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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봄
  • [2013-4 방담회] 2. 의례에서 배우는 완결의 체험과 소통의 경험
  • 나하나 _공간 반반
  • 2014.01.02

2. 의례에서 배우는 완결의 체험과 소통의 경험

 

 

 

- 김겸 : 문화예술교육이든 발표회든 간에 분리해서 생각을 하셔서 자꾸 현실적으로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일단 발표가 되면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실용적인 의미에서 평가를 받든, 내년 예산을 받는데 도움이 되든 간에, 그것은 부차적으로 따르는 일이다. 문화예술교육 자체에 대해 현장의 몇몇 선생님들은 아주 근본적인 이해를 잘 안하고 계신 것 같다. 본인이 그러니 아이들에게 전달도 하지 않고……. 문화예술 분야는 도사가 도(道)를 닦아가는 과정과 같다. 과정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야기한다. 언어 외의 방법으로 끊임없이 생각을 전달해온 것이다. 학생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할 때 인류가 문화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야 한다. 개인적 카타르시스의 경험도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소통 방법이다. 사회에서 무엇을 느끼고 살고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발표라는 것은 예전에 『민들레』에도 썼던 내용인데, 예술교육 중에서 중요한 것이 ‘완결에 대한 체험’이라고 본다.

 

-  조인호 : 중요한 말씀이다. 완결구조를 갖는다는 것이 예술의 아주 기본적인 존재 방식인 것 같다. 예술교육에서 언제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과정을 중요시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게 결코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 그것은 항상 모든 사람이(예술가들이) 그렇게 살아왔다.

 

- 김겸 : 문화예술교육에서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한다. 그런데 실제로 과정만으로 끝나는 것은 거의 없다. 거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개인적이든 단체가 정해놓은 기한이든 간에 어느 정도 완결의 체험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개인적 기억으로 남을 수는 있겠지만…….

 

- 조인호 : 발표회가 일어나는 것은 글쓰기를 시켜보면 금방 드러난다. 수업 시간에 글쓰기를 하며 자기가 쓰고 읽고 끝나는 것과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굉장히 다른 것이다. ‘누군가가 볼 것이다’라는 전제를 가지면 문장을 다듬는 방법도 달라지더라. 사진을 찍을 때도 그렇고, 드로잉을 할 때도 그렇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학습자가 우리는 어디까지 가볼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교사의 커리큘럼은 어디까지 생각이 닿아 있는지에 충분히 정보를 줬을 때, 우리 안에서 보고 끝낼 것은 아니다. 누군가와 소통을 할 것인데 ‘그게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하는 질문이 분명히 들어 있어야 발표회가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 김경옥 : 동의한다. 또 그 과정에서 방청객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기획 안에 들어가야 하는 것 같다. 이 지점에서 소통의 능력을 키워가기 위해 의례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 것 같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는 닫힌 구조에서 자기를 성장시켜 나가는데, 어떤 의례든 방청객을 많이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통의 대상이 넓어져가는 만큼 자기 존재가 계속 점점 성장해 나가는 것도 맛볼 것이고, 그 부담감도 느낄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상호 맞물리면서 자기 성장이 이루어질 텐데, 의례라는 것은 다른 낯선 사람들과 만나게 해주는 경험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어떻게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잘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를 만들어 나가는 대단히 중요한 훈련과정이다. 그것을 잘 해내게 돕는 게 교사의 역할이다. 방청객을 주인공으로 두지는 않지만, 방청객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그들과 소통하려는 의례를 만들어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 조인호 : 디제잉을 배우고 샘플링해서 작곡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몇 주간 수업이 진행이 되었고, 자기가 만들어서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공유하면 끝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수업이 3주 정도 수업이 진행된 다음에 아이들에게 “다음(Daum) 쪽에 판로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것을 팔 수 있게 되었다”는 안내를 하자 그때부터 태도가 확 달라졌다. 배포 채널이 정식 ‘다음 뮤직’에 올라간다는 것을 알려주고 나서는 그때부터 아이들이 다른 음악을 찾아듣기 시작했다. 레퍼런스를 마구 뒤진다는 것이다. 수업 방식에서 굉장히 의미 있었다. 3주가 지난 뒤 그런 이야기를 던져주니, 처음에 선생님이 보여줬던 레퍼런스에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레퍼런스를 찾게 되는 ‘동기’를 만들어주더라. 결국 음원이 나와서 팔고 있는데, 아무도 그 음원을 사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웃음) 누군가가 자기들이 만든 그 음원을 듣는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굉장히 다른 태도를 갖게 되더라. 발표회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누구와 소통하고 싶고 내가 만든 음악을 누구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걸 염두에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소통인지 배워가는 과정이 아닌가.

