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문화 재단
  •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이미지입니다.
  • 더봄
  • [2013-4 방담회] 1. 12월은 통과의례의 달
  • 나하나 _공간 반반
  • 2014.01.02

1. 12월은 통과의례의 달 

 

 

 

 

- 나하나 :  12월이면 지원사업을 마무리하는 기간이다. 오늘 《지지봄봄》 방담회에서는 연말에 이루어지는 발표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짚어보려 한다. 교육을 끝내는 각종 의례들이 올해를 정리하는 의미도 있지만, 내년을 준비하는 의미도 있어서 어떤 방식, 혹은 어떤 과정이 담긴 의례가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을 이 자리에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먼저 김준한 선생님께서 어제 ‘민들레’에서 발표회를 하셨다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자 하셨는지 준비하며 느끼셨던 것들을 자유롭게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 김준한 : 어제 했던 발표회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라는 제목으로 진행했다. 그 발표회 자리라는 것 자체가 평가 의미는 아니었다. 평가가 짧은 시간 속에 다 이뤄지기가 힘들지 않나. 그래서 타이틀처럼 한 해 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다시 기록을 통해 되새겨보면서 그 과정에서 본인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오셨던 손님들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받는 그런 자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조인호 : 뭔가 보여준다고 하는 것은 1년을 지내고 보여줘야 한다는 필요를 학생이 느낀 것인지 민들레에서 제안해서 하라고 한 것인지 궁금하다.

 

- 김준한 : 연말에 정리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서 자연스럽게 하는 편이다. 개중에 ‘하고 싶지 않다’는 아이들이 있다면 길잡이가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모두 참여를 하고 정리를 하는데,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개인 차원의 정리를 하지 않는 친구도 있다. 보통은 한 달이나 두 달 더 길게 잡으면 가을학기 시작할 때부터 정리를 염두해 두고 교육을 하고 있다. 하고 나면 어쨌든 끝맺음을 맺는 것이니, 본인들도 뿌듯해한다. 길잡이 입장에서는 일상 속에 그런 활동을 끝맺음까지 제대로 해보는 경험을 주고 싶다. 그런 경험이 아이들에게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일주일 급하게 발표를 준비한 게 아니라, 기간을 오래 두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아이들 스스로 그동안의 활동을 다시 되새기기도 하고 스스로 변화된 모습과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기도 해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 조인호 : 말씀하시는 중에 ‘기록’은 본인이 스스로 하는 건지, 아니면 민들레에서 기록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발표의 콘텐트가 기록을 중시하고 기록이 보여지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기록의 형식도 궁금하다.

 

- 김준한 : 기록의 형태가 굉장히 다양하다. 다른 길잡이의 경우에는 강사들이 여러 명을 인터뷰해서 대담집을 만들기도 했고, 여러 풀뿌리 현장 방문을 다녔던 곳을 정리해서 콘텐츠로 남기는 경우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개개인마다 본인들의 파일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중심으로 3월부터 12월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많이 푸시(push)하는 편이다.

 

