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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2방담회] 2. 성찰적 삶을 위한 교육예술
  • 고영직 _문학평론가
  • 2013.08.26

 

 

 


2. 성찰적 삶을 위한 ‘교육예술’ ― 동심천사주의를 넘자

 

 

-  월 : 토요문화학교는 사실 예술교육보다는 ‘삶의 교육’에 더 접근해보자는 측면이 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는 ‘삶을 성찰하는 예술’ 활동인 것이다. 문화공간이라는 틀이 지어져 있는 곳에서 할 때, 문화예술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간 자체는 문화공장오산에 두되 주변을 아우르며 진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 문화공장오산 근처에 사람 사는 곳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아트포럼리의 경우는 주택가였다. 그런 점에서 교육 내용의 차이가 있다.

 

 

-  고 : 공간 자체가 교육 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인 것 같다.


 

-   월 : 안양 스톤앤워터의 경우도 재래시장이 있으니 전시공간을 벗어나 생활 속에서 하는 교육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목 : 3월~5월초 1기를 진행할 때, 사진 찍는 수업 시간에 오산천, 오산시장 주변 주택가를 돌아다녔다. 그때 좀 위험했다. 사고날까봐. 문화공장오산이 대로변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밖으로 나가려면 큰 찻길을 건너야 한다. 스무 명 남짓한 1~2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야 해서 퍽 긴장했다. 또 사람들이 자주 안 다니는 위험할 수 있는 외진 골목을 다니며 사진을 찍어야 해서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  고 : 비슷한 사례가 있다. 소설가 정도상 씨가 작년에 장편소설 『은행나무소년』(창비)이라는 뛰어난 성장소설을 출간했다. 안 쓰는 디카(디지털카메라)를 모아서 창신동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보라고 하고서 발표하는 수업을 진행한 게 그 소설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치매 걸린 할머니도 찍어오고, 뒷골목도 찍어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소설 속에 매우 감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교육의 핵심은 결국 내 안과 밖에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발견할 줄 알고, 자신을 존중/존경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토요문화학교 또는 문화예술교육이 ‘성찰적 삶’에 대한 교육이어야 한다는 김월식 선생님 말씀에 나 역시 동감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  월 : <슈팅백 프로젝트(shooting back project)>가 생각한다. 사진작가 Jim habbard라는 사람이 할렘가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주고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였다. 흑인들의 사소한 일상까지도 발굴해서 사진을 찍었고, 그 아이들 중에는 훗날 사진작가가 되는 친구도 있었다고 한다. 동전의 양면 같은 건데,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게 되면 위험하다고 밖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 들었냐?”는 식이다. (일동 웃음)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다 보면 어른들이 보기에 좋은 교육만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나는 그래서 교육을 할 때 여행자 보험, 보조강사 예산을 꼭 편성한다. 혼자서는 못한다.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 때로는 좋지 않은 장면도 보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  고 : 수년 전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여 안성너리굴문화마을에서 열린 <톨스토이학교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다. 특히 인상적인 수업이 톨스토이의 『아즈부카』(1868) 초안을 원용하여 교육 현장에 접목한 철학교육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죽음 같은 것을 가르치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다. 일종의 ‘동심천사주의’의 폐해랄 수 있다. 그런데 톨스토이학교 레미조프 교수는 죽음이나 슬픔 같은 그런 주제를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우리나라 (예술)교육이 온실 속의 수동적인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다. 문화공장오산에서 외국인 작가가 아이들을 지저분한 뒷골목으로 데려간 것도 그런 맥락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문화공장오산의 경우 예술과 교육 투트랙으로 운영한다고 하셨는데, 전체 공간 활용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는가?

 

 

-  목 : 전시 90%, 교육 10%밖에 안 된다.

 

 

-  월 : 아마도 전시 베이스 교육기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본다. 특히 미술관교육이 그렇다. 미술관의 주된 업무가 전시에 있기 때문에 교육은 항상 옵션으로만 생각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세팅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공간 구성적 한계성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사실 미술관․박물관이 지역 교육의 장(場)으로서 제 역할을 더 확대해야 한다. 전시라는 행위는 예술을 결과 행위로 인식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 시대의 예술 패러다임은 그 자체로 ‘과정 중심’적인 것으로 변화했다. 예술 과정에서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의미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관 교육이 이루어지는 방식과 구조를 바꾸었으면 좋겠다. 공간 10% 활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같이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 더 확대되면 된다. 공간 활용은 전체 10%일 수 있지만 예술로 매개하는 방식으로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이다.

 

 

 

 

 

 

-   고 :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   월 : 예를 들어 경기도미술관은 공간도 좋고 교육 프로그램도 막 활성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지역에 확 열려 있지 않은 느낌이다. 그런데 백남준아트센터의 경우 교육실이 없으니 전시장 자체가 교육의 장처럼 변하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졌다. 미술관에서 자고 음식 시켜먹고 그랬다. 주제 자체가 <미술관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2012)이었다. (웃음) 미술관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아방’(아방가르드, Avant-grade)한 시대정신을 담아 더 상상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것이라고 본다. 미술관 스스로 금기를 칠 필요는 없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확대된다면 공간의 사이즈가 중요한 게 아니다.

 

 

-  목 : 그런데 전문가가 없다. 인력이 부족하다. 만약 토요문화학교 사업이 없었더라면 이런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예산 문제가 아니라 인력 문제이다.

 

 

-  월 : 요즘에는 교육을 ‘예술교육’이라고 하지 않고, ‘교육예술’이라고 부른다. 교육행위 자체가 예술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 자체가 통으로 미술관으로 들어가서 전시처럼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전시 인력이 2명밖에 없고, 90%가 전시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동시대 예술의 흐름 구조에 역행하는 운영 방식일 수도 있다. 예술과 교육은 더 이상 분리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예술(교육)’은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좋은 작품’이 지향하고 있는 것 못지않다.

 

 

-  고 : 두 분이 따로 더 만나서 컨설팅을 하셔야겠다. (웃음) 이번에 《지지봄봄》에서 현장 탐방한 곳이 토요문화학교 사업이 진행되는 곳 외에도 그런 프로그램과 전혀 무관한 2곳을 더 탐방했다. 수원평생학습관과 부천 담쟁이문화원이 그곳이다. 문화예술교육 같은 제도와 연계되지 않더라도 나름대로 지역에서 ‘창조적 공유지’를 만들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부천 담쟁이문화원의 경우 한 차례 방문했는데, “함부로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원장님의 의지가 확고한 ‘무위(無爲)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렬했다. (웃음) 최현철 사무국장께서 담쟁이문화원의 활동을 소개해 달라.

 

 

 

 

0. '창조적 공유지'를 상상하는 문화예술교육_프롤로그 [바로가기]

1. 토요문화학교와 문화예술교육 ― “누구와 교육할 것인가?” [바로가기]
2. 성찰적 삶을 위한 ‘교육예술’ ― 동심천사주의를 넘자 [바로가기]
3. 공유(共有)하는 공간은 어떻게 가능한가 ― 부천 담쟁이문화원의 경우 [바로가기]
4. 공유(共有)의 비극을 넘는 두 가지 길 ― ‘입금’이냐 ‘몸빵’이냐 [바로가기]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