 

- 김경옥 : 맞다. 적당한 긴장감이 인간을 굉장히 성장시키듯이…….

 

 

 

 

- 조인호 : 발표가 끝나고, 혹은 음원이 제작되고, 긴장감이 사라지는……. 그런 텐션(tension)을 경험하는 순간, 더 하고 싶다거나 결정에 따라서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것이 발표회의 의미라고 본다.

 

-  김겸 : 나는 과천 무지개교육마을 주민이다. 2년 전에 무지개마을 교육 행사를 과천 공연장을 빌려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해서 공연하는 것을 기획하자고 했다. 나에게 총감독을 맡아 달라고 해서 떠밀려서 했다. 그런데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분들이 자기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즐겁게 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서 우리끼리 하는 축제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과천 시민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하는 이상, 하는 사람이 즐거워서 하고 마는 것에 만족하는 축제라면 절대 못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내어 이곳에 온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마을 주민 중에 그것을 끝까지 인정을 못하지 분들이 있었다. 재밌게도 그 분들은 나중에 떨어져 나가서 마을 공터에서 하룻밤 축제를 하셨다. 그것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공연 준비팀은 밤마다 만나서 연습을 했다. 2시간 동안에 12팀이 딱 2시간 안에 짜인 대로 끝냈다. 이것이 오픈된다고 했을 때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즐겁게 해서 그때 가서 그만큼만 보여주면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 나는 그것도 문화예술에 대한 평가의례로서 적절하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  김경옥 : 교육과정 자체도 타인과의 소통의 과정이어야 하지만, 타인과의 소통 범위를 극대화시키는 지점이 분명히 필요한 것 같다. 그 전환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의례여야 한다는 것, 그 기능도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 조인호 : 문화예술교육에서 무언가를 하고 나면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 같다. 그 욕구 자체가 있는데 잠재울 필요는 없다. 전에 어린이 예술캠프를 운영했다. 캠프가 끝나는 날 저녁 때 다 발표회를 하더라. 지금 ‘시즌8’까지 왔는데 지금도 무언가를 자꾸 한다. 안해도 되고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뭔가 작업이 되었으면 다른 사람과 교환하고 싶고 노출하고 싶은 욕구가 자꾸 일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그런 자연스러움을 가지고 발표를 하는 건 매우 좋은 방식이다. 예술교육을 하다보면 수업이 안되거나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수업이 100%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랬을 때 안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 나는 그런 여지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발표를 해야 한다고 하는 ‘강박적 성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 김경옥 : 발표가 그 과정에 하나로 있어야 하는 것이지 오로지 발표만을 향해 나아간다면 그런 부작용이 많이 생길 것이다.

 

- 김준한 : 실제로 발표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선생님이 말씀하신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배움은 자발적인 의지가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데 그것을 주기가 굉장히 어렵다. 무언가 어떤 형태의 배움의 과정을 가졌을 때 결과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여하튼 간에 하는 게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 그런데 그것들이 발표회라는 구조를 두지 않고 자율적으로 가져가게 되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렵다. 뭐라도 해야 아이가 뭔가를 가져갈 텐데, 그것을 구조로 마련해 놓지 않았을 때 안한다고 했을 때 아이들을 하게끔 설득하게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 조인호 : 그런데, 이것은 아주 개인적인 수업진행 방식인데 나는 항상 어떤 수업을 할 때 ‘발표회는 안한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한 번도 그렇게 넘어간 적은 없다. 왜냐면 뭘 하다보면 학생들이 자꾸 발표를 하자고 한다. 그래서 진짜 해야겠냐고 몇 번이고 확인한다. 그러면 발표를 하고 싶은 아이들과 하지 말자고 하는 나 사이에서 일종의 ‘밀당’이 일어난다. 나는 수업이 끝나고 발표회나 전시를 한다는 것이 머릿속에 없다. 아이들과 영화를 만드는 데 영화는 발표를 안할 거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이 상영관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너무 당연할 거다. 그걸 기다려주면 그 요구가 나온다. 거기까지 기다려주는 게 애가 탈 때는 있다. 그런데 20여 년간 교육 현장에서 일을 해왔는데 지금까지 그런 팀은 없었던 것 같다. 자율적으로 나오더라. 교사로서 애가 타는 심정은 안다.

