는 세부 사업을 제시하였다. 또한 ‘③예술강사 장애인시설 파견 확대 등 장애인 문화향유 권리 보장’이라는 세부 과제를 별도로 제시하였다. 

 

**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박근혜정부의 국정비전, 국정목표 선정>,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보도자료, 2013년 2월 21일, 2쪽.

 

박근혜정부의 <2013년 문화예술분야 성과 발표> *** 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박근혜정부는 “아동․청소년기의 초․중․고교의 63%인 7,254개교에 예술강사 4,500명을 파견하여 210만 명의 학생에게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하였다. 또한 “전국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의 시설에서 전국 600여 개의 토요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아동·청소년 및 그 동반가족 약 3만 명이 문화로 함께하는 토요일을 보냈다.” 그리고 “산업단지 근로자, 지역 주민 등 1만 5천 명의 성인에게 근로환경 개선,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하고, ‘산업문화단지 페스티벌’ 등을 개최”했으며, “노인복지회관 등에 계신 어르신 6,400명에게 노년의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하고 ‘청춘연극제’, ‘실버합창대회’ 등을 개최했다.”

 

*** 문화부, 2013년 12월 10일자 보도자료 참조.

http://www.mcst.go.kr/web/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3212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정책의 양적 팽창만큼이나 문화예술교육정책을 둘러싼 문제들 역시 빠르고 견고하게 구조화되었다. 그 동안 정부의 문화예술교육정책은 “문화부와 진흥원 중심의 공급자 및 중앙 집중형 행정 구조”, “전문기관으로서 진흥원의 독립성 및 전문성 부족”,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의 이분법적 구조”, “학교문화예술교육을 둘러 싼 강사파견제도 중심의 쏠림 현상 및 노동권 문제”, “학교 및 교육제도에서 배제된  방과후 중심 학교문화예술교육”, “문화부, 진흥원 그리고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사이의 협력체계 부재 및 하청계열화”, “일자리 숫자 확대 중심의 왜곡된 정책 구조 및 성과주의”, “문화예술교육사 문제를 비롯하여 관련 일자리 정책에 대한 중장기 계획 부재”,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생산의 부재” 등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교육정책 역시 앞서 언급한 구조화된 한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양적 팽창과 일자리 중심의 성과주의는 “대통령 공약사업의 완성”이라는 미명 아래 더욱 심각하게 가속화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정책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과도한 사랑이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거나 정책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정책에 대한 철학 및 정책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정책은 자체의 사회적 역할이나 전략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며, 단순히 복지정책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문화향유를 위한 양적 팽창 정책으로 문화예술교육사업이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박근혜정부가 추구하는 문화예술교육정책은 본래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나 의미는 실종된, 국가 정책의 층위에서 교육정책과 문화정책이 연계하고 통섭하며 자립적인 주체를 형성하는 “교육”적 가치는 사라진 괴이한 일자리 사업이다. 과거 이명박정부의 일자리 정책, 더 적확하게 표현하면 바로 “숫자가 확인되는”, “일의 질보다는 자리의 양이 중요한” 문화예술교육 강사 파견사업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이 박근혜정부 문화예술교육정책의 방향이다. 이는 문화도, 예술도, 교육도 아닌 그냥 고용정책이며, 그마저도 나쁜 일자리를 양성하고 문화예술 현장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후진적인 고용정책이다. 

 

문화예술교육정책의 목표는 문화와 교육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이 통섭하며, 자립적인 주체를 형성하는 사회적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문화적 가치가 교육제도를 통해 그 기능을 확대하는 과정이자 다양한 주체들에게 문화와 예술이 일상적으로 확장되는 경로이기도 하다. 동시에 교육적 가치가 문화적 감수성과 창조성을 통해 그 기능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의 문화예술교육정책에 대한 정부와 행정의 욕망은 문화예술교육정책의 본래 정책 취지와는 달리 엉뚱한 곳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예술교육정책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적 취지, 최상위 목표를 다시 복원 혹은 재설정하는 것이다. 일자리 정책이 아닌 문화예술교육정책의 본래 목표와 의미를 확인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좌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러한 좌표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협력체계를 만들고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정부와 문화부가 원하는 사업을 진흥원에서부터 지역공모사업 주체에 이르기까지 대행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지역 커뮤니티가 원하는 문화예술교육 환경 및 콘텐츠를 정부와 문화부 그리고 전문기관(중간조직) 등이 구현하고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협력체계로서 제도와 행정이 작동해야 한다. 

 

세 번째는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정책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둘러 싼 지역문화예술교육의 생태계 관점에서 정책과 제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위사업 중심의 일회성 지원제도의 개혁”, “자율적인 문화예술교육 추진주체로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위상과 역할 재정립”, “문화부 지시사업이 아닌 학교, 지역사회, 강사 등 파트너 중심의 지원사업 중심으로 진흥원 혁신” 등이 구체적인 과제로 설정되고 추진돼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우리의 삶과 미래를 바꾸기 위한 구체적이며 지속적인 과정이다. 성과가 아닌 성찰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주체들이 더 많아지는 과정에 바로 문화예술교육이 존재한다.

 

 

- 캐리커쳐 : 배민경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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