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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과 자유, 그리고 다양성이 있는 덴마크 학교 탐방
  • 노옥희 _울산 동구 ‘삶을나누는공간 더불어숲' 대표
  • 2014.05.31

지지봄봄 10호 _ 해외사례

쉼과 자유, 그리고 다양성이 있는 덴마크 학교 탐방

 

 

 

노옥희 (울산 동구 ‘삶을나누는공간 더불어숲' 대표)

 

 

 

10년 만에 북유럽 교육탐방(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일정으로 다시 덴마크를 방문했다. 10년 전 첫 방문 때는 우리의 6-3-3-4처럼 학제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 많이 혼란스러웠으나 덴마크의 독특한 학제에 대해 알아갈수록 무척 흥미롭고 우리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0박 11일의 북유럽 교육탐방의 첫 번째 방문학교는 덴마크의 작은 도시 바일레(Vejle) 근처의 엥겔스홀름 회이스콜레(Engelsholm Højskole)였다. 회이스콜레(Højskole)는 우리말로 시민대학, 민중대학, 평민대학으로 번역한다. 고교를 졸업한 18세 이상 성인이 6개월 또는 1년 정도 전문교육을 받는 자유학교로 전국에 70여 개가 있다. 진눈개비가 흩날리는 날씨에 도착한 엥겔스홀름 회이스콜레는 마치 작은 성과 같았다. 1940년에 설립된 이 학교는 1700년에 지은 작은 성을 사들여 학교로 사용하고 있었다.  

 

 

야곱 교장선생님의 안내로 강당에서 설명을 들었는데 이곳에서 매일 아침 전교생(72명)과 교사(10명)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한다고 한다. 이곳은 학교는 ‘삶’을 위한 곳으로 ‘살아있는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교육하는 덴마크 자유학교의 정신이 구현되는 곳이다. 10년 전에 방문한 어떤 회이스콜레에서는 강당의 벽면이 온통 농촌사회를 계몽하는 옛날 그림들로 가득했는데 여기선 그런 흔적이 없어 많은 변화를 느꼈다. 

 

 

회이스콜레는 종류가 다양하다. 엥겔스홀름 회이스콜레는 예술중심 학교로 조각, 그림, 반지 제작, 귀걸이 디자인, 세라믹 공예, 사진, 작곡, 전자 음악, 기계 엔지니어링, 수공업을 배운다. 학생들이 원하면 새로운 과목을 개설할 수 있고, 다양하고 차이가 많이 있는 과목이지만 함께 배우기도 한다. 학생 중에는 작곡을 공부하는 80세 노인도 있다.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주말엔 대개 자신의 집으로 가는데 외국에서 온 학생도 있다. 이곳은 청소도 함께 하고, 밥도 함께 해 먹고, 저녁에는 영화를 같이 보기도 하고, 스포츠도 함께 하는 하나의 작은 사회로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관계를 중요시한다. 예술가가 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하는 학교라기보다는 예술을 즐기면서 자신의 소질과 진로를 찾아보는 여유있는 학교라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에는 세 종류의 학생이 오는데, 첫째가 예술 분야 교사가 되기 위한 학생, 둘째가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 셋째가 뭔가를 더 알기 위해 오는 학생이라고 한다. 세 종류의 학생을 어떠한 기준으로 가르쳐야 하는지가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이 학교를 졸업하면 아카데미 학교에 갈 수도 있고, 특정 분야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학비는 학생 1인당 한 달에 5,000 덴마크 크로네(약 100만원)를 내야 하고, 시 정부에서 학생 1인당 한 달에 10,000 덴마크 크로네(약 200만원)를 학교에 지원해 준다. 학비가 비싸다는 질문에 18세 이상이면 성인으로 자신이 번 돈으로 공부를 해야 할 나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찾은 학교는 브레이닝 에프터스콜레(Brejning efterskole)로 에프터스콜레는 공립 종합학교나 자유학교에서 9년 과정을 이수한 후 김나지움이나 직업학교에 가기 전 1년간 진로 탐색과 쉼의 시간을 갖는 중등자유학교이다. 에프터스콜레는 원하는 학생만 가는 곳으로 전국에 260여개 있고 덴마크 학생의 30% 정도가 다니는데, 교육 과정은 음악, 미술, 체육 등 감성교육과 공동체활동이 중심이다. 

 

우리가 방문한 이 에프터스콜레는 104명의 학생과 20~22명의 교사와 직원이 있는 기숙학교였다. 학비는 부모와 시가 반반씩 부담한다. 학부모가 부담하는 학비(기숙사비 포함)가 1년에 7,500유로(1,100만원)이다. 오전에는 학과 수업, 오후에는 활동을 하는데 배도 타고, 나무도 타고, 바깥에서 독서도 하는 등 자연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이 학교의 특징이다. 에프터스콜레는 체육전문, 음악전문 등 다양한데 이곳은 자연중심 학교다. 


