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봄
- 소리, 이야기, 수집, 그리고 사람
- 노드트리
- 2018.10.29
-
25호 더봄
소리, 이야기, 수집, 그리고 사람
노드트리_<3355 학습모임> 참여단체 인터뷰
인터뷰 참여자
_ 질문하는 사람 / 오린지
_ 답변하는 사람 / 노드트리(이화영, 정강현)
800년 동안 마을(완장리)을 지켜보고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마을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는 노드트리를 만났다. 그들이 터로 잡은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완장리는 수십 마리의 새들이 지저귀고, 6000세대 이상의 신식 아파트가 들어오고, 그 옆에는 원주민 마을이 있고, 반대편에는 개발을 위해 산을 헤집어 놓은, 사방의 모습이 다 제각기인 곳이다. 그들은 왜 이 곳으로 이주해왔고, 어떤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는지, 또 왜 이런 활동을 지속하는지 궁금해졌다.
Q. 노드트리는 어떻게 시작된 팀인가요?
(이) 이전에도 도시리서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가들과 프로젝트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어요. 개인적으로 2015-16년도부터 서울의 주변 신도시들이 복사하듯 만들어지는 현상에 관심이 생겼어요. 어느날 현재 활동하는 장소의 아파트를 분양 받았어요(저질렀다). 분양 당시 그 아파트단지 주변은 기반시설도 부족하고 도로가 확장되지 않았는데 D건설사에서 단지 별 분양도 아닌 6800세대라는 규모를 동시 분양하겠다는 허황된 이야기를 했어요. 여전히 생활기반이 서울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이주를 하였고, 이후 정강현 작가와 이곳에서 노드트리-소리가공소라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어요.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그룹 활동을 하는 것과 작업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 저에게는 버거웠던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소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저에게 소리의 개념은 이야기 중심적이고, 정강현 작가는 사운드스케이프(캐나다 작곡가 머레이 쉐이퍼에 의해 창시된 용어로 sound 와 landscape의 조합어이다. 소음문제 해결을 위해 소리를 기록하고 소리를 조성하는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소리풍경을 하나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노드트리는 사운드스케이프의 폭넓은 관점에서 좁은 관점으로 옮겨가 객체들 간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이야기를 소리로 기록하는 방법론으로 사운드스케이프를 활용한다.)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저는 일상과 감정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의 재조합에 관심이 있다면, 정강현 작가는 소음부터 전자음악 등 모든 소리에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이 두 축을 결합해서 이모션스케이프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이 개념의 핵심은 소리시장(消里時張)입니다.
(정) 저는 현대음악 작곡을 전공했는데, 현대음악을 하면서도 갇혀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음악이라는 장르보다 소리라는 개념에 더 관심을 가졌어요. 음악은 무형이지만 막연히 제가 하는 작업을 가시화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6년에 이화영 작가를 찾아갔어요.
Q. 노드트리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정) 노드트리는 컴퓨터 자료구조예요. 저희 로고 이미지처럼 노드node(점)들이 다 연결되는 것이에요. 노드는 사람, 생각, 공간 등이 될 수 있어요. 그것들이 연결되는 것을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저희 팀은 정강현 작가를 중심 노드라고 보시면 되요. 정강현 작가와 관계 맺은 사람들이 노드가 되기도 해요.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중심으로 역할과 위치를 나눠서, 서로가 부담이 없는 관계 안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려고해요.
Q. 3355학습모임 지원사업(이하 3355 지원사업)에서 진행중인 <레트로 도시건설>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 저희 아이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어느 날 엘리베이터의 구조와 움직임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도르래 개념을 알려주려고, 유튜브를 틀어줬는데 유튜브를 통해 아이가 마인크래프트(편집자 주:인터넷 게임)를 알게 되었어요. 근데 아이가 그걸 매우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왜 이렇게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는 걸까 보았는데 그 구조가 흥미롭고,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의 게임이었어요. 유튜브 컨텐츠의 생산속도와 다양한 카테고리로 형성되어 있는 것에도 관심이 갔어요. 크리에이터들이 생산해 내는 방식과 담아내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마인크래프트를 각자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세대와는 소통 방식이 다른 원주민, 그러니까 디지털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면 어떨까? 라고 정강현 작가에게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3355 지원사업을 통해 <레트로 도시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노드트리 제작 <레트로 도시건설> 카드뉴스
(정) <레트로 도시건설> 이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원주민들의 이야기들을 디지털 언어로 재현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였어요.
(이)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다시 마인크래프트에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도시를 건설하자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동탄 신도시에 거주하고 3355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는 뜰기의 동생(12세)이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고 유투버로 활동하고 있어서 친구와 함께 인터뷰를 했는데, 저희가 만난 전기 청소년들은 마인크래프트보다 운동장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고, 특정 장소에 모여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 온라인 게임을 하지 않았어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데 익숙했고 몇몇 과목을 제외하고 학교생활을 좋아했어요.
이후 저희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 수집을 하기 위해 전자회로와 결합한 소리지도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모집대상을 마인크래프트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고 써서 모집을 하였더니, 13살 정도 된 친구들이 왔는데 마인크래프트 맵을 구축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현재 연구자로 결합해 <레트로 도시건설>의 가상세계 구축 작업을 마인크래프트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정) 저희가 수많은 유저들이 있는, 특히 어린 친구들이 좋아하는 마인크래프트라는 놀이터에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구자로 결합한 아이들에게 저희가 찾아놓은 리서치 자료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달라고 제안했어요, 아이들은 흔쾌히 받아들여 줬어요. 이전에는 저희끼리 리서치 작업으로도 끝날 수 있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연구자들이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하여 구축작업을 해주기로 해서 저희도 다음 작업을 이어나기기 위해 원주민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저희가 처인구에서 수집한 이야기는 도시 생활자들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을의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공해공장이 원주민들과 문제가 있었는데, 결국 공장장의 죽음까지 이어졌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전기청소년(연구자)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이미지화할지 궁금해요.
