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봄
- 놀이를 위한 시간과 도구가 기다리는 곳
- 만물작업소
-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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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더봄
놀이를 위한 시간과 도구가 기다리는 곳
만물작업소_<권역별 네트워크 학습모임> 참여단체 인터뷰
인터뷰 참여자
_ 질문하는 사람 / 권은영
_ 답변하는 사람 / 만물작업소(강혜란, 이승준)
영상, 사진, 미술, 목공 등 함께 소통하고 놀기 위한 시간과 도구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만물작업소의 강혜란, 이승준 작가를 만나 그들이 하고 있는 다양한 경험, 고민, 시도들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이란 함께 모여 놀기 위한 시간과 도구가 기다리는 설레고 즐거운 공터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Q. 문화예술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이) 문화예술교육은 2011년부터 한 거 같아요. 영상 제작과 관련된 것들을 했죠.
(강)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한 시기와 저희 작업을 시작한 시기는 같이 맞물려 있어요. 저는 처음에 전시기획을 했었는데, 공공미술로 넘어오면서 문화예술교육을 하게 되었거든요. 아이들과 골목에서 영화 찍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면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진, 영상 관련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계속 진행하고 있고 2016년도에 이 공간으로 오게되면서부터는 목공으로도 (교육 참여자들을) 만나고 있죠. 2011년부터 사람들을 만날 수 있 는 도구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거 같아요.
Q. 영상과 목공은 이질적인데, 어떤 계기로 목공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강) 저희는 이전에 같은 직장에서 만나서 함께 활동하게 되었는데요. 직장에서 문화예술기획 쪽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독립해 나와서, 비슷한 작업 및 교육 프로그램들을 이어서 했어요. 목공은 저희 취미생활 같은 거였어요. 저희가 전문적으로 누군가에게 목공을 알려줄 순 없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큼은 같이 할 수 있겠다 싶었던 차에 여차여차하게 맞아 떨어져서 목공 관련 작업과 문화예술교육도 하게 되었죠. 이전에 저희한테 주로 익숙한 도구들은 카메라였는데, 이 공간에서는 도구가 나무가 된 거죠.
(이) 공간이 생기고 나서부터 목공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아요. 또 이 친구는(강혜란) 무대 미술을 전공해서 기본적으로 공구를 다룰 줄 알고 하니까.
(강) 이 친구(이승준) 집이 주택이었는데, 여유 공간이 있다보니까 간단한 목공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골목에 버려진 강목이랑 판자들을 주워서 연필꽂이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수원에 이음문화협동조합이라는 팀이 있었는데 그 팀이 플리마켓을 열게 되어서 거기에 만든 연필꽂 이를 내다 팔게 된거죠. 그 인연이 연결되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사진이나 영상 작업은 그것의 결과물이 손에 잡히지 않아요. 파일이잖아요. 그런데 이것(나무)은 다듬은 대로, 손 이가는대로 결과물이 나와요. 같은 내용으로 계속 교육을 하다보면 사람이 소모되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나무 작업을 하면 환기가 되요. 그런 것이 저희가 하는 활동에도 활력이 되었던 거 같아요. 그동안 너무 익숙하게 잡아온 도구(영상)들로만 사람들을 만나니까 저희도 소진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나무를 만지면서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재미있었어요.
Q. 같은 내용을 계속 교육을 하다보면 소모, 소진되는 느낌이 든다고 하셨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강) 여기저기 비슷한 형식으로 주제만 바뀌서 수업을 반복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피로감이 오는데요. 좀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친구와 미디어의 범위를 확장을 시켜봤어요. 미디어의 범위가 사진과 영상만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와 뭔가를 나눌 때 사이, 중간에 있는 모든 게 미디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그 미디어 도구를 그리기, 언어, 몸짓 이런 것으로 확장시킨 거죠. 그것을 가공할 때만 툴(영상)을 쓰면 되는 것이니까요.
(이) 이것도 기관(문화예술교육단체를 선정하고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기관)이 방향성을 어떻 게 잡느냐에 따라 다른 거 같아요. 영상을 제작하는 형식은 그대로 두고 주제나 내용만 바꾸는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러니까 극영화 제작하고 다큐 제작하고 그런 식으로 진행 해야 하는 수업. 그렇게 할 때 느끼는 피로감이 느껴지죠.
Q. 영상과 목공, 둘은 상당히 다른데요. 각기 다른 도구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시면서 가 장 크게 느낀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강) 다루는 도구가 제일 크게 다르잖아요. 카메라를 가지고 작업을 할 때는 카메라의 안전을 제일 먼저 고려했거든요. 내용은 똑같이 재밌고 참여자들을 대하는 것도 다르지 않은데, 영상을 할 경우에 카메라가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카메라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 해주세요라는 멘트를 많이 했다면, 목공은 공구를 잘 사용해서 본인들이 다치치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많이 얘기하죠. 공구는 잘 사용하면 편리한데, 안전하게 잘 써야 한다는 점을 더 알 려주려고 하는 거 같아요.