- 조인호 : 그것 자체가 학습과정인 듯하다. 그 내용들을 다 보여줄 수 없으니 조합 또는 압축을 해서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매체를 선택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 김경옥 : 일단은 책자들이 있다. 인터뷰 기록물이나 인터뷰를 하게 된 과정들을 담은 것이 있다. 기록물에 대한 전시가 하나 있고, 자기 길을 찾아가는 징검다리로서의 1년이 있으니 그 모색의 과정을 영화로 보여주기도 한다. 직접 나와서 자기의 소회를 발표하기도 한다. 또 일종의 청소년들의 포럼처럼 대담 같은 걸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어제는 아이들이 한 학기 과정을 연극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인형극으로 자기의 꿈을 표현하기도 했다. 10분짜리 몸짓 공연도 있었다.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동원해서 거의 3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자기 표현의 콘텐츠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교육에서 의례라는 게 어느날 ‘짠’ 하고 보여주는 이벤트가 아니고, 보여주는 과정까지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포함되는 것이고, 그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의례의 의미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문화예술 공연은 다르겠지만, 교육 현장에서의 의례는 과정을 잘 보내지 않으면 발표회하는 날 이벤트가 아무리 빛났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어느 현장이나 마무리에 대해 생각할 텐데 과정을 잘 채워나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개인적 정리도 있지만, 커뮤니티 차원의 정리도 있다. 민들레는 가능하면 커뮤니티가 성장하고 그 커뮤니티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사람들 각자가 엄청 더디게 가지만, 나중에 이벤트를 치르고 났을 때 충족감이나 성취감은 오롯이 커뮤니티의 것이 되기 때문에 그게 다르더라.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준한샘이 커뮤니티에서 챙겨야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 조인호 : 아까 준한샘이 하신 말씀 중에 아이들을 ‘푸시(push)’한다고 하셨는데, ‘무엇을 푸시(push)하셨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 김준한 : 일주일에 한 번씩 그룹 미팅이 있다. 작은 단위의 커뮤니티에서 1년의 자기 길찾기를 하는 진로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날그날 했던 작업들을 본인이 기록으로 남기고 그 기록을 남겼던 것을 나누며 피드백받기도 한다. 사실 어른들도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지난 일을 기억하기 어렵지 않나. 특히 아이들은 더 금방 잊어버리더라. 기록을 남겨야 우리가 길찾기 세 과정 중에 어디에 있을지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매 활동이 지금이 어느 과정에 와 있고,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어느 흐름에 있는지를 계속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식으로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한다. 그런데 나이가 있는 18세 친구들은 그런 것들을 잘 받아가져 가는데, 15~16세 친구들은 좀 정리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지난주에 아이들과 평가 작업을 했는데, 그제서야 흐름에 대해 이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 조인호 : 내 생각엔 1년이 아니라 한 학기여도 상관 없고, 어쨌든 어떤 수업을 듣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해 발표를 한다는 것은 다음 스텝을 생각하는 통과의례인 것 같다. “이번엔 이것을 마무리했으니, 다음엔 무엇을 할 거야”라는 삭의 통과의례. 발표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예전에 했던 과정에서 내가 찾았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되면 그게 또 발표의 의미인 듯하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는 경우를 들어보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일반적인 상황은 아닌 듯하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민들레는 생활까지도 같이 지켜보고 모든 수업이 ‘교차점’ 안에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발표회 과정에까지 가는 동안에 세심하게 챙겨볼 것들이 생긴다. 그런데 지금 대다수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는 예를 들면 일주일에 2~3시간 만나서 뭔가를 하는데, 마치 여기서 뭔가를 하면 반드시 발표를 해야 한다는 식의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지원하는 쪽에서도 우리가 이만큼 지원을 했으니, 너희는 여기에 ‘땡큐’를 보내라는 느낌의 발표회가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나면 충족, 만족감, 성취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선물일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과연 이런 성취감이 선물처럼 따라오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 김경옥 : 중요한 지적인 것 같다. 그 폐해를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사실 민들레에서는 문화예술교육 강사가 파견이 되어서 민들레 아이들을 만난다. 연극이나 인형극 수업이 그렇다. 이 작업의 결과물은 사실 민들레의 생활, 학습과 연계가 된다. 학습 활동의 내용을 표현해 내는데 문화예술이 매개체가 되는 것이 민들레의 모습이라고 보는데, 내 생각에는 다른 문화예술 활동들도 그런 화학적 결합이 없으면 진짜 평가받기 위한 것밖에 안된다. 내년에도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증거’를 위한 이벤트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 자체가 대단히 비교육적인 것이다. 알게 모르게 아이들도 느낄 것이고, 미화하고 과장해야 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의례에 대한 진정성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하나를 매듭 짓고 성장하기 위한 것이 교육적으로 스며들기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어쩌면 안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예술교육 강사가 투입될 때, 아이들과 만나는 지점에서 현장과 화학적인 결합을 이루는 과정 없이 프로그램 하나만 떼어서 가는 방식은 위험하다. 사회적으로 요구를 하든 여러 경로를 통해서 그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 조인호 : 그리고 예를 들면 학교는 ‘교장’을 만족시키기 위한 발표회를 하고, 시설 같은 곳에서는 ‘원장님’을 만족시키기 위한 발표회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이 발표회로 보여지니까 학생들은 현장에서 감지하는 것이다.

 

- 김경옥 : 동의한다. 그렇게 비겁하게 사는 것이 학습화되고 내면화되는 것이다.

 

 

 

 

- 조인호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발표를 해도 얻는 것은 분명히 있다.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통과의례로서의 의미는 또 갖더라.

 

 - 장혜윤 : 지원사업을 받고 있는 단체들 모니터링을 가보면 결과물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를 한다. 발표나 전시 준비를 할 때 방문하면 교육 과정에서 마무리하기보다는 발표를 위해 급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뭔가 보여줘야 할 것이 있는데 “전시회를 하다 보니 뭔가가 나오더라” 하는 의견들, 연극이나 전시회의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3~4주 전부터 프로그램 구성이 그것을 위해 주욱 가더라. 거기서 느꼈던 것은 과정과 결과물이 준비하는 방식은 연결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교육을 설계했던 지점과 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예술교육이 과정 중심의 교육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부분에서 괴리감이 있는 지점이 있지 않나 하는 고민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과정 안에 녹여내기보다는 결과물에 녹여냈으면 ‘성공했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끝나는 지점들이 있다.

 

 

 

- 조인호 : 그런데 그것은 밖에 있는 사람들의 평가라는 생각은 든다. 좋은 과정이 있었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 같다.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의미 있는 행동을 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은 무대에 등장하거나 아니면 갤러리에서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그 분위기 자체에서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바깥에서 하는 평가들은 전시회했는지, 거기에 몇명 왔는지, 이렇게 ‘머릿수’를 세는 것이 평가 방식이 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목     차

 

0. 프롤로그 [바로가기]

1. 12월은 통과의례의 달   [바로가기]

2. 의례에서 배우는 완결의 체험과 소통의 경험 [바로가기]

3. 무엇이 성장을 위한 의례를 방해하는가 [바로가기

4. 새로운 의례의 언어는 가능한가 ― 기획자와 예술교사의 역할 [바로가기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