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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 속에 또 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몸과 공간놀이'
  • 김보람 _대학생
  • 2013.09.24

 

 

 

 미술사(美術史)적으로 신체미술은 이전과 달리 표현과 조형의 매체로써 신체를 이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몸을 작품의 직접적 주체로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까지 성행했던 이러한 신체미술이 문화공장 오산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만나 ‘투닥투닥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은 ‘내가 있는 풍경 - 조영주 작가와 함께하는 몸과 공간놀이’.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일환으로 오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이 워크숍은 오산시 시립미술관격인 ‘문화공장 오산’에서 매주 토요일 2시부터 4시까지 약 2시간 정도 진행된다. 현재는 미셀 클레가(Michal Klega)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진행했던 1기에 이어 2기 활동까지 마친 상황. 참가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미취학 아동이거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매 회 약 10여 명 정도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공장’ 안팎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신체를 통한 표현을 시도하고 공간에 특정한 감정을 부여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예를 들면, 계단을 주제로 했을 때, 아이들이 계단 한 층계마다 일렬로 눕는다. 이러한 활동을 사진으로 찍고 이것을 함께 보면서 아이들이 “자 같아요”라든지 “또 다른 계단이에요” 등의 느낌을 표현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또 아이들은 전시할 사진을 고르면서 서로 자신이 선정한 사진에 대한 이유를 ‘무덤 같다’, ‘화석 같다’고 비유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원래 있던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기도 하고 공간 안에서의 자기 자신의 ‘표현’에 대해 높은 흥미를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이 프로그램의 초점인 ‘신체를 통한 공간과 관계 맺기’가 성인들에게도 추상적이고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아동의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조영주 작가가 사용하는 표현에는 ‘신체를 해방시키기’나 ‘관계 맺기’ 등의 어려운 용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소화전과 소화기를 두고 그것을 자신의 신체로 형상화하고 자신의 느낌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그런 걱정이 단지 기우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건물 3층을 지지하고 있는 두 개의 커다란 사이에 자신들이 기둥이 되어 하나를 더 설치하려는 모습에서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공간 안에 자신들의 역할을 부여하고 수행하려는 적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 조영주 작가는 “미술사적으로 큰 의의가 있는 신체미술을 이들에게 접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일단 용어들을 그대로 말한 것이고, 그 뒤에 쉬운 말로 다시 풀어서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매 수업시간 마다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답변을 해주었다. 실제로, 아이들이 본인이 사용한 전문 용어들을 사용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몸과 공간놀이’ 프로그램이 더욱 의의가 있는 것은 정신 발달 지체 아동들과의 통합 교육이라는 점이다. 의도적으로 비(非) 장애 아동들 사이에 소수의 장애 아동들을 포함시켰고, 특수교사가 함께 수업을 보조해 줌으로써 원만한 수업 진행을 꾀했다. 설명을 듣기 전에는 눈치 채지 못했을 정도로, 정신지체 아동이 수업 안에서 비 장애 아동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교육 안에서 장애 아동들에 대한 고려도 함께 이루어 졌다는 점이 주목할 만 했다.

 

 

 

 

 

 아이들이 약 한 달간 활동했던 결과물은 사진전의 형태로 전시될 예정이다. 그 전시회에, 아이들은 친구와 가족들에게 자신이 등장한 사진과 서로가 함께 작업한 것에 대해 소개하고 설명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아이들은 물리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긍정적 경험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연장선상에서의 전시회를 통해 아이들이 이번 활동을 성공적 경험으로 인식하며 재창작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앞으로 성장해나가며 아이들은 다양한 공간들을 만날 것이다. 그 때에, 단지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그 공간을 ‘방문’하거나 공간에서 아무런 영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 곳은 아이들에게 ‘죽은’ 공간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자기가 있는 곳, 사는 곳을 좀 더 좋은 공간, 더욱 살기 좋은 풍경으로 만들고자 하는 주체성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문화공장 오산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몸과 공간놀이> 워크숍이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은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