Q. 문화예술교육과 예술 작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나요?
(강) 거의 경계선이 없는 거 같아요. 문화예술교육이 곧 작업의 일부인 거 같아요. 기준은 같아요. 누군가를 만나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담아내는 것인데요. 누구든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스케치를 하고, 그것에 가장 가깝게 만들어보는 작업을 하는 거죠. 원하는 방향대로 가깝게 갈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거거든요. 그거는 성인들을 만날 때도 똑같고, 바깥에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할 때도 똑같고, 여기서 하루 잠깐 만나는 일일 체험을 할 때도 똑같아요. 그런 태도는 저희가 뭘 하든 가져가는 것이라서, 경계가 모호한 거 같아요. 이게 저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이곳에 일일 체험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성인이든. 그렇게 만날 때도 저희가 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측면을 배제하진 않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초등학생이 일일 체험을 오면 목공 기술을 알려주기보다는 작업실에 있는 나무 조각들을 활용해서 너가 원하는 장난감을 만들어보면 좋겠어, 라고 제안해요. 처음에는 기존에 있는 장난감과 비슷한 것들을 만드는데요. 몇 번 오다 보면 저기에 없는,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만들어내요. 그래서 이렇게 해야 톱을 잘쓰는 거야, 사포 이렇게 해야 잘 되는 거야 이런 방식을 알려주기보다는 너네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라고 제안하죠. 성인도 마찬가지죠.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성인분들이 방문했을 때 어려워하시는 게 뭐냐 면. 다른 곳에 가면 코스가 있잖아요. 톱 자르기 연습 1주일, 뭐 익히기 1주일, 뭐 익히기 1주 일, 이런 식으로. 그런데 저희는 “뭐 만들고 싶으세요? 어디에 두실 거에요? 누구랑 쓰실 거 에요? 그러면 사이즈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이런 방식으로 질문하면서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만들지 함께 고민해봐요. 이렇게 접근하기 때문에 처음에 오시는 성인분들은 당황해하시는 거 같아요. 시니어 분들은 본인들의 작업을 평가 받고 싶어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기술, 정답을 알고 싶어하시기 때문에.
Q.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도구 또는 커리큘럼의 변화를 통해 극복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것이 있는지?
(이) 저는 참여자와의 어려움보다도 기관과의 어려움이 있는 거 같아요. 지역특성화문화예술 교육이라고 하면 기관조차도 매몰되는 경우가 있는 거 같아요. ‘지역’에 매몰되거나 ‘문화예 술’에 매몰되거나 장르적 특성에 매몰되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예술 단체가 참여자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데, 그런 것들을 무시하게 되는, 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거 같아요. 사람을 처음 만나면 관계 형성부터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커리큘럼에 지역이 없네, 지역 특성 화 교육인데 지역이 있어야지’라는 요소들을 강조하니까. 그런 걸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운 거 같아요.
(강) 1년 안에 지역 안에서 뭔가 단단하게 쌓아 올리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번에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17회차를 하고 있거든요. 지금 2회차가 남았어요. 그중에 1/3의 시간은 아이들 끼리 노는 작업, 놀이를 만들어내거나 동네 나가서 놀거나 하는 작업에 치중하면서 아이들끼리 자연스럽게 친해졌거든요. 그 다음에는 함께 수레를 만드는 작업을 했고, 얼마 전부터 수레를 끌고 동네를 나가기 시작했어요. 이제서야 아이들과 함께 만든 수레를 가지고 나가서 장터를 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제 끝나갈 무렵이잖아요. 이제서야 좀 더 단단하게 뭔가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 친구들을 내년에도 만나고 내후년에도 만나면 재단에서도 원하는 지역 특성화를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기관의 예산 운영 때문에 교육 기간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거에 비해서는 큰 결과를 원하는 거 같아요.
Q. 문화예술교육 또는 예술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 저는 만나는 사람이 모두 다 예술가일 수 있다는 태도로 만나고 싶어요. 모든 사람들의 삶 속에 조금만 골라내고 압축하고 다듬으면 충분히 다 예술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고 접근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떤 참여자들을 만나든 ‘우리 작가가 되어서 작업해봐요’, ‘우리 작품을 만들어 봐요’라고 제안해요. 모두가 예술가가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 예술가가 될 수 있어, 라는 태도로요. 가끔씩 예술가와 예술가가 아닌 사람들을 분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거죠. 그게 항상 기본인 거 같아요.
(강) 저는 우선 제가 재미있어야 하구요. 아이들을 만날 때는 그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이었으 면 좋겠어요. 이렇게도 만들 수 있고 저렇게도 만들 수 있고.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원하는 것을 향해 갈 수 있다는 것. 하다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뭐 다시 하면 되는 거고. 하기 싫으면 쉬었다 해도 되고 있다 해도 되고. 어른들을 만났을 때도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세상 안 망해요.’ 이런 식의 태도 같은 것이요.
만물작업소
미디어를 기반으로 목공과 시각예술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권은영/신재
2017년부터 프로젝트 형식으로 운영하는 팀 "0set프로젝트"를 구성해 조사, 인터뷰, 워크숍, 기록, 공연 등을 하고 있다. 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들어야 할 말을 품고 있는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한다.