라스무스 선생님의 간단한 브리핑 뒤 ‘한스’라는 남학생과 ‘에밀리어’라는 여학생이 영어로 학교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소개했다. 부엌, 기숙사, 목욕탕, 숙직실, 교무실, 교실, 화학실, 음악실, 세탁실….음악과목이 없음에도 음악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다양한 악기를 사서 모아서 만든 밴드도 있다고 한다.
부엌에선 학생들이 직원을 도와 함께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고, 기숙사의 방은 4인이 한 방을 사용하는데 학생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자유롭게 방을 꾸미고 있었다. 어떤 방의 벽면은 갖가지 마시는 차 포장지와 LP판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자연중심의 에프터스콜레 답게 학교건물 주변에는 엄청난 규모의 땅이 있었다. 이곳엔 겨울에도 텐트 치고 자는 학생이 10여명 정도가 있고 호수에서 수영하는 친구들도 있단다. 건물 외벽은 클라이밍을 하도록 돼 있어, 안전을 이유로 야외활동을 못하게 하는 우리교육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에프터스콜레와 회이스콜레를 보면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다음으로 간 학교는 공립종합학교인 펠레샵스콜렌(Fællesh?bsskolen)이다. 종합학교는 0학년부터 9학년까지 함께 공부하는 학교로 자유학교와 공립학교로 나눠져 있고 자유학교는 학부모가 약간의 돈을 낸다. 
이 학교는 학생이 600명 정도로 자유학교에 비하면 아주 큰 편이었다. 우리가 이 학교를 방문한 날은 금요일 오후였는데, 아주 어린 꼬마 아이들은 이미 수업을 마치고 부모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며 학교 구석구석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만들기 놀이, 그림그리기, 손으로 하는 미니 축구게임을 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교사들이 지켜보거나 함께 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학교에는 넓은 잔디구장이 8개나 있었는데 함께 간 초등 여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이 난다고 했다. 한 교실에서는 덩치가 큰 9학년이 마지막 수학 수업 중이었다. 0학년은 정식 취학 전의 아동들이 주로 놀면서 학교를 익힌다. 이는 몇 해 전에 의무교육이 됐다. 9학년은 우리로 치면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한다.  

 

 

마그누스 교장선생님의 간단한 브리핑 뒤 안내를 받았다. 종합학교의 39살 젊은 마그누스 교장은 대학을 다닐 때 교장의 길을 가기 위한 리더십 과정을 마치고 교사 생활 4년 만에 공모해 교장이 됐다. 제일 먼저 느낀 건 학교 건물이나 교실 배치가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점이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디자인돼 있었다. 예로 우리처럼 일자형 복도에 교실이 붙어있는 게 아니라, 꼬불꼬불하게 복도가 이어지고 끊어져 복잡하게 느껴졌다. 교실도 똑같은 규격이 아니라 큰 교실, 작은 교실, 또는 세 칸으로 나눌 수 있는 교실, 실험실에서는 천장에서 콘센트가 내려오게 되어 있고 시끄러운 소리를 흡수하는 특별한 장치가 붙어 있었다. 강당도 공연 크기에 따라 세 칸까지 늘리도록 돼 있고 옆 창문을 열면 바로 바깥에 야외 객석 스탠드가 붙어 있었다.  

둘째로 관심이 갔던 것은 교장선생님이 아주 강조한 러닝 스타일(learning style)에 따른 학습방법이다. 모든 아이들은 배우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각에 맞는 방식에 따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보는 기능, 듣는 기능, 체험하는 기능, 몸으로 배우는 스타일 등 4개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린 학생이 글을 익힐 때 어떤 학생은 조용하고 책 보기를 좋아하면 책으로 글자를 익히게 하고, 어떤 학생은 몸을 움직이길 좋아하면 몸을 움직여 글자를 익히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파벳이 쓰여 있는 놀이판을 보여주었는데, 여기에 자기 이름을 알파벳 글자 위를 뛰어다니며 몸으로 쓰게 했다. 

셋째로 학교 내에 웅담스콜레(청소년학교)가 들어와 있는 점이 부러웠다. 웅담스콜레는 학교 건물 중에 교실 두세 칸을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면서 운영한다. 카페식으로 운영해 학생들이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방과 후에 차도 마시고 모임도 갖고 놀기도 한다. 청소년 지도사가 배치돼 스키학교나 댄스학교, 여행 등 다양한 취미교실을 열고 지역의 웅담센터(청소년센터)와 연결도 해준다. 금요일 저녁에는 이곳에서 파티도 벌인다. 그저 공부만 강요하며 취미활동을 못하게 하는 우리나라 학교와 확연히 대비됐다. 
넷째로는 다양한 학생들이 섞여 함께 공부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1~2학년은 학년 구분없이 함께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협동하는 법을 많이 배운다. 시험이나 경쟁으로 서열을 매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덴마크 교육에서 공립학교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자유학교는 전통도 깊고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는데도 국가는 아무런 제약없이 똑같은 지원을 해주는 게 감명 깊었고, 정규교육과정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학교이면서 여유롭게 쉬어가며 진로를 탐색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회이스콜레와 에프트스콜레, 웅담스콜레가 우리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참사는 압축성장과 돈이 전부인 사회와 무능한 정부가 빚어낸 관재이지만 밤늦도록 아이들을 ‘보충수업’, ‘자율학습’이라는 이름으로 교실에 가두어 자유를 짓밟고, 지식위주의 교육으로, 몸을 놀리고 예술적인 감수성을 거세하는 ‘가만 있으라’는 교육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든 청소년기 1년 정도(아니면 주말, 방과후, 방학중이라도)를 시험이나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음악, 미술, 체육 등 다양한 예술교육과 인문교육을 통해 감수성을 키우고, 공동체 생활을 통해 관계지향의 삶을 배운다면 삶이 훨씬 더 풍요롭고 행복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