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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피터버러시(市) ‘예술과 사회 변화(Arts and Social Change)' 프로젝트
  • 고영직 _문학평론가
  • 2013.06.24

 

 

 

 최근 들어 커뮤니티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공동체 의식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다양한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젝트들이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예술’ 및 ‘문화’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은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만큼 그 역할과 효과가 주목되기 때문 일 것이다. 본고에서는 커뮤니티 활성화와 주민들의 유대감 강화를 위하여 ‘예술’의 역할을 다룬 영국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은 일찍이 커뮤니티 아트의 사회 통합적 역할과 필요성을 인지하고, 1975년 영국 예술 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내부에 ‘커뮤니티 아트 위원회(Community Arts Committee)’를 설립하고 국가적으로 지원해왔다. 이러한 오랜 관심과 지원으로, 커뮤니티 아트와 관련된 성공적인 사례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피터버러(Peterborough)라는 도시에서 진행된 ‘예술과 사회 변화(Arts and Social Change)’ 프로젝트는 완성도 높은 구성과 참신한 기획이 돋보여 롤 모델로 꼽힌다.  


 ‘예술과 사회 변화’ 프로젝트는 주민과 커뮤니티의 관계 형성 및 시민의식 향상을 위해 시행된 피터버러의 여섯 프로젝트 중 하나로, 피터버러시, 왕립 예술 협회(Royal Society of Arts), 영국 예술 위원회의 지원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주민들이 양질의 창의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커뮤니티 활동에 더욱 참여하도록 하며 창의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도시를 만들고자 기획되었다. 동시에, 지역 내의 예술가들이 공동체의 예술 활동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피터버러의 예술적 성장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들 스스로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데에 또 하나의 취지가 있다. 이를 위하여 7개의 서브 프로젝트가 구성되었는데, 각 프로젝트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창의 모임 (Creative Gatherings)


   전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2010년 중반부터 2012년 7월까지, 10회에 걸쳐 기획된 모임이다.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지역 내의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모여,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모아 전시하고 토론하며, ‘예술과 사회 변화’의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하였다. 

 

 

2. 공간 만들기 실험 (Experiments in Place Making)


   ‘창의 모임’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로 2010년도 하반기에서 2011년 상반기까지 진행되었다.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통하여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주민 참여를 유도하고자 하였으며, 7개의 커뮤니티를 선정하여, 그 성격에 맞는 소규모 프로젝트들을 준비하였다.

 

 

3. 실행되는 대화 (Dialogue in Action)


   이 프로젝트는 각각 다른 분야의 예술가와 시민이 리더가 되어,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들을 다룬 대화의 장이다. 가정에서의 실패와 관련된 대화, 여러 학교의 교장선생님들이 모여 나눈 대화, 지방의회 의원과 주민 대표의 대화, 커뮤니티 컬리지의 교장, 봉사활동 단체의 사무장, 국민보건서비스의 리더가 모여 나눈 대화, 이렇게 4회로 구성되었다. 실무자와 시민들의 대화를 통하여 문서와 숫자에 근거한 행정이 아닌 시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실질적 힘이 있는 대화의 장이 되도록 구성한 것이다.

 

 

4. 문맥적 과제 (Context Matters)

 

   커뮤니티가 뽑은 두 명의 예술가들이 그 지역에서 1년 동안 거주하며, 예술과 이야기가 결합된 과제들을 주민들과 함께 수행했다. 한 작가는 커뮤니티를 위하여 일하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제작하였고, 다른 작가는 주민들과 함께 지역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이름을 짓고, 그 간판을 제작하는 활동을 했다. 이 두 예술가들은 이 활동 외에도, 거주하는 동안 주민들에게 멘토링 및 미술 수업 등도 진행하였다.

 

 

5. 메이드 인 피터버러 (Made in Peterborough)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기획으로 이루어지는데, 하나는 고고학적 자료들을 통하여 피터버러가 지닌 역사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게 한 기획이다. 다른 하나는 ‘데려다 주세요(Take Me To)’로 이 기획의 참가자들은 미니버스를 타고, 그들에게 의미가 있는 장소로 가서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즉, 단순히 지리적으로 도시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그 도시에서 탄생한 재미있는 일화, 감동적인 사연, 도시의 역사가 담긴 이야기 등을 통하여, 피터버러의 지도를 다시 그려보게 되는 것이다.

 

 

6. 예술을 이야기하다 (Talking Arts)


   도시와 예술에 관련된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 프로젝트이다. 세 가지 주제는 다음과 같다. <교류-새, 벌, 그리고 우리: 각 키워드에 해당하는 전문가들이 초대되어, 시민들이 환경과 같은 이슈를 고민하도록 할 수 있는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발제>, <핵심 예술 : 피터버러시의 지도자들이 도시의 주요 문화유산을 살펴본 뒤, 이를 더욱 유기적이고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담론>, <다르게 도시 운영하기: 창의적으로 실행된 사례들과 혁신적인 리더쉽에 관한 토론>  

 

 

7. 특사 프로젝트 (The Emissary Project)


   다섯 명의 피터버러의 예술가들을 특사로 정하여, 각각 다른 도시로 가서 그 곳의 경험과 지식, 기술, 노하우 등을 배우고 서로 교류 하도록 ‘창의 모임’에서 기획되었다. 피터버러시에서 뿐 아니라 확장적인 사고와 실행을 보여주는 프로젝트이다.

