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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2방담회] 3. 공유(共有)하는 공간은 어떻게 가능한가
  • 고영직 _문학평론가
  • 2013.08.26

 

 

 

 

 

 

3. 공유(共有)하는 공간은 어떻게 가능한가

    ― 부천 담쟁이문화원의 경우

 

 

-  최현철(이하 ‘최’) : 서울에서 활동하다 부천에 갔다. 담쟁이문화원을 만든 한효석 선생님이 부천에서 30년 활동을 하고 계셨으니 지역의 유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담쟁이문화원이 이런 곳이라고 본색을 드러내면 지역에서 자칫 고립될 수도 있었다. 자기 색을 안 드러내고 싶어 하신다. 그래서 무색무취한 공간을 표방한다. 좌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 공간에서 뭔가 하겠다고 하면 다 받아주고 있다. 하나의 원칙은 이 공간에 오려는 사람들이 적절한지는 내부에서 의견을 제출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 공간을 만든 분이 어떤 것을 표방하지 않는다. 이 공간을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문화예술을 하든 역사 및 정치학교를 하든 지역 신문을 만들든 간에 담쟁이문화원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을 결합하고 전문가를 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  고 : 지금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가?

 

 

-  최 : 오전에는 지역 어르신들 한글/영어교실이 열린다. 8월 중순경부터는 중학생 대상 역사학교가 진행된다. 7월에는 초등학생 역사학교를 진행했다. 그리고 협동조합 형식으로 지역신문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신문 발간을 준비하는 일이 주된 일이다. 요즘도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동네 파출소에서 청소년 심리상담을 하고 싶다고 해서 업무협약을 맺어 4층 옥상에서 학생 심리상담을 한 적도 있다.

 

 

-  고 : 재미있다. 요즘 정치학자 마거릿 콘이 쓴 『래디컬 스페이스(Radical Space)』라는 책을 보고 있다. 이 책의 기본 문제의식은 “장소가 정치에 중요하냐”는 것이다. 담쟁이문화원의 경우 협동조합을 조직하여 일종의 일상의 정치를 지향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동네 사람들이 생각하는 담쟁이문화원에 대한 반응은 어떠한가.

 

 

-  최 : 한효석 선생님과 그런 개념이나 생각을 같이하면서 공간 운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동네와의 관계가 재미있다. 지역에서 힘이 좀 있다고 하는 목사, 신부님,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들이 와서 슬쩍 탐색을 한다. 1층에 ‘털레기식당’이 있다 보니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와서 훈수도 하고 지역에서 도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런 이야기를 주로 듣는다. 지난 3월에 <정치학교>를 운영하려고 했다. 지역 차원에서는 새로운 시도였다. 각 정당에서 다양한 사람을 불러 모으고자 했다. 누가 보면 서로 손가락질할 만한 사람들을 모아서 커리큘럼을 짰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떠드는 것이 정치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 컨셉트였다. 시의원 보좌관, 주민자치위원들 회의하는 곳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시의원들과 사람들이 엄청 불편해했다. 정치학교가 생기면 자기와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식으로 돌멩이를 던지고 ‘딴지’를 건다. 실제 운영되지는 않았다. 3명이 수강신청을 했지만 폐강되었다. 그러나 기존 지역 사람들 간에 논쟁거리를 만드는 공간이 되었다. 아직은 어떤 명제를 던진다기보다는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웃음)

 

 

 

 

 

 

 

-  월 : 갑자기 어떤 전시가 생각이 난다. 지난 2008년 국제갤러리에서 김홍석 작가가 ‘창녀’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했다. 작가는 개인전 오프닝 퍼포먼스로 전시장에 익명의 창녀로 명명된 이를 돈을 지불하고 불러다 놓고 그 “창녀를 찾는 사람에게 일금 120만원을 주는” 미술을 행했다. 삽시간에 갤러리 안이 불신과 의심의 벽으로 둘러싸여졌다. 전시를 보러 왔는데 그런 긴장감을 주면서 낯선 사람을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지만 “당신이 혹시 창녀가 아닙니까?”라고 물어볼 수는 없지 않나. 한 시간 정도 그런 긴장감 있는 탐색이 끝난 다음, 어느 큐레이터가 낯선 여자에게 가서 “혹시 창녀가 아니시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 여자가 “내가 창녀처럼 보이냐”며 홀연히 자리를 떴다. 그래서 어쨌든 그 돈이 큐레이터에게 갔다는 내용이다. 전시장이라는 제도적인 예술 공간을 텍스트 하나로 일순간에 불신의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담쟁이문화원의 정치학교도 뭘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제스처가 부천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실 그런 긴장감을 조성한 것이 정치학교 여는 것보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고 : 일종의 해프닝으로서 예술 퍼포먼스 사례가 아닌가 싶다. 담쟁이문화원 지하에는 연극 단체 몇 개가 입주해 있다. 담쟁이문화원이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인가. 창조적 공유지로서 담쟁이문화원이 생각하는 공간 구상은 무엇인가.


 

-  최 : 계속 고민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공유(共有)한다고 공간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그런 공유 가치보다는 ‘혜택’이나 ‘소비’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어떻게 그것을 넘어설 것인가. 그런 계기를 찾는 것이 어렵다. 결국 이 공간을 “누가 소유하는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지금은 개인 자산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앞으로는 여러 사람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순차적인 목표이다. 그 과정에 이르는 주체랄까 힘이랄까 하는 인식을 지역에서 키워나가자는 것이다. 아직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좌충우돌하는 형편이다.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과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사실 지금이 꼭 불편한 것이 아니다. 운영자의 선의(善意)에 의해서 그 공간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것’으로 만들려는데는 적극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고민이 된다. 담쟁이문화원이 공유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자문해봤을 때, 아직 정확히 드는 생각이 없다. 이번에 역사학교를 하는데, 부천시에서 예산이 많이 지원되었다. 그런 혜택을 받는 것은 부천의 중산층에서 많이 알고 있다.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실 고민이 된다. 어떤 교육이 끝나고 나면 후속모임을 만들어서 계속 불러 모은다. 우리 고민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아직은 그게 좀 이상하다.

 

 

-  고 : 지역 주민들의 자발성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본다. 진정한 연대는 서로가 약간씩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연대’라고 보는데, 그런 점에서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지역 주민들이 현재 공간을 이용하고 있지만, 공간을 이용하는 것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의 어려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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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