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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29

25호 넘봄 
천년의 사람들
기미소

 


 

9월 21일, 경기상상캠퍼스는 추적추적 내린 비로 은은하게 땅이 젖어있었고, 어느덧 가을이라는 계절이 성큼 왔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비가 온 날이어서 그런지 상상캠퍼스 전시장은 조용하고 고요했다. 건물은 독특했다. 유행이 지나고 오래된 옷을 리폼 한 듯 신선한 느 낌이었다. 거칠면서도 꾸며진 건물들, 곳곳에 전시된 조형물, 먹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이 캠 퍼스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기천년 도큐페스타 특별전 《경기 아카이브_지금,》 (경기상상캠퍼스, 구 서울농대 임학임산학 관)을 관람하러 갔다. 전시 제목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 나아가 천 년 동안 경기도 안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 홀 같았다. 경기도 천 년의 역사가 담긴 전시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줄 것 같았다.

특별전은 문학(쓰고), 시각예술(그리고), 문화재(홀리고), 사상사(사랑하고), 공연·축제(놀고), 기록자료(모으고), 자연·환경(흐르고), 경기인(살고) 등 8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기천년의 기억이 담긴 경기도 문화예술 관련 약 6,000여 점이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도 영화 순회 상영회, 미디어 스크리닝, 작가와의 대화, 독립출판, 굿즈 페어 등 다양한 행사가 상시 진행되어 관람객들에게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관람을 시작하게 되면 옛 대학 건물의 복도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펼쳐진 강의실들은 각각의 주제와 이야기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으며 우리네 동 네 ‘경기’가 자랑하는 천 년의 유구한 역사·문화·예술을 고스란히 관객들과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었다. 관람을 시작하기에 앞서 갑자기 특별전의 타이틀인 ‘경기천년’에서 천년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궁금해져 찾아보니, 고려 현종 9년(1018년) 행정제도를 정비하면서 당시 고려의 수도인 개경과 그 주변 12개 군현을 묶어 ‘경기’라고 처음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2018년은 ‘경기’가 탄생한지 천 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이기에 특별전의 타이틀은 ‘경기천년’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 경기도의 인구수가 1,300만에 육박했고 경기라고 불린지도 천 년이나 되었다고 하니 경기도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질만한 대목인 것 같다.

 

    


4개의 층, 59개의 방을 둘러보면 정말로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가의 생각이 한 번 에 이해되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지만 역시나 예술의 세계는 어려운 탓인지 도무지 어떠한 느낌을 공유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는 작품들도 너무나 많았다. 그래도 이 특별전의 타이틀이 ‘경기천년’임을 염두 하면서 관람을 하였다. 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의 감정을 작가와 마음으로 공유하고 작품 너머 존재하는 작가의 세계관 또는 사회적 상황을 잠시라도 엿본다면 그 얼마나 뿌듯하고 감동적인 순간일까?
 


전시에서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든 공간도 있었다. 전시물이 아닌 관람객들이 주체가 되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방이었다. 이야기가 적혀 있는 카드를 해당 위치에 올리게 되면 관련된 인물이나 사건이 책상 위에 표시된다. 이처럼 《경기 아카이브_지금,》은 연령불문하고 모든 관람객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전시라고 생각이 된다.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윤석남 작가의 작품이 전시가 되어있었다. 왼쪽 작품들은 우리나라에서 1대라고 할 수 있는 여성주의 작가 윤석남의 작품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멋진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작가이다. 윤석남의 개인적 배경을 모르더라도 작품들을 살펴보면 어머니의 따뜻함과 부드러움, 그 안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여성의 강인함을 살펴볼 수 있다. 작가 윤석남의 개인적 상황을 돌아보면 더욱더 강렬하게 그녀의 작품을 공감할 수 있는데, 39 살에 미망인이 된 그녀의 어머니가 흙벽돌로 직접 집을 짓고 노동과 행상으로 홀로 여섯 남매를 키우시는 모습은 윤석남의 향후 작업의 주요 모티브로 작용하게 된다. 즉, 작가 윤석남은 어머니의 삶을 지켜보면서 모성의 긍정적인 힘을 체감하였고 이를 예술로 형상화한 것이다. 윤석남은 어머니를 주제로 한 작품을 대다수 발표해왔는데 작가의 작품을 볼 때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옥상으로 올라가다 보면 바로 밑 계단 3층 벽면에 한쪽을 가득 채운 탱화가 보인다.
 

경기천년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고 피날레 작품이라고 생각이 든다. 탱화는 천이나 종이에 그림을 그려 족자나 액자를 만들어서 거는 불화의 한 유형인데 그 중에서도 해당 작품은 죽은 자가 지옥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할 것을 비는 감로탱화이다. (경기무형문화재 단청장 이수자 도야 김현 자 作)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탱화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이 작품은 DMZ, 세월호, 두물머리, 4대강 등 경기도에서 천 년 동안 벌어진 일들 중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나타내고 있다. 실로 압도 적인 크기와 때문에 누구든지 잠시 머물러 갈 수밖에 없다. 화려한 색채와 중압감을 주는 작품으로 한동안 서서 이야기 하나하나를 읽어 나갔다. 그림에 그려진 9개 주제의 사건들을 보면서 다사다난 했던 경기도의 천년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한 경기천년 도큐페스타 특별전은 단순한 예술작품 감상을 넘어서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땅, 경기도의 시작부터 미래를 넌지시 제시하고 있어 경기도민이라면 그 어떤 전시보다 더 몰입하여 공감할 수 있는 전시인 것 같다. 이처럼 《경기 아카이브_지금,》 은 연령불문하고 모든 관람객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과 경기도의 역사를 논하는 전시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많은 경기도민들이 가족 혹은 연인, 친구들과 함께 경기 천년 역사를 즐겼으면 좋겠다. 그 어느 전시보다 뚜렷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기미소

박물관놀이터라는 작은 문화예술 교육공간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 생각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는 기분 좋은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