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봄
-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이상향, '품위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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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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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담론을 이끌 수 있는 '상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비사이 마갈릿은 존 롤스의 <정의론>에서 제시된 정의로운 사회와 대조해 우리에게 당장 시급한 문제는 정의가 아니라 '품위 있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이에 대한 원저의 명칭은 The Decent Society다. Decent는 해석하기에 따라 '괜찮은, 품위 있는, 예의 바른, 적절한, 온당한, 상황에 맞는' 등의 다양한 뉘앙스로 해석이 가능한데, 역자가 그 중 가장 적절한 의미로 택한 것이 '품위'인 것으로 보인다.
마갈릿은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를 품위있는 사회로 규정한다. 어떤 형태로든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중심부와 주변부, 혹은 다수와 소수자라는 형태 등의 다양한 계층화나 '무시'로 제도로 인한 인간 '모욕'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마갈릿은 사회제도는 두 가지 방식으로 묘사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즉, 추상적으로 그 규칙이나 법에 따라 묘사하거나 혹은 구체적으로 그 실제 작용 방식에 따라 말할 수 있다'고 한다. 마갈릿은 '로스엔젤레스 경찰관들이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을 대한 방식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뉘른베르크 법이나 인종차별정책을 담은 법은 후자에 해당한다'(본문 15)고 말한다.
4부로 나누어져 있는 이 책은 단계적으로 인간이 제도나 사회, 통치체제에 의해 모욕감을 느끼는 이유를 설명한 뒤, 인간을 존중해야 할 정당한 근거를 세 가지의 유형으로 제시한다. 다음으로 제도 안에서 발현되는 모욕의 양상과 개념을 다루고, 그리고 복지나 처벌 등 다양한 방식의 제도들이 품위 있는 사회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고민해 본다. '결국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 3부까지는 모욕의 개념을 다루고 4부는 모욕이 제도적으로 발현된 것을 다룬다.'(본문 17)
오늘날 우리 교육은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자(학교, 교사, 강사)나 피교육자(학생)의 '모욕'을 야기시킨다. 지지봄봄이 이번 호를 통해 제시하는 '품위 있는 사회'가, 우리 교육에 내재한 '모욕'과 같은 폭력적인 상황을 해소할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가 되길 바라 마지 않는다.
● 목차
저자 서문, 머리말
1부 모욕의 개념 : 모욕, 권리, 명예
2부 존중의 근거 : 존중의 정당화, 회의적인 답변, 인간에게 고약하게 굴기
3부 사회적 개념으로서의 품위 : 모욕의 역설, 거부, 시민권, 문화
4부 사회제도의 검증 : 속물근성, 관료제, 복지사회, 실업, 처벌
맺음말
본문의 주
● 저자
아비사이 마갈릿Avishai Margalit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 철학교수
● 번역
신성림 : 이화여대 철학과 및 동 대학원, 파리 10대학 대학원 철학박사 과정 수료
● 출판사 : 동녘
● 페이지 : 308쪽
● 출판년도 : 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