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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고르의 학교, 비스바바라티
  • 하진희 _미술사학자
  • 2013.11.16

 

 

 

 

 

 

샨타니케탄(평화의 마을)은 인도 노벨문학상 시인 라빈드라나스 타고르가 세운 학교가 있는 마을이다. 타고르는 생애 대부분을 샨티니케탄에 학교를 세우는 데 헌신했다. 타고르는 자신의 어린 시절 받았던 획일적이고 엄격한 학교 교육에 불만족스러웠던 경험 때문에 아이들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학교를 만들어주고자 했다. 샨티니케탄의 학교는 그러한 타고르의 교육 방침을 아직까지도 잘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학교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시험제도가 생겨난 것과 학교 건물이 많이 세워지고 학생 수도 크게 늘어난 점이다. 초기에는 인도 전통학교 ‘아쉬람(Ashram)’처럼 작은 숲 속 학교였으며, 시험도 없었고, 학비도 거의 무료였다. 이제는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가진 비스바바라티국립대학교로서 인도 교육의 요람으로 자라났다.

 

샨티니케탄은 마을 전체가 커다란 학교나 다름없다. 타고르가 만들고자 했던 학교는 교육이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자연, 그 주변 모든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날처럼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문명의 홍수 속에서 보면 타고르의 교육이념은 참으로 실천하기 힘든 이상이어서 실현이 불가능하게 보이기 쉽다.

 

 

 

 

타고르는 학교는 아이들이 푸른 하늘과 생명이 자라는 대지, 나무와 꽃, 새들의 지저귐을 벗 삼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면서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체험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이들이 늘 자연을 가까이 하고 인내심 있고 친절한 교사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을 가장 중요시했다. 또한 아이들이 주변 마을의 농부, 도공, 직조공, 상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고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어떻게 생산해내는지 직접 체험하게 했다. 그래서 샨티니케탄 바로 인접 마을 슈리니케탄에는 다양한 공예품을 생산해내는 공예단지를 조성했다. 도자기, 염색, 직조, 목공예 등 다양한 공예품 생산에 학생들이 참가하고 판매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계절별로 다양한 축제를 열어 아이들이 춤과 노래, 연극, 전시회 등으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얼핏 보면 공부는 조금 하고 많이 노는 그런 학교교육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계 유수의 명문대학으로 진학하거나 뛰어난 예술가로 우뚝 서는 것을 보면 많이 놀고 공부는 역시 자율적으로 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샨티니케탄의 아이들은 놀고 싶은 만큼 놀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면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샨티니케탄에서는 많은 수업이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이뤄진다. 아이들은 교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다다’(큰형)와 ‘디디’(큰언니)로 부른다. 아이들이 교사에 대한 친근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아직도 교사의 이름 뒤에 ‘다’나 ‘디’를 붙여 부른다. 교사들은 아이들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온 선배로서 마치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처럼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는 마치 커다란 놀이터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이 맨발로 땅을 밝으며 생명을 느끼고, 태양이 어떻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지, 새들이 어떻게 노래하는지, 강물은 어디로 흐르는지, 태양은 어디서 떠오르고 어디로 지는지……,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일인지 스스로 알아가도록 한다. 아이들의 가슴 속에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간직하도록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고 규율보다는 자율을, 교실보다는 나무 그늘을, 책보다는 자연학습을 통해 삶의 지혜를 알아가도록 하는 것이 샨티니케탄의 교육 방침이다.

 

타고르의 샨티니케탄 학교 교육이념은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식만이 아닌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삶의 지혜는 교실이 아닌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뛰어 놀며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능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춤 등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함께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는 늘 열려 있어서 주변 마을 사람들도 학교의 행사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가하도록 했다. 지역 사회와 학교의 관계는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관되어 있다. 평생교육의 개념이 잘 실천되고 있다.

 

 

 

샨티니케탄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것은 놀랍다.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야 센은 타고르가 살았던 집에서 불과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살았다. 샨티니케탄의 학교 교실은 참으로 초라하다. 컴퓨터나 첨단 기자재도 없고, 작은 칠판과 책상과 의자가 전부이다. 그것에 비하면 한국의 교실은 외형적으로는 너무나 훌륭하다. 그러나 우리의 학생들은 아프다. 학생들이 입에 달고 산다는 거친 언어가 그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입시제도 때문만도 아니고, 교육의 질이 문제 있어서도 아니고, 아이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기회를 정상적으로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떠들고 웃고 실수하고 그것을 통해 배우고 그렇게 성장해 가야 한다. 지식은 어디에서나 배울 수 있지만 사람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것은 바로 자연과 가정과 학교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예절 바르고 공부 잘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데 주력한다. 아무리 교실의 시설이 훌륭하고 교사가 뛰어나도 그 안에서 배우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학생들이 학교에서 즐겁고 행복하지 않다면, 과연 학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이것은 어른들이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교육의 효과는 금세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적어도 삼대(三代)를 거치면서 그 성과가 드러난다고 한다.

 

나는 비스바바라티대학에서 대학원과 박사 공부를 했다. 내가 늦은 나이에 샨티니케탄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한 것은 무엇보다도 샨티니케탄에서 오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살아가는 동안 내내 샨티니케탄에서의 학교 생활은 언제나 내 기억의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마음이 진정 평화로울 수 있는 곳, 그래서 언제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으로. 
 
하진희 | 인도 비스바바라티 국립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강사이며, 저서로 『샨티니케탄』과 『인도미술에 홀리다』를 출간했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