 

- 김경옥 : 준한샘이 애가 탔던 지점이 이해가 된다. 준한샘의 발표는 그것을 제외한 자기의 일종의 성장 과정을 정리한다던지 그런 프라이빗한 내용을 공적으로 어떻게 전환시켜내느냐가 발표의 주된 숙제이다. 그런데 자기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 할 수 있을 텐데 긴가민가하는 것 같다. 연극이나 영화는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으니 자신감이 있을 텐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정리하려고 할 때 아이들은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것을 교사는 소통하는 언어 내지는 개념어로 계속 표현하게 만들려니 그 작업은 굉장히 힘든 것이다. 인지학습의 경우에는 그것이 어려워서 테스트를 하기도 하고 1등짜리 성적표가 자기 과시의 표현 수단이 되는데, 우리는 그게 아닌 자기 평가의 도구를 가지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 또한 의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참 힘들다는 점이 있다.

 

- 조인호 : 번외로 궁금한 것이 있다. 자기 성장을 표현하고 싶지 않다는 아이들이 있을 때 그 권리를 지켜주는가. 

 

- 김경옥 : 지켜주는 편이다. 그런데 교사가 생각하기에 지켜주는 것이 이 아이를 위한 것일까 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게 그 아이를 위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  김겸 : 무지개중등학교에서 미술 자원활동 교사로 있다. 대안학교가 경쟁이 없는 자유로움을 내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이다. 대안교육 자체가 가장 경쟁력을 주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썼던 방법은 이렇다. 아이들에게 한 사람의 얼굴을 부분부분 두 쪽씩 나눠서 한쪽한쪽을 모자이크처럼 정밀 묘사를 하게 한다. 그리는 양식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정말 꼼꼼히 하는 친구도 있고, 좀 다른 친구보다 힘든 친구도 있다. 일단은 24장을 모두 내게 된다. 아직까지 거기서 안낸 친구는 없었다. 만약 칸이 비워져 있으면 그것을 보고 느끼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친구들이 스스로 느낄 것이다. 하기 싫어서 비워두는 친구도 있다. 빈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빈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설득하는 방법이 있지 않나.(웃음)

 

 

 

 

- 조인호 : 나라면 비울 것이다. 그 권리가 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준한 : 거기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냥 하기 싫어서 안하겠다는 게 아니라…….

 

- 조인호 : 그런데 10대에는 이유가 없을 때도 있지 않나. 나중에 알게 되는…….

 

- 김준한 : 그런 게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아이들이 하기 싫다고 할 때 나는 무인도에서 혼자 살 거냐고 묻는다. 단순히 싫어서 안한다는 걸로 끝내지 않고 그래도 의미를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도록 하긴 하는데 그래도 안하는 친구가 있긴 하더라.

 

- 조인호 : 잘 들어보면 싫다고 이야기하지만 진짜 싫은 경우는 아닌 경우도 있다. 관심을 받기를 원한다거나……. 그런 케이스에는 확실히 말씀하신 설득이 필요하지만, ‘진짜 무인도에 살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존중해 줘야 한다.

 

 

 

목     차

 

0. 프롤로그 [바로가기]

1. 12월은 통과의례의 달   [바로가기]

2. 의례에서 배우는 완결의 체험과 소통의 경험 [바로가기]

3. 무엇이 성장을 위한 의례를 방해하는가 [바로가기

4. 새로운 의례의 언어는 가능한가 ― 기획자와 예술교사의 역할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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