 

 

 

 

 각각의 프로젝트 자체만으로도 예술이 커뮤니티의 공동체 의식에 미치는 영향과 역할을 볼 수 있는 좋은 참고 사례들이다. 하지만, 이 ‘예술과 사회 변화’ 프로젝트의 완성도는 한 번 더 주목하게 하는 다음 특징들에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로, 대화와 토론 등의 정적인 기획과 야외에서 진행되는 동적인 기획의 균형이 매우 잘 잡혀 있으며, 이 두 영역이 밀접하게 교차하며 상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창의 모임’에서는 <거주지 ‘안의’ 예술가 Artists IN residence>, <주민‘으로서의’ 예술가 Artists AS residents>, <예술가‘와’ 주민 Artists AND residents>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나누는 모임을 진행함과 동시, 이러한 고민이 반영된 ‘공간 만들기 실험’ 및 ‘특사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특히, ‘공간 만들기 실험’의 일환으로 진행된 ‘특별한 배달(A Special Delivery)’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이벤트는 예전에는 이웃 간에 교류가 많았지만 현재 거의 왕래가 없어진 두 거리를 실험 지역으로 선정하여 2010년 12월 15일 아침, 작가들이 제작한 크리스마스카드 세트를 배달하였다. 주민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이른 아침, 문 앞에 조용히 두고 온 이 카드 세트 안에는, 한 면에는 ‘평화’·‘희망’·‘선의’·‘사랑’·‘커뮤니티’의 한 단어가 적혀 있고 다른 면에는 ‘이 카드의 색이 있는 면을 창문에 일주일 동안 놓아주세요’ 라는 말이 적혀 있는 5장의 카드가 있었다.

 

 

 

 

 그 결과 81가구 중 31가구가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창가에 카드를 올려놓았다. 외부인들은 이 카드들을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81가구의 주민들은 참여 여부를 떠나, 이 프로젝트를 공유하며 특별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더욱 특별한 것은, 다음 해의 발렌타인데이에 또 다른 배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즉, 크리스마스 캠페인에 참여했던 31가구에 초콜렛 박스가 다시 배달되었는데, 이 박스는 31가구가 전시 해 놓았던 카드들을 모두 찍은 사진을 프린트하여 제작한 포장지로 포장되어 있었고, 참여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즉, 이 프로젝트는 주민과 지역의 소속감을 형성하는 공간 만들기에 초점을 맞추어 예술가들의 작업이 어떻게 공동체 의식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되는 동시, ‘창의 모임’에서 나눈 ‘예술가’와 ‘주민’, ‘예술가’와 ‘거주지’에 대한 고민이 실천으로 옮겨진 예이기도 한 것이다.

 
 둘째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과 이야기가 한 데 어우러지고, 그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며 이것이 공익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문맥적 과제’ 프로젝트로 실행된 ‘거리 목사 이야기(Street Pastor Stories)’가 그 좋은 예이다. 거리 목사는, 토요일 밤 시내에서 술 마시며 흥청거리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만화로 제작되어 갤러리에 전시되었으며 2012년 2월부터 7월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지역 신문에 실렸다. 이 프로젝트는 커뮤니티를 위하여 봉사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였다는 것과 주민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손을 통해 대중적 예술 매체로 탄생되었다는 데에 일차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토요일 밤 시간을 포기하고 다른 이들을 돕는 이들의 고마움을 깨닫게 하였고 ‘거리 목사’라는 활동을 알림으로써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으며, 커뮤니티를 위한 다른 직업들에도 관심을 갖게 하여 공익에 일조한 것이다. 또한 ‘실행되는 대화’, ‘예술을 이야기하다’와 같은 프로젝트도 시민과 실무자의 소통을 통하여 ‘예술’이라는 매개체가 다양하게 활용되어 커뮤니티에 기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터버러의 ‘예술과 사회 변화’ 프로젝트는 ‘예술’을 다각적으로 해석, 접근하고,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그 효과를 최대화 한 좋은 사례이다.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기획으로, 주민들과 커뮤니티의 소속감 증대, 공동체 의식 향상, 거주 예술가들의 네트워크 형성 등을 성공적으로 달성하였으며,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제시하였다.

 

 이처럼 커뮤니티의 유기적 통합을 위하여 ‘예술’이라는 콘텐츠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과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최근 공동체의식 부재를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이슈로 층간 소음 갈등을 꼽을 수 있다. 피할 수도 없고 당장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집과 집 사이의 벽을 더욱 두껍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집과 집 사이의 유대감을 더욱 높여 그 벽을 허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참신하고 짜임새 있는 문화 예술 부문의 커뮤니티 정책은,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이 되어 줄 것이다. <끝>

 

 

 

* 위의 이미지들은 영국 왕립 예술 협회(Royal Society of Arts)의 ‘예술과 사회 변화’(Arts and Social Change)프로젝트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는 예술가 Tom Fox와 Stuart Payn의 작업으로, 는 Simon Grennan의 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 피터버러 ‘예술과 사회 변화’ 프로젝트 웹 주소:
http://www.thersa.org/action-research-centre/public-services-arts-social-change/citizen-power/arts-and-social-change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