Q. 이주민으로 들어와 리서치 작업을 위해 원주민들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이) 현장 리서치 작업에 익숙해요. 성격상 어느 동네를 가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을 잘해요. 관계 맺기의 어려움보다는 리서치를 할 때 우리가 어느 정도 범위까지 접근해야 할까 라는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요. 그리고 저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정강현 작가가 수집을 해오면, 선택 후 인터뷰하는 과정에 참여 하고 있어요.
(정) 저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리와 이미지 수집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동네 어르신들이 뜨내기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자주 나타나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장비들을 들고 다니다 보니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리고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앞으로 저희도 계속 살아갈 동네니까요.
(이) 처인구는 도시 이전의 단계와 도시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인 것 같아요. 아파트가 들어서기도 하고, 공장들로 주민들이 피해를 보기도하고, 예전에 떠났던 원주민들이 보상과 개발이라는 환상을 갖고 돌아오기도 해요. 이런 현상들을 수집해보고 싶어요. 멀리서 바라보면 평화로워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영역을 지켜내기 위한 치열한 삶의 이야기가 있어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알게 된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수집해보고 싶어요.
Q. 노드트리의 활동 중 하나인 <소리가공소>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이) 노드트리에서 예술교육을 연구하는 <소리가공소>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의 한 방법으로 아트코팅을 알려주고 있어요. 예술교육은 참여 대상들이 직접 이야기를 찾아내고 재해석하는 능력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컨텐츠 생산의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을 두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줄 대상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 줄 누군가가 필요한거죠. 언어의 방식은 점점 달라지고 있고 습득된 혹은 학습된 소통방식으로는 미디어가 갈라놓은 세대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단절된 세대의 이야기를 수집하면서 문화예술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서로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현재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정) 현재는 <소리가공소>에서 전기 청소년들에게 움직이는 사물과 컴퓨터 언어를 알려주고 있고, 외부활동을 통해 다수의 청소년들과 일상사물과 코딩을 결합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청소년, 원주민과 함께 소리 수집을 하고, 다양한 워크숍 혹은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미디어를 활용한 전시도 진행해보고 싶어요.
Q. 동네 아이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나요?
(정) 처음에는 유료강의나 무료워크숍을 통해서 알게 돼요. 아이들은 <소리가공소>를 너무 좋아하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님들이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소리가공소 스스로 운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지금처럼 공공 지원금을 통해 운영하고,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의미를 두고 싶어요.
Q. 노드트리의 앞으로 활동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이) 노드트리는 일상을 움직이기 위한 동력을 위해 다양한 대상들과 결합해 활동을 하려고해요. 3355의 <레트로 도시건설>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는 철인(이승철)과 뜰기(유슬기)는 음악을 전공했지만 현재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연구를 함께 진행을 하면서 목적지향적인 관계가 아닌 일상을 공유하는 느슨한 관계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어요.
노드트리는 핵심맥락인 <소리시장>의 개념에 맞춰 느슨하게 접촉되는 장소와 중심 노드(정강현)와 접촉하는 사람들과 함께 활동을 하려고해요. <소리시장>은 사라질 소 / 마을 리 / 때 시 / 베풀 장 의미를 두고 있어요.
마을이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고 사라집니다. 우리는 시간을 기록하고 남기는 작업들을 하면서,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에 가치를 두는 것은 소중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정) 지역에서 소리를 수집하면서 얻어지는 자료와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되는 것으로도 재미있는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이런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Q. 아이들이 중학교 입학하면 부모님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보내지 않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지원금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노드트리가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정) 어릴 때 막연하게 작곡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20대 중반에서야 늦게 음악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작곡가가 되어있었어요. 그 이후부터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었고, 무작정 두 달간 여행을 떠났어요. 두 달을 밖에 있다 보니 평소에 보지 않던 미드를 가져갔는데 ‘센스8’이라는 미드에서 성소수자인 주인공들이 미술관 안에서 남을 신경 쓰지 않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보고,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부터는 음악보다는 소리라는 더 폭넓은 범위에서 내가 하고 싶은 작업들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규모 있는 작업을 하면서 부담감을 안고 작업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소소하지만 심장이 뛰는 일을 하자는 신념을 갖게 되었어요.
(이) 작가의 순수성은 고지식함과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저는 이 순수함을 지켜가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앞으로 나의 아이들이 살아갈 빡빡한 현실 속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였어요. 저에게는 작가의 순수성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동력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사회 안에서 그 사회의 언어로 소통하는 방법도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요.
노트트리
보편화된 디지털 기기가 생산 중인 소리와 사라진 소리, 다양한 도시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수집하는 사운드 아티스트와 문화예술기획자 2인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영역의 아티스트 및 단체와 협업한다. 오브제와 결합한 작업
오린지
사만키로미터 대표. 사만키로미터는 소규모(독립) 출판물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창작 그룹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문화 기획을 하는 창작자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있다. 2014년부터 사진집 '오와이의 묶음상자'를 시작으로, 여행 무크지 ‘장기여행자'와 잊혀진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가지가지도감' 등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제작 했다. 그 외에도 <두께상점>, <100books>, <숲속에풍덩> 등 문화기획, 문화예술교육, 디자인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